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디벨로퍼매거진' 편집장과 '가마수트라' 중역 편집자.

범상치 않은 이력이다. 가장 권위 있다는 게임 개발자 전문 매체 두 곳에서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이가 현재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브랜든 셰필드(Brandon Sheffield)'이다. '게임디벨로퍼매거진' 편집장과 '가마수트라' 중역 편집자를 거쳐 현재 '네크로소프트(Necrosoft)'라는 게임사를 설립,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 저 정도의 이력이라면 대형 게임사에 들어가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터.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던지고 인디게임 개발자로 전향했다. 2달에 평균 1~2회 가량 게임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지만, 그는 모든 제의를 거절하고 꿋꿋하게 인디 게임을 만들고 있다.

궁금했다. 이력도 이력이거니와 왜 인디게임을 선택했는지 호기심이 마구 샘솟았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왜 인디게임이냐는 질문에 그는 "재밌으니까"라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답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기에 만족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게임디벨로퍼매거진' 과 '가마수트라'는 과연 어떠한 방향성을 추구했을지, 게임 매체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아가 화려한 이력의 그가 왜 인디게임으로 전향했는지, 앞으로의 인디게임의 전망은 어떠할 지에 대해 그에게 물어보았다.

[▲ '게임디벨로퍼매거진' 전(前) 편집장이자 네크로소프트 대표 '브랜든 셰필드']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해주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크로소프트'의 대표이자 게임 기획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브랜든 셰필드' 디렉터입니다. 저희는 지금 서로 다른 장르와 특색을 지닌 4개의 게임을 약 2년에 걸쳐 개발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저는 멍청하기(stupid) 때문이죠.

과거에는 '게임디벨로퍼매거진(Game Developer Magazine)'에서 편집장으로 있었으며, 이후 '가마수트라(Gamasutra)'에서 중역 편집자(senior contributing editor)로 활동했습니다.

지금도 기분 내킬 때마다 가마수트라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의 주 업무는 네크로소프트의 디렉터이자 프로듀서, 비즈니스 매니저로서의 일이죠.


'게임디벨로퍼매거진'와 '가마수트라' 등 세계에서 유명한 게임웹진 두 곳에서 편집장 및 중역 편집자로 활동하셨는데요. 두 곳 모두 게임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한데요. 각각 분위기는 어떠했었나요?

두 매체 모두 개발자에 의한, 개발자를 위한 미디어입니다. 개발자들이 직접 작성한 글을 포스팅해주는 식이죠. 개발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으며, 개발자의 일을 개선시켜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의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을 기고받아, 보기 좋게 편집해서 포스팅하는 역할을 주로 했었죠. '지식 공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두 매체 뿐만이 아니라 GDC도 동일한 개념입니다. 게임 산업 종사자 다수가 모여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각자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곳이랄까요.

다만, '게임디벨로퍼매거진'은 '가마수트라'보다 깊이 있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보다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있었죠. 그래서 '게임디벨로퍼매거진'에 올라간 기사 중 정말 좋은 내용이면, 2-3개월 이후에 '가마수트라'에 다시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게임디벨로퍼매거진'에서 가장 많이 다루었던 것은 '게임의 포스트모텀'에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루거나 하는 식이었죠. 나아가 '게임디벨로퍼매거진'는 잡지였기 때문에, '가마수트라'와는 달리 한 가지 주제로 풀 패키지 형식의 특집기사를 작성하곤 했어요.



게임디벨로퍼매거진과 가마수트라 기사의 특징은 게임개발과 관련한 매우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정보와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실제 게임업체와 개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지?

대부분의 기사는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작성합니다. 어떻게 그들을 만났냐라고 물으신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지인을 통한 연결이죠. 취재를 하면서 A라는 개발자를 만났다면, 이후에 동일 분야에 대한 기사가 필요할 때 다른 개발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거죠. 그렇게 해서 취재원을 확보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깊이 있는 기사를 잡지에 싣기 위해서는 전세계에 있는 개발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GDC나 여러 경로를 통해 그들을 만나 기사를 의뢰하기도 했고요.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대부분 높은 직책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굉장히 쉽게 다른 취재 소스를 확보할 수도 있고요.

