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국제 대회를 대표하는 롤드컵이 다가왔다. 작년 이 시기만 하더라도 LPL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막강한 기세를 자랑했다. MSI를 시작으로 리프트 라이벌즈, 아시안게임까지 장악했기에 롤드컵 우승 역시 당연해보였다. 롤드컵 우승팀은 RNG가 아닌 iG였지만, LPL이 자신들의 힘과 스타일로 2019년을 장악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2019년 롤드컵 3개의 시드까지 확보하며 LPL은 201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기존 강호였던 RNG와 iG가 LPL에서 부진했고, MSI와 리프트 라이벌즈조차 작년의 기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내용 역시 불안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타 한 번으로 승패가 갈리는 양상이 많을 정도로 쉽게 흔들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매섭게 몰아쳤던 한타의 LPL이 아니었다. 반대로 실수로 승기를 주고받는 허무한 경기가 나오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롤드컵이라는 기간이 다가오자 이름있는 강팀들의 경기력은 다시 살아났다. 시즌 중 부진을 겪었던 RNG와 iG가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 결국 안착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나아가, 펀플러스 피닉스(FPX)가 LPL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며 당당히 1번 시드로 올라왔다. 메이저 지역의 1번 시드는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내면서 말이다.

과연 LPL은 올해 치렀던 앞선 국제 대회 성적에 머물 것인지, 모든 것을 털고 마지막 저력으로 롤드컵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두 해 연속 선전할 수 있을까.


LPL 신흥 강호 FPX
'도인비' 원맨팀? 넘어 팀 전반 발전까지


LPL이 교전 중심의 경기를 펼친다는 것은 이젠 익숙한 말이다. 올해 역시 그런 양상이 이어졌다. 그 중 중심을 잡은 팀이 FPX였다. FPX는 매서운 공격을 펼치며 섬머 결승까지 안착했다. 결승에서는 운영, 스노우볼과 직결되는 한타마다 승리하면서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다른 LPL 팀보다 중요한 무대에서 확실히 뛰어난 집중력을 선보인 팀이 펀플러스다.

많은 팬들이 세계 무대에서 확인했듯이 FPX는 '도인비'가 그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팀을 이적했더라도 올해까지 리프트 라이벌즈마다 '도인비'의 존재감은 변함없었다. 미드 클레드-판테온과 같은 개성넘치는 픽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도인비'의 공격적인 카드들은 LPL 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상태다.

놀라운 건 '도인비' 중심일 것 같았던 FPX가 또다른 스타일도 충분히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무대인 LPL 섬머 결승 무대에서 증명했다. '도인비' 외 다른 선수들이 세트마다 돌아가면서 MVP를 받을 정도로 팀 전반의 균형을 잡았다. 결승전에서는 '도인비'의 힘이 많이 빠졌다. 1세트부터 한타 과정에서 '도인비'가 칼날부리에 끊기면서 힘이 빠졌고, 이후 라이즈-카르마로 팀 지원과 운영에 힘을 옮긴 것이다. 대신, 다른 라인에서 캐리 역할을 담당하면서 경기 양상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올해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도인비'가 코르키와 같은 무난한 픽을 했을 때, 허무하게 무너졌던 FPX와 또 달라보였다.

▲ RNG 'LangX' 상대로 솔로킬 낸 '김군'(출처 : LoL eSports)

그 중심에는 탑 라이너 '김군' 김한샘이 있었다. 상대의 집중 공격을 버텨내는 것부터 라인전 솔로킬을 내는 등 챔피언에 맞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연속 데스로 시작한 갱플랭크가 버티기에 성공하면서 반격을 시작하는 놀라운 경기를 펼쳤다. 그때부터 유리했던 RNG의 흐름이 FPX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기묘한 양상이 펼쳐졌다. '김군'은 위기의 순간, 결승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무너지지 않고 침착할 수 있는 강심장이었다. 나아가, 정교한 한타 합류와 스킬샷으로 LPL 우승팀의 탑 라이너의 기량을 증명했다.

LPL이 아쉬울 때도 FPX는 여전히 건재했다. 올해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에서 그리핀을 꺾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강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무대인 롤드컵을 앞둔 상황이다. 지역 1번 시드 팀의 경기력은 그 한계를 알 수 없기에 한동안 불안했던 LPL 분위기와 또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

2019 LPL 섬머 PO KDA 순위

1위 RNG '우지' 6.8
2위 FPX '도인비' 5.9
3위 TES '나이트9' 5.8
4위 FPX '김군' 5.2
5위 FPX 'LWX' 4.9


전통 강호 RNG
새 탑 라이너 부진, 에이스 '우지' 건재할까


롤드컵-MSI 결승에 수차례 오르며 LPL의 자존심과 같았던 팀, RNG의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RNG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원거리 딜러 '우지'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는 말들이 나왔고, 기존 RNG의 전성기를 이끌던 탑-정글 선수들마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RNG는 알고도 못막는 '우지'와 봇 라인 중심의 운영을 자랑하는 팀이었다면, 이제는 강력한 봇 라인만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특히, '렛미'의 공식 은퇴 이후 등장한 새로운 탑 라이너 'LangX'의 행보가 불안했다. 중요한 한타를 앞두고 무리하게 킬을 노리다가 먼저 잘리는 실수가 이어지면서 RNG 경기의 흐름이 끊겼다. 결승전에서 '김군'의 모데카이저에게 아트록스가 솔로 킬을 당할 정도로 'LangX'의 아쉬운 장면이 이어졌다. 상대적인 격차라고 하지만, 최상위 탑 라이너 간 대결에서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면 확실히 높은 곳을 바라보기 힘들어 보였다.

