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강하다', 상당수의 소년 만화 주인공들이 가진 공통점입니다. 대부분의 주인공이 수비에 있어 '방어'가 아닌 '회피'를 택합니다. 방패나 갑옷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보다, 스타일리쉬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는 게 더 멋지니까요. 만화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뻔한 클리셰지만 그만큼 '멋'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에도 이러한 멋을 가진 챔피언이 존재합니다. 스타일리쉬하게 굴러서(?) 상대의 모든 공격을 흘려내고, 폭풍같은 연속 공격으로 상대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킵니다. 그야말로 만화 영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죠. 하지만 LoL은 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공격을 피해낼 순 없습니다. 그리고 방어를 포기한 챔피언인 만큼, 몇 대 맞으면 순식간에 죽어버리기에 그만큼 많은 원성을 듣는 챔피언기도 합니다.

모두가 머릿속에 그리는 멋진 플레이를 현실로 구현해 줄 것만 같은 챔피언! 그리고 그것은 높은 확률로 실패하지만, 그래도 또 하고 싶은 챔피언! 롤챔프 탐구생활 23번째 주인공은, '최강 이니시에이터' 베인입니다.

▲ 최강의 이니시에이터(?), 베인!


■ 최고의 조작감! 짜릿한 타격감! 재미있는 챔피언, 베인

베인은 가장 인기있는 원딜 챔피언입니다. 아니, 해당 범위를 모든 챔피언으로 넓혀도, 베인은 최상위권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높은 인기의 비결은 직관적입니다. 강하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Q스킬, '구르기'는 재미와 성능, 두가지를 동시에 잡은 스킬입니다. '구르기'를 사용하면 베인이 문자 그대로 지면에서 한 바퀴 구른 후 보너스 공격력을 얻습니다. 대미지 증가도 좋은 옵션이지만, 구르기는 이동기로서의 가치가 더 큰 스킬입니다. 이동 거리가 짧아 장거리를 이동할 수는 없지만 쿨타임이 짧은 만큼 계속해서 구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컨트롤만 뒷받침된다면 베인은 연속 구르기를 통해 상대의 논타겟 스킬을 모두 피하면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를 추적할 경우 이동 속도 보너스가 있는 패시브와도 궁합이 좋습니다. 연속 구르기로 쫓아오는 베인을 보고 있으면 람머스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여기에 만약 베인이 레드 버프까지 갖췄다면? 그녀에게서 도망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구르기의 달인' 베인의 추격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영상 출처: Youtube: 'POS')


구르기가 쾌적한 무빙과 추격의 재미를 담당한다면 '은화살'과 '선고'는 최고의 성능과 타격감을 선사합니다.

은화살은 베인의 정체성과 같은 스킬입니다. 은화살을 습득한 베인이 상대 챔피언을 세 번 타격하면, 상대는 자신의 최대 체력에 비례한 고정 대미지를 입습니다. 상대가 많은 체력과 높은 방어력을 갖추었다고 한들 아무 상관 없습니다. 탱커는 베인 앞에선 한끼 식사일 뿐입니다. '선고'도 좋은 스킬입니다. 베인으로 다가오는 상대를 한 번 밀어낼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상대를 벽으로 밀어붙여 기절 효과를 만들 수도 있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은화살과 선고. 높은 성능도 성능이지만, 타격감 역시 엄청납니다. 은화살 3타의 고정 대미지를 입힐 때 느껴지는손맛은 한 번 맛보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최고의 타격감이라는 평가를 받는 '잭스 3타'와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 없는 타격감을 자랑합니다. '짜릿한 타격감'하면 선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상대 챔피언을 벽으로 꽂아버리는 쾌감은 안써본 사람은 모릅니다.

짜릿한 무빙의 쾌감과 찰진 타격감. 이 두 가지 요소는 베인의 슈퍼 플레이를 더욱 맛깔나게 만듭니다. 베인이 주연인 매드 무비는, 무빙의 탄성과 함께 답답한 가슴까지 뻥 뚫어내는 듯한 시원함까지 제공합니다.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챔피언, 베인. 지금도 많은 솔랭 전사들은, 오늘도 제 2의 '더블리프트'를 꿈꾸며 열심히 협곡 바닥을 구르고 있습니다.

