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들이 들썩였다. 핵심 주제는 '롤챔스 윈터 시즌 폐지'를 중심으로 한 논란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팬들은 라이엇게임즈의 한국지사인 라이엇코리아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 더 이상 롤챔스 윈터 시즌을 볼 수 없다?

라이엇코리아는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에 처음 상용화된 이후 팬들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임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라이엇코리아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악성 유저들에 대한 처벌, 대리 랭크, 핵 사용 유저 등에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큰 사건이 터졌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 4 개최지와 관련해 '분산 개최' 논란이 터진 것이다. 당초 롤드컵 시즌4는 대한민국 개최로 알려져 있었지만, 롤 올스타 2014 당시 기자회견에서 롤드컵 시즌4 일부 경기 타지역 개최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16강의 동남아 개최가 발표됐고 한국 팬들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커뮤니티 분위기가 잠잠해질 무렵,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롤챔스 윈터 시즌이 더 이상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가 터진 것이다. 이에 라이엇코리아는 아직 롤챔스 윈터 시즌 폐지와 관련해 "더 나은 리그를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라이엇코리아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분산개최 당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는 국내 팬들은 라이엇코리아의 입장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롤챔스 윈터 시즌 폐지가 이미 기정 사실화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롤챔스 윈터 시즌 폐지 논란의 시작.


'롤챔스 윈터 시즌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국의 게임 커뮤니티인 '칠황'에서 지난 8월 17일 관련 기사를 공개한 것. 당시 칠황에서 공개한 내용은 두 가지다.

▲ 중국 '칠황'에서 롤챔스 윈터 관련 루머가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먼저 공개된 내용은 하나의 중국 팀이 한국 롤챔스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절대적으로 유지됐던 지역 리그에 타국 팀이 참여한다는 점은 팬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칠황 측은 중국 팀의 참가하는 대회가 2014 롤챔스 윈터가 아닌 2015 롤챔스 스프링이라고 말했다.

칠황이 공개한 다음 내용은 바로 '롤챔스 윈터 시즌 폐지'의 가능성이었다. 북미나 유럽과 다르게 윈터 시즌을 진행했던 한국 LoL 리그가 변화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설과 추측들이 등장했다. 칠황이 공개한 내용에서는 변화된 롤챔스의 세부적인 리그 방식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팬들은 LCS와 같이 윈터 시즌을 없앤다면 롤챔스도 '풀리그화' 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많았다. 롤챔스가 기존의 윈터-스프링-섬머 구조에서 '스프링-섬머'로 나뉘어진 'LCS KR'로 바꾸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었다.

한편, 이번 논란 즈음에 독일 게임스컴 현지에서 인벤과 인터뷰를 했던 라이엇게임즈의 글로벌 e스포츠 총괄자 웨일런 로젤은 한국 LoL 리그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단지 모든 결정은 라이엇 코리아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팬들은 라이엇코리아로부터 명확한 대답을 듣기를 원했다. 하지만 라이엇코리아에서 발표한 공식 입장은 팬들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소해주지 못했다.



◈ 라이엇코리아,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입장 발표를 통해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여론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더 나은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스템을 위해 고민하고 있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많은 소스를 접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 팬들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대답이 아니었다.

▶ 관련 기사 : [취재] 라이엇게임즈, '윈터 시즌 폐지' 관련 입장 발표

팬들이 말하는 불만족과 서운함의 요지 중 하나는 '불통'이다. 분산개최 논란의 사례를 떠올리며 "결정된 바 없다"라는 이야기를 "결정된 것은 있지만 아직은 말해주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불통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라이엇코리아는 팬들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소통을 할 만큼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일까?

▲ 어느 덧 '불통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라이엇 코리아

위의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활발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라이엇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세 단체의 협의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라이엇코리아가 왜 팬들이 원하는 만큼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지 유추해볼 수는 있다.

실제로 팬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세 단체가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는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다 나은 리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표는 설정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입장발표'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더 나아가 현재 세 단체의 세부안 협의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유추도 가능하다.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장을 더 건강하고 재밌게 만든다'는 목표는 같을지 몰라도 라이엇코리아, 온게임넷, 한국e스포츠협회는 기본적으로 별개의 단체들이다.

▲ 한국e스포츠협회와 온게임넷의 의견도 중요하다.


롤챔스 방식이 바뀌는 것은 온게임넷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소속 이사사와 팀들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다. 라이엇코리아 역시 자신들이 바라는 그림이 있어도 온게임넷, 한국e스포츠협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만 하는 입장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 지역은 리그 시스템 변화 논의가 느리고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이번 라이엇코리아의 입장 발표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된 내용이 있다. 롤드컵 이후의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구조는 '선수 수명 연장, 경기 기회 불균등, 일방적인 경기 양상'이라는 세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한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다. 또한 팬들이 우려하는 롤드컵 이후의 윈터 시즌 공백은 절대 없다고 한다.



