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무려 14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레이싱 게임이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PC방을 지배하던 시기, 혜성처럼 등장한 국산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가 그 주인공입니다.

2004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트라이더는 동시 접속자 22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출시 9개월 만에 회원 수 1,10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카트라이더도 온라인 게임의 범람 속에서 결국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019년 현재 카트라이더는 PC방 점유율 TOP 10에 안착하며 꾸준히 인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은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개막 첫 주차에 유튜브 VOD 조회 수 110만 회를 돌파했고, 라이벌 문호준, 유영혁 선수가 출전한 3주 차에는 500명이 넘는 관객이 넥슨 아레나를 방문했습니다.

이쯤 되면 카트라이더의 인기 상승의 원동력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카트라이더 1세대 게이머이자 13년 차 e스포츠 해설자인 김대겸 해설에게 카트라이더 인기의 원동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나 뵙게 됐네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트라이더 리그 초대 우승자이며 카트라이더 리그 13년 차 해설자인 김대겸입니다. 반갑습니다.


Q.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한데, 좋은 일이 있나요?

요즘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특히, 넥슨 아레나에 오면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많이 하시더라고요. 확실히 에너지를 많이 받는 거 같아요. 2, 3년 전만 해도 그런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는데, 요즘 워낙 많은 분들이 카트라이더 리그를 사랑해주시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서 저도 덩달아 얼굴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카트라이더 리그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높아진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물론입니다. 가장 체감하는 건 역시 경기하는 당일이에요. 항상 리그 중계가 끝나면 담당 PD에게 그날의 시청자 수를 물어보는데, 이번 시즌에 거의 3~4배 정도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카트라이더 리그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 같아요.



Q. '역주행'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인기인데, 인기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사실 오래전부터 카트라이더 리그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카트라이더 리그의 부흥을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렇게 얻은 피드백을 방송국과 넥슨에 전달을 해왔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로 상황이 잘 맞아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로 카트라이더 신규 유저들을 위한 '혜자' 이벤트가 많이 열리면서 진입 장벽이 많이 허물어졌어요. 신규 유저들에게 다양한 아이템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유저 수가 늘어났는데, 그게 카트라이더 리그 인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카트라이더 리그는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에요. 카트라이더 리그는 한 번 봤으면 계속 보게 되는 게 특징인데, 카트라이더 리그가 재밌다는 입소문이 점점 퍼지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봐주시는 거 같습니다. 끝으로 문호준 선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개인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카트라이더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많이 알린 것도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래도 스피드전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지 않나요?

스피드전의 진입 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에요. 모든 레이싱 게임의 특징이기도 하죠. 그래도 최근에 카트라이더 개발진이 초보 유저를 위해 다양한 모드를 만들어서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피드전 퀘스트 맵을 만들거나 무한 부스터 모드 맵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초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맵을 익히며 주행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문호준, 유영혁 선수가 출전한 날에는 LCK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몰렸습니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 관계자로서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정말 뿌듯하죠. 문호준, 유영혁, 박인재 감독, 김택환 bj 등 카트라이더 선수 및 관계자들과 만나서 했던 말이 있어요. "나는 카트라이더를 1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리그가 열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기쁘다. 앞으로 10년 후 내가 해설을 계속하고 있을지 카트라이더 리그가 계속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너희가 나중에 다른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이게 다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너희가 레전드로 남을 수 있도록 발자취를 남겨줬으면 좋겠다. 도와 달라"고 했어요. 그런 상황이 어떻게 보면 지금 되고 있는 거 같아요. 저는 후배들이 게임을 하면서 신나하는 표정을 보는 게 즐거워요. 1세대 카트라이더 선수이자 해설자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이 많이 감사해요.


