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이런 글을 쓰는 분들은 최소 다이아, 보통은 마스터나 그마인 경우가 많지만

흔히 '극심해'로 불리는 1800점대 구간의 실버 유저로서도 이에 대해 끄적여보고 싶습니다.

팁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빈약하고 비양심적인 글이지만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 너무 깊고 깊어 자력으로 헤어나오기 힘든 장소, 심해



심해(深海).

수심 2,000m 이상의 깊이의 바다를 일컫는 말이며,

가장 깊은 해연인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의 수심이 10,920m이므로

단순히 깊이로만 따졌을 때는 약 18.31%의 윗부분을 제외한 모든 바다가 심해입니다.

그리고 심해는 그 엄청난 수압과 적은 광량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물들이 광활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이 바다 생물이 어디에 살게?'라는 질문에 '심해'라고 대답하면 얼추 81.69%는 정답입니다.


이 심해는 은어로도 쓰이는데,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유저들이 분포된 구간을 지칭합니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인벤에선 다이아몬드 미만의 계급을 심해라고 암묵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맨날천날 까이는 브실골플... 가끔 플래티넘이 빠지고 브실골이라고도 하더군요.

어째됐든 브실골(플)은 허구한 날 '심해의 특징.txt' 같은 제목의 글의 홍수에 묻혀 조롱감이 됩니다.

물론 심해 유저 입장에서 보기에 기분이 좋을 리는 없습니다.

마스터와 그랜드마스터 유저분들의 부심 글을 보면 부럽지만,

그 문장 사이에 심해 비하 의도가 일말이라도 섞여있으면 입이 삐죽 나와서 악플을 달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81.69%, 아니 오버워치에서는 그 이상의 유저가 심해에 속해있습니다.

2시즌 다이아몬드 계급 이상의 유저 비율이 가장 높을 때도 15%를 못 넘겼으니까요.

심지어 심해 탈출 구간을 넉넉히 플래티넘까지 확장해도 전체의 62% 유저가 심해입니다.

즉, 무엇을 어떻게 보려 해도 심해 유저가 그 외의 유저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 인벤 사용 빈도 1위의 단어는 '심해.' 대부분 비하, 조롱글이다.(창피하지만 보다시피 제 글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연한 초보자 멸시 풍조에 물들어 허구한 날 점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부 심해 유저 분들은

"난 항상 픽이랑 플레이 정상적으로 하는데 꼴픽하고 던지고 탈주하는 놈들 때문에 심해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저도 심해 중의 극심해에 속하므로 가슴으로는 동의하는 바가 어느 정도 있습니다.

일리오스에서 시메트라를 꺼내서 던진다던지, A거점 빨리 밀렸다고 탈주한다던지 하는 경우는 다 때려부수고 싶죠.

치밀어오르는 화를 못 참고 징징글 몇 개도 충동적으로 올렸을 정도로요.

하지만 냉정히 머리로는 이 주장에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경쟁전 플레이 타임이 5시간? 10시간? 이런 분들은 표본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진짜 몇 판 안 하신 분들은 실력과 별개로 트롤팟 때문에 유독 불합리한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엄존하니까요.


물론 반대로 팀운이 유독 더 좋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흔히 '배치충'으로 비하당하는 케이스가 여기에 속하겠지요.

당연히 배치고사 운이 좋아서 높은 점수를 받는건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만, 흔히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미 한 번 높은 물에 맛을 들인지라 점수 하락 때문에 받는 정신적 피해가 더더욱 커서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 동전은 많이 던질 수록 앞뒷면이 나올 확률이 각각 50%에 수렴한다.




팀 매칭은 순전히 '운'으로서, 성실한 빡겜러를 만날지 패작러를 만날지는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합니다.

한 마디로 동전 던지기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동전을 한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이지만, 10번 던져서 앞면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는 흔합니다.

심지어 동전을 10번 던져서 앞면이 9번이나 나올 확률도 무려 5/512로, 102.4회 시도할 때마다 저런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데 표본이 커지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동전을 1000번 던져서 700번 이상 앞면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경쟁전을 10판 돌려서 내가 트롤러를 유독 많이 만났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1000판을 돌려서 우리 팀에만 트롤이 유독 많았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내가 우리 팀의 트롤러에 멘붕했던 횟수만큼이나 상대 팀의 유저들도 상대 팀의 트롤러로 고통을 받았다는 말입니다.








▶ 표본이 충분히 쌓인 ELO 레이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LO 레이팅이 4500점인 알파고의 위엄!




