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한 달의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총 3개의 국가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뉴욕 타임즈 비즈니스 섹션 1면을 장식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경기력이 한층 더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경기가 이어지면서,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은 오랫동안 기억될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었죠.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때로는 환호했고, 때로는 아쉬워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열광했고, 패배로 눈물짓는 선수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제 롤드컵은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을 위해서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놓여 있습니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롤드컵의 여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유저들을 위해, 롤드컵 기간을 뜨겁게 달군 다양한 이슈들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14 롤드컵의 추억 속으로 지금부터 떠나겠습니다.

▲ 2014 월드 챔피언십이 한 달 간의 뜨거웠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 ‘임프’ 구승빈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 롤드컵 1주차 이슈 정리

롤드컵이 채 개막도 하기 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SK 게이밍의 정글러 '스벤스케렌'이 자신의 아이디를 ‘동양인 비하 단어’로 변경한 것이었죠. 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스벤스케렌'은 롤드컵 3경기 출장 정지는 물론, 2500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징계로 해당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의 인성 문제는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죠. 결국, SK 게이밍은 '스벤스케렌'의 공백을 제대로 메꾸지 못하고 16강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눈살 찌푸리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롤드컵을 더욱 기다려지게 하는 소식 또한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었죠.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 ‘아리’를 모티브로 삼은 아리 넨도로이드 출시 소식. 공개된 아리 넨도로이드는 팬들의 덕심(?)을 자극할 정도로 예쁜 외형을 가지고 있었기에, 롤드컵 경기만큼이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전방을 향해 하트를 날리는 귀여운 포즈는 롤드컵 직관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했죠.

▲ 2014 월드 챔피언십의 상징 아리 넨도로이드

대만 NTU 스포츠 센터에서 2014 롤드컵 1주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A조는 삼성 화이트가 세계 최강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고, 중국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EDG는 대만 프로팀 ahq와 순위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강에 진출했습니다. B조는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 그리고 ‘러스트보이’ 함장식이 ‘코리안 OP설’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고, 결국 로얄클럽과 TSM이 8강 진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러나 화끈한 경기만큼이나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임프’ 구승빈의 인터뷰였죠. ‘임프’ 구승빈은 롤드컵 2일차 2경기 종료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저번 롤드컵에서는 자만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그의 말투였습니다. 마치 국어책을 읽는 것 같은 딱딱한 말투에 팬들은 물론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진까지 웃음을 참지 못했죠.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선수조차 롤드컵 무대는 긴장되었나 봅니다.

▲ '임프' 구승빈, 상급 AI 봇이 되다?! (출처 : 온게임넷)

이 재미있는 사건은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창의력을 자극. 다양한 창작물이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게 됩니다. 그중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이 '임프' 구승빈을 기계로 표현한 사진이었습니다. 특히, ‘임프’ 구승빈의 뒤에서 기계를 조종하는 듯한 ‘마타’ 조세형의 모습은 많은 유저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롤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강의 봇 듀오로 우뚝 선 두 선수! 롤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을 것 같네요.

▲ '임프' 구승빈의 로봇 인터뷰 뒤에는 '마타' 조세형이 있었다?!
(출처 : jiwooni117님의 "임프 인터뷰 요약짤.jpg")


■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가 속출하다! 롤드컵 2주차 이슈 정리

이제 장소를 롤드컵 조별예선 2주차가 열리는 싱가포르 엑스포로 이동해보겠습니다. 2주차는 1주차보다 더욱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결코, 패배할 것 같지 않았던 한국 팀들이 연이어 해외 팀에게 발목을 잡혔고, 최약체로 평가받은 팀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접전 속에서, C조에서는 삼성 블루와 OMG가, D조에서는 나진 실드와 Cloud 9이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치열했던 만큼 2주차에는 많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눈물메타. 원거리 딜러의 눈물은 곧 승리로 이어진다는 이 메타의 주인공은 바로 ‘데프트’ 김혁규와 '레클레스' 마르틴 라르손. 세계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두 선수는 기존의 메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메타를 창조해냅니다.

