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도 많이 읽고 들어서 지겨울 수도 있다. 나오는 기사마다, 소문마다 TSM이 정말 잘한다고 알려주고 있으니까. 그때마다 돌아오는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다.' 혹은 '북미는 수준이 낮다'는 말.

하지만 분명히 그들과 함께 연습했던 프로게임단과 LoL을 잘 안다는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서 칭찬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할 터. 그래서 준비했다. 정말 TSM은 그리도 강력한가? 그리고 대답부터 하자면 정말 강하다.


■ 객관적인 수치

일단 어느 팀이 잘하는지 알아보려면 이미 나와 있는 수치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다. TSM은 북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NA LCS 팀 중에 하나다. 그들이 이번 섬머 시즌에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알아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TSM은 2016 NA LCS 섬머 정규 시즌에 무려 17승 1패라는 성적을 거뒀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딱 1세트만 패배했을 뿐이다.

개개인이 남긴 성적도 뛰어나다. 모든 팀원이 라인별 KDA 순위에서 압도적이다. 정글러인 '스벤스케런'을 제외하면 모든 라이너가 KDA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있다. 하긴 17승 1패를 기록했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압도적인 리그 성적이 단순한 운이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는 지표다.

※ TSM의 라인별 정규시즌 KDA
하운처 : 4.2 (탑 라이너 중 1위)
스벤스케런 : 4.8 (정글러 중 4위)
비역슨 : 7.1 (미드 라이너 중 1위)
더블리프트 : 6.0 (원거리 딜러 중 2위)
바이오프로스트 : 8.3 (서포터 중 1위)


■ TSM의 강점 1 - 속도전

선수들의 개인 역량이야 사실 예전부터 좋았다. TSM은 우승을 했을 때는 물론, 잠깐 왕좌에서 내려왔을 때 역시 그랬다. 그렇다면 이번에 정말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많은 이가 알고 있듯이 TSM은 '속도전'의 강자로 변신했고, 그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속도전은 '라인전 주도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TSM 역시 이와 궤를 함께한다. 라인전에서 반반 싸움을 곧잘 하는 탑 라이너 '하운처'를 제외하면 미드와 봇 라인에서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 미드 2:2 구도에서 쉔과 트런들이 빠르게 합류

별다른 라인 손해를 볼 상황이 아니라면, TSM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허점을 노린다. 미리 라인을 정리해두고 다수의 챔피언이 빠르게 뭉쳐 돌파할 곳을 찾는다. 그러다가 상대가 라인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그 반대 라인으로 몰려가서 이득을 취한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다.

▲ 이런 구도는 TSM 경기에서 자주 등장했다

섬머 시즌 동안 TSM은 마치 '싸움닭'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저 싸우려고만 하진 않았다. 그들은 공격적인 운영과 발 빠른 합류전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공격성을 선보이며 NA LCS를 평정했다.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검과 같았다. 상대를 베어낼 정확한 타이밍을 잘 아는 것과 같은 날렵한 움직임. 이번 섬머 시즌의 TSM이 줄기차게 보여줬던 경기력이었다.


■ 강점 2 - '세체미'에 도전하는 비역슨

여전히 언론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그런데 요새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페이커'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름이 많이 들리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는 '북체미'라고 불리는 TSM의 에이스 '비역슨'이다. 이번 시즌 '비역슨'의 활약으로 TSM이 한 단계 위의 클래스로 올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커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 남자 '비역슨'은 특별히 어떤 점이 뛰어난가? 일단, '비역슨'은 스노우볼링에 가장 중요한 항목인 라인전이 매우 강력하다. '비역슨'의 라인전은 '페이커'의 라인전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자기가 불리한 상황, 상성에도 결코 주눅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여 주도권을 가져온다. 반대로 자신이 유리하면 그것을 놓지 않고 거세게 압박하여 스노우 볼을 만든다.

게다가 '비역슨'은 기복이 없고 안정적이다. 웬만해서는 라인전에 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항상 속도전에 발판을 만든다. 캐리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그만큼 쓰로잉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비역슨'은 다르다. 라인전, 로밍, 한타 등 모두 안전하게 꾸준히 잘해내는 선수고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 NA LCS 주전 미드 중 가장 안 죽었다

이 통계를 보면, '비역슨'은 이번 시즌에 가장 적게 죽은 미드라이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킬이 적은가? 그것도 아니다. NA LCS 모든 선수 중에 7위로 킬을 올린 선수가 '비역슨'이다. '비역슨'의 안정적인 캐리력은 TSM이 이번 시즌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 외에도 로밍, 운영, 챔프 폭, 피지컬 등 미드라이너에게 요구되는 덕목에서 '비역슨'은 최상위 플레이어다. LoL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미드 라인에 '비역슨'을 가지고 있는 TSM은 축복받았다.


