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트위터를 좋아해요. 당겨서 새로고침해서 업데이트 되는 뉴스를 계속 보게 되잖아요? 이런 점이 참 재밌더라고요. 이 컨셉을 가지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트위터를 좋아하는 개발자의 아이디어는 '타임라인 던전'이 됐다. 타임라인으로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트위터처럼 SNS 기능도 가진 RPG '타임라인 던전'. 기존 스마트폰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형식의 게임이 어떻게 개발됐을까. 이번 NDC2014에서 노븐 조영거 대표이사는 '타임라인 던전 포스트 모템'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타임라인 던전'의 개발기를 이야기했다.

[▲ 노븐 조영거 대표이사]



조영거 대표이사가 말하는 머드게임이란?


그는 머드게임을 고전 머드게임과 스마트폰 머드게임 두가지로 구분했다.

고전 머드게임은 텍스트가 중심이 된다. 그래픽 카드가 외장형이 아니라 뇌에 장착하는 뇌장형이라는 것. 주어진 텍스트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이 고전 머드게임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단군의 땅'이 해당된다.


스마트폰 머드게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조영거 대표이사는 '디바이스 6(Device 6)'부터 '다크 룸(Dark room)', '소서리(Sorcery)', '프로츠(Frotz)'까지 4 가지 게임을 예로 들며 스마트폰 머드게임을 설명했다.

"'디바이스 6'의 경우 마치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줘요. E-Book과 같은 형식이죠. 책을 읽는데 이미지도 있고 영상도 있죠. 책인가 게임인가 혼동을 주기도 하지만 '디바이스 6'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치를 본다면 게임에 가까운 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앱스토어로 나온 '다크룸'이라는 게임도 있죠. '다크룸'은 게임 전체가 텍스트로 진행되요. 겉보기에 조금은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지만 알찬 PC 게임입니다.

'소서리' 같은 경우는 게임 오브 더 이어에도 선정됐었어요. 유저가 플레이 하는 방식에 따라 소설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인 게임이죠. 그래픽과 글을 결합해 유저가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커맨드를 담는 형식인 '프로츠'도 있군요. '프로츠'는 문장으로 명령하면서 진행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인스턴트 메신저로 포팅됐었고, SNS와 게임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타임라임 던전'이 처음으로 SNS와 연결해서 플레이 하는 방식은 아니네요.(웃음)"


스마트폰 머드게임은 고전 머드게임과는 다르게 그래픽이 함께 사용됐다. 데미지 표시에 텍스트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소설만 줄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한 것. 소설처럼 재미를 줄 수 있는 점에 집중된 부분은 고전 머드게임과 비슷하지만 멀티 플레이보다 싱글 플레이에 치중된 모습은 고전 머드게임과 다르다.


프로토타입부터 베타 버전까지, '타임라임 던전' 개발기


시대의 흐름상 머드게임이 왜 등장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조영거 대표이사는 최근 SNS를 본다면 텍스트 형식의 게임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매일매일 트위터를 하면서 새로운 글을 보는 일상이 어찌보면 한심할 수도 있지만, 아무데서나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새 게임 장르의 하나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했다.


"트위터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팔로우나 맞팔로우로 전투를 벌이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트윗과 리트윗을 RPG와 결합하면 흥미롭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것이 '타임라인 던전'입니다. 게임 진행을 타임라인 형식으로 보여주기, 트위터처럼 글 읽고 쓰기, 당겨서 새로고침. 이 세가지를 가지고 '타임라인 던전' 프로젝트를 개발했죠. 간단하면서도 흥미롭고 완성도까지 있는 프로토타입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애플 기기를 좋아해 iOS 용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최고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오브젝트 C를 사용해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착수. 혼자서 한 달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타임라임 던전'은 트위터의 새로고침과 같이 화면을 밑으로 당기는 행위로 게임이 진행된다. 하나의 퀘스트를 완료하면 다른 지역이 열리고 새로운 탐험을 할 수 있는 구조. 당기고 새로 나오는 텍스트를 읽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 '타임라인 던전'이다.