미국 정부가 게임과 관련된 발표를 하거나 보고서를 낼 때, 저는 백악관에서 디지털 미디어 부서의 시니어 어드바이저인 '마크 드로라(Mark DeLoura)'로부터 소스를 받았는데요. 그는 이전에 '게임디벨로퍼매거진'의 전 편집장이기도 했죠. 지금도 GDC의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 외에 개발자들이 먼저 기사를 작성해서 저희에게 보내주고 게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리투플레이 비즈니스 모델', 'MMO 디자인' 등에 대한 주제로 한국 개발자들이 기사를 보낸 적도 있어요.

통상 한 달에 5-6개의 기사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잡지에 실리는 정기칼럼도 있었죠, 각 분야 별로 다른 사람에게서 기사를 받았고, 프로그래밍 분야의 경우 매달 작성자가 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개발자 및 실무자들을 알게 됐고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좋은 기사는 좋은 소스로부터 나오고, 좋은 소스는 인맥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게임매체와 게임사 간에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데요. 만약 지금까지 잘 지내오던 회사에서 나쁜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특정 회사에서 대량해고 문제가 발생했다고 봅시다. 그런 경우, 회사 대표에게 해당 건에 대해 물어보고 답변을 받습니다. 이후, 해고당한 사원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해서 답변을 받아 두 입장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죠.

양 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죠. 회사 대표가 기사를 내려달라고 하는 경우는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좋지 않은 이슈라고 해서 피할 수는 없으니까요. 실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것은 매체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마수트라'의 경우 주 수입원이 광고가 아닙니다. '잡애드(Job Ad)'로 수익을 얻죠. 잡애드는 일종의 구인광고 파트인데요. 자신들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잡애드를 통해 구인광고를 올리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그래서 광고가 끊겨서 이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다거나 할 일은 없기 때문에 기사를 작성할 때 '눈치'는 보지 않습니다.



게임매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염두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게임 미디어는 게임산업 분야와 개발자들의 이슈를 놓치지 않고 캐치해야 합니다. 메일로 날라오는 보도자료 처리에 그쳐서는 안되고요. 특히, 게임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눈여겨 보고, 비판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진정한 미디어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디벨로퍼매거진의 편집장과 가마수트라 중역 편집자 출신이면 대형 게임사에서의 근무도 가능하셨을 듯 한데요. 왜 인디게임을 택하게 되셨는지?

저 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죠. 다른 이의 게임이 아닌 저 만의 색깔이 담긴 타이틀요. 대형 게임사에서 다른 이의 게임을 제작했다면 프로젝트 이후 저에게 남는 건 없습니다. 다만 제 시간을 투자했을 뿐이고 그게 전부죠.

하지만 저는 개발사를 차리고 저만의 게임을 만들고 있으며, 시간을 투자한 결과로 저희 팀의 결과물이 남는거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을 해줘서 문제 없이 개발도 했고, 결과물로 저희만의 게임도 남기 때문에 좋습니다.


4개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떠한 타이틀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현재 4개의 타이틀 모두 개발하고 있으며, '건하우스(GunHouse)'와, '오,디어(Oh,Deer)', '건스포츠(Gunsport)', 매직캅스(Magicops)'입니다.

최근 개발을 끝마치고 출시한 '건하우스'는 퍼즐과 타워디펜스가 결합된 게임입니다. 집 안에 퍼즐 요소가 있으며, 집으로 쳐들어오려는 적들을 퍼즐을 맞춰 얻은 능력으로 물리치는 형식이죠.

해당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모바일에서 플레이 가능하며, 이후 윈도우폰 전용 무료 게임으로 선출시됩니다. 향후에는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고요.

[▲'건하우스' 출시 트레일러 영상]

'오,디어'는 드라이빙 게임입니다. 엄밀히 말해 3D는 아니고요, 2D와 같은 3D 형식의 타이틀입니다. 게임의 목적은 '사슴을 많이 죽일 것이냐 혹은 최대한 죽이지 않을 것이냐' 입니다.

