3년간 1천억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개발자 중심의 스튜디오 체제로 시작부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오렌지크루의 신작 야구 게임 '골든 글러브'가 25일 테스트를 마쳤다.


'진짜 승부'라는 슬로건처럼 스마트폰에서도 온라인 야구 게임 못지않은 실시간 네트워크 대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목표. 사실 솔직히 말해서 모바일 분야의 차기 주자로 손꼽히는 오렌지크루에서 내놓은 신작이라 흥미가 있었지, 개인적으로 크게 관심이 가는 게임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렌지크루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깐 손에 잡아보니 기본적인 완성도가 무척 탄탄하다. 프로야구를 기반으로 완벽하게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은 아니지만, 첫 출전에서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160km 돌직구를 뿌려대는 슈퍼 루키를 만난 기분.


네트워크 불안정과 점검이 반복되거나 NPC가 너무 잘해 연습이 안되는 연습 경기 등 몇몇 일화가 있긴 하지만 테스트에서야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고, 적어도 재미에 영향을 줄 정도의 단점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다 갖춰놓은 콘텐츠가 여느 상용화 게임 못지 않아 놀라웠다.


8500여명에 이르는 선수 라이센스와 연고지 구단, 현지화(?) 100%의 응원가를 통해 지금까지 등장했던 그 어떤 게임들보다 '한국의 프로야구'라는 느낌을 가장 현장감넘치게 표현해 주고 있는 골든 글러브. 컴투스와 게임빌이 지배해왔던 한국 프로야구 게임에 주목할만한 기대주가 나타났다.






▷ "꽃 피이~ 는 동백섬에~"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의 그 느낌 그대로!




재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라는 비판을 받지만 새로운 게임을 만났을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쨌거나 그래픽이다. 게임의 흥행에 있어 그래픽은 예선일 뿐이고 게임의 콘텐츠야말로 본선이라는 말도 맞지만,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선은 없다.


스마트폰이라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긴 하지만 온갖 화려한 영상의 게임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에게 적정한 수준 이상의 그래픽은 필수. 오렌지크루의 신작 야구 게임인 골든 글러브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대변하듯 Full 3D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다.


약간 과장된 체형으로 그려진 선수들이 깔끔하게 표현되며,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구장이나 공과 배트 등도 모두 3D로 표현되어 사실감을 더한다. 특히 단순한 외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나 휘두르는 배트의 궤적 등도 실제 경기와 흡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 실제 게임 스크린샷. 스마트폰으로 봐도 굉장히 깔끔하고 부드럽다. ]





게이머의 그래픽 취향에 따라 선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기존에 등장했던 여러 스마트폰 야구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확실히 뛰어난 수준. 다만 스마트폰의 성능 및 한계 때문인지 뛰어난 그래픽에 비해 실제 선수들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소소한 재미는 적은 편이다.


대신 등장 선수들의 체형이나 외모 등을 몇개로 구분해 차별점을 두었고 현존하는 구단들의 유니폼까지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야구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전설급 선수들의 경우 독특한 투구폼이나 타격폼이 따로 구현되어 있다고 하니 팬으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부분이다.






[ 3D 게임이기 때문에 시점 조절도 가능! ]







그래픽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오~"라는 탄성을 자아낸 부분은 게임에서 간과하기 쉬운 음악이었다. 골든 글러브에는 각종 구단의 응원가가 포함되어 있고 CM송을 개사해 실제 선수들의 이름이 삽입된 응원 문구들도 제공된다.


배트로 쳤을때의 경쾌한 타격음과 공이 글러브에 꽂히는 묵직한 느낌을 주는 효과음도 뛰어나지만,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메칸더 V' 등 프로야구 경기장에 가본 팬이라면 저절로 따라부를 정도로 익숙한 응원가들이 흘러나오니 한국 프로야구의 팬이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특히 구단을 대표하는 응원가 외에도 각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의 독특한 응원가들도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등장하면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프로야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팬덤인 만큼 골든 글러브의 현장감 넘치는 음악은 그야말로 10점 만점에 10점! 이제 키스타임과 비닐봉투, 막대풍선만 나오면...





[ 자기가 좋아하는 응원가로 변경도 가능하다. ]





[ 물론 경기를 지고 있을때는 흥겨운 음악때문에 2배로 열받는다. ]







▷ 드디어 플레이 볼! 그런데... 너무 어렵지 않을까?




골든 글러브의 깔끔한 그래픽과 탁월한 사운드에 감탄하며 바로 플레이 볼! 그런데 간단한 튜토리얼로 조작법을 익힌 뒤 실제 야구 경기에 들어가서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다보면 생각보다 마음먹은대로 치고 던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설명으로는 간단하다. 왼 손가락으로는 타격 및 투구의 위치를 결정하고, 오른 손가락으로는 타격의 타이밍 및 투구의 정확도를 결정한다. 기존의 스마트폰 야구 게임들은 보통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타이밍만 맞추면 되는 형태. 그런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타격을 할때 왼손가락으로 방향을 정하고 오른손가락으로 타이밍을 노리는 과정을 약 1~2초 내에 끝내야하기 때문에, 조작에 익숙해져 마음먹은대로 공을 치고 던지기까지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말이 쉬워 1~2초지 멀티 터치도 안되는 상황에 잠깐 긴장을 놓거나 한눈을 팔면 공을 놓치는 일도 다반수.