▲ 더블리프트의 베인 플레이. 정말 잘구르고 찰지게 때린다. (영상 출처: Youtube: 'The Carry')


■ 이상은 더블리프트인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픽창에서 베인을 선택할 단계엔 모두가 각자의 머릿속에 더블리프트 베인 플레이를 그립니다. 그 어떤 챔피언이 상대라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모든 공격을 굴러서 피할 수 있을 거 같고, 은화살로 상대 챔피언들을 모조리 쓸어담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현실의 베인은 '캐리'의 역할보단, '이니시에이터'의 역할을 더 자주 수행하곤 합니다.

보통, 이니시에이팅은 직접 스킬을 사용하여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최상급 이니시에이팅 스킬이라고 불리는 말파이트와 애쉬의 궁극기가 좋은 예입니다. 이니시에이팅이 제대로만 들어간다면, 상대는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팬들은 이런 강력한 이니시에이팅을 '강제 이니시에이팅'이라고 부르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 인섹의 강제 이니시에이팅. 잘들어간 이니시에이팅은 승패를 결정짓는다. (영상 출처: Youtube: 'pentakill.tv')


앞서 언급한 말파이트와 애쉬 외에도 강제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챔피언은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단계 위인, '초강력 슈퍼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챔피언이 존재합니다. 바로 베인입니다. 궁극기도 필요 없습니다. 베인의 구르기는 LoL 최고의 이니시에이팅 스킬입니다.

베인은 먼 거리에서 상대를 견제할만한 수단이 없습니다. 오로지 기본공격에 의존해서 싸워야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맞붙어서 싸우는 건 베인이 원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숙달되지 못한 베인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한 채, 무작정 앞으로 구릅니다. 앞구르기를 통해 생존기를 소모한 베인. 상대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이 없습니다. 따라서 앞구르기 직후, 적의 습격에 의해 높은 확률로 전투가 일어나게 됩니다. 팬들은 이렇게 구르기로 이니시에이팅하는 베인 플레이를 '구르시에이팅'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구르시에이팅을 시도한 베인은 높은 확률로 사망합니다. 구르기를 소모한 베인이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점멸뿐이고, 그마저도 적의 집중포화 앞에선 무력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서포터들은 밴픽 단계에서 아군 베인만 봐도 그 기억에 몸을 떨곤 합니다. 많이 당했으니 말이죠. 처절하게 말이에요.

▲ 적의 체력이 적을 경우에 발동되는 베인의 패시브 스킬, 구르시에이팅! (영상 출처: Youtube: '투낙갓')


■ 모든 양의 기운이 베인에게 몰린다! OP의 여신, 베인에게 미소 짓다.

구르시에이팅이라는 무서운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베인. 하지만 최근 베인의 평가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현재, 베인은 최고의 원딜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니, 이젠 베인 말고는 마땅히 선택할 원딜러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베인은 패치가 진행되면 될수록 너프되었던 챔피언입니다. 최근엔 선고에 관한 버프가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너프와 역사를 함께 해왔습니다. 은신의 지속시간이 크게 감소했고, 대미지를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하향 조정을 겪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베인은 2015년 9월 9일, fow.kr 통계를 기준으로 픽률 50.8%로 압도적인 1위, 승률도 52.05%를 마크하며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높은 픽률과 승률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베인은 최고의 OP 챔피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OP 챔피언의 지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베인 (통계 출처: fow.kr)


베인은 메타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챔피언입니다.

과거, 롤챔스는 '빨리빨리' 메타, 즉 철거 메타가 유행했습니다. 많은 팀들이 케이틀린과 같은 사거리 긴 챔피언을 선택, 빠르게 오브젝트를 획득하며 스노우 볼을 굴리는 방식의 운영을 선호했습니다. 성장에 시간이 필요한 베인은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따라서 등장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탱커 챔피언들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탱커를 상대하는 것에 있어, 베인만한 챔피언은 몇 없습니다. 덧붙여 경기 템포도 그 시절보단 많이 늦어져 베인이 성장할 시간도 어느정도 벌었습니다.