◈ 롤챔스의 변화? 팬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라이엇의 발표로 윈터 시즌의 개편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팬들은 어떤 것들을 걱정하고 있을까? 그 누구보다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과 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목소리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팬들은 첫 번째로 롤드컵 이후인 겨울 시즌에 LoL 리그가 없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라이엇코리아가 입장 발표를 통해 윈터 시즌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이 말했던 한중 LoL 리그가 올 겨울부터 진행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확정되어 발표된 내용은 없다.

▲ 많은 공감을 얻었던 한 유저의 댓글

두 번째는 명확한 윈터 시즌 계획이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다. 풀리그로 바뀐다면 몇 팀이 참가하는지, 리그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기간이나 플레이오프는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서킷 포인트 문제도 있다. 라이엇은 1년 농사의 시작인 윈터 시즌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약간의 윤곽 조차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팬들은 함께 만들어 가는 롤챔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에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경기력 문제를 지적하는 팬들도 있다. 유럽과 북미의 LCS는 풀리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아주 좋은 표본이 된다. 리그 초반에는 각 팀들의 경기도 많고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팀의 독창적인 전략이나 전술, 흔히 말하는 '뉴메타'가 자주 나온다. 팬들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챔피언, 재미있는 전략에 환호한다.

하지만 일정이 진행되면 출전 팀들의 경기력은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 강등 위기인 하위권 팀은 한 경기 이겨봤자 위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경기에 임한다. 자연스레 경기력 또한 바닥이다.

▲ 풀리그 체제인 LCS EU와 LCS NA에서 경기력 저하 문제는 매번 논란이 된다.

최근 한국에 왔던 CLG나 해외 상위권 팀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더 심각하다. 연습을 할 만한 팀이 너무 적다고 한다. 하위권 팀은 승리를 거둬 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에 스크림을 하지 않거나, 대충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리그의 질 또한 시즌 후반부로 갈 수록 양극화가 심해진다. 1경기에서 상위권 팀들의 치열한 명경기가 나왔어도 의욕없는 팀들 간의 맥 빠지는 2경기를 보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풀리그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인데, 아무리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한국 LoL팀들이라고 할지라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 LCS 팀들은 1년에 상당한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 팀들은 이러한 형태의 지원이 지금까진 없었다. 롤챔스를 LCS처럼 바꾼다면 선수들 처우에 대한 시스템도 같이 따라가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 라이엇코리아는 선수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에 답한 바로는 "북미나 유럽은 게임을 방송하는 방송사가 없고 팀을 후원하는 e스포츠 개념이 자리잡지 않았다. 우리가 지원금을 주었을 때 그것이 정말 팀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면 망설이지 않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롤챔스에는 총 16개 팀이 참가한다. 현실적으로 풀리그로 돌리기에 너무 많은 팀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북미와 유럽은 8개 팀이 풀리그를 한다. 내년부터는 10개까지 팀을 늘릴 계획이라고 하지만 한국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과연 풀리그 시스템이 한국의 모든 프로게임단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 결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과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번 윈터 시즌 폐지 논란에 대한 이슈를 다양하게 점검했다. 라이엇코리아가 '불통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배경과 '윈터 시즌'을 두고 뜨거웠던 논쟁거리를 정리했다. 더 나아가 라이엇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의 협의 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한국 지역의 특성을 고려했고, 팬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리했다.

올해 벌어진 여러가지 사건들을 통해 라이엇코리아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야 한다. 롤드컵 분산 개최 논란, 이번 윈터 시즌 폐지 논란의 핵심은 팬들과의 '소통 부족'이다. 팬들은 '소통왕'이었던 라이엇게임즈의 과거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사소한 일이라도 팬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의견에 귀를 기울였던 그 당시 라이엇게임즈에 대한 호감은 최상의 수준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팬들과의 '소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까지도 '윈터 시즌'과 관련된 팬들의 궁금증은 대단하고, 속 시원하게 해소된 것들은 별로 없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반드시 찾아올테니 팬들과의 소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앞으로의 논의 방향은 보다 건설적이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면 관계자 뿐 아니라 팬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필요하다면 다른 게임 개발사들처럼 '유저 간담회'를 개최해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인벤 역시 마찬가지로 함께 고민하려고 한다.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변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칼럼 2부] 롤챔스 한국형 풀리그, 최상의 '윈-윈' 시나리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칼럼 2부] 롤챔스 한국형 풀리그, 최상의 '윈-윈' 시나리오


인벤 e스포츠팀 = 김경현, 서동용, 허용욱, 박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