"프로토타입이 완성하고 5명에게 게임을 보여줬어요. 다양한 피드백이 나왔죠. 긍정적인 피드백으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좋다', '머드게임이 생각난다',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당기는 액션으로 이벤트가 발생하니 재밌다'의 의견이었죠. 이야기를 읽는 재미는 베타 버전부터 영어로 바꾸면서 사라졌지만요. (웃음)"

긍정적인 피드백만 있던 것은 아니다. '트위터는 모두가 하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틀렸다. 당겨서 플레이하는 방식을 모르는 유저도 있었으며 전투 이벤트를 따로 처리했으면 좋겠다 또는 같은 이벤트 발생시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다. 게임의 큰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모든 평이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프로토타입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죠. 무엇보다 '타임라인 던전'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프로토타입의 피드백을 받고난 뒤 알파 버전을 만들기로 했어요. 알파 버전부터는 공을 들이고 싶었죠. 소셜 요소도 넣고 싶었고요."

프로토타입의 피드백을 반영해 알파 버전에서는 타임라인 포스팅, 게임플레이, 품질에 중점을 뒀다. 개발 툴도 기존의 2개에서 PARSE를 추가했다. 사운드와 그래픽 부분은 외주를 사용해 강화했다. 혼자였던 개발진은 6명으로 늘어났고 개발시간도 4배 늘어난 4달이 걸렸다.


"타임라인 포스팅은 서버 연동과 읽고 쓰는 기능을 강화했어요. 게임 플레이의 경우 탐험과 전투를 강화하고 새로운 지식 시스템을 추가했죠. 멋진 아트가 더해지면서 게임의 배경이 보다 풍부해졌죠.

새로 추가된 지식 시스템은 특정 지역을 많이 탐험하면 레벨이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기존 RPG처럼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것이 싫었죠. 고민을 하던 차에 오브젝트의 레벨을 올리는 방식을 생각했어요. 가령 닭을 잡으면 닭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처럼요. 캐릭터가 경험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오브젝트가 경험치를 받으면서 캐릭터 레벨이 없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알파 버전의 경우 상업용 게임을 다루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실질적으로 게임을 다루는 사람이라 그런지 알파 버전 피드백은 매서웠다고. '타임라인 던전' 알파 버전에는 혹독한 평들도 다수 있었다고 했다.

"알파 버전 또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죠. ' 타임라인 던전'은 작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기존의 게임과 다르게 개발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심심할때 제격, 웹게임 유저들이 좋아할 것 같다', '트위터 유저가 좋아할 것 같다', 'UI가 직관적이다'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어요.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도 있었죠. '인터페이스가 신선하다는 것 외에 매력 포인트를 찾을 수 없다', '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다', '평범한 웹 RPG 같다',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 '컨셉에만 너무 몰입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알파 버전에서의 피드백을 통해 베타 버전에서는 비주얼과 게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영거 대표이사는 생각했다.

좋은 일러스트가 게임 내에 작게 표현된 것이 아쉬웠다. 이를 바꾸기 위해 4가지 방법이 제시됐고, 화면의 1/3정도의 크기로 볼 수 있도록 결정했다. 게임 내 일러스트도 카드 형식으로 변경해 잘 확인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일러스트 비율 변경만이 아니라 배경색 적용도 절실했다. 일러스트를 바꾸면서 전체적인 퀄리티가 올라간 것은 맞지만 흰 바탕의 게임 화면은 아직 허전했다. 조영거 대표이사는 이를 채워줄 새로운 코드를 추가했고, 흰 바탕에 색이 더해지면서 '타임라임 던전'은 게임스러운 모습을 갖췄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보다 직관적으로 바꿨다. 게임 하단에 원으로된 캐릭터의 모습과 함께 경험치가 표시되고, 체력과 에너지 등 인터페이스 변경했다. 인카운터 애니메이션도 넣고 경험치와 골드 보상 아이콘을 추가해 게임 화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게임 내 인터페이스는 바꿨지만, 동기 부여 면에서 부족했죠. 역시 캐릭터 레벨이 필요할까요? 기존의 몬스터 레벨의 경우에는 닭을 처치하면 닭의 레벨이 올라가 유저에게 레벨 개념이 혼동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스킬 지식 레벨, 지역 지식 레벨, 몬스터 지식 레벨로 다양하게 나뉘어졌던 것을 캐릭터 레벨 하나로 간단히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죠."

