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현지시각 11월 5일, LA 애너하임에서 진행중인 '블리즈컨 2016'에서 자사의 FPS '오버워치'의 사운드 제작과 관련된 패널 세션을 갖고, 다양한 효과음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전장의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이번 패널 세션에서는 각 캐릭터별 개성을 살린 효과음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진행되었다. 이어 북미 버전 윈스턴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크리스핀 프리먼'이 등장해 윈스턴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 '소리로 만든 지문', 영웅 별 각종 효과음


오버워치의 사운드를 제작하는데 있어, 사운드디자인 팀이 가장 집중했던 것 중 하나는 적들이 근처에 모습을 보이기 전에 누가 어디서 오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소리로 된 '지문'을 모든 영웅들에게 부여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웅들마다 아주 특징적인 효과음을 갖추는 것이 필수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귓가를 스치는 스나이퍼 라이플 총소리를 들려오면, 플레이어는 순간적으로 근처에 '위도우메이커'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운드팀은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매치가 진행되는 순간에 정보로 활용될 수 있도록 효과음을 제작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위도우메이커'를 봤을 때 느껴지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냉정한 암살자인 그녀는 항상 목적에 부합하는 정밀한 움직임을 보이며, 어딘지 모르게 냉혈동물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트레이서'의 경우 빠르고 경쾌하며, 언제나 약간 들떠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영웅들의 특징을 살려내기 위해, 사운드팀은 이들이 내는 효과음 하나까지도 신경을 써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은 냉혈동물의 느낌을 부각시키기 위해 위도우메이커가 바이저를 쓰고 벗을 때 내는 효과음에 실제 뱀의 소리를 살짝 첨가하기도 했다.

▲ 이 와인오프너가 바로 겐지 장전 소리의 주인공

그렇다면 사이보그 닌자 '겐지'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도와 같은 날붙이들을 이용해 효과음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반만 정답이라고 해두자. 사운드팀은 겐지가 수리검을 장전하는 소리부터 시작해 수리검이 날아가는 소리, 허리에 찬 검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소리 등을 녹음하는 데 있어 각종 주방 용품과 정원 도구에서 나는 소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수리검이 날아가는 효과음에 들어간 소리 중에는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휘둘러 낸 소리도 있다고.

한편, 로드호그의 효과음 제작에는 거대한 덩치가 만들어내는 발소리, 장비들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과 쇠사슬 소리 등을 효과적으로 담는 것이 중요했다. 사운드팀은 이를 위해서 실제 하네스를 착용하고 흔들리는 소리를 녹음하거나, 쇠사슬의 절그럭 거리는 소리을 이용해야 했다고 전했으며, 고철 총을 재장전하거나 궁극기인 '돼재앙'에 쓰이는 효과음 또한 실제 여러 크기의 나사와 너트 등 고철을 이용해 녹음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 표창 소리의 주인공이...?

▲ 로드호그의 경우는 진짜 쇠사슬을 이용해 녹음했다



■ 전장 상황을 보다 알기 쉽게! - 역동적인 사운드


영웅들이 만들어내는 각자의 독특한 효과음 외에도, 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빠른 상황판단에 도움이 된다. 오버워치 사운드팀은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게임 속 데이터를 소리를 통해 플레이어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전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리만으로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사운드팀은 가장 먼저 '발소리'를 들었다. 오버워치 23명의 영웅들의 발소리는 모두 제각기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어떤 적이 근처에 있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들의 발소리는 아군보다 약 2배 가까이 크게 들리는 것 또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결과로, 영웅들의 발소리는 앉아서 걸어갈 때와 일반적으로 뛰어갈 때, 또 루시우의 이동속도 버프를 받았을 때 순서대로 크게 들리게 설정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영웅들마다 궁극기를 사용할 때의 사운드 차례. 사운드팀은 "석양이 진다"로 유명한 영웅 '맥크리'를 예로 들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 모든 영웅 캐릭터들은 적일 때 사용하는 궁극기 대사와 아군일 때 사용하는 궁극기 대사를 따로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궁극시 사용 시 효과음들 또한 적군과 아군에 따라 다르게 들리도록 기획되었다.

예를 들면, 맥크리가 '황야의 무법자'를 시전할 경우 들리는 효과음은 크게 홀스터에서 총을 빼는 소리와 전형적인 서부 특유의 독수리 소리, 6초의 시간을 알려주는 기타 소리 같은 것들로 나눌 수 있다. 이런 효과음들이 한데 섞여 들리게 되는데, 아군의 경우는 이런 효과음들이 들리는 반경이 멀지 않은 반면, 적군의 경우는 멀리서도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크게, 그리고 넓게 들리게 된다.


▲ "석양이 진다..."



