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

프로게이머가 되고, 우승, 최고의 선수,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게임 하나에만 매달린다. 설령, 그 목표를 이뤘다고 해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건 올라설 때보다 훨씬 힘들고, 고독하다. 한때는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봤지만, 영원한 1등은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경기력도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열정도 예전 같지 않게 되며 결국, 은퇴를 결심한다.

화려하고 거침없는 입담과 퍼포먼스로 안티와 팬들을 두루 섭렵했던 장민철은 스타2 자유의 날개 최고의 프로토스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대회에서도 밥 먹듯 우승을 차지했고, 스타2에서 'MC'는 대스타였다. 하지만 장민철도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 같은 강력함을 자주 보여주지 못하며 지난 2015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1년 뒤, 장민철은 CJ 엔투스 소속 현역 프로게이머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미 우승도 해볼 만큼 해보고 프로게이머로서 정점을 찍은 선수가 왜 다시 선수로 복귀했을까? 의문이 생겼고, 해답을 찾기 위해 CJ 엔투스 숙소가 위치한 일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Q. CJ 엔투스 소속으로 보니 느낌이 새롭다.

어떻게 하다 보니 다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게 됐다. 좋아해 주는 분들도 있고, 탐탁지 않아 하지는 분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성적을 잘 내서 모두에게 환영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2015년 6월 정식으로 은퇴를 선언했었다. 당시 선수로서 열정이 식은 게 이유라고 알고 있는데?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은퇴까지 고려하진 않았다. 새로운 팀을 구하고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조건과 맞는 팀이 없더라. 거기서 약간 회의감도 들었고,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은퇴하게 됐다.


Q. 은퇴 이후 개인방송을 활발히 진행했다. BJ 장민철로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방송 초기에는 구설에 많이 올랐다(웃음). BJ로서 약간 부족했던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사실 방송 초기에는 스타2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했다. 그런데 팬들이 스타2 방송을 많이 원하기도 했고, 공허의 유산이 처음 나와서 해보니 재밌더라. 그래서 스타2만 하게 됐다.

콩두에서 아무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방송을 하면서 그래도 월 200정도는 벌었다. 그리고 이자리를 빌어 프로게이머 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고 서경종 대표님에게 말씀드렸는데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고, 시청해주신 분들과 후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팬들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선수로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Q.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6 IEM 타이페이 참가하기도 했는데?

개최 측에서 초청 제의가 들어왔다. 그 전에 레드불 배틀 그라운드에서 'HuK' 크리스 로란줴와 집정관 모드 대회를 나갔는데 우승하기도 했고, 해외에서는 그래도 아직 'MC'가 죽지 않았다고 봐준 것 같다(웃음).



Q. 다시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본인이 먼저 CJ 엔투스에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맞나?

올해 1월에 한국e스포츠협회 포스팅을 통해 국내 팀에 합류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선을 꾸준히 참가했고, 예선 현장에 가면 권수현 감독님이나 최연성 감독님 정도 하고만 종종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이번 GSL 예선에서 권수현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고 합류하게 됐다. 이번 예선을 뚫으면서 정말 승리의 맛을 다시 느낀 게 결정적이다.


Q. 애초부터 CJ 엔투스를 원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내가 가고 싶은 것 보다 나를 원하는 팀이 있으면 어디라도 상관없다. 내가 가서 잘하면 팀도 잘해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


Q. 팀원들과 적응은 끝났나?

원래 (한)지원, (신)희범이랑은 IM 시절부터 친했고, (김)준호와는 해외 대회에서 많이 나가면서 친해졌다. 그리고 해외팀 시절 연습을 도와준 CJ 연습생 장 욱이랑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 나머지는 잘 모르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다 친해졌다.


Q. 프로게이머로서 정점을 찍어봤기 때문에 다시 선수로 복귀한 현재 목표가 좀 다를 것 같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1년 쉬어서 기량을 빨리 끌어올리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17일 GSL 코드A를 뚫고 코드S 합류다. 프로리그에서는 출전 기회가 생기면 3라운드에서 3승 정도 챙기고 싶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고 성적은 곧 돈으로 이어지지 않나? 잘해서 성적을 내고 싶고 많은 돈을 벌고 싶다.


Q. 현재 기량은 어느 정도인지?

대회 경기 기준으로 치면 팀에서 3~4등은 되는 것 같다. 경험이 많고 단판제 경기에서 자신이 있는 편이라 준호나 지원이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챙길 자신은 있다.



Q. 예전보다 많이 겸손해진 것 같다.

아직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CJ 엔투스 팬들 중에 내가 합류한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더라. 선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로스터 인원 채우기 용으로 보는 분들이 있다. 성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말로 먼저 어필하는 건 조금 조심스럽다.


Q. 얼마 전 GSL 코드A 예선도 통과했다. 현실적인 코드S 진출 가능성은?

상대 선수가 어려웠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서태희 선수가 충분히 해볼 만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래더에서도 이겨봤다(웃음).


Q. 김준호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서로 그냥 조언만 하는 정도다. 서로 크게 관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원이가 토스전을 많이 어려워해서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영봉이가 연습실에서는 정말 잘하는데 방송에서 그 모습이 나오지 않아 선배로서 말을 해주고 있다.


Q. 원래 워낙 입담이 좋고 쇼맨십이 강했던 선수라 팬과 안티가 공존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복귀 기사가 떴을 때 좋은 글보다 악플이 많았다. 그래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무플보단 악플이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잘해서 돈도 많이 벌고 성적으로 말하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