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팬들에게 있어 '메타'라는 단어는 낯선 단어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챔피언과 아이템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변화되는 만큼, 롤에는 많은 변수가 일어난다. 유저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 승리하기 위한 최적의 챔피언 조합과 그에 맞는 게임 운영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하나의 메타가 되어 게임 내 핵심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는다.

오는 9월 18일(목)부터 전 세계 LoL 팬들의 최고의 축제, 2014시즌 월드 챔피언십(이하 시즌4 롤드컵)의 막이 오른다. 보통 새로운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프리 시즌의 시작이 11월인것을 감안했을 때, 롤드컵은 사실상 각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가 되는 셈이다.

'롤드컵 메타'는 각 시즌 메타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치루었던 세 번의 롤드컵에선 어떤 메타가 등장하여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을까? 그리고 시즌4 롤드컵에서 보여줄 시즌4의 메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시즌 1, 리그오브레전드의 정석 'EU 스타일' 확립

리그오브레전드의 시작을 알린 시즌1. 당시 롤은 '메타'라고 불릴 만한 전략과 전술이 없었다. 게임이 런칭된지 얼마 안되어, 최적의 챔피언 조합과 경기 운영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탑, 미드, 봇이라는 라인은 게임 내 역할을 뜻하는 것이 아닌, 단순 위치를 나타내는 의미로 불렸다. 게임 내 역할이 나뉘어 지지 않은 시점에서, 프로 선수들의 포지션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 시즌1의 게임 양상. 그야말로 가고 싶은 데로 가는 LoL이었다


단순히 강력한 챔피언들 간의 힘 싸움이 주를 이루었던 시즌1. 하지만 이러한 경기의 양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럽의 맹주 프나틱은 모든 메타의 뼈대이자 정석이라 할 수 있는 'EU 스타일'을 창시, 타 팀들과 달리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경기 양상을 단순한 힘겨루기에서, 전락적 대결로 승화시킨 셈이다.

프나틱이 만들어낸 EU 스타일은 강했다. 프나틱을 상대하는 팀들은 EU 스타일을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오히려 팬들은 이러한 시도를 하는 팀들을 'EU 스타일의 게임 메타에 적응하지 못한 팀'이라고 부를 정도로 EU 스타일의 완성도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그렇게 EU 스타일은 시즌1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즌1의 중심은 지금까지도 롤 메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롤의 '정석'을 만들어낸 프나틱.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메타, 'EU 스타일'로 초대 롤드컵 왕좌에 오른다. 시즌1 롤드컵은 'EU 스타일'로 대변되는 전략의 뼈대가 만들어진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 PBE에 등장한 초대 챔피언 프나틱 헌정 스킨. EU 스타일의 시초인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 시즌 2, 라인전은 거들 뿐. 진짜 승부는 포킹과 한타!

시즌2 롤드컵은 시즌1에서 만들어진 EU 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조합이 등장했다. 하지만 챔피언 구성만 EU 스타일로 짜였을 뿐, 경기 운영은 그때와 많이 달랐다. 초반부터 적을 강하게 압박하는 플레이보다는, 운영 위주의 경기 양상이 자주 등장했다.

시즌2에서의 라인전은 한타를 위한 포석이었다. 라인전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챔피언 선택이 아닌, 후반을 바라보는 후반 지향적인 챔피언 선택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모습은 미드 라인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 미드 라인에서 가장 가까운 정글 캠프인 유령 지역은, 특정 미드 챔피언이 사냥하기 아주 좋았다. 미드 라이너들은 미드 라인 CS 수급과 동시에, 유령까지 추가로 사냥하는 '더티 파밍'이라 불리는 운영을 하였다.


▲ 변경 전 유령 지역은 정글이라기 보단, 미드 라인의 멀티라고 불리는게 더 어울릴 정도였다


이에 주로 사용된 챔피언은 오리아나, 카서스, 애니비아와 같은 광역 기술을 보유하여 더티 파밍에 유리한 챔피언들이었다. 이러한 챔피언들은, 엄청난 CS 수급으로 게임 후반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미드 라이너들의 더티 파밍으로 성장 기반의 한 축을 잃어버린 정글러들은 상대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없었다. 따라서 화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육식형 챔피언보다는 많은 아이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도 활약할 수 있는, 스킬 자체가 유틸리티한 초식형 챔피언을 선택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드라이너와 정글러 모두 후반을 지향하는 구성이었기에 결국, 게임 역시 후반 팀 파이트로 인해 승패가 결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 화력보다는 유틸성을 중시한 초식 정글러들이 등장했다


탑과 봇 라인에서는 미드라이너를 괴물같이 키우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두 라인에서는 포킹 위주의 챔피언들이 자주 등장했다. 제이스와 이즈리얼로 대표되는 포킹 메타는, 한타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장거리에서 두들기면, 상대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손해를 감수하고 후퇴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불리한 한타를 열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항상 포킹하는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도록 해주었다.

실제 밴픽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러한 운영은 시즌2 롤드컵을 지배했다. 시즌2 롤드컵은 성장과 포킹, 그리고 한타가 중심이었다.