실수가 몇번 반복되면 초보자들은 결국 왼손가락의 위치 조절은 대충 운에 맡기고 배트의 타이밍만 맞춰 휘두르는 정도로 타협하게 된다. 투구 역시 방향을 조절한 뒤 손가락을 떼는 순간 게이지가 차올라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멀티 대전을 위한 게임인 만큼 시간 제한까지 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반의 난관을 극복하고 골든 글러브의 조작에 익숙해지면 매 타석마다 상당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노려서 공을 때렸을때는 탁월한 효과음과 맞물려 상당한 쾌감을 선사한다. 짧은 시간에 매번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경기 못지않은 다양한 타격과 투구의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 등장했던 야구 게임들과 비교해볼때 골든 글러브의 조작법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리란 법도 없다. 무엇보다 조작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공을 치고 던지는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으니 초보 게이머들에게는 일종의 허들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타사의 스마트폰 야구 게임들이 하나의 손가락으로 진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타이밍 맞추기를 조작과 분리해놓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방향과 타이밍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골든 글러브의 난이도가 초보자에게 그리 너그러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왠만한 경험이 있는 게이머들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을 가볍고 쉽게 즐기는 사람이 많은 모바일 분야에서 난이도는 유저풀 및 흥행과 직결되는 문제, 골든 글러브가 지향하고 있는 난이도를 어느 수준으로 맞출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챌린지 모드 중 하나, 역대 최고의 팀에 도전하라! ]




▷ 좋아하는 선수가 요기 다 있네? 잘 갖춰진 구단과 선수 데이터!




프로 야구를 다루는 게임에서 선수 및 구단 데이터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골든 글러브는 실존하는 다양한 구단의 이름과 유니폼 및 1982년부터 2012년까지의 KBO와 선수협, 일구회에 등록된 약 8500개의 선수 데이터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타자는 파워,정확,주력,수비의 4 종류, 투수는 포심,체인지업,슬라이더,포크,커브의 5종류 능력치를 갖고 있으며 해당 년도의 성적이 좋을수록 당연히 높은 수치를 갖고 있다. 능력치의 차이로 인한 타격이나 투구의 변화는 느끼기 힘들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카드를 영입하거나 육성하는 것은 팬들이라면 당연한 일!





[ 꽃범호와 국민타자를 보내고 정권 V를 받았다! ]




[ 그런데 난 한화 팬이잖아? 집에 못 돌아올거야 아마... ]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갖춰진 선수 카드들로 구단을 편성하고 선수들을 육성해 나가는 것은 현실감 넘치는 경기와 더불어 쏠쏠한 재미를 준다. 다만 골든 글러브의 주력 콘텐츠가 실시간 대전인 만큼 선수들의 육성은 다른 유저들과의 멀티 대전 모드에서만 가능하다.


다만 길어질 경우 10분 이상이 걸릴수도 있는 멀티 대전은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게임 내에서 이닝 수 등 옵션 조절이 가능하지만 최소 이닝인 3이닝만 경기를 해도 의외로 오래 걸리니 변화가 심한 모바일의 통신 환경까지 감안하면 원활한 진행이 쉽지 않았다.


챌린지 모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은 만큼 멀티 대전을 위주로 경기를 해야 하는데, 실제로 지하철 이동이나 출퇴근 시간 등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 플레이해본 결과 멀티 대전은 약간 부담스러운 시간에 계속 변화하는 주변 환경, 조작의 어려움 등이 더해지면서 마음먹은대로 진행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 모드를 선택해 경기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




[ 실시간 대전 게임에서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 ]




물론 튕기거나 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으로 인공지능도 있지만 역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한 판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모바일 게임에서 부담되는 일이다. 부가적으로 게임에서 튕겼을때 경기를 이어받는 인공지능의 실력이 너무 뛰어난 것도 역시 수정해야할 부분.


실시간 대전이라는 주력 콘텐츠의 특징때문에 제약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모바일 게임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멀티 대전뿐 아니라 기존의 모드들을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키거나 현재의 멀티 대전보다 가벼우면서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게임 모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지금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슈퍼 루키, 골든 글러브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게임의 완성도가 아니라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측면. 게임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게 했지만, 앞서 언급한 조작의 난이도를 시작으로 PC나 온라인 버전의 야구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만큼 콘텐츠가 많고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도 되지만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 그리고 흥행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 특히 모바일 게임의 경우 콘텐츠를 많이 넣는 것보다 필요없는 부분을 빼내고 조절하는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배부른 투정이긴 하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스마트폰 야구 게임들보다 훨씬 깔끔한 그래픽에 8500여명에 이르는 선수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대전,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해도 실제 야구처럼 다양한 타격과 투구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조작까지... 골든 글러브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슈퍼 루키였다.





여러 야구 게임을 즐기는 주변인들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줬더니 몇분 지나지않아 익숙해지며 게임에 빠져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본적인 게임의 완성도를 따져야 할만한 수준은 넘어왔다는 뜻이다. 게임 내에 구현된 콘텐츠의 볼륨 등을 고려해봐도 개발의 마무리 단계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프로야구 게임의 경쟁은 치열하다. 오랜 세월 내공을 쌓아온 컴투스와 게임빌의 양대 산맥이 버티고 있고 나름의 장점을 갖춘 야구 게임들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테스트를 지켜본 결과 골든 글러브 역시 만만한 신인은 아니다. 오렌지크루가 한 해 가장 우수한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 글러브'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