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LCK 챌린저스 리그' 스프링 스플릿에서 가장 핫했던 유망주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선수를 가리킬 것이다. T1 소속 원거리딜러 '버서커' 김민철이다.

2003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19살의 '버서커'는 2019년 T1에 연습생으로 발탁되며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1군으로 콜업된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과 함께 아카데미 대회에 출전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올해 2군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며 새롭게 출범한 LCK 챌린저스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맛보기 격이었던 2020 KeSPA 컵에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챌린저스 리그에서는 T1과 '버서커'를 막을 자가 없었다. 신구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룬 T1은 라인전과 운영 모두에서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하며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인벤은 스프링과 서머 사이, 5월의 한날 '버서커'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단한 근황부터 시작해 스프링 스플릿을 돌아보며, 그리고 서머 시즌과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T1의 유망주 '버서커'와의 인터뷰를 지금 전해드린다.


근황

결승전 끝나고 바로 휴가를 받아서 2주 정도 쉬었는데, 피부과를 다녀와서 밖에 아예 못 나갔어요. 2주 동안 침대에서 하루 종일 휴대폰만 봤던 것 같아요. 게임은 뭔가 손이 안 가더라고요. 아마 피부과에 안 갔어도 친구들을 만나지는 못했을 거예요. 다들 고3이거든요. 시험 기간이기도 했고.

가끔은 다시 애들이랑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또 친구들은 저 보면서 부럽다는 식으로 말해요.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한다고요. 서로 각자 부러워하는 부분이 있나 봐요. 아무래도 애들이 어리고, 부모님의 용돈을 받고 그래서 이런 직장인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아요(웃음).

복귀하고는 아무래도 아직 시즌이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풀어주는 분위기라서 쉬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솔로 랭크 위주로요. 스크림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에요.



T1 챌린저스 팀의 탄생

저는 코치님을 통해서 처음 로스터를 듣게 됐어요. 당시에 말씀을 해주시면서 좀 센 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막상 저는 거의 처음 들어보는 멤버였어요. '로치' 김강희 선수는 같은 소속 팀이었으니까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은 솔직히 처음엔 생소했어요. 근데, 같이 하다 보니까 확실히 좀 노련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더라고요.

'벵기' 배성웅 감독님이 들어온다는 걸 안 건 2군에 합류하고 일주일 뒤 쯤이었던 것 같아요. 되게 좋았죠. 레전드시잖아요. 월드 챔피언십 우승도 하셨고. 그런 분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엄청 좋았어요. 피드백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되게 디테일하세요.

연습생 때는 리그가 아니다 보니까 살짝 화기애애하고 약간 학교 같은 분위기였어요. 근데, 2군으로 오니까 아무래도 진짜 직업이 되어서 그런지 약간 더 빡빡하다고 해야 하나. 상대적으로 엄격한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코치님이 군기반장 역할을 해주셔요.

'애스퍼' 김태기 선수와 호흡은 솔직히 처음 같이 했을 때는 되게 안 맞았어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태기 형은 라인전보다는 로밍으로 게임을 푸는 걸 좋아하는데, 저는 라인전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계속 같이 하다 보니까 결국 맞춰지더라고요. 이 부분에서는 태기 형이 어느 정도 양보해준 것 같아요.

저는 팀원들 도움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특히, '로치' 선수와 '모글리' 이재하 선수한테 케어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팀 게임이 거의 처음이다 보니까 실수도 자주 하고 그랬는데, 멘탈도 잡아주고 게임 하는 법도 알려줘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2020 케스파컵으로 첫 발을 내딛다

저희가 2020 케스파컵에 나가게 됐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좀 많이 놀랐어요. 다른 팀은 거의 다 1군 선수들이 출전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저는 대회는 처음이라 위축도 많이 됐어요. 형들이 지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해서 정말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결과는 아쉽게 됐죠.