■ 강점 3 - '더블리프트',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그대로

'더블리프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점은 피지컬이다. 1세대 프로게이머인 그는 아직도 세계 최정상급의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좋은 피지컬을 강한 라인전으로 연결되는데, '더블리프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TSM의 봇라인은 대부분 주도권을 잡으며 싸움을 유도했고 이득을 굴렸다. 실질적으로 TSM이 속도를 내는 구간은 여기서부터였다.

'더블리프트'는 빨라진 속도를 끝까지 밀어 부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는 경기를 끝내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한타 페이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뛰어난 피지컬이 여기서도 빛이 난다. C9과의 결승전에서 사용한 루시안 플레이는 정말 '억' 소리가 났다. LoL를 결국 '원딜 놀음'이라는 말을 몸소 증명했다.

▲ 루시안의 끝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단점인 '쓰로잉'을 고친 것이 고장 나지 않는 엔진 역할을 해줬다. '더블리프트'는 이전까지는 애매한 상황 판단, 한타 포지션 등 안전성에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원거리 딜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더블리프트'는 항상 아쉬웠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옛날의 '더블리프트'가 아니다. 위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고 스킬과 상황을 계산해가며 적재적소에 딜을 넣는다. 통계를 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는 이번 시즌 NA LCS 원딜 중에 가장 적게 죽고, 가장 많이 죽인 선수다.

▲ 정말 안 죽었다

단점을 버린 '더블리프트'는 기어도 변형이 가능하다. 이제 그는 원딜 캐리 전략만 고수하는 선수가 아니다. 원딜을 밀어주는 전략이 아니면 힘을 쓰지 못 했던 예전의 한계를 탈피했다. 진, 애쉬 등 보조 역할이 중점이 되는 챔피언도 잘 다루었고, 회피기 없는 챔피언을 플레이하더라도 옛날처럼 쉽게 잘리는 일이 없어졌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안정적인 포지션을 잡고 딜을 퍼부을 수 있는 선수가 됐다.


■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 강점만 있는 팀은 없다. TSM 역시 약점을 보유한 팀이다. 그것이 수많은 강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을 뿐. 그들은 달라지기 전의 단점을 완벽하게 떨쳐내지 못한 장면을 몇 차례 연출했다. 물론, 많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그렇게 압도적으로 리그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을 테니까.

일단 그들은 여전히 무리한 플레이를 보였다. 피닉스1과의 3세트에 '비역슨'은 라인을 무리해서 밀다가 상대의 갱킹에 킬을 허용했고, 이를 도우려던 '스벤스케런'은 '점멸'까지 소모한 채 죽고 말았다. 이는 미드-정글 시너지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TSM에서 나와서는 안 될 실수였다. 이후, 이런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롤드컵에서 또 이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 미드와 정글은 한 몸?

또 하나의 단점은 그들의 공격성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장점으로 계속 설명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냐고 묻고 싶다면 조금 더 기사를 읽어보라.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건 그들의 '지나친' 공격성이다.

분명 경기에서 시종일관 유리한 고지에 자리를 잡고 상대를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다. 어떠한 강팀이라도 경기 내에서 크고 작은 위기에 봉착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그런 상황이 오면 분위기를 잘 보면서 어느 정도 후일을 도모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TSM은 그러지 않는다. 불리한 순간에도 오직 공격 일변도를 선택한다. 이게 잘 통하면 역전의 발판이 된다. 만약 실패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소개했던 피닉스1과의 3세트를 살펴보자. TSM은 불리한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특유의 공격성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먼저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이는 독으로 작용했다. 탑 라인에서도 먼저 싸움을 걸어 이득을 봤지만, 욕심을 부리다가 합류한 상대에게 거꾸로 킬을 내줬다. 물론, 워낙 전력상 큰 차이를 보이는 양 팀의 경기였기에 팽팽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롤드컵에는 그 정도 전력 차이를 보이는 팀이 많지 않다는 걸 명심하자.

▲ 참아야 할 때 참지 못하면 화를 입는다



TSM은 정말 그리도 강력한가

이 기사의 제목이다. 우리는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그들의 경기력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TSM은 확실히 강점이 약점보다 훨씬 많은 팀이다. 그들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났다. TSM은 LCK 중상위권 팀들의 특징을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명확하고 확실한 두 명의 캐리 라인과 공격적인 운영. 약간 보태서 표현하면 아프리카 프릭스나 ROX 타이거즈가 생각나는 경기력이었다.

이번 롤드컵에서 TSM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최소 8강, 최대 결승'이라는 답을 했다. 현실이 될지는 모른다. 이론과 예상대로만 흘러간다면 누가 LoL e스포츠를 즐기겠는가.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TSM은 프로게임단과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기 충분한 강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