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DRX, T1

두 팀의 분위기는 1, 2라운드의 차이가 크다. 1라운드에 T1은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맴돌았다. 그러나 주전 멤버를 확정한 2라운드부터는 무서운 강팀으로 변모했다. 젠지, DRX, 한화생명e스포츠까지 서부권 팀을 상대로 2:0 승리를 쉽게 따냈다. T1을 보는 눈에도 의심이 많이 걷혔다.

그런데 DRX에겐 물음표가 생겼다. 신인 미드 라이너 중에서 잘하는 선수라고 자주 언급되던 ‘솔카’는 2라운드 들어 실수를 연발했다. 한타 하나는 제대로라던 ‘바오-베카’도 약점인 라인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에이스인 ‘표식’까지 흔들리고 있으니 DRX의 상황은 여간 나쁜 게 아니다.

LCK 해설진 11명은 모두 T1의 승리를 점쳤다. 무서운 경기력으로 5연승을 달성한 T1과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5연패를 기록한 DRX가 만났으니 역배당을 노리기도 쉽지 않았을 거다.

다만, 승부의 세계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와 농심 레드포스가 예상을 깨고 5세트까지 접전을 치르지 않았나. DRX도 T1을 상대로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포인트가 있다.


‘킹겐’, DRX의 가장 강력한 무기


▲ 사진제공: DRX

DRX를 이끌어야 하는 ‘표식’ 선장에게 가장 믿음직스러운 팀원은 단연 ‘킹겐’이다. DRX는 스프링 시즌 동안 상체 위주로 게임을 했다. 그중에서도 탑 위주로 게임을 풀어왔다. 이건 ‘표식’이 원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봐야 한다.

눈덩이를 굴리려면 일단 바닥에 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DRX의 미드와 바텀에는 눈이 깔려있지 않다. 오히려 바짝 메말라 있다. 정글러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면 라이너에게 일단 주도권이 있어야 하는데, DRX의 미드, 바텀은 주도권을 가진 경우가 드물었다.

DRX 라이너 중 유일하게 ‘킹겐’만이 ‘표식’에게 스노우 볼을 굴릴 여지를 준다. ‘킹겐’은 라인전이 강한 챔피언을 잘하고 이를 이용해 CS 격차를 벌릴 줄 안다. 그래서 DRX는 밴픽에서 탑 라인에 힘을 많이 주는 편이다. ‘킹겐’은 이번 스프링 시즌 나르(10회)와 제이스(8회)를 가장 많이 플레이했다.

‘킹겐’의 무력은 T1을 상대로도 통한다. ‘킹겐’은 이번 스프링 시즌 총 11번의 솔로킬을 냈는데, 그중 두 번은 T1의 탑 라이너 ‘칸나’와 ‘제우스’를 상대로 했다. 또한, T1을 상대한 다섯 세트 동안 빅웨이브를 이용한 다이브를 다섯 번이나 시도했고, 네 번을 성공했다. 솔로킬과 타워 다이브 모두 탑 라이너에겐 치명적이다. ‘킹겐’이 T1을 상대로 얼마나 잘했는지 알 수 있는 수치다.

다만, ‘킹겐’에게도 약점은 있다. 라인전을 호전적으로 하는 선수답게 갱킹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 ‘킹겐’이 퍼스트 블러드를 내줄 확률은 21%로 탑 라이너 중 2위다. 실제로 T1은 DRX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 ‘킹겐’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번에도 ‘킹겐’은 T1의 제 1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


‘페이커’의 세라핀에 대한 DRX의 생각은?



21 스프링 시즌의 미드 라인은 AP 챔피언 간의 대결 구도가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솔카’는 정통 AP 챔피언에 특화된 선수다. 신드라, 오리아나, 빅토르, 조이 등 이번 시즌 기용한 챔피언 다수가 정통 메이지 챔피언이다. 특히, 신드라를 자주 사용했고 E스킬 ‘적군 와해’로 인상적인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그런데 ‘페이커’에겐 이런 메이지 챔피언에게 효과적인 승률 100%짜리 카드가 하나 있다. 바로 세라핀이다. 네 번 사용해 모두 승리했고, 모두 AP 챔피언을 상대했다.

