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혹은 유럽에서 활동을 하는 선수들 다수는 지금과 같은 오프 시즌에 한국에 휴가를 오곤 합니다. 기자들에게는 이런 시기가 조심스러운 시즌 중을 벗어나 그들의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죠. 먼 지역에서 고생하다가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선수를 모처럼 만나며 느끼는 반가움도 중요한 덤입니다.

LCS의 클러치 게이밍에서 탑 라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후니' 허승훈 선수는 개인적으로도 정말 만나고 싶던 선수였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장난끼 넘치는 눈빛과 표정만 봐도 이미 그가 평범한 사람은 아님은 쉽게 느낄 수 있었죠. 아니나다를까, 한국을 방문한 후니는 'BTS 도르쇼'등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절친한 '뱅' 배준식과 함께 숨길 수 없는 끼를 한가득 방출하고 말았습니다.

후니와 연락하여 인터뷰 날짜를 잡고 나서도 어떤 인터뷰 형식이 좋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후니의 이미지에 맞는 게임을 겸한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정석적인 인터뷰로 포멀하게 진행할 수도 있죠. 하지만 결론은 '일단, 후니에게 맡기자' 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질문도 대본도 없이 진행한 프리토킹 인터뷰. 기자보다 신나서 스스로 많은 걸 말해준 후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하나도 안 변했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온 지 일주일 밖에 안 됐고요.

시차적응은 좀 됐어요?
안 됐고요. 하하! 워낙 비행기를 무서워해서, 비행기 타고 오면 몸이 한 일주일 정도 망가져요. 지금까지도 약간 힘들고... 그래도 요즘은 운동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한국에 휴가 오면 왜 모두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는 걸까요?
음, 워낙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선수 활동을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긴 되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오프시즌 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닐까. 저도 오늘 조기축구 뛰고 왔어요.

조기축구? 축구 좋아해요?
진짜 좋아는 하는데 잘 못해서 속상한 정도? 롤 정도로만 축구를 잘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운동이랑 게임의 밸런스를 생활에서 잡기 힘들 것 같은데... 근데 막 외국인 선수들 몸 보면 으아
장난 아니죠. '하운처'... 막...

▲ 몸매가 좋기로 유명한 하운처 선수

골든글루도... 북미도 권장하죠, 그런 분위기를?
북미에서는 한국에서보다 자기 관리 시간이 많다보니, 그 점에선 북미가 좋다 할 수 있죠. 그래서 몸 좋은 친구들 진짜 많아요. 무게도 엄청 올려서 들고.

본인은 몸이 좋아졌나요? 이제 미국에 간 지도 오래 됐는데?
아뇨 전 먹기만 했어요. 북미 음식 너무 맛있어서 정신을 못 차렸죠. 그래서 한국 와서야 조기축구 하고...

그나저나 오늘 경기는 어떤 이유로 보러 왔나요?
SKT가 친정팀이다보니 아무래도... 응원도 끝까지 하려고요. 경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기실에서 SKT 선수들은 만났어요?
오늘은 아직이고 저번에 한 번 왔을 때 봤어요. 재밌게 인사도 하고.

간만에 보니 반가웠죠?
반갑죠. 그런데 저와 같이 한 선수들이 별로 없어서 이제...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이제 '페이커'만 남아서. 페이커가 제일 반가웠죠. 따로 '피넛'도 봤는데 반가웠고요.

없는 사이에 SKT 팀원들이 다 바뀐 거 보니 어땠나요.
이번에 특히 다 바뀌지 않았나. '뱅'이나 '울프'까지도. 여기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는 느낌? 그래도 자주 보니까... 뱅도 오늘 경기 같이 볼 거에요. 팬미팅도 나중에 같이 하고.

