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게임업계를 강타했던 큰 사건이 흐른 지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막 새내기 딱지를 겨우 떼어가며 자리 잡던 '에픽세븐'이 맞이한 사건은 업계에서 이례적이었다. 열 시간이 넘는 간담회가 QnA로만 가득 채워질 정도로 유저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당연하겠지만 에픽세븐은 유저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게임은 점점 변화되었고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비록 아직 갈 길이 멀지언정 반복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다. 유저들의 분노를 잠재우고 다시 신뢰와 격려를 받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 바뀌어 나가야 한다.

그런 일환 중 하나로 에픽세븐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 많은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꾸준히 패치노트를 공개하면서 유저들의 의견을 직접 라이브로 듣고, 피드백을 받아 가며 변화했다. 유튜브로 활동하던 '미스터 내비'를 직접 영입하여 채널을 운영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마련하면서 에픽세븐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게임 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했다.

'미스터 내비'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끝없이 회자될만한 커다란 사건을 겪은 게임에, 직접적으로 유저와 일선에서 만나는 역할을 맡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이전부터 유튜브로 활동하던 게임이어서, 비판도 피할 수 없었을 일이다.

그는 '소통'이라는 표현을 꺼렸다. 소통하는 주체가 '소통'이라고 주장하면, 그거야말로 '쇼(Show)통'이라고, 보여주기식 소통이 된다고 말이다. 그는 '누구나 나와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그것이 유저든, 개발자든 쌍방향적으로 모두가 편하게 이야기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COVID-19 상황으로 여의치 않은 환경에서도 방송을 하고자 노력했고, 상황이 열악해도 꾸준히 방송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어갔다. 이제 유튜버에서 한 직원으로, 유저들과 일선에서 만나는 그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입사했는지, 그리고 게임사 유튜브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입장과 유저들을 만나는 상황에서 무엇이 힘들고 보람차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에픽세븐'의 이야기와 방향까지도.

※ 인터뷰는 COVID-19 이슈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되었으며, 사진 촬영은 인터뷰 종료후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진행했습니다.

'미스터 내비' 경민규 스마일 모바일사업팀 라이브 방송 담당

"제가 이전에는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을 가지고 방송을 만들거나, 대회를 기획해서 연출하는 PD를 했었습니다. 열정을 다해서 6년 정도를 일을 했고 재미있게 하고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죠.

당시에 방송 기획과 연출을 할 때 많이 도움이 됐던 부분이 커뮤니티도 같이 하고 있던 점이었어요. 커뮤니티에서 유저 트렌드를 캐치하고 접목해서 방송을 했죠. 커뮤니티나 지금의 트위치, 유튜브 등 방송에서 나오는 게임 정보나 소식도 그렇고 유머 코드도 많이 있잖아요? 이걸 요즘에는 단순히 즐기지 않고 유저들이 재생산을 합니다. 그걸 파악해서 접목하고 방송하면서 연출도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퇴사를 하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좀 쉬고 있었는데, 쉬다 보니까 하던 게 하던 거라서 그런지 흥미가 가더라고요. 퇴사하면 남들이 다 해본다는 유튜브를 나도 해보자는 생각을 좀 했죠. 그때 당시 정말 게임만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보니까… 그때 열심히 하던 게임이 '에픽세븐'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죠. 그래서 이걸 가지고 유튜브를 해보려고 했고, 시작했더니 생각보다 에픽세븐 유저분들이 재밌게 봐주셨어요. 그래서 6개월 넘게 유튜브를 운영했었죠.

그러다가 8월 즈음인가, '에픽 페스타'를 했었잖아요? 그때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어요. 난생처음으로 사전 MC라는 걸 해봤습니다. 메인 MC였던 아나운서분을 보조했고, 지난해 모두가 아시는 큰 사건이 있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르니 입사 제안을 받았죠. 10월 말에 입사했으니 이제 1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에픽세븐'의 유튜브 채널.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고 했다. 제안을 받고 나서도, 그동안 미스터 내비가 해오던 일은 무대의 뒤쪽에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일종의 PD로 방송을 기획하고 연출하면서, 방송에는 출연진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이 직접 일선에 나서야 하고 얼굴과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

여기에 이제는 '유튜버'가 아닌 한 회사의 '직원'이 되는 일이라 더욱 부담이 심했다고. 이 소식을 듣고 좋지 않은 평가를 한 유저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에게 기대를 걸고 응원을 해주는 유저들도 많았다고.

"원래 봐주시던 분들이 에픽세븐 이러고도 나도 하니까, 오히려 네가 들어가서 뭐라도 하나 그런 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 한 번쯤 도전해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원래 아무리 사건사고가 있었어도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니까, 그걸로 딥하게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경험을 느껴보고 싶어서 결심을 했죠.

