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에는 '3강'이라는 단어가 있다. SKT T1과 ROX 타이거즈, kt 롤스터에게는 뭔가 다가가기 힘든 포스가 있어서 생긴 표현이다. 실제로 지난 스프링 시즌에 위의 세 팀은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 3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3강' 구도. 섬머 시즌이 시작되고 굳건했던 3강 구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SKT T1은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뽐냈지만, ROX 타이거즈와 kt 롤스터가 주춤했다. 그러자 그들의 자리를 진에어 그린윙스와 삼성 갤럭시가 빼앗았다. 빼앗은 팀의 기세도 좋았기에, 이번에야말로 3강 체제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New 3강'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하지만 웬걸. 1라운드가 종료된 시점에서 순위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기승전 3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1위에 kt 롤스터가, 2위에는 ROX 타이거즈, 3위에 SKT T1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세 팀의 최근 분위기는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1라운드는 '3강 체제'로 마무리됐다.


■ 몰락은 없었지만, 세 번 넘어진 SKT T1


지난 스프링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 SKT T1의 김정균 코치는 무대에 올라 명언을 남겼다. "SKT T1에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고. 그리고 김정균 코치의 호언장담은 계속 효력을 발휘했다. 201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도 부진을 겪은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연패 후에 얻은 달콤한 결실이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에 롤챔스 섬머 시즌에 나서게 된 SKT T1. 사실 많은 이가 걱정했다. 지난 스프링 시즌과 MSI처럼 이번에도 SKT T1이 초반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SKT T1은 승승장구했다. 팬들 사이에서 'SKT T1의 미드 2차 타워가 파괴되는 것'이 쟁점이 될 정도로 SKT T1의 경기력은 엄청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SKT T1의 자신감이 최근 무너졌다. 그것도 세 번이나. SKT T1은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1:2로 패배하며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당시 진에어 그린윙스의 기세가 워낙 좋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SKT T1은 아프리카 프릭스에게도 완패를 당했다. 심지어 1세트에는 '킬 포인트 퍼펙트게임'을 당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SKT T1이 여름 들어 처음 경험한 부진이었다.

본래 계속 이기다가 한 번 크게 넘어지면 추스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 SKT T1은 이러한 법칙에서 자유로운 듯 보였다. 그들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 완승하며 곧장 회복을 마쳤다. 하지만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ESC 에버에게 세트 스코어 1:2로 패배, 1라운드를 기분 나쁘게 마쳤다. 1세트에 꽤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SKT T1은 2세트에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예상치 못했던 1세트 완패에 충격을 받아서였을까. SKT T1은 3세트에 또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SKT T1의 패배. 그만큼 충격이 컸다.

▲ 한 번

▲ 두 번

▲ 그리고 세 번. SKT T1은 크게 넘어졌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던 김정균 코치의 말. 1라운드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 표현을 살짝 바꿔야 할 것 같다. 현재 SKT T1에 몰락은 없지만, 부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2라운드에 얼른 경기력을 회복해 '3강 체제'의 대장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그들의 자리를 노리는 팀이 생각보다 많고 강력하다.


■ 주춤했던 ROX 타이거즈, 다시 이빨을 드러내다

▲ 이빨, 앙~

ROX 타이거즈는 '봄의 맹호'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스프링 시즌만 되면 엄청난 기세를 선보이며 모든 팀을 꺾어 버리는 경기력을 자랑했다. 섬머 시즌에는 조금 힘이 빠지는 듯했지만, 따지고 보면 2015 롤챔스 섬머 시즌에도 ROX 타이거즈는 3위를 기록, 여전한 강팀의 면모를 자랑했다. 그저 봄보다 여름의 경기력이 살짝 약했을 뿐.

이번 섬머 시즌 초반에도 작년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듯했다. 준수한 성적은 유지했지만, 스프링 시즌의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는 못했다. 삼성 갤럭시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패배했고, 이제 막 롤챔스에 합류한 MVP와도 접전을 벌이는 등 ROX 타이거즈답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그들이 그토록 걱정하던 '2015년 섬머 시즌의 부진'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ROX 타이거즈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롱주 게이밍전에서 세트 스코어 2:0 완승을 할 때부터 ROX 타이거즈의 매서운 경기력이 살아났다. 이후, ROX 타이거즈는 진에어 그린윙스와 아프리카 프릭스 등 쟁쟁한 팀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0 완승 행보를 이어가며 기분 좋게 1라운드를 마쳤다.