▲ 잘 생긴 그대들이여, 고개를 들어라!

국적과 언어의 장벽마저도 뛰어넘는 우정을 자랑하던 두 선수는 롤드컵 조별예선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모두가 '데프트'의 승리를 점치던 상황. 하지만 결과는 '레클레스'의 활약을 등에 업은 프나틱의 승리였습니다. 예상 밖의 패배에 ‘데프트’가 눈물을 보입니다.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눈물의 의미가 좌절이 아닌 각성이었다는 사실을. ‘데프트'는 이어진 LMQ전에서 16킬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게임을 폭발시켜 버리죠.

'레클레스' 역시 OMG와의 2연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눈물을 훔칩니다. 삼성 블루를 잡아낸 후 연이어 당한 패배라 실망감이 더욱 컸던 것입니다. 하지만 '데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레클레스'는 다음 LMQ와의 경기에서 18킬 0데스 4어시스트라는 압도적인 킬 스코어는 물론 롤드컵 역사상 2번째 펜타킬을 기록합니다. '데프트'에서 시작된 눈물메타가 '레클레스'에 의해 정립되는 순간이었죠.

▲ '데프트’ 김혁규와 '레클레스' 마르틴 라르손의 눈물과 함께 했던 우정
(출처 : 통역가 수지킴 트위터)

어느 팀도 8강 진출을 확신할 수 없었던 조별리그 마지막 날. 이변이 발생합니다. 바로 와일드카드로 롤드컵 무대를 밟은 카붐 E-SPORTS가 유럽의 강호 얼라이언스를 잡은 것이죠. 또다른 와일드 카드 팀인 DARK PASSAGE가 조별예선 1주차에서 전패를 기록한 상황에서 카붐 E-SPORTS에 대한 기대는 역시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붐 E-SPORTS는 매 경기 경기력이 상승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얼라이언스에게 브라질산 고춧가루 맛을 확실히 보여줬죠. 결국, 얼라이언스는 이 패배로 8강 진출에 실패하게 됩니다. 카붐 E-SPORTS의 활약에 대해 팬들은 ‘솔로 랭크에서 시작한 팀이 롤드컵이 끝나고 세계 수준의 프로팀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평가를 하기도 했죠. 특히, 영화 식스 센스를 보는듯한 반전의 경기력은 유저들의 창작 욕구를 불태웠고 재미있는 작품 하나가 탄생하게 됩니다.

▲ 카붐 E-SPORTS "이건 모두 마지막 반전을 위한 노림수 였다!"
(출처 : absolute님의 '오늘자 카붐 요약.jpg' )

이밖에도 D조 순위 결정전에서 나온 Cloud 9의 독특한 운영도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일명 ‘무전기 메타’라고 불린 이 운영 방식은 한타를 최대한 지양하고 극단적인 스플릿 푸시로 상대를 끊임없이 흔드는 전략을 취합니다. 한쪽 라인에 수비 병력이 오면 따른 쪽 라인에서 곧바로 푸시를 시작하는 것이죠.

Cloud 9은 아주 불리한 상황임에도 마치 무전기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전달하는듯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물론, 나진 실드의 카사딘이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하며 Cloud 9의 패배로 결론이 났지만, 해당 경기는 롤드컵 2014를 대표하는 '꿀잼경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 아아! 여기는 봇, 탑 잘 들리나?
무전기 메타를 통해 꿀 재미를 선사한 Cloud 9 (출처 : 온게임넷)


■ 로얄 클럽의 필살 전략, 우지세스메이커?! 롤드컵 8강 이슈 정리

롤드컵은 이제 한국으로 무대를 옮기게 됩니다. 첫 번째 경기는 삼성 화이트와 TSM의 대결. 모두의 예상대로 삼성 화이트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TSM 역시 북미의 강호다운 선전을 펼쳤습니다. 흥미로운 두 팀의 경기에서 팬들의 시선이 가장 집중된 곳은 바로 ‘루퍼’ 장형석의 신지드였습니다.

