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페이지에 등록된 '다이스티니' 영상


⊙게임명:다이스티니 ⊙개발사: 페이크 다이스(Fakedice) ⊙장르: 보드게임 ⊙플랫폼: PC ⊙출시: 미정


비주얼부터 신선했다. 게임성은 더 독특했다. 무엇보다 해외 유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등장한 한국 게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발사 페이크 다이스(Fakedice)를 찾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아직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은 아니지만 기대치는 충분해보였다.

구로에 위치한 페이크 다이스 사무실를 찾은 것은 지난 21일(화)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스톰트루퍼가 눈앞에 있었다. 바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인 홍석 아트디렉터였다. 갑갑할 것 같아 이대로 인터뷰를 하면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쿨하게 답했다. 그렇게 기묘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홍석 아트디렉터와 인터뷰는'다이스티니:주사위의 제왕'의 게임 컨셉부터 킥스타터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게임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킥스타터를 준비하면서 페이크 다이스 팀이 느꼈던 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펀딩 성공을 위해 그들이 노력한 흔적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 페이크 다이스 팀, 홍석 아트 디렉터]



■ '다이스티니:주사위의 제왕'의 주요 컨셉은?

페이크 다이스에서 시도하는 프로젝트는 '다이스티니:주사위의 제왕(이하 다이스티니)'이라는 게임이다. 영상을 보면 어떤 게임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마치 PC판 보드게임이랄까. 거기에 RPG 요소를 도입하면서 '다이스티니'만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거다.

컨셉이 매우 독특하다. '다이스티니' 개발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카드를 활용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보드게임의 느낌을 PC로 옮기고 싶었다. 예전부터 소규모 게임을 만들게 된다면 이런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회사 사람들이 보드게임 마니아다. 어떤 게임을 만들지 고민을 하던 중에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보드게임과 같은 게임을 만들자고 결정했다.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복잡한 룰을 배워야 한다. 그 룰을 이해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도 하고. 총점을 직접 계산하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다. PC 버전의 장점은 그런 복잡한 계산은 컴퓨터가 알아서 해준다. 마스터가 컴퓨터이기 때문에 보드게임에서 보기 힘든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카드를 손에 쥘 수 있게 만들면 보드게임이 된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듣고 싶다.

'다이스티니'는에서는 주사위를 던지고 그 수만큼 일정 칸을 움직이면 이벤트가 발생한다. 함정이나 보물과 같은 이벤트가 등장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로 대처하는 방식이다. 맵을 돌면서 캐릭터의 레벨을 키워 마지막에 보스 몬스터를 같이 공격하는 것이 게임의 큰 틀이다.

처음에는 대결하는 모드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나친 경쟁 요소를 담아두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래서 보스 몬스터를 협력해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다양한 클래스가 협동해 여러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재미를 중점으로 만들었다.

내부에서 테스트를 할 때에는 보드게임으로 만들어서 한다. 직접 카드를 들고 해보면서 세부 디테일과 밸런스 부분을 조정해 나가고 있다. 4인용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다이스티니'에는 4가지 종족과 각 종족마다 4가지 클래스가 있는데 앞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원형 방식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모드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독특한 패러디를 통해 월드의 재미를 살리려고 한다. 하나의 월드에 테마를 담아 그 테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몬스터를 담으면 재밌지 않겠나. 혹은 다른 게임과의 크로스 프로모션을 하는 과정에서 그 게임의 특징을 담은 월드도 만들어 보고 싶다.


킥스타터 페이지를 살펴보니 서구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좋아하는 스타일로 그리다보니 나온 캐릭터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팀원은 이 디자인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고 했다. 서구적인 느낌이다 보니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 좋더라.


독특한 패러디가 많은 것 같다. 제목도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아마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벌써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다이스티니'의 부제가 'The Lord of the Dice'인데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서 따왔다. 아직 완벽히 틀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절대 다이스'를 누가 산에다 버려서 찾으러 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웃음).



■ 킥스타터, "페이크 다이스는 이렇게 시작했다"


킥스타터에 프로젝트를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어떻게 했는가?

인디고고와 킥스타터, 두 군데를 고민했었다. 그러다 회사 내 캐나다 시민권자가 있는 것을 알고 킥스타터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등의 국가에서 할 수 있는데 우연히 있었던 거다. 아마 킥스타터 페이지에 등록하는 사람들 중 영어권이 아닌 사람도 우리처럼 진행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기간을 짧게 잡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킥스타터 펀딩이 가장 잘될 때는 언제인가?

