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다크에덴 초기에는 슬레이어즈라는 인간 종족만 선택이 가능했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으면 흡혈을 당해야 했다. 24시간 이내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뱀파이어로 종족 전환이 되었다. 2D MMORPG이었지만 한번 전쟁이 벌어지면 필드가 붉은색으로 물들 정도로 고어적인 연출이 난무했다. 그 피 맛을 아는 사람들은 다크에덴에 빠져들었다. 돌이켜보면 다크에덴은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상 가장 독특한 컨셉의 온라인게임이었다. 살얼음 같은 게임판을 10년째 꿋꿋이 지키고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인벤은 2D MMORPG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다크에덴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소프톤엔터테인먼트 본사를 찾았다. 게임 사업 총괄 이봉재 실장과 인터뷰는 지난 23일 진행되었다.


[▲소프톤엔터테인먼트 게임 사업 총괄 이봉재 실장]


다크에덴이 2002년 정식 상용화에 들어갔으니 햇수로 12년입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더 돋보여 보입니다.

지금 만 10년째 되었어요. 햇수로는 맞기는 하지만, 그냥 딱 만으로 따지면 10년입니다. 작년 여름 10주년 이벤트도 했었습니다. 좋게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부끄럽기도 합니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렸어야하는데 그만큼 후속작이 늦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아직 '다크에덴'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지금 소프톤엔터테인먼트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크에덴은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코어 유저 층이 자리 잡혀 있는데 그분들에게 특히 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크에덴이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독특한 컨셉이 큰 비결이지 않을까 합니다. 2D RPG 시장에서 리니지와 다크에덴이 양분하고 있죠. 용량도 작고 그래픽도 직관적이기 때문에 마니아분들이 많이 좋아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니아분들이 계속 즐겨주셔서 지금까지 서비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10년 동안 진행해왔던 많은 이벤트의 노하우와 오랜 기간 서비스 해왔던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도 계속 인기 있는 이유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또한, 게임의 뼈대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유저분들은 한 두 달 처음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간 게임을 즐기신 분들입니다.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플레이를 해보면 유저분들은 게임이 재밌는지를 아시죠. 그런 점에서 게임의 수명이 판가름 난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크에덴은 자산에 대한 가치가 높은 게임입니다. 단순히 이동할 때 시간을 보내는 용도인 킬링 타임 용도 좋지만, 유저분들 입장에서는 내 돈을 쓰면서 즐기기도 하고 게임 안에서 얻는 것도 있어야 하죠. 그런 모토로 프로모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 게임머니 100억 걸면서 이벤트 했죠. 아이템매니아 거래순위에 따라 보상도 한 적 있고요. 유저들이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만드시더군요. 이런 소소한 재미가 모여 '다크에덴'의 인기가 지속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뻔하지 말고 펀(Fun)해야죠.

[▲다크에덴 10주년 기념, 유저 랜파티 행사도 진행되었다]

다크에덴 유저들의 평균 연령대가 궁금합니다.

20대 후반, 30대, 40대 분들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구성 비율은 비슷하고요. 20대 후반 분들 중에는 당시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이던 사람들이 아직까지 '다크에덴'을 즐기고 있죠. 채용할 때도 보면 중학교 때부터 '다크에덴' 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웃음).

10년 된 장수 게임 맡으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자긍심이 크죠. 아직까지 라인업이 하나다 보니 더 갖추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다크에덴'으로 해외로 진출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최근 트렌드의 그래픽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좀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좀 아쉽고요.