■ 성우 크리스핀 프리맨 등장 - 윈스턴 목소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 윈스턴을 연기한 크리스핀 프리맨(Crispin Freeman)

각자 개성있는 효과음을 가진 23명의 오버워치 영웅들, 그렇다면 각 영웅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오버워치의 리드 라이터 마이클 추(Michael Chu)가 윈스턴 역할을 맡은 성우 크리스핀 프리맨(Crispin Freeman)과 함께 등장했다. 크리스핀은 자신이 윈스턴 배역을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던 때를 회상하며 500 파운드의 고릴라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는 바로 윈스턴이 거구의 고릴라라는 점. 이를 표현하기 위해 크리스핀은 자신이 낼수 있는 가장 낮고, 굵은 목소리를 사용하기로 결심했으며, 두 번째 요소는 '윈스턴'이라는 캐릭터의 심리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겉은 무시무시하게 생긴 고릴라이지만, 윈스턴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자'의 면모 또한 가지고 있다. 크리스핀은 이러한 특징과 함께 블리자드 측에서 전달받은 캐릭터 설정 등을 통해 윈스턴을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크리스핀은 윈스턴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라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평소에 낮은 음으로 말하는 것 보다, 자신이 직접 캐릭터가 되어 '윈스턴'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핀은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냐는 질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윈스턴 대사는 "상상력이야말로 발견의 어머니입니다!"다. 뭔가 윈스턴이 평소에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때로는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간 여행자들이 그 도시의 실상을 더 잘 볼 수 있듯, 윈스턴도 마찬가지로 달에서 살아왔다는 배경이 그로 하여금 지구인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 위협도가 높을 수록 소리도 선명하게 - 위협에 집중하기


마지막으로 오버워치 사운드팀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사운드가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예시와 함께 설명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로, 보이스 시스템은 위협 요소들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크게 '궁극기 대사'와 상황에 따는 캐릭터들의 순간적인 대사 등으로 나뉘어지는데, 궁극기 대사의 경우 앞서 소개한 대로 적이 시전하는 궁극기 대사가 보다 크게 들리도록 설정해 즉각적인 반응을 돕도록 기획되었다.

위협 요소를 확인시켜주는 다른 대사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버워치를 즐기다 보면 이따금씩 아군 영웅들이 적을 발견했다고 소리치거나, 거점을 점령하고 있다는 대사 등을 하는 것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요소들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전장의 상황을 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뒤에서 적에게 공격받을 때 동료 영웅이 뒤를 보라고 경고도 해주니, 이런 음성들에 귀를 기울인다면 보다 효과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명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전장은 언제나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한 공간에 너무도 다양한 위협요소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을 경우에 과연 사운드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오버워치 사운드팀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세션을 마무리했다.


많은 위협 요소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누가 나의 가장 큰 위협이 되는가?" 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 몇가지를 살펴보면 '내가 누굴 바라보고 있는지', '누가 나를 바라고 있는지'와 '누가 나에게 가까운지', 또 '누가 가장 위협이 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다. 이러한 요소들의 위협 수준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고 나면 현재 누가 나의 가장 큰 위협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사운드팀의 설명이다.

이어 설명은 토마스 뉴먼(Tomas Neumann)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맡았다. 그는 플레이어 주변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를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간단한 도표를 이용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설명한 대로 예를 들면, 플레이어를 바라보지 않고 있는 적 정크랫의 위험도는 약 40점으로, 가장 위협적인 상태로 설정되어 정크랫의 효과음이 플레이어에게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설정된다. 이는 같은 식으로 적 메르시가 주변에 등장했을 경우도 동일한데, 메르시보다 정크랫이 더 위협도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크랫보다 멀리 있는 적 위도우메이커가 플레이어를 바라보고 있고, 총을 한번 발사한 상태라면 위도우 메이커의 위협도는 약 120으로 책정되며, 가까이에 있는 정크랫보다 우선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설정된다. 토마스 수석 엔지니어는 각각 위협도를 크게 빨간색과 노란색, 회색으로 나누어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설명이 끝난 뒤, 오버워치 사운드팀은 지금까지 설명한 각종 사운드 효과가 적용되지 않은 플레이 영상과, 모든 사운드 효과가 적용된 플레이영상을 비교하는 것으로 이번 패널 세션을 마무리했다.

▲ 파란색 화살표인 플레이어를 보지 않고 있어도 정크랫은 위협적인 존재

▲ 더 멀리 있는 위도우메이커가 최대 위협도를 가져가게 된다


▲ 효과음 관련 기능이 제거된 상태의 플레이영상과의 비교



블리즈컨2016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오의덕(Vito), 김지연(KaEnn), 석준규(Lasso), 이명규(Sawual)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