많이 치면 그래픽이 성난 것처럼 거칠게 표현이 되고, 최대한 적게 치면 칠수록 그래픽 효과가 상당히 부드럽고 평온하게 되죠. 1차적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가 되지만, 이후에 PS4와 PS Vita로도 선보일 생각입니다.

PS Vita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모바일 게임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후에 정식으로 비타 타이틀을 출시할 생각이에요. 느낌이 다르잖아요.(웃음) 현재 소니 측과 구두 상으로 확정지은 상태입니다.


게임 타이틀명은 언어유희를 위해 저렇게 지었습니다. 사슴(Deer)과 같은 발음을 활용해 '오 저런(Oh,Deer)'이라고 만들었어요. 그래서 일본판에서는 '시카타나이(어쩔 수 없다)'로 붙일 생각이에요. 일본어로 사슴이 '시카'니까요.(웃음)

해당 장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아웃런(Out-run)'을 개발한 '스즈키 유'에게 제 타이틀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나쁘지 않아'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기뻤죠.

사실 '시카타나이'라는 제목 자체가 '오야지 개그(아저씨 개그)'라 일본인들이 싫어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스즈키씨는 아저씨...라 그런지 이 제목을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어찌됐든 좋은 반응을 보게 되어 저도 좋았죠.


말씀하신 두 개의 타이틀 모두 독특한 스타일인데요. 나머지 두 개의 게임도 궁금합니다.

네.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세 번째 게임은 '건스포츠'입니다. 2대2 격투 형식으로 진행되는 타이틀로, 총을 활용해 플레이하는 2D 사이버펑크 배구게임입니다. 총으로 공을 쏴서 주고받는 형식입니다.

중앙에 네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양 팀의 후방에는 골이 있습니다. 키퍼와 스트라이커 두 명이 있으며, 뒷 쪽에 있는 선수는 움직일 수는 없지만 총을 쏘면 멀리까지 공을 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스트라이커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지만 파워가 떨어지죠.

총 5개에서 7개의 팀이 구현될 예정이며, 이후에는 팀에 따라 사용 가능한 총이 달라질 예정입니다. 제가 제작하고 있는 게임 중 가장 재미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니까요.

'킬러 인스팅트' 시즌 2를 개발하고 있는 '아이언 갤럭시'가 퍼블리셔로 배정된 상태고요. 해당 게임은 PS4와 XboxOne 그리고 PC용 타이틀로 동시발매될 예정입니다.




마지막 게임은 '매직캅스'입니다. 장르는 뿌요뿌요와 유사한 대전퍼즐이죠. '스컬걸즈'를 제작했던 '메릴 카트라이트(Mariel Cartwright)'가 '매직캅스' 제작에 참여하고 있고요.

경찰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퍼즐을 맞춰 조각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 상대에게 보다 큰 데미지를 입히는 형식의 게임이죠. 콤보를 달성하면 마법 게이지가 차고, 게이지가 풀이 되면 강력한 마법을 시전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최근에 제작에 착수하게 된 게임으로 아직은 프로토타입 단계입니다. 그래서 일러스트 밖에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PC 플랫폼으로 제작하고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어떠한 플랫폼으로 나올 지는 미정입니다.



게임제작에 참여하는 개발진들은 어떻게 모으셨나요?

함께 게임을 제작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더니 다들 흔쾌히 승낙했고, 그래서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게임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니 지인들이 많았죠. 사람을 모으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건하우스'가 향후 무료로 제공되며, 게임 내에서도 별도로 지불해야 되는 캐시 아이템도 없다고 하셨는데요. 사실상 그렇게 되면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나요?

'건하우스'는 올해 1,2월 경에 출시됐습니다. 인게임에서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완전 무료 게임이죠. 해당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용을 지원했어요. 그래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한, 완전 무료 게임으로 서비스하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돈이 전혀 들지 않는 게임이면 많은 사람들이 우선 다운로드를 해보거든요.

