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부터 어렵게 올라온 최고의 무대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세계 최고를 다투는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스베누 소닉붐은 거듭된 연패로 롤챔스의 거대한 벽 앞에 좌절했다. 첫 롤챔스에서 거둔 성적은 1승 17패.

하지만 스베누 소닉붐은 승강전에서 승리를 통해 롤챔스에 잔류하게 되고 '플로리스' 성연준이라는 걸출한 신예 정글러까지 영입해 차기 시즌에 대한 전의를 불태웠다. 실제로 다른 팀들도 '스베누 소닉붐'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평했다.

경기력 자체는 확실히 지난 시즌과 달랐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다시 한 번 빠져나올 수 없는 연패의 늪으로 빠졌고 결국, 스베누 소닉붐은 승강전에서마저 ESC 에버에게 0:3으로 패하며 LoL 챌린저스 코리아로 강등됐다.

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까지 겹치며 팀의 존재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 하지만 스베누 코리아로 다시 태어난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선수들은 다시 롤챔스 무대로 올라오기 위해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중이다. 그 결과, 현재 챌린저스에서 전승을 달리면서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 돋보이는 건 새롭게 합류한 미드 라이너 '렘' 이현서. 안정적인 운영으로 스베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렘' 이현서와 경쟁하게 될 스베누 코리아의 원조 미드 라이너 '사신' 오승주. 이제 두 선수는 팀을 위한 선의의 경쟁자가 되었다.

▲ '렘' 이현서


Q. 스베누의 새로운 미드 라이너로 알고 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렘' 이현서 : 올해 스무살이고 스베누에서 '렘'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 미드 라이너 이현서라고 한다.


Q. 신예들에게 공식 질문과도 같다. 언제부터 프로게이머를 하기로 결심했나?

렘 : 처음 롤은 접한 건 2012년이다. 시즌3까지만 해도 즐겜 유저였다. 제대로 게임을 시작한 건 시즌4부터다. 정말 열심히 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비슷하겠지만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 그런데 높은 곳까지 오르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언가에 이렇게 집중하게 된 것도 처음인 것 같다.


Q. 원래 게임을 많이 즐기는 편이었는지?

렘 :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엄청 하드한 편은 아니었다. 그냥 친구들이 많이 하는 주류 게임을 나도 따라서 했던 것 같다. 메이플 스토리도 했고, 카오스도 재밌게 했다. 롤이 제일 재밌긴 했다.


Q. 대세 챔피언들로 안정 지향적인 스타일의 미드 라이너라는 느낌을 받았다.

렘 :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편이다. 솔로 랭크에서도 정글러와 듀오를 해본 적이 없어 최대한 갱킹에 당하지 않으면서 후반을 바라보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잘 성장해서 한타에서 승부를 보는 편이다.


Q. 보통 신예들은 팀 게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본인은 어떤가?

렘 : 아무래도 솔로 랭크는 내가 다 보고 플레이해야 하는데, 팀 게임에서는 여기저기서 콜을 다 해주니 오히려 더 편하다. 어려움은 크게 없다(웃음).

사신 : 현서가 정말 습득이 빠른 편이다. 한 번 말해주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래서 별로 팀 게임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사실 잘못된 게임 습관을 고치는 게 많은 연습생이나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현서에게는 그런 게 없다.



Q.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는 건 정말 타고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게임 외적으로 현재 팀 생활은 어떤가?

렘 : 5월 초에 숙소에 합류했다. 솔로 랭크에서 예전 팀원인 '시크릿' 박기선 선수와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제의가 들어왔고 테스트를 통과하고 숙소에 바로 합류했다. 테스트 기간도 굉장히 길었다. 게임 몇 판으로 내 실력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1~2주를 합숙하면서 생활 태도나 내가 이 팀에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평가받았던 것 같다.

사신 '오승주' : 당시 내가 코치로 변경해야 해서 미드 라이너를 빠르게 뽑았어야 했다(웃음). 처음에 현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전에 '갱스터현'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였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아이디였고, 실력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숙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라인전이 좀 약했다. 그런데 문제점과 고쳐야 할 부분을 말해주니 거짓말처럼 다 극복하더라. 게임 습관을 고치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Q. 팀원들이 멘탈도 굉장히 좋다고 칭찬하던데?

렘 : 나도 내가 못해서 멘탈이 나가는 경우가 가끔이지만 있긴 있다. 그런데 팀원들의 실수로 내가 조급해지거나 멘탈에 영향을 주는 건 없다고 본다. 아마추어 당시에는 솔로 랭크를 하면 화날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모든 걸 뛰어넘었다고 해야 할까? 남 탓을 해봤자 바뀌는 것도 크게 없고, 이미 지난 일이 아닌가?


Q. 부처 멘탈의 소유자인 줄은 몰랐다. 그러면 프로게이머 중 롤 모델이 있나?

렘 : 흔하지만, 대부분의 미드 라이너가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특히 챔피언 폭이 엄청 넓은데 모두 잘하는 게 정말 신기하다.


