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인기의 장재호, WCG 2013 최후의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두다

11월 30일, 중국 쿤산에서 열리는 WCG 2013 워크래프트3 4강전 경기에서 장재호 선수가 중국의 'EleGaNt'선수를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이 사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랐는지 모릅니다. 장재호는 올해 WCG에서 첫날 경기를 0:2로 패해 벼랑 끝까지 몰렸거든요. 그 후 내리 3승을 거두면서 어렵게 8강에 올랐기에 장재호의 결승 진출은 그야말로 극적으로 이루어진 셈입니다.

올해 WCG 2013을 마지막으로 워크래프트3는 공식종목에서 제외됩니다. 마지막 WCG에서 활약하는 장재호의 활약을 보기 위해 많은 중국 팬들이 몰렸죠. 이동할 때마다 구름 관중이 몰리면서 다수의 공안 요원이 없이는 이동조차 쉽지 않은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그의 플레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 외계인이다, 만나는 상대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다는 일화 끝에 탄생한 별명 '안드로장'. 이제는 WCG 워크래프트3 최후의 챔피언에 도전합니다. 그간 그가 걸어온 여정과 앞으로의 생각은 어떨까요? 다음은 WCG 2013 워크래프트3 결승을 앞둔 장재호와의 인터뷰입니다.


■ 중국에서 하늘을 찌르는 장재호의 인기 비결은? 꾸준하면서도 화끈한 플레이 스타일

▲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한 장재호의 모습


Q. 이번 WCG에 참가하는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올해에 치러지는 워크래프트3가 마지막이라 많이 아쉽고, 저뿐만이 아니라 워크래프트3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Q. 현장에서 중국 팬들의 지지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오래전부터 중국 대회에 많이 참여해와서 그런지 중국 팬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아요. 팬들이 너무 열성적이라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저를 사랑해주신다는 뜻이라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Q. 중국 팬들이 장재호의 어떤 면을 보고 애정을 느끼는 걸까요?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제 플레이를 보고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경기하면서 재미있는 경기도 많이 나왔고요. 그간 중국에서 대회가 많이 열려서 중국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어요. 그러한 점들이 쌓여서 팬분들이 절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Q. 여담이지만 중국어를 잘하시나요? 팬 서비스의 노하우가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니에요. 중국어는 생활용어밖에 못 해요. 따로 팬분들을 의식해서 뭔가 한 것은 없지만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인상 깊게 생각하셔서 저를 좋아해주시는 이유가 된 것 같아요.


■ 올해가 마지막인 WCG, 장재호의 결승 진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 무대에 오른 장재호의 모습. 그러나 1일차 결과는 좋지 않았다


Q. 그럼 올해 대회 이야기를 해볼까요? 첫날 2패를 기록해 걱정이 많았는데 3승으로 역전에 성공했죠. 당시의 상황은 어땠나요?

대회 첫날에는 제가 긴장한 것도 없었고 마음도 편했어요. 대체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지만 평소 연습과 달리 현장에서의 마우스 감도가 달라서 그 부분이 민감하게 신경이 쓰였어요.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없었던 실수가 잦았고 당황도 많이 했었어요.

결국, 첫 날에 중국 두 선수에게 패했죠.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정말 착잡했었어요. 한국 팬들은 물론 지켜보시는 중국 팬들도 많은데 허무하게 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스러웠고, 다음에 있을 경기에서는 그런 플레이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첫날 2패를 당하고 어떻게 마음을 가다듬으셨나요?

그렇게 지고 나서도 다음날 긴장을 한 건 없었어요. 마음이 편했고, 준비했던 플레이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하자는 생각을 했었죠. 한 경기씩 최선을 다했더니 내리 3연승을 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패배를 극복할만한 동료 선수나 지인이 있었나요?

연습 파트너로는 한국 선수들이 있었는데 예전 같지가 않아서요. 지금은 많이 은퇴하기도 했죠. 선수들을 통한 연습보다는 리플레이나 VOD를 이용한 분석을 위주로 준비했었고요.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가족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팬들도 큰 힘이 되었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주셨죠. 가족들도 '끝난 건 아니니까 잘 풀어나가면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으니 힘내'라고 하셨습니다.


