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국내 동시접속자 4만 명을 넘어선 작품.
그러나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내리막길을 걸었던 작품.
'예전에 잘 나갔던 게임'보다 '그 게임 아직도 서비스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작품.
'십이지천2' 이야기다.

장수 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인 '꾸준한 운영'이 부족했다. 유저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한 번 유저가 이탈한 작품은 복구가 어렵다. '십이지천2'가 그랬다.

런닝 셔츠에 슬리퍼, 듬성듬성 난 흰 머리 쓸어넘기며 "나도 왕년엔..."이라고 말문 여는 퇴역장교 테크트리.

그런데 SG데이타가 서비스를 담당하자 쓸쓸한 노년에 훈풍이 불었다. 과거의 영광 재현까지는 아니지만, 동시접속자 30% 증가, 매출 2배 가량 증가는 제법 의미있는 수치다. 이재용 SG데이타 본부장은 성과를 말하며 굳이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 SG데이타 이재용 본부장





최근 감행한 서버 통합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유야 어쨌든 그들의 선택은 전진보단 후진에 가까웠다.

"게임이 계속 잘 나갔다면 서버 통합 자체가 없었겠지. 우리도 그런 부분은 안다. 그래서 얼마 전 보도자료 보낼 때 서버 통합보다는 이벤트에 포커스 맞추기도 했고."

서버 통합에 대한 유저들의 요청은 이전부터 꾸준했다. 하지만, 인구 밸런스 해결한다고 허겁지겁 해결하진 않았다. 이재용 본부장은 서버 통합보다 더욱 급한 문제였던 게임 밸런스 바로잡기에 노력을 쏟았다. 전쟁 콘텐츠 논란, 그리고 한창 욕먹었던 망토 아이템 밸런스 문제도 매듭지었다.


"밑작업이라 할 만한 문제 해결부터 하고 난 뒤 서버 통합했다. 그러니 아쉬움은 없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당시, 흥미로운 걸 보았다. 저레벨 콘텐츠 개선이 업데이트 때마다 이루어졌다. 4차까지 진행됐다. 대단위 업데이트 내역으로 들어갈 만한 레벨링 개선을 굳이 나누어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

답변은 솔직했다. 인기 슬슬 없어질 때, 그러니까 막 내리막길을 걸을 때 대규모의 유저 이탈이 발생했다고. 그냥 간 게 아니다. 유저들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장비를 다 팔고 떠났다.

그런데 최근 '십이지천2'가 제 자리를 찾으면서 유저 복귀율이 부쩍 상승했다. 왕년에 날렸던 유저들도 조금씩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한 차례 현물화를 거친 그들의 외투는, 서비스 6년 차 온라인 게임의 한파를 이겨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레벨링 개선은 그들에게 온기를 주고자 기획되었다.



단순히 점핑 캐릭터를 지급하는 방식은 지양했다. 꾸준히 성장하는 맛이 있는 MMORPG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고. 대신 최대한 신속하게 레벨업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빵빵한 아이템을 꾸준히 지급하고, 경험치바 오르는 속도도 눈에 보일 정도로 조절했다. 저레벨 구간에 전쟁 콘텐츠를 추가해 처음부터 치고박고 싸우는 맛 살려낸 것은 덤이다.

"돌아올 때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한 세트 맞춰오는 분들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상적인 코스로 키울 것 아닌가. 게임사 입장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SG데이타는 2013년 10월에 '십이지천2'를 인수받았다. 순 방문자수는 2배 조금 못미치게 올랐고, 동시접속자는 30% 가량 증가했다. 매출은 거의 2배 상승했다.

이 모든 게 6개월 간 벌어진 일이다. 이재용 본부장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진행한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었기에 생긴 결과라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 중 하나 더 눈에 띄는 게 있었다면 그래픽 리뉴얼이다. 이재용 본부장의 예시를 듣고 나서는 더욱 흥미로웠다. 게임 내 본성 별로 리뉴얼 순서를 다르게 지정한다. 그리고 '성석쟁'에서 이긴 세력의 본성 그래픽을 먼저 업데이트한다.

일단은 예시일 뿐이지만, 제법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냥 업데이트라도 게임내 콘텐츠와 함께한다면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냥 '본성 그래픽 업데이트 해요.' 이러면 재미없지 않나."



'십이지천2'는 현재 유럽, 미국, 중국, 그리고 대만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 유럽은 재계약 시즌. 양쪽 모두 잘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특히, 유럽은 '메인'이라는 퍼블리셔가 담당인데, 이 회사의 주력 매출이 '십이지천2'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갱신에는 무리가 없다.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4일 SG데이타는 AGAME 포탈 사이트 리뉴얼 작업을 마쳤다. 한층 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밑바탕을 마련한 것. 이 쯤 되면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포탈도 깔끔하게 재단장을 끝냈는데, 신작 하나 더 서비스할 욕심이 날 법도 하다.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작품이 있다."

살짝만이라도 알려줄 수 없나.

"아직 국내에서는 선보인 적 없는 게임이다. 힌트를 주자면... SG데이타는 '한국 무협의 명가' 이미지를 갖는 게 목표다. 이 게임도 그런 목표 아래 있다."


▲ 새롭게 추가되는 작품은 5월 쯤에 확인 가능하다.



인터뷰는 그리 길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를 부탁했다. 그는 형식적이지만 정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어느덧 서비스 6년 차, 전작부터 보면 거의 10년 가까이 된 시리즈예요. 유명했을 때도, 그리고 서비스 침체로 점차 잊혀질 때도 꾸준히 우리 게임을 사랑해준 유저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지속적인 운영과 업데이트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