오버워치 경쟁전 점수를 결정하는 ELO 레이팅이란 현실적으로 경쟁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표로서

비단 오버워치뿐만 아니라 LOL과 같은 여타 게임이나 바둑, 체스, 심지어 야구에서 선수를 평가할 때도 사용합니다.

자신보다 점수가 높은 사람들을 이기면 점수를 높게 받고, 패배하면 점수가 적게 깎이는 이 단순명료한 계산법은

표본이 많이 쌓였다는 전제 하에, 대상의 실력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꽤나 정확히 평가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추정한 ELO 레이팅이 4500점인 알파고는 불과 3586점에 그쳤던 이세돌 九단을 철저히 갖고 놀았습니다.

구글은 자신들이 패배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ELO 레이팅은 객관적인 신뢰도를 자랑합니다.




이런저런 장황한 이야기를 쓸데없이 길게 늘여놨는데요.

그냥 한 줄로 요약하자면 '많이 플레이를 했다는 전제 하에 내 점수는 곧 내 실력이다.'는 겁니다.

코흘리개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이런 주장 하나 펼치려고 굳이 글까지 팠냐고 따지신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주제 넘게 몇 줄 더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그럼 우린 심해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잘하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애당초 제가 비법 같은 걸 알았으면 실버레기가 아니겠지요. 그리고 저게 정답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상대 팀에도 탱힐이 없을 확률이 크므로 내가 앞장서서 탱힐을 하면 승률이 오른다...

이런 이야기는 솔직히 귀에 박혀서 부모님 새마을운동 시절 이야기처럼 지긋지긋할 겁니다.
딜러가 더 재밌기도 하고

그렇지만 약간의 마인드 개선 덕택에 개인적으로 큰 효과를 본 것이 있습니다.

꼴픽을 하거나 정치질을 하는 아군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만 바꿔보세요.








▶ 팀의 마인드는 첫 만남이 절반을, 경기 내용이 나머지 절반을 결정한다.(제 닉넴은 가렸습니다;)



저는 게임에 들어가면 챗이든 보이스든 항상 이 말부터 하고 들어갑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다 함께 화이팅합시다^^'

이걸 본 사람들은 속마음과 별개로 웃는 얼굴에 침 뱉기 힘들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려는듯이 호응해줍니다.

아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그런데 단 1명이라도 마음을 끌 수 있다면 이득입니다. 더 손해 볼 건덕지는 없거든요.

그리고 경험상 꼭 1명 이상은 호응을 해줍니다.

대부분의 싸움은 자제력이 부족해서 나는 것이지, 싸움 자체가 좋아서 일어나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누구나 해피해피하게 시작할 수 있다면 그쪽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영웅 픽을 보면 일단 가만히 있습니다. 그럼 다른 파티원들이 알아서 픽 변경을 요구합니다.

저는 그때 끼어들어서 '우와 공시메! 장인이신가봐요 기대합니다!'라고 기를 팍팍 살려줍니다.

그리고 한번만 지켜보자고, 정말 도움이 안 되면 다음 리스폰 때 바꾸게 하면 되지 않냐고 다른 팀원들을 설득합니다.

물론 이러고도 다음 리스폰 때 바꿔주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패작러가 아닌 이상, 작정하고 시작 전부터 트롤링을 목적으로 게임에 임하는 유저들은 드뭅니다.

자기들도 이기고 싶고, 본인 딴에는 그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픽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시메, 공토르, 공크랫, 공바스 픽한 사람한테 다른 영웅을 시키는데 성공하더라도, 7할은 더 도움이 안 됩니다.

라인하르트를 시키면 SHIFT 키가 한화 투수들 팔꿈치처럼 갈려나가고,

맥크리를 시키면 적 영웅 대신 산소 입자를 맞추는 신의 에임을 보여줍니다.

애당초 픽을 바꿔줄 만한 사람이었으면 앞선 파티원들의 요구에 바꿔줬을 테니, 그때도 버티면 그냥 답이 없는 겁니다.

어차피 못 바꿀 픽, 힘이라도 낼 수 있게 옆에서 거들어줍니다.



그럼 이렇게 파이팅만 하고 지자구요? 잊지 맙시다. 우리는 심해입니다.

상대 팀에도 저런 유저가 있을 확률이 우리와 비슷하게 있고, 거기서 정치질당한 트롤픽 유저는 게임을 던집니다.

