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을 총괄하는 부사장이며, 개발팀 최고의 카리스마로 알려진 랍 팔도가 입을 열었다.


'디아블로 3' 본사 투어 당일, 현지시각으로 오후 5시. 블리자드는 오전 시간에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실제 현금으로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화폐 경매장'을 발표해 참석자들을 넉 다운 시켰던 랍 팔도와 한국 기자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랍 팔도는 과연 왜 현금 거래를 인정하고 화폐 경매장을 도입하고자 했을까? 그의 대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 디아3 본사방문 2부 - 블리자드 현금거래 인정, 화폐 경매장 발표



[ ▲ 랍 팔도 게임 디자인 총괄 부사장(좌)과 랍 브라이덴베커 온라인 테크놀로지 부사장(우) ]




= 현금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화폐 경매장을 발표했다. 유저들의 반발이 클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여태껏 해보지 않았던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어떤 것이라도 처음 나올 때는 두려움, 호기심, 반발 등을 동반한다. 실제 현금이 사용되기 때문에 오직 현금으로 아이템을 죄다 구매한 사람이 '디아블로 3'에서 우세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부분유료화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나왔을 때 이와 비슷한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이번 시스템은 회사와 유저가 아닌 유저와 유저간의 트레이드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아이템 파밍과 트레이드가 핵심인 '디아블로 3'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

반발도 일부 있을 것이지만, 우리의 아이디어를 잘 이해하는 유저분들은 많은 기대를 보여주실 것으로 믿는다.




= 미국에서는 이베이나 등의 사이트에서 음성적으로 게임 아이템들이 거래되곤 했었다. 이런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화폐 경매장을 만들었나?

제3의 아이템 시장을 우려한 것뿐만은 아니다. '디아블로 3'라는 게임이 워낙에 아이템이 중요하도록 디자인되었고, 유저들은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이런 점을 인정하지 않고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유저들은 할 수 없이 제3시장으로 내몰려 사기당하거나 악용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럴 바엔 블리자드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 화폐 경매장의 시작이다.



= 그러면 앞으로 출시되는 블리자드의 게임들도 이런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나?

원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형태의 게임인지, 어떤 방식으로 아이템이 게임플레이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랜덤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디서 어떤 아이템이 드랍되는지 정해져 있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에서는 화폐 경매장은 절대 이상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화폐 경매장을 WoW에 도입할 계획은 없다.



[ ▲ 블리자드가 공개한 화폐 경매장 스크린 샷의 일부 ]




= 이번 '디아블로 3'의 베타테스트 일정과 형태는 어떻게 되나?

항상 그래 왔듯이 게임의 출시일은 확신이 있을 때 발표해왔다. 베타도 마찬가지다. 미리 발표했다가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는 않다.

일단은 북미 지역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테스트하는 목적에 따라 형태도 달라지는데 이번 베타의 목적은 서버와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을 검증하는 데 있다. 때문에 개발사가 가장 근접해 있는 지역에서 먼저 베타를 실시해, 문제점을 보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 베타테스트때 화폐 경매장이 등장할 수 있나?

베타테스트에서의 모든 기록은 초기화되기 때문에 화폐 경매장은 볼 수 없다. 게임 내 골드를 이용하는 '금화 경매장'은 추후 시기를 봐서 베타에 도입될 예정이다.



= '디아블로 3'의 개발을 총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디아블로 3'를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경험으로 볼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블리자드 노스에서 개발을 시작한 '디아블로 3'의 개발팀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블리자드는 본사에서 600마일이나 떨어진 블리자드 노스의 '디아블로 3' 개발팀이 본사에 오기를 희망했으나 실제로 이주를 한 사람은 7명뿐이었다. 사실상 블리자드 노스를 합병하면서 '디아블로 3'는 처음부터 새롭게 개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인력 채용부터 팀 세팅, 게임 개발까지 이 모든 것이 어려움이었다.




= WoW 출시 이후 '스타크래프트 2'부터 '디아블로 3'까지 모든 게임이 인터넷에 접속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할 생각은 없나.

내부적으로 온라인에서만 오직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정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온라인에서 플레이할 때의 이점이 너무 많다. 캐릭터 정보가 삭제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며, 싱글 하다가 멀티를 플레이했을 때도 예전처럼 새로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그리고 항상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 국가별로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이슈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개발팀은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국가별 사정은 아직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 무리하게 서비스할 생각은 없다. 각 지역 실정법을 준수하면서 서비스할 것이다.