사실 ‘루퍼’ 장형석에게 신지드는 특별한 챔피언입니다. 그는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챔피언으로 쉬바나와 함께 신지드를 꼽았으며, 2013-14 롤챔스 윈터에서도 깜짝 신지드 픽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조별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한 지난 롤드컵에서는 총 9경기 중 무려 3경기나 신지드를 선택한 기록이 있죠.

▲ ‘루퍼’ 장형석에게 신지드란?!

‘루퍼’ 장형석은 8강 2세트에서 또다시 신지드를 꺼내 들었고, 신지드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루퍼’ 장형석의 신지드는 전장 곳곳에 독가스를 뿌렸고 TSM에게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신지드의 스킨이 ‘서퍼 신지드’였고, TSM의 서포터 ‘러스트보이’ 함장식의 챔피언이 해일을 소환하는 나미였다는 사실. 결국, 경기가 끝난 후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서는 ‘나미의 하드 카운터는 서퍼 신지드’라는 제법 설득력(?) 있는 주장이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죠.

▲ 나미의 하드 카운터는 서퍼 신지드다?!
(출처 : 소낙님의 "(BGM)서퍼 신지드 완벽재현.jpg")

다음은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 ‘우지’에 대한 이슈입니다. 대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로얄클럽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습니다. 한국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 사이의 불화설이 퍼져 나갔고, 원거리 딜러 '우지'의 롤드컵 불참 루머까지 돌기도 했죠. 사태는 로얄클럽의 공식입장이 발표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큰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로얄클럽은 팬들의 걱정과는 달리, 조별예선에서부터 멋진 활약을 펼칩니다.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승리에 대한 강한 집중력으로 매번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 이러한 선전의 핵심에는 일명 ‘우지세스메이커’, ‘진시황 메타’ 등으로 불리는 ‘우지’ 키우기 전략이 있었습니다.

로얄클럽은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우지’의 성장을 지원했고, ‘우지’는 확실한 후반 캐리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단순함을 넘어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이 전략이 로얄클럽의 묘한 조직력과 어울려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것. 결국, 중국 최강자 EDG와의 8강전에서 로얄클럽은 3대 2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게 되죠.

▲ 로얄클럽의 이번 롤드컵 전략은 바로 '우지세스메이커'
(출처 : 발컨전사님의 "오늘의 로얄클럽 요약")

8강 마지막 경기에서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한 이변이 연출되었습니다. 중국의 OMG가 나진 실드를 격파한 것입니다. 조별 예선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나진 실드는 그 어렵다는 한국대표선발전에서 무려 3연승을 거두며 롤드컵에 진출한 강팀. 대부분의 팬이 나진 실드의 승리를 예측했었습니다.

하지만 OMG는 조별예선에서 활약한 '다다777'을 대신해 '클라우드'를 서포터로 기용, 완벽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습니다. '클라우드‘는 3세트 연속 잔나를 선택했고, 총 47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결국, OMG는 나진 실드를 3대 0으로 대파하는 데 성공합니다. 식스맨이지만 결코 식스맨답지 않은 선전을 펼친 ’클라우드‘에게 전 세계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죠.

▲ 혜성처럼 등장해 나진 실드를 격파한 OMG의 '클라우드'


■ 다데 장군의 미소가 팬들의 마음을 울리다! 롤드컵 4강, 결승 이슈 정리

삼성 화이트는 강함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의 유일한 적수이자 형제 팀인 삼성 블루를 3대 0으로 가볍게 꺾은 삼성 화이트는 결승에서도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주며 로얄클럽을 제압했죠.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때는 순간인 동시에 세계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 화이트의 우승만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들이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 삼성 화이트, 그들은 강함을 넘어 완벽했다!