베타 버전에서는 '게임하면서 채팅할 수 있어서 좋다', '화면을 당겨서 플레이하는 방식이 스마트폰에 잘 맞는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탐험 방식이 신선하고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마을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재밌지만 전투가 재밌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전투를 자동으로 바꾸거나 더 재밌게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친구 리스트를 추가하고 친구와 채팅도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SNS와 같이 연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텍스트 게임은 텍스트 게임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글을 읽고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강제하죠. 그래서 '타임라인 던전'은 전체적으로 단문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글자수를 140자로 제한해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소셜 요소, SNS와 텍스트 게임은 결합하기 쉬운 편입니다. 이미지 위주의 SNS와 결합하기 힘들겠지만, 글 위주 중심의 SNS와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죠.

텍스트 게임은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해요. 새로운 장르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죠. 텍스트 게임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겟습니다. '타임라인 던전'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텍스트 게임을 만들어갈 계획이에요"



조영거 대표이사의 강연이 끝나고 Q&A가 진행됐다. 다음은 출시일, 수익 모델, PVP 등 '타임라인 던전'에 관해 진행된 Q&A를 정리한 내용이다.


Q. 타임라인 던전은 언제 출시될 예정인가?

빠르면 여름이나 가을 정도에 출시할 예정이다. 그 때 출시를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아직 다듬는 과정이 남아있다.

Q. 콘텐츠 소모가 심할 것 같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따로 있는가?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유저의 콘텐츠 소모를 막는 방법은 없다. 그나마 콘텐츠 소모를 느리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반복 플레이다.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소설을 읽는 느낌이라 한 번 읽어버리면 그 후의 콘텐츠가 문제가 된다. 아직까지도 콘텐츠 소모에 대한 것은 고민 중이다.

Q. 타임라인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유저와 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느낌이다. 트위터의 팔로우를 하는 기능과 같은 것은 없는가?

앞으로 만들 예정이다. 게임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소셜 요소에 관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받았었다. 앞으로 메신저 기능이나 SNS 기능을 참조해 파티 플레이나 정치 시스템을 담고 싶다. 텍스트로 서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음모를 꾸미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타임라인 던전'에서만이 아니라 차기작 등을 통해 꾸준히 도전할 계획이다.

Q. 수익 모델에 관해서 궁금하다.

캐릭터 카드나 포션을 판매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타임라인이다 보니 중간에 광고를 넣어도 될 것같다고 생각했었는데, 테스터가 이 아이디어를 싫어했다. 다른 게임과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전투 시스템을 보강한다면 어떻게 수정할 계획인가?

단순히 1:1로 교환하는 방식은 재미가 없다. 지형과 같은 요소로 변수가 생겨야 재밌는데, 현재 '타임라임 던전'은 주변 상황에 의한 변수가 없어 전투가 재미 없는 것 같다. TRPG 전투 시스템을 넣어 텍스트 게임만의 전투를 살려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Q. 전용 클라이언트로 만든 이유가 있는가?

트위터와 분리하는 것이 게임성을 넣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전용 클라이언트로 만들게 됐다.

Q. PVP도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추가하고는 싶지만 밸런스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밸런스를 조절할 자신이 생기면 PVP 시스템도 추가할 것이다.

Q. 유저가 텍스트를 넣어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임라인 던전'은 게임이자 SNS였으면 좋겠다. 게임 세계관에 참여도 가능하고 그에 관해 이야기도 할 수 있는 RPG이면서 위키디피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텍스트로 만들어지니 누구나 참여도 가능도록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앞으로 다양하게 시도해 볼 예정이다.

  • 강연 자료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