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좋은 게임, 재미있고 성공한 게임, 잊혀지지 않는 명작 게임. 그리고 그것을 만든 개발자. 모든 게임 개발자들이 꿈꾸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에 대한 로망. 신입 개발자들은 오늘도 그렇게 꿈을 꾼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이번 강연은 조금 미묘했다. 분명히 유익한 강연이다. 기자가 개발자는 아니기에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신입개발자들에게는 강렬한 강연이었다. 그들의 꿈은 산산조각났고,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일갈과도 같은 강연이였다.

"업계 5년차 쯤 되시는 분이면 안들으셔도 되는 이야기이고, 실제로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NHN NEXT의 박민근 교수

NHN NEXT의 박민근 교수는 그렇게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오늘 열린 '게임테크 2014' 현장에서 '신입개발자로서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의 세션을 진행했다. 그는 신입 개발자들 꾸는 막연한 꿈을 산산조각 냈고, 냉혹한 현실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살아남는 법과 '성공한 개발자'로서 되기 위한 길을 제시했다.

그가 첫번째로 강조한 것은 바로 '게임 개발사'는 회사라는 것이다. 꿈꾸는 프로그래머의 모습과 실제 프로그래머의 모습은 다르다. 물론 꿈꾸던 모습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도 있지만, 그들은 업계를 통틀어 정말 극 소수다.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

"게임회사도 어디까지나 회사입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변화합니다. 납득이 되지 않는 대부분의 것들을 납득할 수 있죠. 그러나 회사라고 인정은 하지만, 절대로 월급쟁이는 되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는 "왜 게임 개발자가 되는가"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라고 권했다. 추구하는 바는 서로 다를지 몰라도 뭔가 '이상'이 있으니 개발자가 된 것이고, 보통 그것은 '성공하고 좋은 게임'을 만든 개발자가 되는 것이라고 개발자의 성공에 대한 의견을 표현했다.


▲ 그리고 그는 당당하게 자신은 '미소녀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개발자가 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성공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 주식? 우리는 주식에 성공해서 부자가 된 개발자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지, 성공한 개발자라 하지 않는다. 게임 개발자로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한다. 박민근 교수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공은 성적 순이다."고 표현했다.

'노를 젓지 않는 배는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말이고, 게임 개발자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개발자도 공부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보고, 필요하면 스터디를 꾸려도 좋다. 그는 게임 개발자로서의 로드맵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는 입사 포트폴리오부터 모든 사람들과 경쟁이 시작됩니다. 포폴이 좋지 않으면 시작부터 뒤쳐지는 겁니다. 냉혹하다고요? 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한 팀에 팀원은 여럿입니다. 하지만 팀장은 하나죠. 왜일까요? 지금은 경쟁의 시대입니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박민근 교수는 신입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중 하나로 '자존심'을 꼽았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택받은 만큼 신입개발자들은 자존심이 높다고 한다. 허튼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많이 보고 겪었던 일들이라고.

그들에게 그가 전한 격언은 바로 '실력없는 자존심 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였다. 결국 그 자존심도 실력 앞에서는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는 다시한번 강조했다. "실력을 키우세요." 그렇다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답은 간단합니다. 게임 개발에 대한 건 모조리 다 배우세요. 프로그래머니까 프로그래밍만 배우면 되지 않냐고요? 아니요, '프로그래밍'은 그저 개발자로서 배워야 할 것중 하나일 뿐입니다."

게임에 대한 건 모조리 다 배우려니 공부할건 천지인데, 누구에게나 시간과 노력은 유한하다. 그가 추천한 가장 좋은 공부법은 바로 '책'을 많이 읽는 것. 물론 가치없는 책을 읽는데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박민근 교수는 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찾고, 당장 그것부터 공부하라고 전했다.


"유니티가 핫 한데 유니티만 배우면 되나요? 라는 질문을 듣기도 합니다. 안되요. 유니티만 배워서는 입사조차 할 수 없습니다. 유니티는 단지 엔진이에요. 더 기본적이고 근본적인걸 공부해야 합니다.

또, 모바일은 쉬우니까 공부할게 별로 없지 않나요? 라는 질문도 듣습니다. 절대 안그렇습니다. 모바일 게임 만만하게 보지마세요. 모바일 디바이스의 구동부터 한계, 3D그래픽 구성 등등 공부할거 정말 많습니다. 모바일 게임 개발, 절대로 쉬운거 아닙니다."

그가 또 하나 강조한 게 있으니 바로 '유혹'이다. 배움에 있어 최대의 적은 내 마음의 유혹이며, 성공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남들 이상으로 공부해야한다고 다시 한 번 '실력'을 강조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 박민근 교수는 신입개발자들이 착각하는 또 다른 것으로 '익숙해지는 것'과 '공부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정말 가차 없이 말했다.

"익숙해지는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어디 입사해서 한 2년 개발자로 있으면 다른 팀하고 업무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사용하던 툴도 굉장히 능숙히 다를 수 있어요. 원활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건 '익숙해졌다'는 겁니다. 배운게 아니에요. 아, 물론 업무를 배우는건 맞긴하죠. 사실 그정도는 누구를 뽑아도 다 해요. 절대 자만하지 마세요.

새로운 툴이나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바로 드러납니다. 자신이 배운게 아니라 익숙해진 거란걸 금방 깨달을 수 있어요. 업무에 익숙해졌다고, 나 많이 배웠다고 자만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개발자들이 '익숙함'과 '배움'을 착각하고 있어요."


그는 신입개발자들에게 '자신이 담당한 v파트만 보는 '작은 그림'을 보지 말고, 완성된 게임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 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신입 개발자는 그리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하는 사람이 바로 PD다. 스스로가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볼 수 있다면, 누구나 PD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회사는 학원이 아닙니다. 돈 주면서 가르쳐주는건 절대 아니죠.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선배가 가르쳐주면, 그건 그 선배가 당신을 키워주고 싶은거라 그런겁니다. 꼭 감사하다고 하세요. 그리고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남들의 발목을 잡지 않습니다.

좋은 개발자가 많은 프로젝트가 100%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실력은 없고 말만 잘하는 개발자가 있는 프로젝트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렇게 되기 싫다면 스스로 먼저 실력있는 개발자가 되야 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자신의 팀이야 같이 일하다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이 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서로 신뢰를 쌓도록 하세요. 커뮤니케이션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말도 있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면 존 카멕이라도 필요없다고요."



그리고 그는 게임 개발자로서 공부해야 할 항목은 ▲문서 작성 능력, ▲수학 & 물리, ▲3D 그래픽스 이론, ▲자료구조 & 알고리즘, ▲디자인 패턴 등등을 꼽았고, 이 외에도 더 많은 지식을 확보하라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배움과 실력에 대한 강조를 잊지 않았다. 강연을 마치고 QnA시간 직전에 그는 놀랍게도 지난 10년동안 자신이 프로그래머 시절 받았던 연봉을 10년 차까지 공개했고, 간단한 QnA를 마치고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 강연 마지막에 추천한 읽을거리

연봉을 공개후, 5년차 이후부터 많이 연봉이 늘게된게 공부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는
"맞다. 실력을 인정받고 회사와 협상하면 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