작년에 목표를 그렇게 세웠던 이유는 현재 개발 중인 '다크에덴2'를 2015년에 출시할 예정이었거든요. 그전에 '다크에덴' 원작이 진출한 상태가 아니라면 '다크에덴2'의 의미가 퇴색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크에덴2'에 관한 해외 퍼블리셔로부터 반응은 좋았어요. 단지, '다크에덴2'가 일반 유저에게 관심이 있으려면 기존의 '다크에덴'도 잘 알고 있어야 할텐데라고 생각했죠. 올해도 여러 시도를 하겠지만, 작년에 완전한 결실을 못 맺은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다크에덴2'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다크에덴' 그래픽을 리뉴얼할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워낙 컨셉이 괜찮은 게임이라 이미지만 좀 바꿔줘도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을 고려안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계속 서비스하면서 콘텐츠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이 모든걸 다 바꾸는 게 사실상 힘들죠. 유저분들을 위해서 매주 정기 점검뿐만 아니라 시즌 때마다 대규모 업데이트 진행했으니까요. 이번에 신규 월드도 오픈하고 공성전도 리뉴얼 했습니다. 다양한 이벤트들이 계속 누적된 상태죠. 다크에덴의 리뉴얼을 하고는 싶지만 못할 정도로 방대한 콘텐츠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하고 싶습니다만 거의 새 게임을 만드는 수준의 양입니다. 그런 욕심에서 '다크에덴2'를 반년 정도 빨리 준비하게 되었고요.

[▲'다크에덴2' 개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26일부터 4주간 점핑 캐릭터 이벤트를 했었죠. 유저 반응은 어떠했나요?

저희도 솔직히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예상은 못했어요. 다만 겨울방학을 맞아 공성전 및 여러 가지 이벤트와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더욱 유저들이 쉽게 게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은 많이 했었죠. 작년에도 다음과 아이템베이 채널링을 하면서 점핑 이벤트를 했었는데, 그때는 저희가 채널링 사업제휴가 처음이라서 준비가 미흡했었어요. 그때의 노하우를 통해서 차질 없도록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이번에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유저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신규 서버를 오픈했고요.

이벤트를 통해서 동접은 3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도 늘었습니다. 모든 게임이 같겠지만,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가 없다면 100레벨 200레벨이 제공되어도 유저분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죠. 또한, 특정한 서버에 초보자 분들이 많이 플레이하시게 되면, 대부분이 초보자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십니다. 이번에 전체 서버에서 점핑 캐릭터를 제공하면서, 이미 고렙이신 유저분들이 길드 차원의 지원과 같은 방식으로 초보 유저분들을 돕는다면 보상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신규 유저분들도 안착할 수 있었고요.

점핑 이벤트는 개발팀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내부에서 반대하는 분은 없었나요?

반대하는 분도 많이 있었죠. 무엇보다도 개발하시는 분들이 반대를 많이 했었어요. 분명 점핑 이벤트는 그동안 자기가 개발하고 서비스 해오던 신조와 신념에 부딪힐 거라고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쪽의 의견이 옳은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죠. 다만, 작년 여름의 정책은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전 서버 대상으로 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분명 그때 이벤트 당시에는 많이 찾아오셨지만, 정착한 유저분들은 적었어요. 제한을 하기보다는 제한 범위를 더욱 풀어주는 것이 맞는 걸로 생각해서, 전체 서버를 대상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점핑 캐릭터에 대해 고렙 유저의 반발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열혈 유저들을 위해서 던전을 만들기도 했고요. 길드 단위로 신규 유저분들을 지원했을 때 보상과 같은 정책들을 했기 때문에, 크게 불만을 갖지 않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업데이트의 메인으로 보이는 것이 점핑 캐릭터일 뿐, 기존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도 있습니다.

얼마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어요. 의심이 많은 세상이다보니 저도 솔직히 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었죠. 절대 조작할 수 없는 게 그날은 하루 종일 검색어 10위 안에 있었어요. 전 서버 대상으로 점핑 캐릭터를 제공하는 이벤트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작도 아닌데 1위라니'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같았어요. 저희도 놀랐죠. 내부에서 오해도 있었어요. 순위는 정오부터 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계속 10위권 안에 있었습니다. 그게 누적이 되다 보니 게임 순위가 9위까지 올라갔는데 아직 다크에덴을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합니다.

[▲'다크에덴' 작년 여름 점핑 케릭터 지급 이벤트]

장수 게임의 공통 고민인데, 고레벨 유저가 많아지다보니 신규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기도합니다.