Q. 넥슨이 카트라이더 리그를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리그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되면서 선수들의 마인드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덕분에 선수들이 더 의욕적으로 변했어요. 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 선수들에게 굉장히 중요해요. 이 게임에 몰두했을 때 다음을 계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선수들이 더 의욕적으로 변했고 경기력도 올라갔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은 업체에서 선수들과 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아마 다음 시즌부터 지금보다 팀 규모가 더 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라이벌인 문호준, 유영혁 선수가 한 팀이 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사실 문호준, 유영혁 두 선수가 한 팀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저에게 둘이서 팀을 만들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말렸어요. "많은 팬들이 라이벌 구도를 좋아하는데, 조금 섣부른 것 같다"고 조언을 했죠. 그 뒤로 그 선수들한테서 일주일 정도 연락이 없었어요(웃음). 아무래도 선수들의 상황이 중요하다 보니 결국 한 팀이 되더라고요. 나중에 다시 얘기했는데, 제가 이왕 이렇게 팀을 맺었는데, 관중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2주 전에 플레임이 세이비어스에게 패하긴 했지만, 관중들이 충분히 열광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저는 신인 선수들이 그렇게 치고 올라와서 기존의 강자들을 꺾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Q. 아이템전 강자 강석인, 이은택 선수도 플레임에 합류하면서 플레임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저는 아이템전 선수들에게 항상 "아이템전이 무엇인지 팬들에게 보여달라"고 말해요. 이번 시즌부터 아이템전 교체 출전도 가능한데, 아이템전 스페셜 리스트들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 거예요. 아마 시청자들도 '아이템전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감탄하지 않을까 싶어요. 플레임팀은 확실히 아이템전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플레임 팀이 박인수 선수가 속한 세이비어스 팀에게 3주 차 경기에서 패했습니다. 세이비어스 팀의 전력도 만만찮은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세이비어스 팀이 2018 카트라이더 듀얼레이스X에서 우승한 팀인데, 당시 스피드전으로만 진행해서 스피드전이 강한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세이비어스가 아이템전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이템전도 굉장히 강하더라고요. 플레임이 긴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박인수 선수는 3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였어요.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그 실력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주행 능력으로만 보면 박인수 선수를 말릴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강력한 선수예요. 플레임이 긴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Q. 카트라이더 e스포츠 전문가 김대겸 해설은 어느 팀의 우승을 예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그래도 플레임의 우승을 예상합니다. 물론, 우승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만약 지금 상태로 그대로 끝까지 가면 반대로 세이비어스가 우승할 확률이 높을 거 같아요. 플레임은 개인 방송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예전에 했던 것만큼 연습량을 늘리지 않으면 세이비어스에게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카트라이더 팬들이 주목할 만한 팀이 더 있을까요?

이번 시즌에 긱스타 팀도 주목해볼 만 합니다. 긱스타 선수들 모두 관계가 좋아서 합숙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요. 그렇게 체계적으로 연습하면서 선수들의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어요. 이번 대회에서 충분히 입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팀이에요.


Q. 이번 시즌 예선전에서 많은 신인 선수들이 등장했습니다. 오랫동안 굳어진 카트라이더 e스포츠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카트라이더 리그가 오랫동안 해왔던 선수가 계속하고 있는 리그인 건 맞아요. 신인이 치고 올라와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 보니 군대에 가거나 취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재인, 전대웅 등 기억에 남는 선수가 많아요. 아마도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대회가 열렸으면 그 친구들도 계속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 시즌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문호준, 유영혁, 박인수 등 기존의 강자들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예선탈락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세대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원래 모든 스포츠가 결과를 모르고 봐야 재밌잖아요. 지금 카트라이더 리그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팬들이 더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Q. 김대겸 해설이 생각하는 아이템전 실력과 운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9:1이라고 생각해요. 팀전에서 실력 차이가 나면 10:0이고, 비슷한 실력이라면 운이 1정도 차지한다고 봐요. 이은택, 강석인 선수는 8:2라고 말했는데, 겸손하게 얘기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제가 스피드전만 즐겼을 땐 운이 10인 줄 알았어요. 맵을 다 아는데, 아이템만 잘 먹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아이템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팀워크가 가장 중요해요.


Q. 카트라이더 리그 팀전에서 선수 역할 군이 나뉩니다. 주행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도 있고 뒤에서 몸싸움하는 선수도 있는데, 팀적으로 어떤 역할이 더 중요할까요?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모든 스포츠에서 각각의 포지션이 중요하잖아요. 물론 그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이 분명히 있어요. 아무래도 1등으로 들어가는 선수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죠. 과거에는 포지션 구분이 딱히 없었어요. 이제 팀전의 체계가 잡히면서 역할 군을 나눠서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1등으로 들어가는 선수만 주목받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래서 저는 미니맵을 보면서 뒤에서 어떤 경합이 펼쳐지고 있는지 최대한 언급하려고 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팬들도 그런 부분을 다 알아서 1등으로 통과한 선수가 아니더라도 뒤에서 열심히 잘한 선수들에게 환호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Q.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시즌 많은 분들이 경기장에 방문하고 계시는데, 자세히 보면 새롭게 와주신 분들도 많지만, 몇 년 동안 꾸준히 방문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카트라이더 리그의 인기와 상관 없이 항상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재밌는 경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카트라이더 리그가 재밌다는 걸 소문 좀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