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모바일 게임은 소셜 네트워크와 결합한 게임이 트렌드였습니다. 이른바 for Kakao 게임들이 대세였던 시기였죠. 그리고 시간은 흘러 마케팅이 어느덧 게임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예인을 동원한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게임을 알리게 됐던 겁니다.
그랬던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가 최근 다시 변화했습니다. 이번에는 유명한 원작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는 게 트렌드가 됐죠. 하지만 실제 IP를 활용한 게임 중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은 여전히 적었고 소수의 게임만이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던 상황이었습니다.
IP를 활용한 이 트렌드가 잘못됐던 걸까요? 이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디즈아크(D's Ark)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유명 IP를 원작으로 해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개발, 서비스하는 회사였는데요. 과연 IP를 활용한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디즈아크 이연민 본부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디즈아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디즈아크는 만화 등의 IP를 활용해 디지털 상품화하는 회사입니다.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게임을 들여와 퍼블리싱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메신저 스티커 같은 상품을 만드는 일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아무래도 VR, AR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보니 IP와 VR, AR을 어떻게 접목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역시 게임이 주류입니다. IP를 활용해서 개발하고 서비스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모델이니까요.
Q.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셨을텐데요.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이 많습니다. 'SD 건담 넥스트 레볼루션'이나 '디지몬 소울 체이서'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했었습니다. 또한, '라인 플레이'의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었습니다. 마징가나 마크로스 프론티어 캐릭터 아바타를 판매했었는데 일본에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냈던 거로 기억합니다. 당시 전체 매출의 95% 정도가 일본에서 나왔을 정도니까요.
현재는 다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누야샤'를 원작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IP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하시니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을 보면 여러모로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물론 제가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해 뭘 평가한다든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굳이 느낀 부분을 말하자면, 그동안 IP에 대한 말들이 나왔지만 이렇게나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IP가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랬던 걸 '리니지2 레볼루션'이 정면에서 부쉈다고 봅니다.
단순히 모바일 게임에서만의 성공이 아닌, PC 온라인 게임을 포함해도 말도 안 될 정도의 성공을 거뒀으니까요. 그 덕이라기엔 그렇지만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으로 인해 유명한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더 활발히 나올 거로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본부장님이 보시기에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 요인은 역시 IP 때문이었다고 보시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IP는 중요하죠. 하지만 국내 유저 성향으로 보자면 IP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IP에 걸맞은, 유저들의 니즈에 맞는 게임이었기에 이런 결과 낼 수 있었던 거죠. 아무래도 국내 유저들이 모바일 게임 성향을 보면 점점 코어한, PC에 가까운 형태의 게임을 원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리니지2 레볼루션'이 이런 유저들의 기대에 딱 부합했던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일본과 한국 유저들의 모바일 게임 성향은 다르거든요. 한국은 아무리 IP를 썼다고 해도 기본이 되는 콘텐츠, 시스템이 좋지 않으면 절대로 호응해주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은 다소 시스템이 좋지 않다고 해도 원작에 대한 팬층이 워낙 두터워 매출이 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걸로 봐도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은 단순히 '리니지' IP여서 성공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방금 일본 게임들의 경우 IP가 가진 힘 자체가 크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는 건 콘텐츠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얘긴가요?
아, 무조건 IP를 활용한 일본 게임이 콘텐츠나 시스템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게 부족해도 IP가 가진 힘이 워낙 커서 매출을 이끈다는 얘깁니다. 한편으로는 콘텐츠가 부족한 이유에 관해 설명하자면 우선 원작자가 게임에 대한 검수가 엄격한 편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게 좋은 의미일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 원작과는 별개의 스토리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칼같이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작의 아이덴티티가 훼손된다며 말이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IP에 의존하기만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우선 콘텐츠나 시스템이 받쳐지고 그 토대 위에 IP라는 장식이 올라갈 때야말로 제대로 된 걸출한 작품이 나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장식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저는 IP를 개발적인 측면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IP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마케팅 비용으로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저희가 서비스하는 '디지몬 소울 체이서'의 경우 디지몬이 아닌 다른 게임이었다면 마케팅을 통해 알려야 했겠죠. 하지만 디지몬 IP를 이용한 덕분에 디지몬을 아는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도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더러 나올텐데 이 경우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본 IP의 경우 원작의 세계관이랄까요. 그런 부분을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개발하면서도 원작의 요소는 파괴하지 않아야 하고, 그렇게 개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퍼블리셔의 경우도 비슷한데요. 마케팅할 때도 원작자의 검수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만큼 원작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이런 부분을 이해하셔야 할 겁니다.
