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리그오브레전드에서 팀의 주인공은 미드 라이너들이었다. '페이커' 이상혁과 알렉스 이치, 엑스페케, 쿨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미드 라이너들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지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 3에서 경합했다.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은 맵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미드 라인에 집중되어 있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더 이상 팀의 중심은 미드 라이너가 아니다. '하드캐리 원딜 메타'가 유행하게 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주인공은 원딜이 됐다. 이에 맞물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세계 최고의 원딜은 누구인지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고,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 역시 '누가 세계 최고의 원딜일까'에 집중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 4(이하 롤드컵)의 A, B조 예선이 대만에서 열렸다. 중국 대륙의 자존심 'NaMei'와 'Uzi', 북미에서 더블리프트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는 'Wildturtle', 그리고 한국 원딜 캐리의 교과서로 손꼽히는 '임프' 구승빈이 출전해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오는 25일부터 싱가포르에서 롤드컵 C, D조 예선이 펼쳐진다. 그리고 A조와 B조 예선과 마찬가지로, C조와 D조에도 자신이 '세계 최고의 원딜'임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를 마친 선수들이 있다.


* '유럽의 초신성'으로 불리는 프나틱의 'Rekkles' 마르틴 라르손


LCS EU 스프링 2014 우승, 플레이오프 MVP, 정규시즌 MVP, 리그 오브 레전드 2014 올스타 챌린지 LCS EU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원딜로 추앙받고 있다. 'Rekkles'는 프나틱이 잘할 때도 잘하지 못할 때도 항상 제 몫을 해준다. 특히, LCS EU 섬머 2014 정규시즌 28경기에서 27데스만을 기록하며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증명했다.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할 줄 아는 매우 공격적인 선수로, 상대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가차 없이 몰아붙여 이득을 취한다. 주 챔피언인 시비르, 루시안, 케이틀린뿐만 아니라 베인, 이즈리얼, 징크스 코르키 등 활용 가능한 챔피언이 다양하다. 


'Rekkles'의 한국 서버 계정은 'European Deft'로, 인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데프트' 김혁규의 팬임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롤드컵에서는 삼성 블루와 같은 조에 속하며 진짜 '데프트'를 만나 자신이 '세계 최고 원딜'임을 증명할 기회를 잡았다.


*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 얼라이언스의 'Tabzz' 에릭 판 헬베르트


피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피즈의 아버지였다. 이후 원딜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LCS 2014 1위팀인 얼라이언스에서 활약 중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원딜인 프나틱의 'Rekkles'나 SK 게이밍의 'Candypanda'에 비해 평가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포지션을 바꾸고도 변함없는 기량으로 두 번이나 롤드컵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드 라이너의 습관이 남아있어 킬각이 보일 경우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또한, 팀의 주축인 프로겐과의 호흡이 좋아지면서 점점 팀에 녹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여러 차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럽 원딜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Tabzz'는 지난 13일 인벤 방송국에서 열린 얼라이언스 팬미팅에서 "서포터인 'Nyph'와의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며 롤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주 챔피언이 잔나일 정도로 원딜을 잘 보좌하는 'Nyph'와의 찰떡궁합을 통해 자신의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면 충분히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을 지닌 선수다.



* 안정성에 캐리력이 더해진 나진 실드의 '제파' 이재민


나진 실드의 원딜이자 전 세계 원딜 프로 게이머 중 최고령 선수다. CS를 매우 잘 챙기며, 기복 없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원딜이다. 나진 실드의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 준우승을 이끈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안정적이지만 캐리력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주를 이루었으나 지난 롤드컵 선발전에서 트위치를 선택하여 섬머 시즌 우승팀인 KT 애로우즈와 전 시즌 롤드컵 우승팀 SKT T1 K를 잡아내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팀의 위기 상황 속에서 아군의 지원을 믿고 과감한 이니시이에팅을 통해 상대를 잡아내는 등 자신의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나진 실드는 롤드컵 선발전 이후 전문가들로부터 '기세를 제대로 탔다'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이재민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롤드컵 선발전에서의 모습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세계 최고의 원딜' 자리는 '세계 최고령 원딜'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 이제 세계를 향해 나아갈 삼성 블루의 '데프트' 김혁규


많은 전문가와 해설자뿐만 아니라 같은 프로 게이머들에도 인정받는 '비공식' 세계 최고의 원딜이다. 삼성 블루의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 우승, 롤 마스터즈 2014 우승, 롤챔스 섬머 2014시즌 준우승은 꾸준히 제 몫을 다한 김혁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킬샷의 정확도, 괴물 같은 피지컬, 정확한 상황 판단, 넓은 챔피언 풀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겠지만, 김혁규의 가장 큰 장점은 한타에서의 위치 선정이다. 김혁규는 한타가 시작되면 가장 안전한 포지션에서 죽기 전까지 쉬지 않고 상대를 공격한다.

완벽해 보이는 김혁규가 아직까지 '비공식' 세계 최고의 원딜인 이유는 그가 아직 롤드컵이라는 가장 큰 세계 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롤드컵에서 '페이커' 이상혁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이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임을 증명했듯이, 김혁규 또한 팀의 롤드컵 우승을 이끌어내며 자신의 가치를 전 세계 팬들에게 입증해야 한다. 김혁규가 이번 롤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의 원딜'이라는 타이틀을 쥐게 된다면 이상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하나의 영웅이 탄생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원딜'이 되기 위해 경쟁을 펼쳤던 여덟 명의 선수 중 소수만이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안심하기엔 이르다. 롤드컵 C, D조 예선에서 또 다른 여덟 명의 선수가 자신이 '세계 최고의 원딜' 임을 증명할 준비를 마쳤다. 팬들은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증명의 전장'에서 승리하여 '세계 최고의 원딜'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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