그래도 간만에 팬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하니까 좋죠?
아 진짜 그렇죠. 그래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예정에 없던 팬미팅도 할 거고요. 얼마 전에도 '리라'형이랑 홍대 갔는데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오, 밖에서요? 많이 알아봐 주시나요?
약간 숨기고 다녔는데, 알아봐 주셔서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북미에서도 자주 그러나요?
북미는 별로... 가끔 한국 관광객 분들께서 알아보실 때가 있어요. 관광지 가면 한국인들이 많으니까. 미국인들은 절대적인 인구는 한국보다 많지만 전체 퍼센트로 보면 이스포츠 팬 비율이 더 적은가봐요. 한국에서는 인구에 비해 게임이나 롤 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더 알아보나? 그런 거 같아요.

어릴 적엔 어떤 사람이었나요? 아버지와 완전 붕어빵인 사진 봤는데.
어렸을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다섯 살부터 스타크래프트를 했어요.

▲ 사진 좌측이 후니 선수의 아버지. 놀랍다.

다섯 살 때부터? 스타를?
말도 안되죠? 그 땐 튜토리얼 보면서 아칸 만들고 혼자 좋아하고 그런 정도지만. 컴퓨터와 1:1 겨우 이기고 좋아하는 그런 정도.

그러면 처음 했던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였어요?
처음은 아니었어요. 처음은 아마... 크레이지 아케이드 같은 것.

세대 차이 나네요. 전 DOS 게임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초등학교에 가니까 스타를 잘 하는 편이 되었더라고요. 사실 초등학생들이 잘 해야 얼마나 잘 했겠어요. 그런 마당에서 자주 이기고 하니까 '이기는 맛이 있네' 하고 느꼈죠.

혹시 종족은 뭐였나요?
그런 거 없었어요. 아마 랜덤.

아무래도 이스포츠 선수로 크는데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이 컸겠네요.
그렇죠. 게임에서 이기는, '승리의 맛'을 처음 알게 해줬죠. 프로게이머 꿈을 꾸게 만드는 데 한몫을 했어요. 스타크래프트 하면서 아버지와 PC방 자주 가서 같이 게임 하고 그랬거든요.

아버지께서도 게임을 좋아하셨나 봐요.
네, 스타크래프트를 진짜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같이 PC방에 가서 1:1을 하면, 제가 맨날 지면서도 '어떻게 이겨야 할까' 생각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점점 프로게이머 꿈을 꾸게 되었죠.

아버지도 게임 좋아하시고... 뭔가 신기하네요.
그리고 잘 하세요. 아, 삼촌도 프로게이머를 준비하셨어요. 약간 유전자가 있어요. 삼형제이신데 다 게임을 잘 하세요.

그러면 형제 있나요?
동생 있어요.

동생분은 게임 잘 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고등학교에 e스포츠 대회가 있더라고요. 그 대회에 나갔더라고요. 학교에 e스포츠 동아리 같은게 있는데 거기 회장이래요.

완전히 핏줄에 게임 피가 흐르는 거잖아요.
허허!

그래서 결국엔 아버지를 이겼나요?
네, 결국엔 이겼어요. 초 5때였나? 아직도 기억해요. 너무 행복한 기억이라. 드디어 처음으로 이겼단 느낌이 너무 좋았죠.

혹시 아버지께서 일부러 져 주셨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정색)아뇨,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제가 실력으로 이긴 거에요. 하하하, 생각 안 하는게 나아요.

▲ 그러려니 하자.


그러면 스타크래프트 이후, LoL은 언제 접한 건가요?
당시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처음 보는 이상한 게임이 있는 거에요. 아무도 거의 잘 모를 때였죠. 아마도 아리가 막 나왔을 때.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었죠.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죠.

그래픽도 이상했죠.
맞아요. 그리고 직스로 시작했어요. 그리고나선 27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쉔만 했어요.

쉔을요?
쉔 정글만 했어요. 쉔 정글이 그 때 너무 재밌었어요. 그렇게 롤을 처음 했어요. 아무튼 친구가 저도 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카오스는 해 봤냐며. 그래서 해 봤는데, 재밌어서 바로 집 오자마자 설치했죠.

그럼 그 친구가 없었으면 LoL 프로게이머는 안 됐을 수도 있었겠네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죠. 워낙 다른 꿈도 많았으니까요. 중학교 때는 밴드도 했고, 수학도 잘 해서... 수학이 특히 재밌었어요. 그래서 수학 특기생도 하고 싶었고, 아무튼 꿈이 진짜 많았어요.