그렇게 되면 다운로드 수가 증가하면서 인기 게임으로 올라가게 되고, 향후 저희가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 때 "인기게임 000를 만들었던 네크로소프트의 신작이야"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죠. 즉, 차기작을 제작하는데 있어 지원을 보다 용이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웃음)




인디게임의 핵심요소 혹은 매력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 질문을 가지고 많은 개발자들이 논쟁을 하고 있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의 의도'라고 생각해요. 인디 정신을 가지고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요소라고 봅니다.

또한 대형 기업에서 만들 수 없는 자기 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아요. 나 자신이 플레이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죠.

게임 개발에 관련해서는 '게임디벨로퍼매거진'이나 '가마수트라'에 있을 때부터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두 매체 모두 개발에 관련된 곳이었으니까요. 직접 개발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개발자들의 고충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죠.


인디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돈입니다. 개발에 들어가는 돈과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확보하는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지금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는 못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게임이 출시된 이후 얻는 수익을 셰어링 할 생각이에요.

돈을 절약하기 위해 매달 제 식비는 50달러(한화 기준 53,000원) 정도 쓰고 있습니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채식주의자라 돈이 크게 들지 않습니다. 집 근처에 저렴하게 야채를 파는 곳이 있어서 구입 비용도 얼마 안들고요. 다양한 야채를 섞어 먹으니 영양적으로도 문제 없고요.(웃음)

또 다른 문제로는 '동기부여'가 있는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많은 돈을 주거나 좋은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발 중에 떠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아마 그들이 다른 직장에 가면 제가 지급했던 돈의 3배 이상은 받을거고요.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떠나 '이 게임을 진심으로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즐거움과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앞으로 인디게임 산업에 비전이 어떻게 된다고 보시는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 등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삶은 상당히 고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실패할 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실패할지도 몰라요. 지금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지만, 자금 경로가 끊기면 인디 게임 개발도 사실상 더 어려워지죠.

모든 인디게임이 '마인크래프트'가 될 수는 없어요. 작은 성공은 거둘 수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개발을 지속하기란 인디게임 분야에서는 사실 힘듭니다.

하지만 인디게임은 그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인디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디게임은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개발사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글쎄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정도일까요.


한국 게임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한국 개발자 중에 정말 '천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학규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한 번 대화를 해보면 아이디어와 영감이 무한대로 떠올라 머리가 가득차죠.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공부했다는 느낌? 선배라는 느낌이 들어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는 있겠는데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한국 게임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아요. 제 스타일이 아니라 직접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만, 그들의 아이디어에는 굉장히 큰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 대형 게임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시간을 투자해서 게임을 개발해봤자 남는게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게임의 즐거움보다는 '돈'만 생각하고 제작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죠. 일부 게임사의 얘기지만서도요.

다만 한국의 인디게임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죠. 김종화 개발자 등 다양한 신인 개발자들이 등장하면서 풍성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30일에 있는 '인디 개발자 서밋'에도 참여할 생각이에요.




한국 정부에서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주 멍청한 짓이죠. 게임이 중독물질인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개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기 인생에 아무것도 있지 않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충족시키려는 거죠. 그런 사람들의 문제인 것이지 게임 콘텐츠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령 마약이 합법이 됐다고 가정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접하게 되고, 치명적인 건강상의 문제 혹은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이 합법이라고 해서 게임을 접한 사람 모두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거나 죽음에 이르던가요?

게임과 마약을 동일 물질로 분류하는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바보같은 짓이라는걸 알 수 있죠.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 개발자들, 혹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대형 게임사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그 속에서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만한 일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개발비를 지원받을 방법을 찾는 것과 동시에 재미있는 것을 개발하십시오.

리스크 없이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인기 게임을 그대로 베껴서 개발한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리스크도 줄어들겠지만, 그런 게임은 아무 의미가 없죠. 물론 성공도 해야겠지만 실패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정보와 아이디어를 비밀로 간주하고 꼭꼭 숨기지 마시고 공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게임잼에도 참여해서 새로운 게임도 만들어보고, 다양한 개발자들을 만나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게임디벨로퍼매거진'과 '가마수트라'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지향하는 바는 '지식 공유'입니다. 서로 돕고 협동할 때 게임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 간에 즐겁고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