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경기가 가지는 중압감 때문일까? 3판 2선승제의 첫 세트일 뿐이었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장이 팀원들을 둘러봤다.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 뭔가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화이팅!" 사기를 북돋는 팀장의 짧은 외침에 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밴픽을 마치고 경기가 시작됐다. 긴장감에 움츠러들었던 팀원들의 손이 조금씩 풀렸다. 팀장의 세심한 오더도 빛을 발했다. 팀원들의 도움으로 코르키가 잘 성장했다. 유리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마지막 한타. 팀원들의 노력에 보답하듯, 코르키가 폭발적인 대미지로 상대 챔피언을 하나둘씩 쓰러뜨렸다. 펜타킬! 대회 현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위 현장은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5시즌이 아니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아마추어 대회 중 하나인 ‘2015 LoL 대학생 배틀’ 강원도 지역 예선에 취재차 참가한 기자가 직접 목격한 장면이다.

보통 아마추어 대회는 팬들의 관심 밖에서 진행되곤 한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그리 좋지 않고 관객석에는 선수들의 지인이나 대회 관계자들만 자리를 채우는 일이 다반사다. 그동안 개최된 LoL 아마추어 대회들 역시 팬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2015년 들어 개최된 직장인과 대학생, 여성 유저들을 위한 LoL 공식 아마추어 대회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프로게이머의 경기력과 컨트롤, 상황 판단 능력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팬들도 아마추어들의 대결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 코리아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 LoL 공식 아마추어 대회는 총 세 개. '2015 LoL 대학생 배틀'(이하 LCB)과 '2015 LoL 레이디스 배틀'(이하 레이디스 배틀), 그리고 '2015 LoL 직장인 토너먼트'(이하 직장인 토너먼트)다.

LCB는 인벤에서 주관 운영하는 대학(원)생 대상 아마추어 대회다. 지난 2014년 12월 27일 전라도/제주도 지역 예선을 시작으로 경상도와 충청도, 강원도 지역 예선이 종료됐고, 현재 서울/경기도 지역 예선만이 남은 상황이다. 각 지역 대표가 맞붙는 본선은 오는 25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대회도 진행 중이다. 나이스게임TV에서 주관하는 직장인 토너먼트다. LCB와 같은 날 개최된 직장인 토너먼트는 오는 5월까지 월 1회씩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TV에서 주관 운영하는 레이디스 배틀은 여성 유저들을 위한 대회다. 지난 8일 16강 첫 경기가 열렸으며, 대망의 결승전은 오는 2월 1일 열린다.

LCB와 직장인 토너먼트, 레이디스 배틀 모두 높은 참가 신청률과 수준 높은 경기력, 팬들의 관심 등 대회 발전에 필요한 것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이처럼 공식적인 아마추어 대회가 LoL e스포츠 씬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 어떤 스포츠 종목이라도 제대로 된 아마추어 대회 없이는 장기적인 프로 무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인 프로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축구를 즐기는 대부분의 나라에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 리그가 존재한다. 축구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팀의 경기에 엄청난 관심을 쏟는다. 이는 해당 국가의 프로 축구 시장이 커지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프로 축구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은 또 있다. 바로 탄탄하고 큰 규모의 아마추어 무대다. 제대로 된 아마추어 무대는 곧 프로 무대를 향한 팬들의 지속적인 애정을 의미한다. 또한, 모든 프로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등용된다. 그렇기에 탄탄한 아마추어 무대는 프로 무대의 지속적인 발전을 돕는 밑거름이다.

최근 국내 유명 LoL 프로게이머들이 잇따라 해외로 진출하면서 우려를 표하는 팬들이 많다. 계속해서 선수들을 해외에 빼앗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내 LoL 프로 무대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 코리아가 적극적으로 나서 LoL 아마추어 대회를 공식화한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식 아마추어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린다면, LoL 프로 무대의 장기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