LoL과 스타크래프트 말고 다른 게임들도 했어요?
서든어택도 많이 했어요. 랭커 클랜에도 왔다갔다 하고(웃음). 게임에 있어선, 제 강점은 처음에 못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잘하게 될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거에요. LoL도 처음에 브론즈로 시작했는데, 6개월도 안 돼서 다이아까지 올라갔어요.

습득이 빠르네요.
그 때 랭크를 올릴 땐 탑 아칼리만 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이 게임의 메커니즘 자체가 한 챔피언만 해서는 정점에 다다를 수 없구나' 생각이 들어서 챔프 폭을 넓히기 시작했죠.

그러면 언제부터 스스로 프로게이머로서의 재능을 느끼게 되었나요?
다이아 티어에 도달했을 때 느꼈어요. '티어를 올리는게 이렇게 쉬운 건가?' 싶었죠. 그리고나선 상위 100등 이내에 들었을 때. '상위 100위 안이면 프로게이머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죠.

굳이 목표를 프로게이머로 잡고 티어를 올린 건 아니었고요?
프로게이머가 꿈은 꿈이었지만, 그것에 '올인'한 상태는 아니었죠.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아버지께 드렸죠. 아버지가 바로 '딜'을 거셨어요. 공식 대회에서 우승을 해오라는 거였죠. 그래서 바로 준비해서 KeG 청소년배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부모님의 지원을 당당히 받을 수 있게 되었죠.

아버지께서 굉장히 쿨하고 멋있으시네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나중에 제 아이한테 그렇게 하려고요. 우승을 해와라. 트로피를 보여라.

챌린저는 언제 도달했나요?
아, 너무 오래된 이야기인데... 시즌 4 시절에 찍었죠. 5 때도 찍고. 2015년인가? 삼성에서 연습생이었을 때에요.

삼성에서 그 당시에 어떻게 접근했었어요?
옴므 코치님이 LoL 클라이언트를 통해 연락을 했어요. 그 땐 다 그랬죠. 지금도 그러나? 제가 당시 한 1100점 정도였어요. 엄청 높았죠. 그리고 순위로는 3등이었는데, 1, 2등이 그때 'hide on bush'와 페이커였어요. 그 때 페이커가 정말 대단하다 느꼈어요. 내가 3등까지 가기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그러면서 내심 기분이 좋았던 게, 1등과 2등이 동일인물이니까 중복이라 하면 결국 제가 2등인 거잖아요?

연습생 생활은 처음에 어땠어요? 힘들진 않았나요?
처음에는 마냥 좋았어요. 학교도 안 가고, 좋아하는 게임에 더 집중하고. 그 때는 솔랭도 재밌었고 말이죠. 열심히 했어요. '주전이 될 때까지 하자' 하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시기가 좀 안 맞아서 결국 주전을 못 뛰었고, 그냥 나이가 너무 어렸어요. 롤챔스 출전할 기회는 있었는데 나이 때문에 못 했죠. 제가 뛸 수 있었던 건 3부 리그나 클랜 배틀밖에 없었어요.

그런 점에서 온 아쉬움이 이른 유럽행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 건가요? 아니면 프나틱에서 먼저 좋은 제안이 왔던 건가요?
둘 다였던 것 같아요. 애초에 한국에서만 활동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어릴 적부터 해외 생활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어요. 그리고 마침 프나틱이 이름값도 아주 좋고. '내가 잘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하고 유럽행을 결심했죠.