첫 번째는 바로 TSM에 대한 이슈입니다. TSM이 8강에서 탈락한 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어떻게 결승과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화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TSM이 8강에서 거둔 1승 때문입니다. TSM의 8강 상대는 우승팀 삼성 화이트였습니다. 1세트와 2세트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를 실감한 TSM는 3세트에서 도박적인 초반 인베이드 싸움을 시도합니다. 이는 최강 삼성 화이트조차 예상하지 못한 전략이었고, TSM은 1승을 거두게 되죠.

이 1승의 의미는 컸습니다. 조별예선에서부터 준결승까지, 삼성 화이트가 기록한 유일한 패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상 세계 2위는 TSM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만약 결승전까지 삼성 화이트가 전승을 거둔다면, 이 이야기는 완벽해지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결승전 3세트, 로얄클럽이 삼성 화이트에게 패배를 안기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 버립니다. 게임 종료 직후, TSM이 사실상 세계 2위라고 주장했던 팬들은 아래와 같이 아쉬움을 표현하죠.

▲ 결승 3세트는 TSM 팬들을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인섹’ 최인석이 돌아왔습니다. 입석을 타지 못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가 드디어 롤드컵 버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비록 한국 팀은 아니었지만, 많은 한국 팬들은 ‘인섹’ 최인석을 응원했습니다. 상대의 심장에 인섹킥을 날리던 과거의 위용은 사라졌지만, 그는 팀이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노련한 정글러로 거듭났습니다. 그렇게 ‘인섹’ 최인석은 팬들의 관심과 환호 속에서 롤드컵 준우승이라는 드라마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인섹’ 최인석의 활약 속에 팬들의 마음은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 명의 남자를 재조명합니다. 입석을 타지 못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시작되게 만든 인물이자, ‘인섹’ 최인석의 고통과 성공 그리고 도전을 미리 예견한 인생 설계자! 바로 당시 기차를 운전했던 기관사입니다. 물론 농담이 섞인 재미있는 이슈였지만, 팬들은 입석을 타지 못했던 한 소년의 감동 드라마를 선물해준 기장님께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게 됩니다.

▲ 모든 것은 기관사의 설계였다?!
(사진 속 기관사 : 코레일 장재기님 / 출처 : 연암의후예님의 글)

이처럼 이번 롤드컵은 참으로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2014 롤드컵의 한 장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많은 팬들은 ‘다데’ 배어진의 아름다운 패배를 지목할 것 같습니다. 삼성 블루의 4강전 상대는 삼성 화이트.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까지도 이번 경기의 승자가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것이라 믿었습니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삼성 화이트의 저력은 엄청났습니다. 패색이 짙어진 3세트 중반, 중계 화면에 한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습니다.

▲ 그의 미소는 어떤 의미였을까?
(출처 : 온게임넷)

‘다데’ 배어진. 그는 놀랍게도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미소의 의미를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상대의 강함에 대한 인정일 수도, 이번 롤드컵의 꿈은 여기까지라는 회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데’ 배어진의 미소가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흔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패배의 순간, 아니 정확히 말해서 ‘또다시 깨져버린 롤드컵의 꿈’ 앞에서도 장군다운 의연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3대 0. 삼성 블루와 ‘다데’ 배어진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경쟁자이기 전에 한 솥밥을 먹는 동료인 두 팀은 무대 한 가운데서 만났습니다. ‘다데’ 배어진은 삼성 화이트의 미드 라이너 ‘폰’ 허원석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자신을 상징하는 점퍼를 환한 웃음과 함께 건네줍니다. “나는 여기까지지만, 너는 반드시 끝까지 올라가라“라는 진심 어린 응원이었죠. 그렇게 팬들은 ‘다데’ 배어진이 왜 장군이라 불리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2014 롤드컵은 끝났지만, 그가 준 진한 여운은 분명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다데' 배어진은 패배 앞에서도 장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