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e스포츠 최대 규모로 치러진 2014 시즌 월드 챔피언십이 삼성 화이트의 우승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짜릿한 명장면과 숱한 이야기들로, 그 어떤 시즌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던 롤드컵이었죠. 최고의 무대, 그 치열했던 전장의 주인공은 과연 어떤 챔피언이었을까요? 밴픽률과 라인별 챔피언 선택 횟수를 통해 그 주인공들을 다시 한 번 만나 봅시다.



■ 2014시즌 롤드컵 누적 챔피언 밴픽률 TOP.10


※ 기사에 사용된 통계 자료는 롤드컵 개막 후 쌓인 누적 데이터임을 알려드립니다.




밴픽률 부동의 1위는 알리스타의 몫이었습니다. 알리스타의 이런 모습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현재 라이브 서버에서는 삭제되었지만, 롤드컵 버전에선 당시 알리스타를 최고 OP로 만든 테크닉, 'W평(W스킬에 이은 평타)'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W평의 일방적 딜교환은, 프로 무대가 아닌 솔로 랭크에서도 악명 높았습니다. 하물며 프로 선수들이 알리스타를 잡으면 두말할 필요 없었죠.

명실상부 2014시즌 롤드컵 최고 OP 알리스타. 단순 밴픽률뿐 아니라 승률도 알리스타의 진가를 잘 말해줍니다. 알리스타는 롤드컵 기간 중 총 5번 등장하여 4번 승리를 거둬 80%의 승률을 보여줍니다. 알리스타가 당한 1패도 다크 패시지가 삼성 화이트를 상대로 당한 패배였습니다. OP 챔피언 선택의 의미가 적어질 정도로 양 팀 전력차이가 컸기에 완전히 알리스타를 공략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죠.

경기 등장 여부를 떠나, 알리스타가 밴픽전의 중심이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네요.




밴픽률 2위엔 질리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질리언은 흔히 암살자 메타의 카운터 챔피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암살자 챔피언이 자신의 모든 스킬을 퍼부어 아군의 주요 챔피언을 암살하려고 한들, 질리언의 궁극기 '시간 역행'으로 되살려 버린다면 아무 의미 없게 되죠. 그 외에도 패시브가 만드는 변수와 아군의 이동속도를 상승시키거나, 상대의 이동속도를 낮추는 높은 유틸성은 질리언을 '최고의 팀파이트용 챔피언'으로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질리언의 승률은 생각보다 저조합니다. 조별리그에선 질리언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상위 라운드로 대회가 진행될수록 질리언의 승률은 점점 떨어졌습니다. 4강전에서는 질리언을 선택한 팀은 그 시합을 모두 내주었죠. OMG와 로얄 클럽의 4강 5세트에선 질리언을 밴카드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떤 팀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질리언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죠.

하지만 결승전에서는 모조리 밴 되어, '그래도 질리언이 가지는 변수는 두렵다'는 프로 선수들의 인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살짝 자존심을 구겼지만, 질리언은 대회 최고의 OP 챔피언 중 하나였습니다.




3위엔 밴픽률 92.3%로 리 신과 마오카이 두 챔피언이 같은 위치에 올랐습니다.

리 신은 이제 대회에 등장하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의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굵직한 대회엔 언제나 리 신이 등장했고, 항상 좋은 모습을 보였죠. 사용하기 까다로운 챔피언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프로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리 신은 정글러의 기본이 되었죠. 리 신은 이번 롤드컵에서도 예외 없이 그의 명성에 어울리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마오카이는 롤드컵전에 치러진 롤챔스 섬머 시즌 후반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팬들은 마오카이의 탱킹 능력을 두고 '세계수 메타의 주인공'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죠. 그리고 그 세계수의 힘은 롤드컵에서도 건재했습니다. 알리스타를 제외하면 승률 63%로, 밴픽률 10위권에 있는 챔피언 중 가장 높은 승률을 보여주었죠. 놀라운 탱킹력으로 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마오카이. 각 팀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챔피언이었습니다.




87.2%의 밴픽률로 5위에 랭크된 라이즈. 탑 라인의 수비수에 마오카이가 있었다면, 공격수에는 라이즈가 있었습니다. 라이즈는 대장군이라는 별명답게 2014시즌 롤드컵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라이즈는 알리스타와 질리언 다음으로 빠르게 가져오는 챔피언이기도 했습니다. 명확한 카운터 챔피언이 없는 라이즈기에, 선픽으로 가져와도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성장했을 경우 LoL 최강의 캐리력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프로 무대의 단골손님 라이즈. 그 위력은 2014시즌 롤드컵에서도 여전했네요.