어릴 때의 큰 결심이었는데, 집에선 반응이 어땠나요?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제가 아버지를 이미 게임으로 이겼는데요(웃음). 거래는 물릴 수 없으니. 물론 속상해 하시긴 했죠. 고등학생인데 벌써부터 해외에 일을 하러 떠나는 것이니까. 저도 자식이 생기면 그 마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해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선 행복해 하셨어요. 저 역시 이것이 기회라는 것을 설득시켜 드렸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프로게이머를 하기 최적의 집안 분위기인 듯 하네요.
그렇게 된 것 같네요. 부모님께서도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방향이시고. 뭐, 처음엔 아버지와 많이 싸웠어요. 이해도 못 해주시고. 제가 공부도 잘 했는데, 좋아하는 수학 공부 하면서 뭐라도 다른 좋은 쪽으로 될 수 있지 않나 하셨죠.
그리고나서 고등학교 때 위에 한 번 말씀드렸던 '거래'가 있었어요. '일 년 이내로 공식 대회 트로피를 가져오라'. 그 일 년 동안 엄청나게 연습했고, 그 때 진짜 잘했죠. 챌린저에서 상위 랭크를 찍은 계기가 그거였어요.

지금은 좀 어떠세요? 이젠 프로게이머 생활 하시는거 좋아하시겠네요.
아, 그럼요. 완전 서포트 해 주시죠. 행복하시고. 저도 돈을 버니까 여유로워지고. 가족들의 행복도가 올라갔죠.

그럼 그런 서포트에 대한 감사 표현은 평소에 많이 하나요?
아뇨. 제가 거래에서 이긴 건데요 뭐(하하). 졌으면 할 말 없었겠지만.

그 때 졌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아무래도 제 생각엔 그 피씨방에서도 아버지께서 봐주신 거 맞아요.

허허!

그러고보니 LoL 처음 소개해 준 중학교 친구와는 아직 연락 하나요?
아뇨.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그러게요. 뭐 하고 사나... 그래도 알긴 알아요. 연락처도 있고.

그런데 사실 그 친구 아니었어도 LoL 했겠죠?
물론 그렇죠(하하). 워낙 게임은 다 좋아하니까. 하지만 좀 늦게 했을 수도 있죠. 프로도 그만큼 더 늦게 되었을 수도 있고.

다시 돌아가서, 프나틱에 처음 갔을 땐 좀 어땠어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울 뻔 했어요. 영어가 안 되니까. 정말 힘들었죠. 영어를 하나도 못 했어요. 수학이 90점이면 영어는 10점 이었어요. 그나마 레인오버가 통역을 해 줬으니 다행이지... 그냥 전 이기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었어요. 이런 마음가짐이었어요. '영어는 배우면 되는 거 아닌가. 쓰는 사람이 전 세계에 이렇게나 많은데'. 물론 그런 마음가짐으로도 어렵더라고요.
처음 간 3개월 동안엔 '인생 살면서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행복했던 것은,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포기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제 꿈을 이루는 중이니까, 포기를 할 순 없는 거였죠.

외롭진 않았나요?
진짜 외로웠죠. 음식도 안 맞고. 먹는 것에도 민감해서... 게임을 이기는 것만이 인생의 낙이었어요.

▲ 배고프고 외로운 후니의 모습


그래도 이젠 후니가 LCS 용병들 중 영어 제일 잘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레인오버도 잘하고요. 지금은 제가 4년 째 북미 생활을 하니까... 아마 용병들 중에서는 '영잘알' 4위 안에 들지 않을까요?

게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는 얼마만에 갖췄나요?
6개월요. 섬머 시즌 시작하자마자 프리 토킹을 했어요. 버벅거리긴 해도 말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있을 때까지 6개월이 걸렸어요. 이것도 유전자인 것 같은데, 동생도 중국어 영어 다 잘 해요.

혹시 중국은 가 볼 생각 있나요?
아뇨, 제가 1년만 더 하면 미국 용병 슬롯에서도 벗어나서요. 날씨도 최고고, 전 그냥 미국에서 살고 싶어요. 미래에도 말이죠. 물가가 비싸지만... 그만큼 많이 벌어야죠. 어쨌든 꿈은 미국에서 사는 거에요. 동생도 미국에서 사는데, 학교도 제가 보내준 거에요. 학교들도 참 좋더라고요. 학교인데 e스포츠도 하고. 정말 대단하다고 존경스럽다 느꼈어요.

미국서 선수도 하고 삶도 갖고... 어느덧 그런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 된 거네요.
그게 꿈이죠.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 진행형으로 노력하고 있고요.

