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해외 진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시리 섭섭하다. 오랫동안 함께 알고 지내온 친구를 못보게 되는 기분이다. 선수 생활이 길었던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늘 인터뷰 자리는 해외로 진출하게 된 주인공이 팬들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썸데이' 김찬호는 2013년 kt 롤스터에 입단해 4년 동안 LCK를 지켜줬다. 친동생처럼 귀여운 외모에 저돌적인 탑 라인전 실력은 반전 매력이었다. 팀을 책임지는 소년가장 이미지도 있었기에, kt 롤스터를 떠나 팀 디그니타스로의 이적 소식에 아쉬움이 더 컸던 듯하다.

김찬호의 생각이 궁금해 인천 부평 근처서 그를 만났다. kt 롤스터를 떠나는 이유와 심경, 새로운 팀 디그니타스에 대한 기대, 해외 생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김찬호가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도 들을 수 있었다.


Q.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 어떻게 지냈는지 소식을 알려줄 수 있을까?

디그니타스에 영입이 되어, 한국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시 쉬고 있고, 곧 팀과 함께 연습을 시작할 예정이다.


Q.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된 팀원들과 인사를 나눴나? 팀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다.

일단, 인사를 나눈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내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고 외국인 선수들이 있어서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이 낯을 가리진 않는데, 대체로 조용한 편인 듯하다.


Q. kt 롤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 있는데, 오랫동안 몸 담았던 팀을 떠나 아쉽진 않은가?

나보다 더 상징적인 '스코어' (고)동빈형이 있어 kt 롤스터는 건재할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팀이고 모든 것이 신기했을 때부터 있던 곳이기에 팀을 떠나는 의미는 남달랐다.


Q. 처음 kt 롤스터에 합류했을 때 왜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느꼈는가?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했다. 사실, 지금도 내가 프로게이머가 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동경하며 자랐다. 그래서 내가 동경의 대상이 됐다는 자체가 신기했던 것 같다.


Q. kt 롤스터가 자신을 잡아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있었는가?

서운한 것은 당연히 있다. 계약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나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kt 롤스터 역시 그랬다. 서로의 이해가 맞았기에 이별하게 된 것 같다. 나의 경우, 4년 동안 비슷한 환경, 조건에서 생활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었다. 이번 이적을 통해 아직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Q. 국내에서 활동할수도 있었을텐데, 해외 진출로 가닥을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계속 국내에서 뛰려고 했다면, kt 롤스터에 남았을 것이다. 가장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해외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재미도 있을 것 같고. 다만, 한국 팬들에 관심에서 멀어질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Q. 그런 의미에서 국제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더욱 생길 것 같은데?

상상해봤는데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가워 껴안아 줄 것 같다. 나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정말 좋고 팬은 프로게이머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한국 팬들과 자주 소통할 계획이다. 해외팀 팬들과의 만남도 기대된다.


Q. 한국을 떠나기 전, 크리스마스에 팬 미팅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팬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함인가?

다른 선수들이 팬미팅을 여는 걸 자주 봤다. 팬 분들이 원하면 나도 열어보고자 했다. 해외로 나가기도 하고 팬 분들이 어려워서 말을 못했다고 하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팬미팅을 갖게 됐다. 다행히 나와 팬분들 모두 크리스마스에 시간이 남아서 만날 수 있게 됐다.


Q. 크리스마스에 팬 미팅을 잡은 이유가 있을까?

부트 캠프 일정 때문에 쉬는 날이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스마스에 일정을 잡았다. 그날 게임을 하고 있으면 내가 이러려고 프로게이머 했나 자괴감이 들 것 같기도 했다(웃음).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해외에 나가는게 마치 군대 가는 느낌이다. 친구들이 '많이 놀고 가라' 해서 이번 기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게획했다.


Q. 팀 디그니타스에 '체이서' 이상현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인가?

특별히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 솔로 랭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이고, 주위 선수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어서 함께 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5분 세체정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웃음), 호흡만 잘 맞춘다면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Q. 현재 메타가 탑 라인 위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는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팀이 정글러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모든 부분에서 잘하려고 노력하겠다. 해외 탑 라이너들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도 북미로 많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해야 진짜 짱이지 않을까(웃음)?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맞춰서 하겠다. 공격과 수비 모두 할 수 있는 탑 라이너라는 게 나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Q. 함께 호흡을 맞추는 외국 선수들의 실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팀에 들어오려고 했을 때 팀원들 영상을 봤는데 괜찮은 것 같았다. 원거리 딜러가 새롭게 들어왔는데, 나이가 어려서 멘탈을 지켜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소통을 잘해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영어가 부족해서 의사소통이 힘들 수 있으니 팀원들이 언어와 문화를 잘 알려줬으면 좋겠다.


Q. 다음 시즌에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팀 주축 선수들이 많이 바뀌면서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스프링 시즌에는 5위 정도를 목표로 잡고, 열심히 노력해서 섬머 시즌에 결승에 오르고 싶다. 게임적인 부분에서 나는 아직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게임 외적으로는 모든 것이 기대된다. 많은 곳을 가보고 싶고, LCS 팬들도 만나보고 싶다.


Q. 인터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올해 kt 롤스터 선수들이 (고)동빈형을 제외하고 모두 흩어졌지만, 동빈형을 포함해서 모두들 다 잘 됐으면 좋겠다. 동빈형은 꼭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팬 분들께도 부탁드리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나를 생각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사진=박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