Q. IP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니 궁금한데요. 일본이 이런 쪽으로는 원조랄 수 있는데, 이런 만화 등을 원작으로 한 게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일본은 게임 산업에서 IP가 큰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다이남코가 이런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드는 대표적인 개발사인데 모바일 매출이 어마어마할 정도입니다. 몇몇 게임은 시스템도 너무 단순해서 '이게 정말 팔릴까?' 싶었던 게임도 있었는데... 오히려 매출이 엄청나더라고요.
물론 모든 게임이 그랬던 건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IP를 활용한 게임이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왜 나왔나 싶어 보니 일본 유저는 IP 자체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저희 쪽에도 일본인 직원이 있는데 그 직원에게 어떤 게임에 대해 물어보니 게임은 재미없지만, 수집 요소 때문에 돈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게임의 경우 원작 만화 잡지와 게임의 콜라보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잡지에 있는 게임 쿠폰 때문에 잡지가 매진되는 사례가 생길 정도로 IP에 대한 애정이 큰 편입니다.
국내와는 아무래도 다르죠. 앞서 말했지만, 한국은 유명한 IP를 쓴다고 해도 게임 자체가 재미 없으면 바로 등을 돌리니까요. 개인적으로 한국 유저는 참 엄격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혹시 일본 매출 상위권의 게임 중 IP를 사용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매출 순위 10위 권에서는 아직도 과거에 인기 있던 게임들이 상위권에 집권하고 있습니다. '퍼즐 앤 드래곤'이 대표적이죠. 그래도 그 외에 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하는 게임을 볼 때 한 50% 정도가 IP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 참고로 일본 유저들의 경우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한번 애정을 주면 오랫동안 사랑해준다고 할까요? '퍼즐 앤 드래곤'의 장기집권 역시 그런 점이 크게 작용하는 거 같습니다.
Q. 한국에서는 왜 일본에서 대박난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힘을 못 쓰는 걸까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모바일 시대가 되면 오히려 문화의 차이가 도드라진 게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금 한국에서 성공한 일본 게임이 거의 없다고 하셨는데 반대로 한국에서 대박 난 게임이 중국, 일본에서 대박 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거의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세븐나이츠'가 거의 유일한 정도죠.
그렇다면 한국이 게임을 못 만드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왜 대박을 못 내는가 하면 앞서 말한 게임을 대하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른바 코어 RPG가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손으로 즐기기 편하게 세로형의 가벼운 게임들이 주류죠. 여기부터 이미 받아들여지지 않는 겁니다. 양손과 한 손, 차이가 있죠.
그리고 목적도 다른 편입니다. 일본은 수집형 RPG가 강세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수집하는데 재미를 느끼지만, 한국은 강해지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렇듯 같은 게임이지만 그 게임을 대하는 유저들의 생각이 다른 만큼, 최근에는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 한국에 퍼블리싱을 구할 때 '아예 리소스를 줄 테니 한국 시장에 맞게 컬쳐라이징(문화화) 해줄 수 없냐?'는 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일본 게임은 세로형이 많은데 국내에선 가로형을 선호하니 아예 뜯어고쳐달라는 거죠.
Q. 아까 전에 '이누야샤 모바일'에 대한 얘기를 하셨는데, 올해 출시를 앞둔 신작인가요?
예, 만화 '이누야샤'를 원작으로 한 '이누야샤 모바일'입니다. 핵심 타이틀로 개발하고 있고요. 올해 말, 내년 초쯤에 일본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는 동남아 시장을 타겟으로 해서 예전에 유행했던 '곤'이라는 공룡이 만화를 기반으로 한 러닝 게임도 개발 중입니다. 아, 참고로 '이누야샤 모바일'의 경우 저희가 직접 개발하는 건 아니고요. 타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고 저희는 프로듀싱을 하는 쪽입니다.
Q. 국내 개발사들에게 IP와 관련해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한국의 경우 IP의 힘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보다는 콘텐츠나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는 거였는데요.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좀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가까운 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우선 공통으로 원작 IP를 활용한 게임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우선 게임을 소개할 때도 이것저것 소개할 필요가 없이, 어떤 IP를 썼다고 하면 우선 한번 보자고 할 정도입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이누야샤 모바일'도 그랬습니다. 딱히 대대적으로 알린 것도 아니었는데 중국 개발사에서 관심을 갖고 연락을 줬습니다. 이게 바로 IP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바일 시장은 점점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고 다양한 게임이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시장에서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성과를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 개발사에서도 점차 IP를 활용한 양질의 게임을 개발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Q. 끝으로 디즈아크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희 디즈아크는 IP를 활용해 디지털 상품을 만드는 회사로서 단순히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전부터 IP를 기반으로 한 일본 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다 보니 이에 대한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노하우를 통해 한국 개발사와 긴밀히 협력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콜라보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한국의 IP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