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한 정보없이 '유혹의 한수'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때, 머릿속에 그려진 게임의 윤곽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예쁜 언니들이 잔뜩 등장하는 무협 즈음의 RPG이거나, 아니면 헐벗은 여성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를 전면에 앞세운 양산형 카드게임. 제목만 들었을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자의 음흉한 속마음은 배신(?)당했다.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5개의 아기자기한 보드게임으로 이루어진 포털게임이다. 기자와 똑같이 볼거리만 기대하고 들어왔다고? 그럼 돌아가...지 말고 잠시만 '뒤로' 버튼을 아껴두시라. 유혹의 한수는 제목 그대로 게이머를 유혹할 수 있는 뚜렷한 강점 한 수를 갖고 있는 게임이다.

유저들의 눈길을 한 번 끌어보자고 교묘하게 제목을 바꾼 것도 아니다. 사실 '유혹의 한수'라는 제목 자체가 게임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물론 자신들의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해 주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한수'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보드게임의 특징을 표현한 거에요. 매턴 이루어지는 한 수 한 수가 가지는 중요성을 의미하죠. '유혹'은 '유혹의 한수'가 가지고 있는 본래 게임성을 나타낸 거고요. 새로운 사람과의 설레는 만남, 그리고 대화,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들이죠."

인터뷰를 통해 인벤을 통해 자신들의 처녀작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모라이즌의 서상욱 프로듀서와 이길창 클라이언트 팀장을 만났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혹의 한수'에 대한 설명부터 기획의도, 그리고 숨겨둔 있는 매력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 인터뷰를 함께한 모라이즌 서상욱 프로듀서

"유혹의 한수는 오목, 보물 찾기, 뱀주사위, 빙고, 장기 등 다섯 가지 보드 게임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포털게임이에요. 각 게임은 1:1 매칭을 기준으로 친구, 혹은 랜덤한 상대를 찾아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모두 PVP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각각의 게임 자체는 1:1이지만 한 명의 사람과 게임을 즐기지만은 않아요. 매 턴 30초 제한으로 펼쳐지는 동기방식의 빠른 대전과, 24시간동안 느긋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턴을 주고받는 비동기 방식의 하루대 전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요.

이렇게 게임을 즐기면서도 대화, 랭킹, 담벼락 방문 같이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요."


'유혹의 한수'는 여러 가지의 보드게임이 모인 포털 게임이다. 이런 형식의 게임은 과거 커뮤니티 기반의 포털 사이트의 게임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되려 보기 어려웠다. 흔히 잘나가는 게임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PC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장착하고 과시욕과 뽑기 시스템으로 귀결되는 경쟁으로 소통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유혹의 한수는 이러한 기존게임의 목표에서 벗어나 소통을 목표로 제작한 만큼 단순한 게임을 넘어 커뮤니티의 창구 역할을 하고자 했다.

"유혹의 한수의 기본적인 방향은 '즐기면서 소통하자'에요. 그래서 게임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도 커뮤니케이션이고요. 하나하나의 게임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있는 놀거리, 즐길 거리로 만들고 싶었던 거죠.

실행할 수 잇는 게임도 현재는 다섯 가지 게임이지만 게임이 많아지면 그만큼 다양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새롭게 추가하는 게임도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보다는 누구나 쉽게 익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시할 예정입니다.




유혹의 한수가 가지고 있는 비동기 방식의 하루 대전은 이러한 커뮤니티적 특징을 극대화했다. 24시간 동안 상대와 원하는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듯 턴을 진행하고, 틈날 때 이를 확인하는 모습은 메신저 프로그램의 특징과 같다.

"빠른 대전은 매 턴 30초 제한으로 플레이하는 빠른 대전은 앉은자리에서, 혹은 이동 중에 간단히 즐길 수 있어요. 보통 3~5분 정도 플레이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PVP 게임처럼 상대의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죠. 긴장감도 느낄 수 있고요.

이와 함께 24시간 동안 제한시간 없이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상대가 게임을 진행했다는 알림을 확인하면 자신의 턴을 진행하는 식으로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시간 날 때 확인하고 플레이하는 식이죠. 흔히 사용하는 메신저 앱을 생각하시면 돼요. 종일 메신저 프로그램만 보면서 메시지가 오면 바로 답장을 날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루 대전은 그런 메신저 앱의 커뮤니티적인 부분을 게임으로 극대화한 것이고요.


▲ 다양한 사람들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루 대전


유혹의 한수에는 '점수랭킹'과 '스타랭킹' 등 두 가지 랭킹 시스템이 존재한다. 캐주얼 게임의 랭킹처럼 커뮤니티보다는 경쟁과 승부가 더 크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싶었다. 거기다 두가지라니, 이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짚자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혹의 한수는 경쟁은 존재는 하지만 최고로 중요시하고 있지는 않아요. 점수 랭킹도 그런 의미인데요. 보통의 캐주얼 게임의 랭킹시스템은 최고점수가 기록이 돼 한번에 더 많이, 강하게, 실력 있게 플레이해야 상위권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구조죠.

