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면에서 내실을 다지고자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하기로 한 '분리 국정감사'가 무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여야 원내지도부는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1차 국정감사를,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2차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를 둘러싼 특별법 관련 문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야당 측이 '세월호 특별법 우선 처리'를 강조하며 1차 국정감사 시행 여부부터 안개속에 잠겼습니다. 물론, 여당은 예정대로 국정감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어 마지막 극적 타결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8월 26일, 그러니까 국정감사 첫날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순서가 배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게임중독법'과 관련해 게임업계 대표 7인의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출석 요구서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넥슨코리아 박지원 대표, 네오위즈게임즈 이기원 대표 등 국내 최대 게임기업의 대표들에게 전달되었기에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높습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게임사 대표가 증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하는 것이 업계 관점에서 도움이 될지는 함부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다고 보는게 정확할 겁니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 라이엇게임즈 오진호 대표는 팬픽 이미지를 두고 선정성 이슈에 대해서 질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업계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질문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업계 대표 입장으로서도 꺼려질 만 하지요.

이와 관련하여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에 문의한 결과, "아직 업계 대표들의 참석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업계 대표들의 참석 여부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 국정감사 시행 여부조차 결정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준비 잔뜩 하고 갔는데 정작 문화부 대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요.

국정감사가 '국감스타 메이커'라는 비판어린 시선도 받고있는 지금, 현재 국회의 상황은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일정 자체가 밀려 10월에 몰아서 하게 될 가능성도 높고요.

다만,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으로써 국정감사의 시행 여부, 그리고 시기는 이차적인 문제입니다. 미뤄진 뒤 시행되더라도 지난 번처럼 제대로 된 논의가 아닌 무분별한 '공격'만 이루어진다면, 영양가 없는 목청 싸움이라는 비난 여론이 다시 한 번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업계를 움직이는 대표들에게 모두 출석 요구서가 전달된 만큼,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차례 불거진 비판을 보고 국정감사 참석 위원들이 무언가 느낀 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점을 개선한 행동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꼼꼼하게 드러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