시즌 초반 ROX 타이거즈가 보였던 단점은 명확했다. 메타를 선도하고자 했던 그들의 자신감이 독으로 작용했으며, 특유의 속도전을 발휘할 기회를 잘 찾지 못했다. 곧장 선수들이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팬들은 'ROX 타이거즈는 봄에만 강력하다"는 평가를 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스멥'의 최근 전적

조금씩 2015년 여름의 악몽이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ROX 타이거즈가 서서히 살아났다. 아쉬웠던 스웨인 픽을 버리고 자신에게 꼭 맞는 챔피언들과 함께 돌아온 '스멥' 송경호가 먼저 눈에 띄었다. 주춤했던 '피넛' 한왕호는 '마법공학 초기형 벨트-01'을 활용하는 엘리스와 함께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미드 라인에서는 '쿠로' 이서행과 '크라이' 해성민이 번갈아 가며 출전해 팀의 허리를 잘 지탱했다. '프레이' 김종인은 진으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고, '고릴라' 강범현 역시 예전 기량을 많이 회복한 모습이다.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한 채 주춤거리던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잔뜩 드러낸 채 2라운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의 강력함,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욱 유려한 면모를 자랑하게 된 ROX 타이거즈. 지금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ROX 타이거즈는 '3강'의 한 축으로 오래도록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 '여름 왕자' kt 롤스터, 그들의 여름은 이제 시작이다


kt 애로우즈가 롤챔스 우승을 차지했던 계절은 여름이었다. 그리고 kt 롤스터가 SKT T1과 결승에서 만나게 된 계절도 여름이었다. kt 롤스터는 여름만 되면 각성했다. 평소에도 강팀으로 분류되지만, 섬머 시즌에서의 경기력이 더욱 뛰어났다. 팬들은 kt 롤스터에게 '여름 왕자'라는 멋진 별명을 붙여줬다.

그런데 '여름 왕자'라는 별명 때문일까? kt 롤스터는 여름보다 봄에 상대적으로 약했다. '3강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팀답게 상위권에 매번 올랐지만, 경기력에 기복이 심했다. 잘 나가다가 한 번 삐끗, 또 잘 나가다가 한 번 주춤. kt 롤스터가 스프링 시즌에 보여줬던 패턴이다. kt 롤스터는 강팀의 위엄과 아쉬운 플레이를 번갈아가며 보여줬고,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이번에는 섬머 시즌 초반부터 kt 롤스터가 흔들렸다. '3강' 간의 대결에서 kt 롤스터는 2패를 기록했다. 강팀 간의 자존심 싸움에서 큰 상처를 입은 셈. '썸데이' 김찬호의 캐리력도, '스코어' 고동빈의 노련함도, '플라이' 송용준과 '애로우' 노동현, '하차니' 하승찬의 재기발랄함도 무뎌진 모습이었다. '여름 왕자'의 위엄에 큰 흠집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t 롤스터는 기죽지 않고 다음 경기부터 자신들의 강점을 완전히 드러냈다. 아프리카 프릭스와 ESC 에버, 삼성 갤럭시 모두 kt 롤스터에게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점차 기세를 끌어올린 kt 롤스터는 CJ 엔투스전과 진에어 그린윙스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1 승리를 차지하며 7승 2패로 1라운드 상위권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불안했던 kt 롤스터를 이끈 것은 '스코어' 고동빈과 '하차니' 하승찬이었다. 두 선수 모두 꾸준하게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이들이 활약하자 살짝 흔들렸던 나머지 팀원들도 예전 기량을 모두 회복했다. 특유의 똑똑한 운영이 되살아났고, 강팀다운 한타 파괴력도 돋보였다. 날카로움을 잃어가던 김찬호와 송용준, 노동현의 캐리력이 다시 날을 바짝 세웠다.

kt 롤스터는 분명 '여름 왕자'다. 시즌이 진행되고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그들의 경기력이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시즌 초반에 살짝 주춤했던 것은 아직 날씨가 완전히 덥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kt 롤스터의 진정한 여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