미국에서 친구들은 많나요?
뱅도 있고 '임팩트', '코어장전', '리라', '피글렛'... 다 있으니 외롭지 않아요. 물론 오랜 친구들은 한국에 다 있지만, 기회가 되면 빠른 시일 내에 친구들을 다 미국에 초대하고 싶다. 이번에 제가 집을 하나 구했어요. 다 데려오고 싶어요.

평소에도 친한 선수들 외에 외국인 친구들이랑 밖에서 많이 놀고 하나요?
그런 건 없어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남는 시간엔 다른 게임을 하죠. 오토체스,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 그리고 의외로 나가서 술 마시는 걸 안 좋아해요. 아, 술은 좋아하죠. 집에서 '혼술'을 해요. 맥주 마시면서 오토체스 하고... 그게 휴가죠. 진정한 '겜덕'. 스트레스를 풀려면 차라리 운전을 해요.

북미 다른 구단에서의 생활과 지금의 차이는 있나요?
비슷해요. 회사가 다르니 환경도 다르고 스태프도 다르고. 그런 부분에서 적응을 하는 기간이지만 큰 차이는 없어요.

음, 벌써부터 아쉬운 질문이지만, 이번 시즌 어땠나요?
너무 어려웠어요. 열심히 하려 했는데... 기회가 많았는데 너무 많이 져서 시간도 빨리간 것 같아요. 이렇게 끝날 시즌은 아니었는데.

투지가 강한 선수인데 자존심 많이 상했겠어요.
저는 그렇게 못했다곤 생각 안 하는데, 팀적으로 좀... 그리고 제 선수 커리어로 플레이오프를 못 간 기록을 남긴 게 처음이라 자존심 상했어요. 전 제 커리어가 끝나는 날까지 플레이오프는 늘 갈 줄 알았는데...

아, 리라가 말하길, 미드 라이너 '다몬테'의 발음이 어렵다던데, 그런가요?
다몬테가 프렌치-캐나디안이라 쓰는 영어가 LA 영어가 아니에요.

본인은 잘 알아듣나요?
전 유럽에 있었으니까요. 저 영국 영어도 알아들어요.

영국 영어도 섹시하게 구사 가능해요?
영국에 가면 해요. 그 있잖아요, 한국에서도 사투리 안 쓰던 사람이 부산 가면 왠지 모르게 사투리가 나오게 되는 것. 그런 느낌이에요. 영국 가면 사람들이 저보고 왜 말이 빨라지냐고 해요.

그 동안 혹시 LCK도 봤나요?
주로 어떤 픽을 하는지 봤어요. 아니면 하이라이트만요. 모두 다 볼 시간은 없었어요. 하이라이트를 보면 경기 전체를 보고 싶어져서 보기도 하죠.

전 동료인 페이커의 활약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폼 많이 올라왔던데요. 부진도 잘 이겨내서 기분 좋아요.

그리핀 경기도 좀 봤나요?
후반에 힘이 좀 빠졌지만 초반에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진짜 화끈하고요. 다섯 명이 다 로봇 같아요. 보면서 '와, 이건 진짜' 하며 감탄하고. 실수를 해도 실력으로 커버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 그런 멋진 팀들 보면서, LCK에 다시 뛰어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나요?
아뇨, 전 북미 선수로 뛰고 싶습니다(웃음). 항상 인터뷰를 할 때마다 오픈 마인드로 대답을 했었는데, 지금은 정말 LCS 선수로 4년은 채우고 싶어요.



혹시 북미와 한국이 결승에서 마주한다면 어디를 응원할 건가요?
아, 그럼 한국 응원하죠(웃음). 선수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북미 팀에 친한 뱅 같은 선수가 출전했다면 그 팀을 응원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게임 얘기로 가면, 요즘 메타는 어떤 것 같나요?
이제는 메타보단 선수의 성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선수가 어떤 챔피언과 플레이를 선호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죠. 물론 메타가 있긴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니까요. 나올 수 있는 챔피언도 많고.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죠.