같은 트롤픽이라도 미약하게나마 팀의 신뢰를 받은 사람과

정치질을 당해 기분이 헝겊쪼가리가 된 사람이 게임에 임하는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팀 공 시메트라가 열심히 포탈 깔고 우클릭으로 방패 든 라인하르트를 포킹할 동안

상대 팀 수비 겐지는 힐이나 나노궁도 없이 혼자 류승룡 기모ㅉ으어억하다가 탈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통제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패배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 누적되어 큰 차이를 불러옵니다.



또 만약에 자신을 제외한 팀원간에 불화가 생겼다 싶으면....

'아니요, 제가 잘못한 겁니다. 그 한타 때 못 지켜드려서...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관계 없는 자신을 팔아(?) 무마시키는 것이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 마디로는 효력이 없고 연달아서 몇 번 말해야 합니다. 제 기준으론 대략 5회 가량.

그리고 잠깐 그 끼어들기로 말이 끊겼다 싶으면 곧바로 인게임 관련 보이스나 챗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어어어 정면에 맥크리!', '뒤에 트레이서 왔어요!'라는 식으로 내분 난 아군의 주의를 돌리게 말입니다.

이건 정말 그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함이라기보단, 어떻게든 템포를 끊어서 싸움을 일시중단시키려는 의도입니다.


누구 편을 들면 판만 더 벌어져서 골치아픕니다. 둘 다 잘못했다고 하면 3파 싸움이 됩니다.(....)

채팅으로 아군끼리 싸우는 건 멘탈이 깨지는 걸 떠나서 실질적으로 어마무시한 손해로 다가옵니다.

오버워치는 아주 템포가 빠른 게임입니다. 채팅을 짧게 해도 의도를 확실히 배게 하려면 2초 이상이 소모되는데,

2초면 디바가 곡사궁을 날리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금쪽 같은 플레이 타임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말다툼은 자신을 팔아서라도 말려야합니다.

물론 이건 자존심이 승패보다 중요하다는 분들께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확언할 수 있는 건,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물이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고급시계 심해 세상에서 이런 내용의 채팅이나 보이스를 보자면,

처음엔 자녀도 없는 노총각이 혼자 뽀뽀뽀를 보고 있을 때만큼이나 손발이 오그라져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서로 즐기자고 하는 게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어렵사리 적응이 되며,

정말 작정하고 지는 패작러를 아군으로 만나거나, 마스터 그마 유저의 부캐를 상대로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런 행복 메타의 덕택으로 거의 질 뻔한 게임 3개를 뒤집고 저는 오늘 배치고사 포함 11승 5패를 했는데요.

많은 파티원 분들께 선 친추를 받고 2시즌 때보다 훨씬 즐거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퐈이팅~ 잘하시네요~ 같은 긍정 마인드가 가져다주는 파워는 재능 금손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태도만 살짝 바꿔봄으로써 곤두박질친 점수를 미약하게나마 올리고

차차 게임 본연의 재미도 찾아가는 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사실 앞서 언급한 동전 뒤집기의 비유는 어느 정도 틀렸습니다.

동전은 던져서 앞면이나 뒷면이 드러나면 그대로 결과가 결정되지만,

파티에서 트롤러를 만났다고 그게 곧 패배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혹시 자신이 팀에 트롤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홧김에 함께 트롤픽과 던지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그 행위가 현재 자신의 점수가 낮은 것에 한몫하지 않았는지 한번쯤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나쁘지 않습니다.





요약


1. 게임을 많이 한 심해 유저는 그 점수가 자기 실력이다.
적게 한 유저는 더 해보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2. 심해에서 올라가는 최고의 팁은 팀을 잘 만나는 게 아니라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3. 매칭이 잡히면 팀원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게 좋다.

4. 트롤픽을 보더라도 교체를 강요하지 말자! 상대 팀에도 트롤픽은 있다.
조심스레 교체를 권유하고,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장인이신가보다~하면서 기를 살려줘라! 그럼 상대 트롤픽은 던지지만, 우리 트롤픽은 열심히 할 수도 있다!

5. 게임 안 풀려서 우리 팀원들끼리 싸우면 '님들 다 잘했는데 제가 못해서 밀린거임! 제가 더 잘하겠음!'이라고 자학을 하면서 언쟁을 멈추고 인게임 관련 멘트를 하면서 싸움을 일시적으로나마 중지시켜라! 채팅으로 싸울 시간 없다! 시간도 생명이다!

6. 혹시 자기 팀 트롤러 때문에 멘붕해서 자기 자신도 트롤러로 돌변한 적이 없는지 반성해보자. 트롤러를 만난 건 불운이지만, 그게 꼭 패배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글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85%에 달하는 심해 유저 분들께 승리와 행복이 함께 하길 빕니다.


아 그리고 메르시는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