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TI4가 중국 뉴비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메이저 스포츠에 버금가는 50억 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한 것은 완성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뉴비였다. 결승전 상대였던 비시 게이밍 역시 지금의 로스터가 완성된 것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팀이다.

이들이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만에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TI 우승을 향한 강렬한 열망, 그리고 코칭 스태프를 통한 픽밴 단계에서의 철저한 전략 수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TI4 우승을 겨냥해 반 년 가량을 준비한 뉴비의 의도는 적중했다. LGD 게이밍과 통푸의 주력 멤버들이 뭉친 뉴비는 올해 초에 결성된 팀이다. 이미 이전 소속 팀에서 이름을 떨친 선수들이 모인 뉴비는 지난 해 결성된 DK에 이어 새로운 '드림 팀'으로 불리며 TI4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뉴비의 구단주는 TI4 우승을 위해 LGD 게이밍 소속이었던 XIAO8의 영입을 추진, 이적료 8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팀을 완성시켰다.

전폭적인 지원 속에 뉴비의 선수들은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앞서 TI3에서 아쉽게 우승권에서 멀어진 경험을 가진 만큼 우승을 향한 열망은 누구보다 더욱 컸다. 여기에 중국 팀 특유의 코칭 스태프 시스템을 도입해 픽밴 전략과 메타 분석에 대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 주는 동시에 자신들 스스로가 새로운 메타를 이끌 수 있도록 안배했다. 역대 어느 결승전보다 사전 전략이 중요했던, 그래서 전략과 피지컬에서 밀린 쪽이 결승임에도 불구하고 채 20분도 안 되는 시간만에 항복을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뉴비의 우승으로 TI4를 준비했던 팀들의 1년 농사는 끝이 났다. 이변을 연출하며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팀도 있는 반면, 과거의 영광에 묻혀 몰락한 팀들도 생겼다. 이와 더불어 팀들의 리빌딩과 해체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 도타 역시 1년 후에 열릴 TI5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번 TI4 와일드카드전에서 보인 한국의 전략 수립과 개개인의 피지컬은 뛰어난 수준이었다. 이들을 상대했던 외국 팀 선수는 물론 유명 중계진 역시 한국의 성장에 감탄을 표했고, 수 많은 팬들이 그들을 기억하며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했다.

▲ MVP 피닉스를 알아 보고 사인을 받기 위해 운집한 외국 팬들


아쉬운 것은 지원과 시간이었다. TI4에 진출한 선수들 대부분이 오랜 선수 경력과 도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한 MVP 피닉스는 1년 남짓한 선수 경력만을 가지고 있다. 한국 도타 역시 정식 오픈을 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시간 대비 성장으로 따진다면 우승을 거머 쥔 뉴비보다도 더 폭발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한국이었다.

팀에 대한 지원 역시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MVP 피닉스는 넥슨과 팬들의 지원 속에 TI4에 출전한 것과 다름 없다. 대회 진출을 앞둔 막바지에 후원이 이어지긴 했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TI 무대란 점을 생각하면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실제로 TI4에 출전한 팀들을 살펴보면 풍족한 지원을 받지 못한 팀들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동남아 선발전에서 MVP 피닉스를 꺾고 본선에 직행했던 애로우 게이밍이나 CIS 게임의 경우 확실한 보증이 마련되지 않아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둘 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반면 부유한 지원을 받은 중국 팀들은 본선 8강에 5팀이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고, 나아가 우승과 준우승을 독차지하는 성과를 이뤘다. 투자 개념으로 살펴 본다면 중국의 구단주들은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룬 셈이다.

디 인터내셔널은 이제 수십 억 원을 논하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대회로 성장했다. 이런 TI에 한국 팀들이 수 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들의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취재=시애틀 전주한 기자(Paran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