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평균 킬/데스 2.8 / 3.2에 종합 KDA 3.2.

이 초라한 수치는 현재 LOL 파워랭킹 1위인 삼성 블루의 미드라이너 '다데' 배어진의 LOL 월드 챔피언십 (이하 롤드컵) 시즌3 성적표다. 롤드컵 시즌3 직전까지만 해도 배어진은 '페이커' 이상혁, '류' 류상욱과 더불어 국내 최고 미드 중 하나로 꼽혔다. 당시 배어진이 속했던 삼성 오존(현 삼성 화이트)은 일찌감치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어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팬들은 한국 팀들이 높은 무대까지 무난하게 올라갈 것임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여지없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극도의 부진을 보인 롤드컵 시즌3의 배어진

롤드컵에서 보여준 배어진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 동안 롤챔스 무대에서 거의 선보이지 않았던 그라가스를 꺼내들어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심지어 팀이 이긴 경기에서도 자신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엑스페케', '알렉스 이치' 등 기라성 같은 해외 미드 선수와 한국 미드 라이너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기대했던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 무엇이 문제였나?

그렇다고 배어진이 그 정도 경기력을 선보일 선수는 아니었다. 그랬다면 롤드컵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을 터. 그럼 대체 무엇이 롤드컵에서의 배어진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당시 많은 팬들이 삼성 오존 부진의 이유로 첫 손에 꼽았던 것은 자만, 방심이었다. 롤드컵 무대가 열리기 전 삼성 오존은 "한국팀이 해외팀에게 지는 모습은 상상되지 않는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댄디의 장막'은 온데간데 없었고 맵 컨트롤의 달인 '마타' 조세형 역시 수시로 끊기기 일쑤였다.

배어진 역시 좁은 챔피언 폭 문제를 꾸준히 지적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준비된 새 카드를 보여주지 못했다. 때문에 국내외 LOL팬들은 "롤드컵을 앞두고도 지나치게 자만해서 연습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들이 한 인터뷰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자만심의 대가는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쓴 고배였다


롤드컵이 끝난 뒤 배어진은 삼성 블루로 소속 팀을 옮겼다. 그리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배어진은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듯 새 보금자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 오존과의 경기에서는 야스오로 '다데장군 모드'에 접어들어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이런 좋은 모습들을 연이어 보여주며 배어진은 그에게 향하던 비난을 '실력'만으로 종식시켰다.


■ 롤드컵 시즌4, 변화가 필요한 시기

이제 롤드컵 시즌4가 열렸다. 얄밉게도 시대의 흐름조차 작년과 매우 유사하다. 배어진이 속한 팀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이고 그 자신도 정상급 미드 라이너로 꼽히고 있다. 롤드컵 직전까지의 소속팀 기세 역시 매섭다. 배어진으로서는 작년의 악몽을 떨쳐낼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것이다.

그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작년보다 더욱 무겁다. 삼성 블루 5명의 선수들 중 오직 배어진만이 롤드컵 무대 경험이 있다. 상처 뿐인 경험이었지만 배어진은 그곳에서 남들보다 더 귀중한 재산을 건질 수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팀이더라도 상대를 얕보는 순간 어떤 결말을 만나게 되는지 1년 전 뼈에 사무치도록 느꼈다. 이제는 그 아픔을 팀원들이 겪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미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 이런 장면을 롤드컵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 Youtube 온게임넷 채널)


시즌4로 넘어오면서 배어진은 거의 유일한, 그렇지만 최대의 단점인 챔피언 폭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라이즈, 트위스티드 페이트, 제드 등 기존에 잘 다루던 챔피언 실력은 여전하다. 거기에 야스오, 카사딘으로 하드캐리 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도 있다. 또 최근 미드 암살자 메타가 유행하는 것도 배어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암살자형 캐릭터를 잘 다루는 배어진인만큼 피즈나 아리 등 롤드컵을 위한 추가 카드도 기대해 볼 만 하다.

배어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다. 작년 롤드컵에서의 아픔은 쉽게 잊을 수 있는 기억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 롤드컵 무대 역시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본인이 실력이 더 앞섬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기억 때문에 주눅이 들게 되면 경기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배어진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경기에만 몰두하는 집중력, 그리고 방심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롤드컵 시즌3 당시 삼성 오존 소속이었던 다른 4명의 선수는 대만에서 열린 16강 A조 경기를 통해 작년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이제는 누구보다도 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가장 많은 질타를 받았던 배어진의 차례다.

▲작년과 같은 방심은 없다!


배어진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미드 라이너로서의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우리 모두가 안다. 게다가 그가 몰랐던 한 가지,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작년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악몽의 재현이 될 것인가, '다데장군'이 한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할 것인가. 그의 행보에 수많은 LOL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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