6위엔 카직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리 신과 함께 정글을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직스. 강력한 대미지를 가지고 있고, W를 이용한 포킹과 E스킬을 계속 초기화 하여 만드는 '메뚜기 월드'는 많은 프로 선수들이 카직스를 선호하는 이유죠.

하지만 이 메뚜기 월드는 2014시즌 롤드컵에서 만큼은 자주 볼 수 없었습니다. 각 팀 정글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카직스지만, 마지막에 기록한 승률은 43.1%로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잘 성장한 카직스는 분명 무시무시한 존재지만, 카직스 자체가 강력한 군중제어기를 가지거나 높은 탱킹력을 가진 게 아니기에, 초반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어준다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죠.

역전을 만들기 힘든 챔피언인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낮은 승률로 나타난 거죠. 리 신과 함께 최고로 많이 등장한 정글러지만,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승률면에선 조금 부족한 모습이었네요.




7위엔 영원한 서포터계의 황제, 쓰레쉬가 랭크되었습니다. 쓰레쉬는 서포터가 가져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춘 챔피언이죠. 안정적인 라인전은 기본이며, Q스킬과 W스킬이 만드는 변수는 게임을 홀로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굉장한 위력을 보여주는 챔피언입니다.

그러한 쓰레쉬를 일부러 롤드컵 무대에서 쓰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죠. 쓰레쉬는 2014시즌 롤드컵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여, 상대 챔피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특히, 높은 피지컬 능력을 가진 서포터들을 견제하기 위해 심심치 않게 밴도 나오는 등, 높은 밴픽률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쓰레쉬였습니다.




AD 캐리, 루시안이 8위에 올랐습니다. AD 캐리로는 유일하게 밴픽률 상위 10위권에 위치한 루시안이죠. 루시안의 최고 강점은 '약한 구간이 없는 챔피언'이라는 것입니다. 짧은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기동성이 높고, 스킬과 평타의 대미지 비중이 균형 잡혀 있기에 초,중,후반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챔피언이죠.

변수가 많은 프로 무대에서 이러한 루시안의 강점은 더욱 부각됩니다. 상대의 어떠한 전략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AD 캐리로서의 1인분을 해주기에 루시안은 롤드컵 진출팀의 AD 캐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챔피언이었습니다.




9위엔 롤드컵에 큰 돌풍을 몰고온 서포터, 잔나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잔나가 이처럼 대세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습니다. 몇몇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서포터계엔 부동의 원 탑이라 평가받는 쓰레쉬가 있기에, 잔나의 이런 활약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잔나는 원 탑 서포터라 불리는 쓰레쉬를 오히려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62.2%의 승률은 서포터1위를 넘어, 승률 상위권의 전체 챔피언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높은 승률이죠. 그야말로 롤드컵에 불어닥친 신선한 바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 10위엔 럼블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럼블이 보여주는 한타 존재감은 LoL 최상위권입니다. 이퀄라이져 미사일은 한타의 행방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스킬이기도 하죠.

여기에 성장에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럼블이 가진 큰 장점입니다. 기괴한 가면과 마법 관통력 신발만 나오면 제 몫을 다한다고 말할정도로, 초반부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죠. 경기 초반부터 스노우 볼을 굴려가는 것이 중요한 프로 경기에서, 럼블이 가지는 가치는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2014 시즌 롤드컵 라인별 최다 픽 TOP.3



□ 탑 라인의 공격수와 수비수! 라이즈, 마오카이


라이즈는 언제나 사랑받았던 챔피언입니다. 미드와 탑을 가리지 않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챔피언이기에 전체 밴픽률에서도 상위권을 위치하고 습니다. 멀티 포지션이 주는 전략적 가치는 밴픽 단계를 넘어 게임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기에, 라이즈는 프로선수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라이즈는 탑과 미드를 가리지 않는 멀티 포지션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탑 라인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 것과 달리, 미드 라인에서는 탑 라인에서 보여준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마오카이의 활약은 시작 전부터 예견되었지만, 럼블의 등장은 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못 쓰일 정도의 챔피언은 아니지만, 굳이 프로 무대에서 쓸 정도는 아니라 평가받던 럼블은 탑 라인에서 3번째로 많이 등장했고, 준수한 승률을 거두는 데 성공합니다. 특히 TSM의 탑 라이너, 'Dyrus'가 보여준 럼블은 아직도 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죠.