스타트를 하기에는 더 나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제안을 주실 때도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큰 사건이 있었으니까, 이것도 이례적으로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쉽지 않았죠. 그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진행했던 돌발라이브로 처음 유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하던 일과 궤는 같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게임사가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제3자의 방송 준비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게임사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신규 캐릭터에 대한 소개 방송도 보다 심도 있게 다룰 수 있고 유저들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다. 또한 다양한 업데이트를 활발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유저들도 이에 반응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유저 피드백을 매우 중점적으로 보았다. 개발된 콘텐츠가 어떤 의도를 갖는지 유저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 및 개선할 점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나 피드백과 관련된 콘텐츠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도 토로했다.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걸 보면서 소통이 아니라 쇼통한다고 할 수도 있고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게임 공략이나 소개 영상 같은 걸 만들면 더 좋아요. 주위에서도 라이브보다는 영상으로 하는 게 좀 덜 위험하지 않겠냐고 많이 논의를 했었죠.

하지만 당시는 큰 사건이 지나간 후라서, 아무리 인게임 콘텐츠를 잘 만들고 소개한다고 해서 그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어떤 콘텐츠가 나와도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 고칠 거냐?", "우리 이야기를 듣긴 들었냐?"같은 게 많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욕을 시원하게 먹더라도 라이브를 하자고요. 라이브를 무턱대고 시작해서 뭔가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패치노트가 수요일 7시에 맞춰서 올라오지만, 그때는 검수도 많고 번역도 있고 해서 들쭉날쭉했어요. 그걸 유저들이 계속 기다리시더라고요.

라이브를 해서 주기적으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고 생각한 게 그거였어요. 라이브가 쉽지는 않고 게임사에서 라이브를 자체적으로 진행해서 2주마다 한 번씩 꾸준히 하는 콘텐츠는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약속'을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패치노트 방송을 시작했어요. 겉에서 볼 때는 패치노트를 읽어주는 형태이기도 한데, 이슈를 미리 추려서 그날그날 뭔가 개선할 수 있거나 논의중이거나 어렵다하는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유저분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어요. 지금도 때로는 혼나기도 하고, 제가 실수를 하기도 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봐주고 계시는 편이에요. 11월 말, 초에 처음 방송을 할 때는 1,500명 정도 봐주신 것 같아요. 당시는 자동 반복 시스템도 없던 시절이니까...그래도 작년 11월부터 해서 2-3주에 한 번씩 거의 40회 방송을 진행했고, 이제는 평균 5,000명 정도 봐주십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듣고 알아야겠다"
자주 방송해서 듣고, 말하고. "유저를 대변하는 마인드를 잃지말자"


"듣고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뭐가 문제가 있을지,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추려서 적었어요. 라이브로 하면서 채팅이 올라오니, 그걸 보면서 자동 전투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적었죠. 제가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해서 유저들이 어떤 걸 불편해하고 이런 부분에서 개선을 원한다 하는 걸 적었죠. 그걸 2-3주마다 계속해서 하다 보니까, 내부 분위기가 좀 타이트하게 가는 게 생긴 것 같았습니다.

유저분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커뮤니티 글과 시청자도 늘어나니까, 개발팀에서 조금 미뤄질 수 있는 걸 최대한 노력해서 일찍 개발하려고 하셨어요. 피드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서, 어떻게 답변을 드릴 건지 즉각 즉각 되더라고요.

물론 개발상의 절차의 디테일한 과정은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초창기 방송 때보다도 지금은 개선되는 부분이나 콘텐츠 개발에 대해서도 많이 신경을 쓰는 게 느껴져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특별 방송을 하면서 스튜디오를 꾸며서 진행하잖아요? 저는 여기서는 안 그러는 편이에요. 그렇게 예쁘게 준비해서 하는 행사도 좋겠지만, 즉각 즉각 자주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방송을 열어서 자주 이야기를 해보고, 숨기는 것 없이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100%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이슈되고 있는 걸 논의해서 이야기를 하자는 마인드에요.

직원과 유저의 마인드를 다 가져야 하는데, 60% 이상은 유저 마인드에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펫'은 입사 후에 제가 가장 크게 열변을 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말해서 된 거는 아니고요, 당시 의견을 드릴 때 완전히 유저 마인드로 드렸어요.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자동전투가 아니었죠. 여러 안이 나왔는데 당시 저는 '하루 제한 없이 해야 된다'라는 의견이었고 거의 이걸 밀어붙였어요. 오래 걸리긴 했는데 최대한 개선하자고 말씀드렸죠.