하지만 유혹의 한수는 이제까지 플레이한 게임 점수를 합한 누적 점수로 랭킹을 매겨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랭킹이 가지는 승부욕과 경쟁심리보다는 '너 게임 잘한다'. 혹은 '게임 많이 즐겼구나' 같은 느낌을 주는 정도에요.

특별히 고수와 하수를 나눠 채널을 구분하지도 않아요. 즉, 점수 자체가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물론 게임 특유의 경쟁심을 원하시는 분들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요."


점수랭킹이 게임 점수를 매긴 등수라면 스타랭킹은 커뮤니티 점수를 등수로 매긴 것으로 평할 수 있다. 단순히 점수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이나 인기도를 통해 얻는 별을 순위 산정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점수 외에 '별'이라는 자원을 얻을 수 있어요. 이 별은 아이템을 사거나 포인트로 변환하는 기능 같은 건 따로 없어요.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친절했던 상대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해주거나 게임을 잘하는 상대에게 칭찬의 의미로 별을 줄 수 있어요.

스타랭킹은 이렇게 얻은 별의 개수로 등수를 매긴 거에요. 그러므로 불친절하게 게임만 잘하거나 비신사적 플레이로도 등수를 올리 수 있는 점수 기반의 랭킹 시스템과는 달라요. 게임을 못해도 상위 랭커, 즉 스타가 될 수 있는 거죠."


▲ 매너있는 플레이와 대화로 게임을 이끈다면상대에게 별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스타란 단순히 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기인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다양한 프로모션과 함께 상품을 전달할 예정이에요. 프로모션과 함께 스타포인트 시스템으로 유저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증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함 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식 서비스가 스타포인트를 이용한 다양한 혜택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별과 관련하여 BJ들을 부정적인 의미로 부르는 단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기에 기반을 두고 보상을 나누면 문제가 따르는 것도 사실.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원하는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할 수 있는 만큼 선정성 논란이나 과도한 인기 경쟁이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혹의 한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될 예정이에요. 하지만 프로필이나 사진을 별도로 등록할 수 있게 한 이유는 카카오톡의 의존도를 줄이고, 기존 친구 외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선정적인 이미지나 타인의 이미지로 별을 받기 위해 구걸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사전에 미리 이미지를 인증을 받아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는 유저들에게 불편을 가져다주죠. 저희 게임이 추구하는 간편한 게임과 소통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데이팅 앱과 달리 저희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포털인 만큼 추후 심사만으로도 무리 없이 정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별이 구매가 아닌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기존의 문제시 되던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이죠. 단순히 이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퍼다주는 식의 스타포인트 획득이 불가능해요. 이런 부분도 건전한 소통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봐요."


▲ 보드게임 특유의 게임성과 함께 다양한 이펙트로 게임하는 맛을 더했다.


게임의 장점으로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하게 어필했지만 다섯 가지 보드게임도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보드게임 본연의 게임성은 유지하되 화면이 흔들리거나 돌을 놓을 때마다 쿵쿵 울리는 사운드나 이펙트 등 단일 게임으로 출시된 오목이나 장기 게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이잖아요. 각 보드게임의 질적인 부분도 쉽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커뮤니티 기능을 잘 녹여내려면 게임이 잘돼야 하는 게 기본이니까요. 다만, 처음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복잡한 시스템을 더한 독특한 룰의 게임보다는 기존에 잘 알고 있던 게임의 특징을 유지했어요.

우선은 천천히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독특한 룰로 게임의 재미 측면을 강화한 추가게임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 클라이언트 팀의 이길창 팀장


마지막으로 '유혹의 한수'를 즐길 팬들에게 개발자, 기획자로서 한마디씩 부탁하자 이길창 팀장은 뭇 남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어구로 포부를 전했다. 더불어 게임에서 SNS 같은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길창 팀장: 저를 포함한 최근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바쁘잖아요. 사람보기도 힘들고요. 그런 부분을 게임으로 해소해 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를 위해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게임은 일상과 다르지 않았어요. 틈틈이 즐길 수 있는 빠르고 간편한 게임을 선호하다 보니 게임 안에서의 커뮤니티보다는 자동 진행 같은 편의성이 중심이었어요. 저희는 그 간편함이 새로운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고 함께 게임하며 즐기는 기회를 만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석하는 방향이 달랐던 거죠.

그런 면에서 저희 게임은 간단한 게임으로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상욱 PD: 유혹의 한수를 개발하면서 PVP만 있는 게임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최근 SNS나 모바일 메신저를 보면 최근 세대들은 그런 커뮤니티 문화에 크게 거부감이 없어요. 게임에 구현한 비동기화 방식의 하루 대전도 그런 느낌이죠.

하지만 동기화와 비동기화 서버를 함께 유지하는 데 일반적인 RPG보다도 많은 유지비용이 들어요. 덕분에 스타트업의 첫 프로젝트임에도 큰 규모를 가지게 됐지만, 그만큼 유저분들의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한 증거라고 생각해요.

게임의 완성도는 물론 서버 같은 부수적인 착실히 준비해서 SNS를 하는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직접 플레이해보시고 많은 응원 해주시길 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