▲ 공식 은퇴한 전 RNG 탑 라이너 '렛미'

그동안 LPL은 상대적으로 탑 라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를 잘 극복해왔다. 라인전은 밀리더라도 순간이동 합류와 한타 이니시에이팅에서 변수를 만들어왔기에 가능했다. 탑에서 딜러가 등장하는 현 메타에서는 단순히 버틸 수만 없다. 그렇기에 탑 라인의 기량이 그대로라면, 다른 팀원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된다.

다행히 RNG의 다른 팀원들의 개인 기량 만큼은 뛰어났다. 미드 라이너 '샤오후'는 결승전에서 니코로 '도인비'의 키아나를 솔로 킬을 냈고, 정글러 '카사'는 바론 스틸에 성공하는 모습이었다. '우지' 역시 1세트 시작부터 라인전에서 킬을 올릴 정도로 공격력은 여전했다. 나아가, '우지'는 섬머 플레이오프(PO)에서 KDA, 분당 CS, 경기당 최다 킬 부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LPL 간판 스타임을다시 한번 입증했다.

문제는 개개인의 슈퍼플레이에서 스노우볼이 멈춘다는 것이다. 운영 단계까지 이득을 키워나가지 못했다. 바론-장로-넥서스가 달린 중요한 한타마다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탑 라이너 뿐만 아니라 서포터 '밍'까지 경기 승패에 영향을 줄 만한 치명적인 실수들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팀들이 참가하는 무대에서 그런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그룹 스테이지까지 남은 기간에 RNG는 실수를 줄여야만 전통 강호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2019 LPL 섬머 PO 경기당 최다 킬

1위 '우지' - LNG 전 자야 13킬
2위 '우지' - LNG 전 시비르 12킬

2019 LPL 섬머 PO 경기당 최다 CS

1위 '우지' - TES전 이즈리얼 분당 CS 12개
3위, 4위 '우지' - LNG전 자야 분당 CS 11.7개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iG
상체 중심 팀... 정글이 흔들린다


LPL의 마지막 세 번째 주자는 놀랍게도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iG다. LPL 스프링을 우승했지만, 섬머 포스트 시즌 첫 경기부터 0:3 패배를 당하며 먼 길을 돌아왔다. RNG와 달리 작년 주전 팀원이 변함없이 활동했음에도 의외의 부진을 겪어야 했다. 롤드컵 선발전 역시 연이은 3:2 풀 세트 끝에 올라오면서 정말 힘겹게 롤드컵으로 향할 기회를 잡았다.

최근 iG의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정글이다. PO 첫 경기에서 LNG를 상대로 0:3 패배를 당할 때, 기존 주전인 '닝'이 출격했다. 상대를 보고도 절대 물러서지 않던 '닝'은 상대의 발 빠른 합류에 킬을 내주고 말았다. 공격에서도 팀원이 호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홀로 무리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이미 궁극기와 점멸 등을 허무하게 소진한 '닝'과 iG는 과감하게 바론을 치는 상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기가 이어지면서 iG는 'Leyan'이라는 또 다른 정글러 카드를 롤드컵 선발전까지 꺼내 들었다.

다행히 데스를 줄이며 안정감은 찾았지만, 여전히 합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드러났다. 시야 확보를 위해 'Leyan'이 본대와 따로 움직이며 홀로 잘리는 장면이 나오면서 그대로 iG의 본대까지 휩쓸리고 말았다. iG 역시 이런 아쉬운 경기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 '외줄 타기' 같은 위험한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루키' 송의진은 탈리야로 무리하며 유리한 승기를 내주는 아찔한 장면까지 나오고 말았다.

2019 LPL 섬머 PO 정글러 데스/ KDA

iG '닝' - 5.5/ 1.3
iG 'leyan' - 5/ 1.8
RNG '카사' - 2.4/ 4
FPX '티안' - 2.1/ 4.6

다행히 iG의 롤드컵 우승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더샤이-루키'는 중요한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다. LNG 전과 달리 '더샤이' 강승록이 롤드컵 선발전에서 놀라운 전투력으로 다시금 존재감을 뽐냈다. '루키'는 키아나를 잡고 경기를 지배하며 두 세트의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실수를 자신의 손으로 만회하는 iG의 탑-미드는 역시 큰 무대에 강했다.

그렇게 탑-미드의 기량은 어느 정도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면, 아직 정글러와 합이 불안한 상황이다. 섬머 PO와 롤드컵 선발전에서 두 정글러가 나온 만큼 어떤 선수가 나올지 모른다. 거침없는 공격으로 이름을 날렸던 '닝'이 다시 팀과 합을 맞출 수 있을지, 뒤늦게 합을 맞춘 'Leyan'이 주전으로 계속 갈지 중요한 결정의 기로에 서 있다. 작년 유럽까지 넘어섰던 최고의 '상체'를 자랑했던 iG의 힘이 다시 나오려면 정글러의 기량 회복이 절실하다.


▲ '루키' 탈리야로... 11/1/2 키아나로 결자해지(출처 : LoL eSports)


LPL 전통의 강호 RNG와 iG는 불안한 시기를 겪었다. 국제 대회 성적이 떨어졌고 자국 리그 내에서도 고전하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작년까지 최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던 그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 팀은 중요한 순간 '우지'-'더샤이-루키'와 에이스를 필두로 다시 살아났다. 키아나에 고전했던 '루키'가 키아나로 롤드컵 선발전을 통과했듯이 짧은 시간 안에서도 반전을 일으킬 능력이 있다.

이제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을 받은 상황이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합을 맞춰야 하고 시즌 중의 아쉬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이 기간은 정신없이 시즌을 보낸 팀들이 정비할 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쉬운 시즌을 마친 LPL은 롤드컵에서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강호 FPX를 필두로 전통 강호 RNG-iG가 LPL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라이엇 공식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