■ 데뷔부터 '안드로장' 별명까지… 지금도 진행 중인 프로게이머 장재호의 일대기

▲ 경기 결과가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못하는 장재호


Q. 장재호의 이름은 알아도 데뷔 과정은 잘 모르는 팬들이 많아요. 당시가 기억이 나나요?

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로 게임에 입문했다가 점차 워크래프트3 선수의 꿈을 가졌어요. 그때가 중학교 시절이니 14살 때부터 스타크래프트로 꿈을 키워나갔고, 워크래프트3가 17살 때 출시됐거든요. 당시 스타크래프트는 연습환경도 좋지 않았고, 열심히 해봤지만, 가능성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마침 워크래프트3란 게임이 나와서 플레이해봤는데 그 게임이 제게 딱 맞는 게임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재미도 있었고요. 워크래프트3를 플레이하면서 연습량도 자연히 늘었죠. 이렇게 실력을 쌓아가다가 방송경기 예선을 통과하면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됐고요, 오랜 시간 끝에 우승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 같아요.


Q.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순간이 기억나나요?

네 MBC게임 프라임 리그가 첫 우승이었어요. 그 때 상대 선수도 기억이 나요. 당시 첫 우승을 해서 감격스러웠죠. 제 기억에는 18살이나 19살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햇수로 따지면 2003년이나 2004년경으로 기억합니다.


Q. 네 종족 중 나이트 엘프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나이트 엘프의 특징이 있다면?

나이트 엘프 종족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게 됐네요. 워크래프트3 처음 입문할 때는 모든 종족을 한 번씩 돌아가면서 플레이해봤다가 본격적으로 어떤 종족을 주종족으로 해야 할지 결정하려고 곰곰이 생각하게 됐죠. 여기서 나이트 엘프가 저랑 스타일이 잘 맞고 승률도 높았고요. 무엇보다도 나이트엘프 스타일이 다른 종족과 달리 특별한 요소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고 플레이하면서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Q. 오랫동안 선수로 활동하면서 치른 경기가 많겠지만, 가장 아쉬운 경기를 하나 꼽자면 어떤 경기가 있을까요?

이번 WCG를 치르면서 떠오른 게 있기도 하네요. 지난 WCG 2008 결승전에서 'Grubby' 마누엘 쉔 카이젠과 만났었는데 그때 패하면서 준우승을 했거든요. 그 기억이 남습니다.


Q. 워크래프트3가 한국에서는 탄력을 받지 못했어요. 아쉽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에서는 안타깝기도 해요. 스타크래프트처럼 워크래프트3도 꾸준히 오랫동안 방송대회가 많이 열렸으면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을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는 내심 안타깝기도 해요.

그래도 워크래프트3란 게임이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었고, 특히 중국에서 많은 대회가 열렸기에 지금까지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그래서 그런지 장재호 선수는 외국을 오가며 활동을 하게 됐어요. 이런 생활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국내에서 워크래프트3가 인기 있었으면 팀도 많이 생겨났을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해외 팀에서 활동해야 하는 게 아무래도 힘들었죠. 거리가 멀다 보니 대회에 참가하기도 어려웠어요. 온라인을 통해서 연습하다가 대회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 가는 식으로 선수 생활을 했죠.

의사소통이 잘 안 됐던 것도 문제였던 것 같고, 또 해외 팀의 경우 선수들의 급여에 대해서 좋지 않은 면이 많이 있었어요. 한국 팀이었으면 그런 문제가 덜했을 것 같은데 해외 팀이란 부분이 컸던 것 같아요.


Q. 래더 서치를 눌러놓고 잠을 자다가 서치가 되면 일어나서 게임을 한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죠. 설마 요즘도 이렇게 하시나요?

아니요. 그 이야기는 실화이긴 한데 당시에는 국내에서 워크래프트3 리그가 여럿 있었고, 국내 팀도 좀 있었을 때 이야기거든요. 당시에는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잠을 줄여가면서 했었죠. 지금은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어서 안 하고 있고요(웃음).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웃음).


■ 입대까지 워크래프트3 올인! 최대한 많은 팬을 만나고 싶어

▲ 대반전 성공! 결승에 진출한 직후 장재호의 승자 인터뷰 모습


Q. 입대까지 워크래프트3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요. 지금도 유효한가요?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워크래프트3 대회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소규모 대회는 꾸준히 열리고 있거든요. 비록 스타크래프트도 병행하면서 플레이하기도 했었지만,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워크래프트3에 애정이 많이 있어요. 팬들도 그만큼 저를 많이 사랑해주시기 때문에 입대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습니다. 입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마 내년이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Q. 앞서 조금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번 WCG 마지막 워크래프트3 대회가 끝나면 팬을 직접 접할 기회가 줄어들어요. 이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그런 부분에서 WCG의 공식종목 제외는 정말 아쉬운 소식이고요. 이번 WCG가 끝나고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나 기타 오프라인 대회가 열리면 참여하고 싶고요. 될 수 있으면 많은 대회에 참여하면서 중국 팬을 비롯한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WCG 최후의 워크래프트3 우승자가 될 수 있나요? 마지막 각오를 밝혀주세요

이번 WCG가 올해가 마지막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