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쇼는 보고 즐기는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는 일들이 많지만 기자의 입장에서는 전쟁이다. 새롭게 발표되는 게임을 하나라도 빼먹지 않으려면 바쁘게 뛰어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뭐 놓치는 것은 없나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우연찮게 기사로 쓸만한 소재들을 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얻어 걸리는 정보들이 의외로 더 쓸만한 경우가 많다. 올해 TGS에서는 돌발상황이 적어 바빠도 심심하게 지나가나 했지만 역시 올해도 얻어 걸린(?) 사람이 있었다.

사전에 아무 약속도 없었지만 정말 우연히 만났다. 게임빌의 글로벌 히트 게임 중 하나. '펀치 히어로'를 개발한 코코소프트의 전하웅 본부장. 글로벌 시장의 인기에 비해 한국에서는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코소프트는 실력과 경력을 함께 갖춘 몇 안되는 탄탄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다.

낯선 일본에서 보니 반갑기도 하고, 혹시라도 현재 개발중인 '더 챔피온'에 대한 정보라도 얻을까 싶어 인사를 건넸더니 이런저런 도쿄 게임쇼의 방문 소감을 풀어놓는다. 듣다보니 기자의 기억 속에서만 간직하기는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정리했다. 기자가 바라본 TGS는 이미 다양한 기사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올해의 TGS는 어떤 느낌일까? 전하웅 본부장에게 물어보니 무엇보다 게임산업에 대한 일본의 열정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방문하기 전에는 일본의 게임 시장이 정체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도 좀 하고 그랬는데, 직접 와보니 한국에서 듣던 것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게이머들의 숫자도 많고 열정도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만약 언제든 좋은 게임이 나온다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시장이라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자 역시 올해의 TGS에서 느꼈던 점인데, 전하웅 본부장도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는 작년에 비해 확연히 부족해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코코 소프트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이니 아무래도 모바일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방문해서 느낀게, '일본 최대의 게임쇼인데, 일본의 모바일 게임 유저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전시장에 크게 부스를 낸 모바일 관련 회사는 GREE와 DeNA 정도인데, 게임에 대한 어필도 적은 편이었고 특히 DeNA는 단순한 이벤트 위주로만 흘러가서 좀 아쉬웠습니다. 작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올해는 전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사들의 참여 비율이 낮은 것 같아요."

▲ TGS를 방문한 코코소프트. "이 게임 괜찮은데?"


전하웅 본부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산업. 현재 매출이 잘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아직 뚜렷하게 기반을 닦아놓은 회사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과 달리 유저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혹여 위기가 닥치면,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과연 어떤 상황이 될까?

"개인적으로 일본의 비디오 게임 시장이 여러 번의 위기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수십년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에 열광하는 많은 게이머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모바일 게임은 이렇게 열광을 해줄 수 있는 유저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만약 충분한 기반을 만들어놓지 못하고 산업의 체력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한국의 게임쇼인 지스타 역시 이런 상황은 비슷할테니, 모바일 게임의 유저들을 어떻게 모으고 다가가야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코코 소프트는 자사의 게임으로는 도쿄 게임쇼에 참가하지 않았다. 다만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FUN QA/ 사업 까지 총 6명의 담당자가 직접 일본을 방문해 새로운 게임들에 대해 평가하고 배우는 자리를 가졌다. 일종의 투자이자 참관인 셈이다.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많이 어렵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꼭 이런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회사 각 분야의 담당자 6명이 방문했습니다. 게임 개발의 경쟁력은 결국 사내 직원들의 역량에서 나오는 거니 사람이 배우면 회사의 역량도 늘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한편, 코코소프트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남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펀치 히어로'의 후속작 '더 챔피언'을 개발중이며, '더 챔피언'은 작년 2013 지스타를 통해 실제 플레이가 포함된 프로모션 영상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코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