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이머라도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대한 이미지는 참 고달팠다는 것을. '중독법' 논란은 그런 사회에서 나온 일종의 해프닝이기도 하다. 게임을 정식 대학에서 배우겠다는 생각은 언강생심이었다. 엔씨소프트의 이재성 전무는 지난 취업박람회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백수라고 소문이 났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이니.

게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게임교육 분야는 어떨까. 예전에는 "게임 만드는 거나 배워서 어떡하려고 하냐, 차라리 평범한 대학이나 가라"고 주변 어른들이 뜯어말리던 경험을 듣곤 했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다. 게임은 문화콘텐츠 최대의 산업이 되었고, IT 분야 엘리트들이 게임사의 문을 두드린다. 빠르진 않지만, 분명 인식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젊은 인재들의 오늘날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마포 아트센터에서 열린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졸업작품전은 비단 학생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도 찾아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그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했다. 현장에서 게임그래픽&애니메이션 학과(이하 그래픽학과) 김부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관련기사 : [취재] 젊은 감각에 웃고, 높은 수준에 놀라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졸업작품전

▲ 서강대 게임교육원 김부자 교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에 대해 아직 생소할 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게임회사와 마찬가지로 4개 학과가 있어요. 게임기획과 학생들이 기획을 하면 디지털 스토리텔링 학과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그래픽 학과 학생들이 그래픽 작업을 하면 소프트웨어 개발학과의 프로그래머들이 바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그래서 전교생이 재학 중에 게임을 해마다 만들어요. 3학년까지는 그렇게 작업하고, 4학년이 되면 졸업작품을 통해 학위와 졸업장을 받게 됩니다. 일종의 작은 회사로 봐도 될 것 같아요. 보통 다른 대학은 학과별로 수업하잖아요. 우리는 한 주에 하루는 전 학과가 헤쳐 모여서 4~5명씩 팀을 이뤄 수업을 해요. 게임 제작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부분을 직접 경험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교육하는 곳이 서울에는 우리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서강대학교에서 이런 실무교육과 병행해서 실제 인문학적 교육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게임교육원을 설립하게 됐거든요. 저희는 게임교육원이긴 하지만 학사학위를 받고 졸업장도 수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교육원의 학사과정이 서강대의 일반적인 과정과 차이가 없는 건가요?

일반적인 학점은행제는 보통 개인이 선택해서 하잖아요. 저희는 학부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모든 관리를 다 하고 있습니다. 학부생들처럼 학교만 열심히 다니면 게임 제작도 배우고 일반 대학 교육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실용적인 교육뿐 아니라 어학, 역사 등의 전인교육을 모두 하고 있습니다.


교수진과 학생 규모도 궁금한데요.

전임교수는 열세 명이 있고, 겸임교수가 둘, 초빙교수가 여덟 분이에요. 여기에 5~60명의 강사진이 있고요. 학생은 한 학년에 170명씩입니다. 단과대학 하나 정도의 큰 규모라고 보시면 돼요.


커리큘럼은 어떤가요? 어떤 식으로 강의가 이루어지고, 실제 있는 게임도 예제로 활용되나요.

실제 게임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고요. 학생들의 창작 위주로 진행됩니다. 그래픽학과를 예로 들자면 1학년 때는 기초교육을 해요. 수작업도 하고, 그래픽 툴 기초작업을 통해 기본을 익히는 거죠. 2학년이 되면 그것을 응용해 실제 게임 제작의 기초를 배우고요. 3학년에서는 본격적인 교육을 하겠죠.

지금 졸업작품전 중에서 기획과 등의 학생들은 전원 취업이 됐고요. 그래픽학과도 이미 반절 이상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4학년 2학기부터는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실제 사회에서 개발 작업을 하게 되죠.


아직 사회 인식이 좋지만은 안잖아요. 대학에서 게임을 배우겠다 하면 말리는 부모님도 많곤 한데, 그런 일로 고민하는 학생은 없었나요?

들어오기 전에 이미 고민을 마친 상태에요, 일례로 이번 졸업생 중에 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장홍욱 선수)도 있었어요. 그 학생도 프로게이머로 게임을 즐기다가 여기에 빠져드니 직접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예요. 게임교육원에 들어온 학생들은 자기 손으로 게임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에 가치를 두고 오기 때문에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게임 중에도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강이나 교육에 필요한 게임도 많잖아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에 그 가치는 개인마다 다를 것 같아요.

▲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졸업생 장홍욱 씨 작품


이번이 5회 졸업작품전인데, 학생들의 성향이나 퀄리티 부분에서 해가 갈수록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초기에는 정말 게임이 너무 좋아 들어온 학생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거기에만 빠져들어서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해가 가면서 저변이 넓어진 것 같아요. 게임학과를 왔지만 방송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방향으로 진출하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다양한 진로가 존재하는 건가요?

실제로 게임 제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분야 진출은 어렵지 않습니다. 접근하기가 쉽거든요.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응용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인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봤거든요. 증강현실을 활용한 발표도 있었고.

사실 저는 화가 출신이에요. 예전에는 잘 그리고 잘 만들고 시각적으로 훌륭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는데, 시간이 흘러서는 거기 들어있는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어요. 사실 게임은 제작자의 의도대로 가지 않잖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의도가 새롭게 밝혀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지만 기성 제작자 못지않게 특이하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것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화가 출신에서 게임교육원 교수직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10여년 동안 대학에서 유화, 인체드로잉 등 정통 회화를 강의했어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만화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했거든요. 세월이 흐르면서 한창 붐이 일던 애니메이션 강의를 했는데, 이제 막 신설된 게임 관련 학과에 정말 가르칠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제대로 전공을 한 경우가 우리나라에 없었고, 대부분 어깨 너머로 독학한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림을 기본부터 다져서 올라온 사람이 귀한 시절이었어요. 저를 필요로 해서 강의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어서 빠져들게 됐어요.



요즘 가장 큰 이슈인, 게임을 마약처럼 관리하는 '중독법'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네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상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학교 안에서는 억울해 하지도 않고 안타까워 하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 아니니까.

예전 한참 온라인게임이 유행할 때 아침 첫 수업을 안 온 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새벽에 게임에 들어가서 잠복했다가, 애들이 접속하면 귓말을 보내서 학교에 오게 만들기도 했어요. 제가 한번은 게임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면서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해봤어요. 17시간까지 버티겠더라고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중독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중독이라는 게 반드시 게임이라서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떤 성격이나 환경으로 인자를 가진 사람은 게임이 아니어도 그런 상황에 빠질 거라 생각해요. 그걸 게임에 몰아서 취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중독이 되지 않았듯이요.


게임 개발을 꿈꾸는 학생들이 처한 여러 어려움도 있을 텐데, 게임업계나 기관 등에 바라시는 점이 있나요?

크게 바라는 건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껏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 개발자로 활동할 때 적어도 국민들로부터 '나쁜 걸 만드는 사람'으로 오해받게는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이 사람들의 인권과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함부로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한 가지 현상에 집중해서 그렇게 몰고 가는 일은 정말 마음 아프거든요.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인류가 생겨나면서 가장 먼저 생긴 게 놀이라고 봐요. 놀이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겁니다. 하지만 놀고만 살 수는 없기도 하고요. 자기 조절을 하면서, 자기 기본적 생활 패턴 안에서 노는 것과 실제 사는 노력을 병행할 수 있는 훌륭한 게이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