클러치게이밍의 상황은 어떤가요? 다음 시즌은 어떨 것 같나요?
일단 연습을 해봐야하겠지만, 다들 문제점을 알고 좋은 시도도 많았어요. 어떻게 될 지는 지금은 모르겠어요. 스프링은 엎질러진 물이고, 지금의 상황을 개선해서 좋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뱅과는 자주 다니나요?
맨날? 아니 거의 매 주 놀았죠. 한국도 같이 왔어요. 제일 친해요.

뱅과도 곧 밥 같이 먹고 인터뷰도 하기로 했어요.
좋네요. 그때도 제가 또 갈까요? 밥은 법인카드죠?

그리고 또 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저희는 스크림 중간에 축구를 하러 나가요. 머리를 식히러. 정말 재밌어요. 매니저와 선수들과... 뭘 하든 재밌어요. 날씨도 좋아서 그런가. 물론 잘 하진 못해요.

축구 잘 못해요? 정말?
축구 실력은 LoL로 치면 브론즈 3? 아니, 실버 5로 정정할게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프로 생활은 언제까지 할 것 같아요?
일단은 군대에 가기 전 까지죠.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러면 결국에는 뭘 하고 싶어요? 꿈이 많은 사내잖아요.
워낙 다른 꿈을 꾸는 걸 좋아해서요. 음, 요즘은... 시간도 많고 마음 돈 모두 여유있으면 항공기 조종 면허를 따고 싶어요. 제가 비행기를 무서워하니까 그런 공포를 없애보려고.

남이 모는 비행기가 무서우니 본인이 직접 조종하는 건가요?
내가 굳이 스스로 무섭게 조종하진 않겠지...

여러가지 또 꿈이 있을 거 같아요.
일단은 그게 최우선이고, 해설도 재밌을 거 같아요. 영어든 한국어든 말이죠.

영어 해설을 한바탕 하고, 비행기 몰아 가서 한국 해설도 하고.
통역도 하고요. 제가 통역하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말 잘 못한 것도 막 다듬어서 재밌게 고쳐줄 것 같아요(웃음).



아무래도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꿈도 진짜 많겠어요. 그러면 그 비행기도 본인이 살 건가요?
오우! 제 꿈이에요.

경비행기로?
아뇨, 진짜 큰 거. A380. 4천억 원 쯤 하나? 그렇다면 4천억 모으는 것을 꿈으로 해야겠어요. 라스 베가스 가야겠어요.

파워볼이라도 당첨 되어야겠어요.
그거 세금 내야죠. 거의 절반.

만약 당첨 되면 자기 구단 차리는 건 어때요? 에코 폭스 시절, 릭 폭스 보며 재밌어 보였을 수도...
물론 재밌을텐데요. 옛날이었으면 비교적 저렴했으니까 됐을텐데, 지금은 하려면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들 거에요.

결국엔 후니는 어떤 게이머로 남고 싶나요?
저는 원래 좀 ... '용병 중에서 가장 잘 하는 용병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이미 영어 잘하는 용병 정도로 소문난 것 같은데, 뭐 끝까지 해봐야겠죠. 일단은 '밝고 긍정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후니는 팬이 각지에 다 있잖아요. 한국, 미국, 유럽... 희귀한 경우인 듯 하네요.
맞아요(웃음). 분포되어 있죠. 어느 하나 깊진 않은 거 같아요...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겠네요. '분포되어 있지만 어느 하나 깊진 않은 것 같은 팬 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유럽 팬분들께는, 아직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일년 밖에 활동을 안 했는데 아직도 좋아해 주시고 말이죠. 한국 팬분들의 응원도 느끼고 있어요. LCS 경기를 보러와서 즐겨 주시는 북미 팬분들께도 당연히 감사드려요.

그나저나, 휴가도 많이 남았는데 한국에선 이제 뭐 할거에요?
조기축구 갈 거에요.

살 빠지겠네요.
아, 그만큼 먹죠. 아주 그냥 정신 못 차리겠어요...



▲ (영어주의) 후니의 영어 인사와 함께 인터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