성장과 포킹, 그리고 한타의 시즌2 (파랑: 포킹, 초록: 초식 정글러, 빨강: 더티파밍형 미드라이너)



■ 시즌 3, 스노우 볼링의 정수! 암살과 육식 정글러의 초전 박살 작전

시즌3의 메타는 시즌2와 정 반대로 흘러갔다. 운영과 팀 파이트의 '느린 템포'를 보여주던 시즌2의 메타는 시즌3에 등장한 '빠름의 미학'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다.

시즌3는 그 어떤것이든 시즌2에 비해 빨랐다. 챔피언 조합은 초중반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는 조합으로 구성되었고, 정글러 역시 한타보다는 갱킹 및 카운터 정글링이 강력한 육식형 챔피언들이 자주 선택되었다. 한타 및 포킹 특화의 챔피언들이 중후반부에 큰 힘을 쓰는 것은 분명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후반부의 일이었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 게임 주도권을 잡고 '스노우 볼'을 굴린다면, 후반 지향적 챔피언의 영향력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메타에 발맞춰 등장한 것이 바로 미드 라인의 암살형 챔피언들이다. 그들은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상대 라이너를 제압한 후, 로밍을 통해 전 라인을 초토화시켰다. 이러한 암살형 챔피언의 중심에는 제드가 있었다.


▲ 시즌3 롤드컵 밴픽률 100%의 제드. 시즌3 롤드컵의 주연이었다


암살형 챔피언의 유행은 단순히 패치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없었다. 시즌3 롤드컵은 LoL이 서비스한지 3년만에 치러진 대회였고, 그 사이 선수들의 피지컬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프로 레벨의 선수들은 이제 난이도 높은 챔피언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챔피언의 난이도는 더는 챔피언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었고, 상대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보이지만, 그만큼 보상이 확실한 암살형 챔피언들이 득세하게 된다.

여기에 정글러 역시 초중반 큰 영향력을 가지는 챔피언들이 주로 선택된다. 엘리스와 리 신, 바이와 같은 챔피언이 바로 그것. 이러한 육식형 정글러들은 초반부터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미드 라이너와 함께 게임 전체를 이끌어 나갔다. 그렇게 얻은 이득은 곧 막대한 이득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초중반에 강한 챔피언 구성과 그에 따른 운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게임의 템포도 빨라졌다.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스노우 볼을 굴려가는 것. 시즌3 롤드컵의 승리 공식이었다.

▲ 초전박살을 목표로 한 육식 정글러들



■ 시즌 4, 'AD 캐리'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메타의 소용돌이!

EU 스타일이 처음 등장한 시즌1. 후반 지향의 시즌2와 초반 지향의 시즌3. 이렇게 각 시즌은 핵심적인 키워드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4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어떤 시즌보다 메타의 변화가 잦았고 빨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롤챔스 섬머 시즌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제의 OP는 더이상 오늘의 OP가 아니었다. 특히 탑 라인에서 이러한 변화가 잘 나타났다. 시즌 초반 탑 라인을 주름잡던 케일의 자리는 마지막에 와선 마오카이의 몫이었다. AP 챔피언에서 탱킹형 챔피언으로 탑 라인의 메타 자체가 바뀐것이다.


▲ 전혀 다른 유형의 두 챔피언이 탑 라인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지배했다


미드 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직스로 대표되는 라인 클리어를 중시한 챔피언에서 암살자 챔피언 위주로 유행이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D 캐리가 있었다.

거듭된 패치 속에서 AD 캐리가 가지는 게임 영향력은 갈수록 커졌다. 원거리 딜러들의 코어 아이템인 무한의 대검 상향과, AD 캐리를 공포해 떨게 했던 란두인의 예언 하향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패치가 거듭된 결과, 현재 AD 캐리는 문자 그대로 게임을 캐리하기 가장 좋은 포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 문자 그대로 게임을 캐리하는 AD 캐리 포지션 (영상 캡쳐: 온게임넷)


따라서 각 팀은 어떻게 하면 아군 AD 캐리를 보호하고, 상대 AD 캐리를 방해할까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봇 라인 챔피언 선택을 넘어, 모든 라인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AD 캐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탑 라인의 AP 챔피언이나, AD 캐리가 성장할 시간을 버는 미드 라인의 직스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언급한 챔피언들은 각 라인에서 카운터를 맞게 된다. 탑 라인에서는 AP 챔피언의 카운터로 문도 박사나 마오카이같은 안티 AP 챔피언들이 등장했고, 미드 라인에서는 빠르게 상대를 압박하는 암살형 챔피언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등장한 암살형 챔피언 역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폰' 허원석이 보여준 포킹형 챔피언 제이스에게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AD 캐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챔피언 조합과 메타가 서로를 카운터치고, 충돌하는 것이 현재 시즌4의 상황이다.

프로들의 기량은 절정에 올라있고, 시즌4의 메타는 그 어떤 것도 '최종 완성형'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시즌4의 클라이맥스인 롤드컵. 과연 롤드컵을 이끌 메타는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메타가 충돌하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즌4 롤드컵을 이끌 메타는 과연?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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