게임도 하나의 경제거든요. 그 안에서 선순환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저희도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번에는 신규 유저는 신규 유저대로, 복귀 유저는 복귀 유저대로 어떻게 게임을 재밌게 풀어내는가가 제일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복귀 유저의 경우에는 저희 게임에 대해서 잘 아시니까요.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동접자 수도 증가했고요. 겨울 방학 시즌 시작하면서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기존 서버에서 신규 서버로 넘어가는 유저도 있을 거 같은데요. 신규 서버에 대한 불만은 없나요?

현재 있는 서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뿐이에요. 161레벨 이상의 점핑 캐릭터를 지급하는 것 때문에 다른 서버로 이동한다 해도 충분히 신규 서버에서도 질서가 잡힐 거라 생각합니다. 유저분들이 이동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기존 서버에서 못하던 것을 가서 해보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에 대한 큰 불만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3종족 유지가 12년 되었죠. 새로운 종족 추가가 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대부분의 게임에서 종족은 주로 2개지만 '다크에덴'은 3개에요. 저희만 갖고있는 특징이면서도 고민거리가 되죠. 아직, 10년 동안 새로운 종족을 추가하지는 않았습니다. 3가지 종족 사이에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도 느끼기도 하고요. 밸런스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추가한다는 것은 큰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다크에덴'에서 밸런스를 잡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다크에덴2'에서는 간결하고 명료하게 가는 것이 좋지 않나 해서 종족을 2개로 기획해서 개발 중이에요.

'다크에덴' 프리 서버가 있다고 하던데, 놔두면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10년, 2011년에는 심하긴 했습니다. 요즘은 자주 업데이트하기도 하고, 재작년부터 운영 정책을 강력하게 해서 프리서버 문제는 줄었다고 판단합니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이벤트와 업데이트도 하고 있고, 최근엔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했죠. 한때 순위 9위까지 올라갔고요. 지금은 30위 권이긴 하지만요. '다크에덴'을 하면 재미도 있고 돈도 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프리 서버가 한 번씩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본 정책은 '프리 서버는 단절시키자'입니다

'다크에덴'의 향후 진행될 업데이트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계속 유저분들이 증가하고 계속 꾸준히 잘 이용해주면 이후에 콘텐츠를 더 많이 늘려나갈 생각이에요. 특히나, 고렙 유저분들이 많이 늘어나셨기 때문에 그분들이 즐길 수 있는 전용 던전을 만들려고 합니다. 신규 월드도 여름쯤에 한번 더 만들려고 구상 중이고요. 저희 게임이 조작의 편의성이 없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인터페이스의 부분을 편하게 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이용하신 분들은 지금 시스템이 편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새로운 것이 좋을지, 지금의 부분을 조금 수정할지에 대한 절충안을 만들지 못 했습니다.

[▲이번에 신규 월드도 새롭게 추가 된다.]


'다크에덴2'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다크에덴2'는 2008년도 말에 한 번 개발을 접었었어요. 재작년 초부터 2년 정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여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2008년도에 진행되던 '다크에덴2'는 원작과의 느낌과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기획의도와 당시 개발한 콘텐츠 양도 '다크에덴2'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개발을 멈췄었죠. 그때 다크에덴 실적도 그렇게 안 좋았었고요. 전작이 잘 돼야 후속작이 이름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크에덴'도 2010년도부터 자리 잡고 있고 그 이후부터 잘 운영되면서, 다시 '다크에덴2'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올봄에 프로토가 완료되면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연말에 1차 CBT를 하려고 예정이고요.

마지막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앞으로 또 다른 채널링도 하고 이벤트 하면서 신규 유저를 많이 찾아뵈려고 합니다. 이번 여름 상반기안에 2개 정도 더 채널링 하면서 유저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혀 갈 예정이에요. 10년간 사랑해주셨던 유저분들에게 매우 감사합니다. 잠깐 말해드렸지만 자산 가치가 높은 게임이다 보니 경제적인 커뮤니티도 활성화 부분도 필요하죠. 그래서 여러 가지 이벤트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올 한 해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