당시에 한화생명e스포츠와 경기를 치르면서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 라인전을 했었잖아요. 같이 라인전을 서니까 뭘 못 하겠더라고요. 위축되는 걸 떠나서 라인 관리를 너무 잘하셔가지고 뭘 하기도 전에, 왜 진지도 모르게 끝난 느낌이었어요. 리플레이를 엄청 보면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케스파컵 끝나고는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죠. 이후에 스크림하면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전체적으로 잡아주시고, 리플레이 같은 것도 보면서 열심히 했어요. 코치님이 케스파컵에서는 자기가 부족했던 거라고 하시면서 위로를 많이 해주셨는데, 당시에는 힘이 좀 많이 됐어요.

가장 고마운 팀원이요? 저는 '모글리' 선수한테 제일 고마운 것 같아요. 진짜 많이 알려줬거든요. 제가 20분 이후로 미드에 서기만 하면 계속 죽는 거예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저보고 정글 캠프 다 먹으라면서 자신감을 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케어를 많이 해줘서 저도 실력이 늘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021 챌린저스 리그, 초대 우승

케스파컵 때의 저와 챌린저스 리그 때의 저는 천지차이죠. 라인 관리도 그렇고, 후반에 한타에서 어떻게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 등 전체적인 기량이 많이 늘었어요. 연습도 정말 열심히 했고, 앞서 말했듯 도움도 많이 받았죠. 다들 열심히 하지만, 저는 이번 시즌에 팀에서 제가 가장 열심히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정규 시즌 1라운드 끝나고 딱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대회 우리가 우승하겠다는 생각이요. 근데, 애초에 저희 팀이 우승한다는 마인드로 모였던 거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였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2군으로 들어올 때 멤버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저도 경험이 없다 보니까 우승에 대한 생각이 없었거든요. 근데 막상 보니까 대단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경계했던 팀으로는 DRX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 말고 다른 팀원들은 아무래도 젠지 e스포츠나 한화생명e스포츠를 좀 신경쓰는 편이었는데, 저는 DRX가 경계가 많이 됐어요. '태윤' 김태윤-'준' 윤세준 선수가 저희 봇 듀오를 제외하면 제일 잘하는 것 같았어요. 전체적인 라인전도 센 편이라고 생각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당연히 결승전이죠. 특히, 마지막 세트가 제일 인상깊었어요. 처음 시작하고 한 5분 정도 지났을 때 게임이 아예 기울어서 '모글리' 선수가 '이 판 지더라도 할 거 다 하고, 멘탈만 놓지 말자'라고 했거든요. 근데, 게임을 하면서 점점 우리 쪽으로 기우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상대 넥서스를 파괴했을 때는 진짜 전율이 느껴졌어요. 역전승이라 그런가. 진짜 행복한 기분이었어요.



목표

당연히 1군 무대에서 뛰는 게 목표예요. 작년 11월에 이적 시장이 열렸을 때, 저는 제가 1군을 가기는 애매한 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군 리그를 뛰면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늘려서 다음 해에 1군으로 올라가자는 다짐을 했죠. 같이 연습생 생활을 하던 선수들이 대부분 1군으로 가고 저만 2군에 남게 됐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극이 많이 됐어요.

아무래도 T1 1군 선수들이 워낙 걸출하다 보니까 콜업에 대한 부담감은 좀 있어요. '테디' 박진성 선수나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나 다들 너무 잘하잖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길게 보면 어쨌든 같은 라인에서 경쟁하고 이겨야 하는 상대니까요. 열심히 해야죠.

라인 관리나 후반 운영 같은 부분이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요.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충하면 서머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고요. 팀원들도 우리가 이긴다는 걸 항상 전제로 깔아두고 있어요. 분위기 되게 좋아요.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는 거니까 자신감은 갖되, 자만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한테 좋은 평가를 많이 해주신다는 거 알고 있어요. 기분은 진짜 좋은데, 순간 취한다는 느낌이 뭔지 딱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자만심을 경계하게 됐어요. 웬만하면 그런 이야기도 최대한 듣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요.

방심하지 않고 하던 대로 계속 열심히 해서 서머 스플릿까지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 전하고 싶어요. 그 응원에 보답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