□ 정글, 쌍두마차를 쫓기엔 부족했던 자르반의 추격


롤드컵 초반부터 정글은 카직스와 리 신의 양강 체제였습니다. 이 두 챔피언은 대회 마지막까지도 이러한 명맥을 이어갔죠. 경기에서 이 두 챔피언이 등장하는 것은 기정사실에 가까웠고, 이 두 챔피언이 등장하지 않는 픽이 신선하다고 평가받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두 챔피언의 뒤를 바짝 쫓는 한 챔피언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르반 4세가 그 주인공이죠. 자르반 4세는 리 신이나 카직스를 선택할 수 없을 때 종종 등장하였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롤드컵 1티어 정글러인 리 신과 카직스에 비하면 플랜 B라는 느낌이 강했고, 승률 역시 저조했습니다.



□ 안전 제일! 오리아나의 미드 라인


2014시즌 롤드컵 시작 전부터 메타에 관한 많은 예측이 있었지만, 많은 팬들은 '암살자 메타'가 롤챔스에 이어 롤드컵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오리아나가 미드 챔피언 중 가장 미드라이너들의 선택을 받습니다.

오리아나 선택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안정성과 높은 한타기여도죠. 비록 성장에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충격파로 만드는 변수를 비롯, 잘 성장한 오리아나가 보여주는 딜링과 유틸성은 팀 파이트의 중심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암살자 챔피언들의 공격 일변도적 측면보단, 다재다능하고 안정적인 오리아나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네요.

시즌3 롤드컵의 주인공, 제드가 2014시즌 롤드컵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2014시즌 롤드컵에 알리스타가 있다면, 2013 시즌 롤드컵엔 제드가 있었죠. 시즌3 롤드컵 밴픽률 100%었던 제드는, 비록 그때에 비하면 많은 너프를 당했지만, 여전히 미드라이너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 미친 승률의 트위치가 지배한 AD 캐리


롤드컵 시작전, 코그모와 트리스타나와 같은 '하드 캐리'형 원거리 딜러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팬들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팬들의 생각보다 경기의 템포는 빨랐고, 하드 캐리형 AD 캐리들이 성장할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하드 캐리형 AD 캐리라고 할 수 있는 트리스타나가 AD 캐리 부분 최다 픽 2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승률은 37.5%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롤드컵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AD 캐리는 당연 트위치입니다. 70.8%의 승률은 롤드컵 무대의 '필승 카드'라고 해도 부족함 없을 정도입니다. 삼성 형제팀의 AD 캐리 선수들이 이 트위치를 잘 활용했죠. 특히 삼성 화이트의 AD 캐리, 'Imp'는 10번 선택하여 단 한 번 패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는 삼성 화이트의 우승으로 이어졌죠. 롤드컵에서 가장 가치있는 픽을 하나 뽑자면, 분명 트위치일 것입니다.



□ 여왕 등극! 잔나가 만든 강력한 돌풍


2014시즌 롤드컵 직전에 치렀던 롤챔스 섬머 시즌엔 쓰레쉬와 나미, 이 두 서포터가 서포터계를 주름잡고 있었습니다. 쓰레쉬야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미는 지속적인 버프인해 최고 서포터의 반열에 올라있었죠. 하지만 롤드컵 무대는 잔나의 등장으로 달라졌습니다.

잔나의 등장은 그야말로 폭풍 같았습니다. 롤드컵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진 실드의 서포터 'GorillA'가 잔나를 몇 번 고르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롤 팬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었죠. 그러한 잔나가 롤드컵 서포터 원 탑자리를 확실히 차지합니다.

잔나는 롤드컵 기간 중 인상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삼성 화이트의 서포터 'Mata'가 보여준 한타 판도를 뒤집는 계절풍은 팬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습니다. 라이벌 서포터라고 할 수 있는 나미의 궁극기가 고작 신지드가 서핑하기 좋게 파도를 만드는 것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폭풍같이 등장한 잔나. 롤드컵을 통해 서포터계의 여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밴픽전으로 팬들을 흥분시킨 2014시즌 롤드컵. 비록 대회는 끝났지만, 선수들이 펼친 바론 한타 못지 않은 밴픽전과 그렇게 선별된 챔피언들이 시합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기고 있죠.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멋진 장면들은, 롤드컵이 끝나도 팬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