가끔 회의를 할 때 '너무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거기에 대한 답변이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마인드를 잃지 말라'였어요. 그 뒤로는 뭔가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와 논의는 제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일단 질러봐야죠. 거기서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항이라면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건 절대 물러설 수 없다하는 내용은 방송을 하자고 밀어붙이기도 해요.

라이브 방송이 2주마다 쏟아지는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GM분들도 커뮤니티 방송을 할 때도 특히 신경을 많이 쓰십니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다 보니까, 게임사 입장에서는 다른 직원이 나와서 대표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방송에서 나와서 이야기하면 좋은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필요하면 대부분 출연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봐주고 계시는 편입니다.

방송할 때 영웅을 소개하려고 하면 이런 거도 보여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시고, 이런 부분은 이렇게 개선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도 주시죠. 그전에는 내일이 패치라면 전날에만 그 내용을 알 수 있었어요. 패치노트가 꺼야 알 수 있죠. 그렇게 중요한 개선 사항은 유저들도 알아야 좀 대비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거죠. 그렇게 개선안과 방향을 공유하고 유저 피드백을 듣고 더 나아질 수도 있는 거고요.

유저분들은 아마 '얘들이 뭔 생각을 하고 있나?'가 제일 궁금하신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말을 잘 안 하고 실질적으로는 나오기 전에는 뭔지 모르고 대비도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미리 방송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받은 피드백, 그리고 이를 통해서 변화된 게임의 업데이트도 있었다. 토벌 12~13단 등장 시 진행된 돌발 라이브 방송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논의를 하고 천천히 의견을 내기보다는 '빨리 방송해서 이야기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찾아가서 개선안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커뮤니티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저와 개발자가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과정을 반복하기를 바랐고, 이를 통해서 관계자들도 방송을 보면서 유저들의 동향을 살폈다. 에픽세븐의 방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그는 이러한 콘텐츠와 기회들이 하나의 장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저들이 보기에는 다 짜고 하는, 연출된 장면으로 보일 수 있겠죠. 방송같은 경우는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기까지 과정이 있으니까요. 그때는 논의하는 도중에도 이거 방송해서 빨리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하고 바로 라이브를 한 거였어요. 일단 가자, 쳐들어가서 방송으로 이거 어떻게 할 건지 바로 물어보자. 그게 나을 거 같다. 이렇게 해서 진행했고 다행히 개선안은 이렇게 실제 적용은 2주 뒤에 될 것 같다 식으로 하는 케이스도 있었죠.

커뮤니티를 계속해서 봐야 해요. 방송 중에 의견을 받는 경우도 많고, 유저마다 다른 의견이 나오니 다양한 피드백과 의견이 나오죠. 어떤 것들은 누가 봐도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나은데 왜 안 하냐 하는 걸 방송으로 진행하기도 해요. 그런 경우는 관계자분들이 다 아세요. 같이 방송을 보시니까, 이런 이렇게 하면 유저 입장에서는 아닌 거 같다고 저도 의견으로 드리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거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올 때, 바로 그 즉시 수정하겠다고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방송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사전 단계에서 예측하지 못한 반응이 올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체크하고 들어보고, 다음 방송전까지 논의를 해서 어떻게든 답변을 하는 거죠. 그게 되면 이건 수정이 될거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답변을 드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콘텐츠가 나오기 전에 담당하시는 사업 실장님도 주기적으로 출연해 주시고, 큰일이 있으면 방송 중에도 막 부르기도 했었어요. 개발사하고는 거리가 좀 있으니까 미리 말씀드리는 편이고요. 어떤 콘텐츠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하면 실장님께 '오늘은 이래서 와서 한 번 설명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면 오셔서 설명해 주시곤 해요. 대표님들도 출현하시기도 했고요. 그게 쉽지는 않은데, 누구나 나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나씩 개선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차, 변화하고 있는 에픽세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즐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인터뷰, 혹은 현장 질의응답에서 유저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개발자가 "논의중"이라고 하는 답변이다.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 수 없고, 될지 안될지조차 애매하다. 기자들도 이런 답변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명확하게 질문의 방향과 핵심을 잡아도 결국 이러한 답변이 돌아올 때도 있다.

게임사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유저들에게 어떠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전달할 때도 이런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섣불리 정해지지도 않은 사항을 공개할 수도 없고, 논의중인 내용이 언제든 변경될 수 있으니 중간 단계를 공유할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유저들의 반응이 좋을 수 없다. 진퇴양난이다.