= 특정 아이템의 현금 가격이 너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는지.

글쎄, 디아블로 2의 경우를 봤을 때 아이템 하나의 가격이 그렇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워낙 아이템의 종류가 다양하고 공급과 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만약 과열된다고 하면 그때 안전장치를 고려하겠다.



= 규제나 법률 때문에 화폐 경매장 기능이 막힌 국가의 유저가 화폐 경매장이 가능한 국가의 서버로 접속한다면?

블리자드는 일단 지역별로 해당 지역에 맞는 서비스를 즐겨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지만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저들이 북미 서버에 접속한다고 해서 막을 길은 없다. 온라인 세계 자체가 국경이 없어 접속을 100%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화폐 경매장을 도입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았을 것 같다.

What?(뭐라고?) 깜짝 놀라다가 곧이어 침묵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거나 침묵했지만 머릿속으로 각자 어떤 것인지 상상하고, 이해한 후에는 '정말 멋지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 ▲ 4달러 (한화 4,000원이면 경매장에서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그리스월드의 심장' ]




= 만약 화폐 경매장이 성공하게 된다면 한국의 개발사들도 같은 시스템을 많이 따라 할 것 같은데, 그런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블리자드는 항상 유저들에게 새롭고, 이롭고, 재밌는 경험을 소개하고자 노력해왔다. 만약 다른 회사들도 동참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유저들에게 새롭고, 재밌는 경험을 제공할수록 게이머 층도 늘어날 것이고, 게임산업 전체에 이로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화폐 경매장이 오직 블리자드만의 시스템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만약 화폐 경매장을 도입한 이후 유저들이 '디아블로 3'의 아이템을 이베이나 아이템베이 같은 제3시장에서 거래한다면 막을 것인가?

워낙에 우리의 시스템이 손쉽고 안정적인 만큼 제3의 업체가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화폐 경매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유리하며 어떤 시장보다도 많은 아이템이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들이 굳이 제3의 업체에 갈만한 동기가 있을까? 유저들이 먼저 나서 좋은 서비스를 찾는 건 진리가 아닌가.



= '스타크래프트 2'의 경우 나중에는 패키지가 판매되었지만, 출시 초기에는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만 있고, 한정판도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각 지역 서비스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



= '디아블로 2'도 마찬가지고 'WoW'에서도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화폐 경매장이 시작되면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해지지는 않을까?

블리자드는 늘 게임 내 경찰관 역할을 수행해왔다. 앞으로도 부정한 방법으로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기존 게임들과 약간은 다른 점이 있는데, 일부 유저가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써서 파밍한다고 해도 다른 유저의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끼치거나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경매장에 아이템 종류가 다양하고 많을수록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

이처럼,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 '디아블로 3'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부당한 방법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제재할 계획이다.




= 추후 각 지역 경매장을 확장해서 통합할 생각도 있나?

없다. 지역마다 하나의 경매장이 운영될 것이다.






= 화폐 경매장에서 아이템을 판매하고 그 대가를 현금으로 받기를 원할 때는 블리자드와 계약한 업체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제3의 업체에 개인정보 내지는 거래 내력이 넘어가는 것을 유저들이 꺼리지는 않을까?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디아블로 3'에서는 서버가 몇 개로 운영되나?

각 지역마다 단일 서버다.



= '디아블로 2'가 출시될 때와는 다르게 대규모 PVP나 레이드를 주력으로 하는 MMORPG가 주목받는 세상이다. 전작을 그대로 계승한 '디아블로 3'가 지금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충분하다고 본다. '디아블로 3'와 'WoW'는 장르가 다른 게임이며 선호하는 유저층이 다르다. 대규모 레이드를 좋아하는 유저들도 있지만, 소규모 파티플레이를 좋아하는 유저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게 아니라면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3'를 출시했을 때 WoW를 계속 서비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마지막으로 디아블로 3를 기다리는 한국의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한국에 출장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한국은 초창기 블리자드 멤버들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나라다. 한국을 전혀 몰랐던 시절,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우리가 만든 게임을 정말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항상 한국 유저들의 소중한 의견을 듣고 싶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