세라핀은 신드라를 카운터 치는 면이 다수 존재한다. 먼저, 신드라는 성장이 필요한 챔피언이다. 여타 다른 메이지 챔피언들처럼 평탄하게 컸을 때 쓸만한 화력이 나온다. 그런데 세라핀의 성장 기대치는 신드라보다 높다. 또, 신드라는 적군 와해 이후 궁극기를 이용해 한 명을 잡아내는 게 장점인데, 세라핀의 실드는 그런 신드라의 장점을 지울 수 있다.

‘페이커’의 세라핀이라서 더 무서운 점도 있다. ‘페이커’는 세라핀으로 이번 시즌 ‘비디디’의 아지르와 ‘쵸비’의 오리아나를 상대했다. 두 선수 모두 라인전이 강하기로 유명한 선수들이지만, ‘페이커’는 성장에서 밀리지 않았다. 또한, 서포터형 챔피언을 들었음에도 굉장히 발 빠르게 움직였다. 수동적인 세라핀의 단점이 보이지 않는 놀라운 활약이다.

‘페이커’의 세라핀을 ‘솔카’가 억제하기는 힘들다. DRX에게 가장 쉬운 방법은 밴이지만, 밴픽 전략이 계속 수정되야 하는 다전제에서 ‘페이커’의 세라핀은 한 번 쯤 풀릴 것 같다.


조커 카드를 쓴다면 봇 라인에서


▲ 사진출처: DRX

DRX는 스프링 시즌 보내면서 하체가 약하다고 줄곧 평가받았다. 실제로 DRX의 ‘바오’는 15분 라인전 지표가 좋지 않다. DRX가 치른 47세트 중에 10세트만 CS 리드를 지켰고 평균 10개 정도 CS를 밀렸다. 반면, T1의 하체 컨디션은 지금 최상이다. 포스트시즌 직전에 치른 한화생명e스포츠전에서 ‘테디’와 ‘케리아’가 ‘데프트’와 ‘비스타’를 말 그대로 압살했다. 밴픽 구도가 좋았던 점도 있지만, 예상보다 더 충격적인 체급 차이였다.

DRX의 봇 체급이 T1보다 약한 건 확실하지만, 라인전 자체가 성립이 안될 정도는 아니다. T1과 DRX가 붙은 다섯 세트에서 두 팀은 꽤나 평이하게 라인전을 치렀다. 오히려 양 팀이 치른 최근 경기에서 ‘바오-베카’가 라인전 솔로킬을 내기도 했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탑에 비해 봇 라인의 시선이 그리 많이 갈 것 같진 않다.

단, 조커 카드를 쓴다면 가장 좋을 곳은 봇 라인이다. 두 팀은 카이사와 자야를 나눠가지는 밴픽 구도를 네 번이나 치렀다. 카이사는 ‘바오’와 테디 모두 좋아하는 챔피언이다. 특히 ‘바오’가 20세트나 카이사를 플레이했다. 자연스레 카운터 픽으로 평가받는 자야가 자주 등장했었다.

지금은 카이사에 대한 대처 카드가 더 많이 늘었다. 사거리로 괴롭힐 수 있는 징크스나 킬 캐치 능력이 좋은 트리스타나도 자주 나온다. ‘테디’가 이런 챔피언들을 선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 전에서 꺼냈던 세나도 ‘테디’가 올해 처음 꺼낸 조커 카드였다. 예상을 하지 못한 픽이 가진 파괴력은 크다. DRX와 T1 모두 조커카드를 꺼낸다면 봇 라인을 염두에 둘 것만 같다.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1라운드 일정

1경기 T1 VS DRX - 1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