"현재 논의 중인 사항을 '논의중'이라고 설명드려야 할 때. 이게 방송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제일 힘들어요. 유저분들은 뭔가 문제가 생기면 이건 이래서 문제고 누가 봐도 문제다 하고 바꿔야 한다고 화제가 생겨요. 그거에 대한 방안을 이야기해주기를 바라시죠. 그런데 이런 문제들 중에서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제3자일 땐 몰랐는데, 내부 사정을 알게 되니까 고민할 게 진짜 많은 문제들도 있더라고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어렵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결해보려고 '논의중'인 문제는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드릴 수 없고, 논의중이라고만 답변을 드릴 수 있죠. 당장 유저 플레이에 영향이 있으니까, 그걸 말을 못 하니까 답답하고 힘들죠. 명확하게 어떤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논의중인 사항을 섣불리 공개할 수도 없어요. 실질안으로 가는 과정에서 너무 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제가 공식 스피커로 받아들여지니까 적정 수준을 찾아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렇게 바꾸면 좋지 않을까?'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사견이 되거나 실제 논의중인 내용을 중간단계에서 이야기했다가 그게 아니거나 더 바뀌면 파장이 정말 큽니다. 제일 좋은 건 논의해서 발표하는 거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힘들다고 발표하는 거죠. 그걸 말을 할 수 없을 때가 정말 방송하면서 힘든 부분입니다.

제가 유저와 사원의 경계에서 있는 터라 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중간에 어떻게든 이야기를 드려야 하지만 아예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도 있죠. 이거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다르니까, 누구에게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니 감수해야죠."


이 과정에서 제일 어려운 점으로 그는 '유저분들의 요구를 100% 충족할 수 없을 때'를 꼽았다. 게임사에서도 여러가지 안을 설명해야 하지만 이걸 확실히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발표된 내용에서도 유저들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걸로는 부족하다'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그는 "모두를 만족시키긴 힘들겠지만 하나씩이라도 반복적으로 계속 바꿔나가려고 한다"라는 입장이다.

"방송에서 미리 안내를 드린 적도 있어요. 아티팩트의 획득 개선인데, 이거는 일종의 천장이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캐릭터만 천장이 있었는데 아티팩트는 확정이 아니었어요. 120번 뽑기까지 아예 안 나올 수도 있었죠. 그것도 논의를 하고 확실히 방향을 잡아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드렸었어요. 결과적으로 그 픽업 기간 중의 아티팩트는 다른 재화로 살 수 있게 됐어요. 1회 한정으로. 그거도 연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는데, 연말 안으로 할 거고 안내를 드리겠다 했었죠.

그게 방송에서 농담으로 12월 31일 될 수도 있는 거고, 3~4달 기다릴 수도 있었는데... 이거는 개발사와 게임사 모두가 고려를 해서 무조건 빨리 내야겠다 해서 빠르게 작업하셨어요. 그래서 적용은 10월 29일에 될 예정이고, 이야기는 지난 10월 7일 방송에서 말씀드렸죠. 이런 것도 지금 에픽세븐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COVID-19 이슈 취소된 상황에서도, 집에서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을 진행하는 여러 가지 과정에서도 돌발 상황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꾸준히' 방송을 진행하고, 에픽세븐을 즐기거나 시작하는 유저들이 좋아하고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보고자 했다. 게임을 하면서도 함께 즐기고,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기획하는 것이다.

향후 준비중인 콘텐츠에서도 유저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예능성이 강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뉴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에린이집', 그리고 한차례 강화한 프리뷰와 꾸준히 이어나갈 패치노트 방송까지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하더라도 유저들을 만나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지금 거의 줄기는 잡아놨어요. 일단 진행 중인 2~3주마다 하는 라이브 방송은 그대로 갈 것 같아요. 그리고 밸런스가 이슈다 보니까 방송으로도 이런 콘텐츠를 좀 꺼내보려고 고수분들이 나와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벤트전 같은 건 계속하려고 하고, 초보 가이드 성격의 '에린이집'도 두 번째 시즌을 기획 중입니다. 에픽세븐도 2년이 넘었으니까, 배워야 할게 많잖아요. 그래서 어려운 시스템을 이해하는 걸 목표로 만들고 있어요. 이게 가이드다 보니까 재미없는 것보다는 중간중간 드립도 섞고 해서 재미있게 만들어보려고요.