Q. 챔피언 폭이라면 '사신' 오승주도 엄청나지 않은가?

사신 : 가끔 세체폭(세계최고챔프폭)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감사하다. 사실 아직 보여드릴 게 더 있다. 기대해달라.




Q. 스베누 코리아의 멤버 변화가 조금씩 있었다. '리헨즈' 손시우와 '렘' 이현서는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현재 자체적으로 본인들의 실력을 평가한다면?

렘 : 챌린저스 코리아에서는 무조건 우승할 것 같다. 어차피 목표는 롤챔스다. 아직 다음 승강전까지 시간도 충분하고, 자신감도 있다.

사신 : 챌린저스에서는 당연히 1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롤챔스 팀들과 스크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중위권 팀들과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롤챔스에서 뼈아픈 패배를 겪어보지 않았나. 그게 이제는 약으로 작용해 다음 승강전에 올라가게 되면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서 꼭 다시 롤챔스에 합류하겠다.


Q. 현재까지 전승으로 슼베누(SK+스베누)라는 별명이 생겼다. 롤챔스로 다시 올라갈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가?

사신 : 우리를 아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이번 승강전부터는 듀얼토너먼트 방식이라 개인적으로 정말 좋다. 자신 있다.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현재 CJ가 지금 폼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승강전으로 떨어질 것 같다. 연패를 거듭하다 보면 겁도 많아지고, 확신도 없어지고 전체적으로 패닉이 오게 되더라. 그걸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패배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웃음).


Q. 많은 챔프폭의 원동력이 꿀챔을 찾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다.

사신 :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꿀챔이 대세가 되기 전에 먼저 찾아내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있다. 요즘 주목하는 챔피언은 세주아니다. 정글뿐만 아니라 탑, 미드도 가능하다. 탱커 역할을 하는 아이템만 가도 딜이 강력한 편이다. 얼마 전에 내가 빅토르고 상대가 미드 세주아니였는데 은근히 강하더라. 그리고 원거리 딜러 중에서는 미스포츈을 눈여겨보고 있다. 요즘 방어구 관통 아이템이 대세기도 하고, 진 상대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Q. 롤챔스에서 만나보고 싶은 팀이나 선수가 있는가?

렘 : SKT T1과 만나보고 싶다. 우상이었던 페이커 선수와 대결을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된다.


Q. 데스노트에서 '렘'이라는 사신이 나오는데 사신과 렘. 같은 미드 라이너고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렘 : 그냥 부르기 좋아서 '렘'이라고 정했다. 사신과 렘이 그런 연관이 있는지도 몰랐다.

사신 : 나는 딱히 현서한테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를 생각해서 아이디를 '렘'으로 한 줄 알았다(웃음).



Q. 이제 '사신' 오승주 선수에게 구체적으로 묻겠다. 잠시나마 코치로 전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신 : 옛날부터 코치를 해보고 싶긴 했다.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피드백하고 알려주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원래 꿈도 수학 선생님이었다. 우리가 승강전에서 떨어진 뒤 팀이 리빌딩하면서 감독님에게 코치 제의가 왔고, 우리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느꼈다. 선수를 더 하고 싶었지만 코치 자리가 공석이라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도전하게 됐다.

Q. 선수일 때와 코치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사신 : 게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 선수일 땐 '내가 캐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좀 있었다. 그래서 무리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코치를 하면서 게임을 정말 많이 봤고, 우리 팀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알겠더라. 시야가 넓어졌다.

그리고 선수들을 관리하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선수일 땐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 선수일 땐 솔직히 짜증도 많이 냈는데, 코치를 하면서 그런 점도 많이 고치고 여유가 생겼다.


Q. 이제는 다시 선수다. '렘' 이현서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사신 : 현서는 라인전을 안정적으로 풀어가면서 최소 1인분은 보장하는 라이너다. 팀이 말려도 자신이 할 일은 꼭 해내는 편이다. 반면, 나는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풀고 싶어 하고 팀이 안 풀릴 때는 혼자서라도 변수를 만들려 한다. 던질 때도 많지만 캐리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을 지닌 미드 라이너라고 생각한다.


Q. 스베누 소닉붐 시절 정상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고 들었다.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나?

사신 : 월급 지연이 가장 컸다. 진짜 딱 숙식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인터넷 불량, 컴퓨터 불량 문제도 사실이다. 일단 회사의 도움을 받는 건 전혀 없었고, 숙소 운영비는 전부 코칭 스태프의 몫이었다. 그래도 묵묵히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돈을 바라보고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라 월급에 대해 엄청 큰 불만은 없었지만, 게임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일이 잘 풀려서 지원을 잘 받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신 : 팬 여러분들이 스베누와 스베누 코리아는 전혀 다른 회사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회사에서도 정말 지원 잘해주고 있으니 팬분들이 이제 더이상 걱정 하지 않으셔도 괜찮다. 그리고 렘 이현서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칠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항상 후원해주시는 박수열 단장님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