▲ 롤챔스를 대표하는 두 챔피언, 모두 베인에겐 한 끼 식사다.


베인은 아이템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베인의 신규 아이템 '몰락한 왕의 검'의 등장으로 인해 날개를 답니다. 몰락한 왕의 검은 베인과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낳았습니다. 공격 속도와 추가 대미지는 평타 위주의 공격을 펼치는 베인의 화력에 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사용 효과와 생명력 흡수 역시 베인에게 잘 맞는 옵션이었습니다. 몰락한 왕의 검은 베인에게 있어 제 2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 베인의 제 2의 심장, 몰락한 왕의 검


'무한의 대검' 너프도 베인에게 있어 호재로 작용합니다. 무한의 대검은 평타 기반 원딜러들의 코어 아이템입니다. 베인에게도 좋은 아이템이지만, 다른 원딜러처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아이템은 아닙니다. 무한의 대검의 치명타 확률이 너프되었고, 그것은 평타 기반의 원딜러 하향을 의미했습니다. 다른 원딜의 하향은? 곧바로 베인의 간접 상향으로 이어집니다.

'란두인의 예언' 변경 역시 베인에겐 희소식입니다. 변경된 란두인의 예언은 치명타 피해를 10% 감소시킵니다. 상대적으로 치명타 의존도가 다른 평타 기반 원딜러보다 낮은 베인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물론 다른 원딜러들에겐 치명적이었지만요.

▲ 란두인의 예언 옵션 변경도 베인에겐 큰 영향이 없었다


메타와 아이템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던 베인. 베인이 OP 챔피언이 된 이유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베인의 성장 잠재력은 엄청났지만, 상대적으로 라인전 능력이 떨어져 성장하기 쉽지 않은 챔피언이었습니다. 아무리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한들, 라인전부터 크게 말리면 손쓸 방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다른 원딜 챔피언들의 연속적인 너프로 인해 베인은 라인전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어느정도 벗습니다. 여기에 소나를 비롯한 견제형 서포터들이 봇 라인에서 그 모습을 감추자, 더욱 자신있기 라인전을 풀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점이었던 초반 단계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게 된 베인. 이것만으로 그녀는 완벽에 가까워 집니다.

메타의 변화와 아이템/챔피언의 밸런스 패치. 모든 변화가 베인의 OP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베인은 적이 아닌, 팀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구르시에이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베인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선택하지 않으면, 되려 쓴소리가 나오는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롤챔스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섬머 시즌 막바지부터 떠오른 베인은 리그를 지배했습니다.

▲ 잘 큰의 베인의 구르시에이팅은 말파이트 궁극기 이상이다 (영상 출처: OGN)


■ 그래서 베인은 오늘도 구른다. 팀을 위해! 살기 위해! 나의 재미를 위해!

베인은 부인할 수 없는 OP 챔피언입니다. 그런데도 베인에게 아직 '구르시에이팅'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건, 그동안 베인이 보여주었던 수많은 기행(?) 때문입니다. 실제, 지금 기사를 읽고 계시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잘 큰 베인들이 팀원들의 승리에 대한 소망을 구르기 한 번으로 날려버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많은 유저들은 베인을 플레이 합니다. 베인은 참 기묘한 챔피언입니다. 왠지 베인만 잡으면 자신이 강해지는 느낌입니다. 비록 플레이의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다음 판도 베인이 하고 싶어집니다. 왠지 이번엔 잘 될 거 같거든요. 게임의 본질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때, 베인은 10점 만점을 줘도 부족한 챔피언입니다. 게다가 지금의 베인은 재미만있는 것도 아닙니다. 성능도 뛰어나 성적도 보장된 챔피언입니다.

오늘 플레이할 여러분의 랭크 게임에도 아마 베인은 등장할 것입니다. 그 베인은 최고의 퍼포먼스로 팀을 캐리하는 '영웅'과 같은 진정한 원딜러일까요? 아니면 구르시에이팅으로 팀에 절망을 선사하는 '최고의 이니시에이터'일까요? 솔랭 전사들에게 건투를,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

▲ 오늘의 베인은 슈퍼 캐리? 파워 이니시에이터?!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