최근에는 이제 많은 유저들도 내가 하는 게임을 다른 사람들도 하기를 바라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친분이 있는 스트리머들을 섭외해서 방송을 하기도 했었어요. 마침 에픽세븐 하고 있길래 정식으로 해서 영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했고, 앞으로 최소 5회는 더 할 거 같아요. 이런 경우는 흥미랄까, 예능같은 카테고리라고 봐야될 것 같아요. 에린이집과 다르지만 배울 점도 있고, 에픽세븐을 주제로 인게임으로 대결하는 대결왕이요. 앞으로 여러 가지 대결을 하려고 하는데... 대표님하고 같이 대결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의견을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일단 던지고 봐야죠."


대회형 콘텐츠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영웅 프리뷰도 진행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단순 소개만 하는 정도였어요. 영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게 별로 없었고... 스토리도 없고 컨셉화를 보여주거나 성우가 누군지 알려주거나 하는 정도? 기타 스킬 같은 경우도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에 스킬 강화가 어디까지 어떻게 되고 디테일하지 않았죠.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가장 큰 건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리뷰를 강화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요즘에는 개발자 인터뷰도 하고, 성우 인터뷰가 들어가기도 하죠. 개발사에서도 요청드려서 적극적으로 캐릭터 컨셉화 작업하신 걸 재작업하셔서 주시기도 합니다. 기타 아트나 스킬 같은 경우도 컷인이 별도 작업인데 그걸 처음 하는 것도 초기 작업을 보여주시기도 하고요. 약간 메이크 필름 같은 느낌인데, 그런 걸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면서 뒷부분도 실제로 영웅을 어떻게 쓰면 되는지 예상하기도 합니다. 프리뷰 방송은 미리 소개해 주는 방송이라 좋아해 주시는 편이긴 해요.

지금 돌아보면 콘텐츠 중에서도 돌발 라이브라던가 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형태로 돌발 상황이 나온 경우도 있던게 기억에 남아요. 개발자분을 초청해서 출연하기로 하셨는데, 이게 도착하셔서 1층에서 열 체크했는데 걸린 거예요. 증상은 없는데 열체크에 걸려서 결국 못 들어오셨어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에게는 나오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셨다고 솔직하게 알려드렸어요.

그런데 그 즉석에서 '아, 그러면 전화해보면 되지 않나?'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했죠. 그런데 그분은 전화하실 줄 몰랐던 거야. 사전에 이야기한 게 아니라 방송하다 생각나서 전화를 했고, 지금 방송 중이에요 하니까 당황하셨죠. 그래도 이래저래 이야기를 잘 진행했던 거 같습니다.

2주년 행사가 취소됐을 때도, 취소되고 나서 다음 주에 패치노트 방송을 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저도 이게, 자가격리 대상자였죠. 근데 방송은 안 할 수 없으니까 대충 장비 몇 개 가져가서 집에서 세팅하고 하기도 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일단 방송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급하게 해서 열악했는데도 좋게 봐주셔서 좋았던 것 같아요. 유저분들이 무섭다가도 노력해서 보여드리면 칭찬해 주시는 분들하고 응원도 있으니까. 그런 게 참 고맙죠."



"지금까지 말씀드린 게 100% 고정화된 건 아니에요. 패치노트를 제외하면 다른 프로그램이나 유저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만들어봐야죠. 에픽세븐이 반농담으로 20년 게임이라고 하는데, 올해로 3년 차잖아요. 거기서 뭔가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하고, 아직 개선 안된 부분도 있고 하니 여러 가지를 확인해서 말씀드리려고요.

인터뷰한다고 해서 되게 긴장했어요. 제목이 어떻게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소통'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통 담당자고 게임사가 소통한다? 이거 사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100% 소통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소통한다고, 소통이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쇼통같은거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말보다도 2주에 한 번 이든, 돌발이든 100% 만족할 수 없는 유저도 많아요. 고칠 부분도 많고, 패치나 업데이트를 하다 보면 또 문제와 불만이 생겨요. 그때그때마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다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다른 기사가 나갈 때 댓글을 다 보기도 하고, 유저분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걸 많이 봐요. 에픽세븐이 예전에 비해서 1년 동안 방송도 자주 하고 있고, 일방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쌍방향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이건 꼭 좀 넣어주세요. 저 탈모 아니에요. 스타일링 해주시는 분이 더 가르마를 강조하시는 게 있는 거 같아. 이게 유행이래요. 가르마를 더 해서 방송에 나갔는데, 그걸 보고 시청자분들이 점점 내비가 탈모 심해진다,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 탈모 아니에요!

그래도 머리카락이 굵어져야 할 거 같아서 일단 탈모 클리닉을 가보긴 할 것 같은데… 이거 V로그 한 번 해야겠네. 아무튼 저도 이것저것 많이 해볼 예정이니, 넓은 마음으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아무래도 직원이니, 이 말은 해야죠. 에픽세븐,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