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 출전 경험이 있는 팀. 다섯 명의 팀워크가 돋보인 팀. 변칙적인 전술과 전략으로 상대를 당황케 했던 팀. 이러한 특징을 모두 보유한 팀은 어디일까. 바로 다섯 명, 아니 여섯 명의 '안경 용사'가 뭉친 MVP다.

이들은 짝수와 지독하게 엮인 팀이기도 하다. 처음 LCK에 합류해서 6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제 막 승격한 팀인 점을 생각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그리고 2017 스프링 스플릿에는 여러 팀을 제치고 4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 다음에는 8위로 주춤했다. 6과 4와 8. 모두 짝수다.

아직 1라운드도 채 끝나지 않긴 했지만 이번 2018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MVP의 순위가 궁금해진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1라운드가 막바지에 다다른 현재 MVP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 MVP는 LCK 순위표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보이는 자리에 있다. 항상 짝수 순위로 스플릿을 마무리했던 MVP라서 그런지 지금 MVP는 최하위인 10위에 머물러 있다.


꼭 누군가는 '슬럼프'
다섯 명이 동시에 잘한 적이 없다


모든 선수가 두루 활약한다는 말이 있다. 표현 그대로 모든 선수가 1인분 혹은 그 이상의 플레이를 해준다는 뜻인데, 이건 팀 게임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 팀에 적은 수의 선수가 있는 스포츠일수록 저 말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한 팀에 소속된 인원이 많으면 한두 명이 아쉬운 모습을 보여도 나머지 팀원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거나 부족한 부분만큼 내가 뭔가 더 하기 쉽다. 많은 팀원이 조금씩 그 무게를 감당해주면 되니까.

LoL은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되는 게임이다. 일단 팀 게임인 만큼 전 라인에 위치한 프로게이머가 제 역할을 해줘야 승리에 가까워진다는 말이 성립된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출전 팀원이 총 다섯 명 밖에 되지 않기에 각자 맡은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해줘야 한다는 말도 된다. 그래야 그 팀은 모두가 인정하는 강팀이 될 수 있다.

현재 MVP는 안타깝게도 여기서 부족함을 드러낸다. '애드' 강건모와 '비욘드' 김규석, '이안' 안준형, '마하' 오현식, '맥스' 정종빈은 팀 초창기부터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동시에 잘한 적이 사실상 없다. 꼭 누군가 한두 명의 경기력이 매우 좋으면 다른 쪽이 흔들렸다.


MVP의 초창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비욘드'였다. 당시 그는 신예다운 패기 넘치는 공격성은 물론, 신예 정글러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노련함도 보유하고 있었다. 걸출한 베테랑 정글러와의 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승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다른 라이너들은 아직 LCK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비욘드'가 더 돋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탑 라이너 '애드'도 두각을 드러냈다. 마침 '비욘드'도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터라 MVP의 상체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조커 카드 사이온과 뽀삐 등 변칙적인 챔피언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자르반 4세를 오랜만에 LCK의 탑 라인으로 불러와서 활약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포터인 '맥스'도 깜짝 카드인 브랜드나 바드를 비롯한 다양한 챔피언으로 변수를 만들어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안'과 '마하'로 이뤄진 딜러진이 아쉬웠다. 마무리를 위한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랬던 '이안'과 '마하'가 조금씩 폼을 끌어 올렸다. 그럼 이제 MVP는 모두가 제 역할을 잘 수행하는 팀이 됐을까. 아쉽지만 아니다. 두 명의 딜러진이 두각을 드러내자 원래 잘했던 나머지 선수들이 흔들렸다. 심지어 처음부터 꾸준히 자기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받았던 '비욘드'도 빛을 서서히 잃었다.

이처럼 MVP는 모두가 동시에 잘한 적이 사실상 없는 팀이다. 누군가 존재감을 과시하면 꼭 누군가는 슬럼프를 겪었다. 팀 스포츠의 기본 요건인 '모두가 제 역할을 한다'라는 것에서 항상 아쉬웠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여기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무거운 짐 말이다.


흔들리는 팀워크
MVP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사실 위의 내용은 MVP가 시작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였다. 하지만 MVP는 이러한 불안요소를 가지고도 준수한 경기력과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MVP가 이전보다 더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무너지고 있는 팀워크다.

과거 MVP를 다시 떠올려보자. 분명 모두가 동시에 잘했던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MVP는 이를 지탱하고도 남을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팀워크다. MVP 하면 팀워크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팀으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MVP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그 말을 떠올리기 힘들다.

얼마 전까지 연패를 이어갔던 MVP의 경기를 살펴보면 이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콜 플레이에서의 아쉬움이다. LoL은 팀 게임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빠르고 최대한 정확한 판단은 물론, 이에 대한 재빠른 의사소통이 필수다. 팀 게임에서 의사소통은 곧 팀워크다.

하지만 MVP는 지금 어떤가. 그들의 최대 강점이었던 '똘똘 뭉쳐진 팀워크'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요한 순간마다 서로의 콜이 엇갈리고 이를 통합하지 못한 채 각자 자기가 생각했던 것만 하는 듯한 움직임이 너무 잦았다. 특히 한타와 관련된 장면에서 그랬다. 이니시에이팅에 용이한 챔피언을 잡은 선수가 싸움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데 나머지 팀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한다거나, '순간이동'을 상대 뒤에 활용하고 있는데 나머지 팀원들은 이를 신경쓰지 못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 팀은 마이크를 끄고 경기에 나섰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인 장면도 가끔 발견됐다.


위의 영상에서도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맥스'의 쓰레쉬는 '사형선고'를 적중시키고 앞으로 뛰어들었는데, 이미 나머지 팀원들은 자크와 쉔의 존재 때문에 '맥스'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한타에서 MVP는 대패했다. 당시 MVP의 보이스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누가 봐도 이건 MVP의 팀워크 답지 않은 장면이었다.


해결책을 찾아라
단점 개선은 좋지만, 장점을 잃으면 안된다


이처럼 현재 MVP의 10위라는 성적은 그동안 곯아있던 문제가 장점 상실 때문에 터지면서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번씩 돌아가며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다져진 팀워크로 지탱했던 것이 MVP인데, 지금은 그 장점을 많이 잃고 말았다. 지금의 MVP는 전혀 'MVP스럽지' 않다.

물론, 개선된 점도 있다. 그동안 MVP의 최대 약점은 라인전이었다. 조금이라도 강력한 상대를 만나면 라인전부터 주도권을 잃고 끌려 다니다가 무리한 드래곤 혹은 바론 시도로 패배를 자초한 일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라인전에서의 약점을 많이 개선했다.

하지만 MVP는 단점을 극복한 대신 가장 소중했던 걸 잃어버렸다. 하나로 뭉쳐 통일된 의사소통과 함께 바삐 움직이며 변수를 만들던 MVP는 사라졌다. 대신 이리저리 흩어져 제 할 일만 하는 듯한 MVP가 등장했다.

현재 최하위인 MVP가 1라운드 남은 경기와 그 다음에 이어질 2라운드에 선전하기 위해서는 빨리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존 단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최대 강점을 잃어버리면 절대 안된다. -1인 상태에서 1을 더했는데 여전히 결과값이 -1이라면 본인들도 참 당황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2라운드 반등은 그저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