해외 인디 개발사 등 여러 곳에서 얻은 정보로는 기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기간을 짧게 잡았다. 참고로, 펀딩을 시작하는 시기는 10월이 좋다고 한다. 여름에는 밖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나 블랙 프라이데이 등 행사가 여럿 있다. 그래서 11월 중순 정도가 되면 사람들이 돈을 모으느라 구매를 잘 하지 않는다.

킥스타터 펀딩 금액은 의외로 주말에 적은 편이었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는 펀딩 금액이 잘 늘어나지 않지만, 목요일에는 펀딩 금액이 매우 많이 증가한다.


게임을 알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을 것 같다.

직접 뛰어다녔다. 게임스컴2014에서는 게임을 알리는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직접 만든 캐릭터 카드를 활용해 설명하기도 하고. 해외 매체에 연락하기도 했는데, 아직 플레이어블 빌드가 없어서 힘들었다.

해외 인디 개발자와 연락을 하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각자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많이 공유해줬다. '다이스티니' 펀딩 페이지를 만들 때 큰 힘이 됐다. 개발자의 정이랄까. 그런 고마움이 느껴졌다.

[▲ '다이스티니'에 등장한 쇼벨나이트]

킥스타터를 해보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이 있다면?

게임을 대중에게 많이 알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쇼벨나이트에서 오픈한 자료를 보면 1년을 준비했다. 그만큼 대중에게 알리는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개발 자금이 없었던 1년간 어떻게 지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게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이스티니' 프로젝트를 킥스타터에 등록하기 위해서 준비한 기간은 두세 달 정도다. 우리는 쇼벨나이트처럼 준비 기간 동안 많이 알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애초에 SNS를 잘 하지도 않았던 터라 게임을 알리는 방법도 찾기 힘들었던 점도 있다. 만약에 해외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고 싶은 업체가 있다면 준비를 정말 잘 해야 한다. 그만큼 사전 준비가 중요하더라.


생각해보니 업데이트 내용에 쇼벨나이트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내용이 있었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그냥 들이댔다. 쇼벨나이트의 캐릭터가 우리 게임에 등장한다고 하면 재밌을 것 같아 바로 연락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메일로 글을 작성해서 보냈는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직접 어떻게 쓰일지 이미지로 보여주기로 했다.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나으니까. 그랬더니 연락이 오더라. 그렇게 쇼벨나이트와의 크로스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


스태프 픽에 선정되기 위해서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인가?

스태프 픽(Staff pick)에 선정될 줄 우리도 몰랐다. 오히려 스태프 픽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킥스타터 쪽에서 메일이 와서 알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쉽게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메일을 받은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킥스타터 스태프끼리 다수결로 선정해 주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니 전부 주는 것이 아니더라.

게임과 관련해서 킥스타터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대략 600개 정도다. 그중 10%만 스태프 픽으로 선정된다. 아무나 선정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다. 스태프 픽에 선정되면 특별한 아이콘을 주는 줄 알았지만, 만약 자기 캠페인에 스태프 픽에 관한 내용을 넣고 싶으면 알아서 추가해야 하더라. 다른 캠페인을 살펴보니 마찬가지였다. 다 직접 만든 것이라 우리도 만들어서 캠페인에 붙였다.

특별한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다. 킥스타터 페이지를 만드는 데만 한 달 가량 걸렸는데, 열심히 구성한 보상이 아닌가 싶다. 성공했던 다른 프로젝트의 페이지를 많이 참고했다. 프로젝트의 내용과 함께 킥스타터 페이지 구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스태프 픽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으니까.


킥스타터 페이지를 꾸미는 노하우가 있나?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를 볼 때에 가장 먼저 이미지를 보고 이후 영상을 볼 것인지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에서 눈에 확 띄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패러디나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펀딩 페이지에 담은 것도 주목받기 위해서다.


인디 개발을 시작한 배경이 궁금하다.

게임 개발자한테는 자신이 만든 것이 모두 자식처럼 느껴진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만들었던 것이 버려지거나, 팔려가기도 한다. 반면, 인디 개발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는 바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 일이 재밌고 즐겁지만, 불확실한 미래는 고민이다.

'다이스티니'는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것을 믿고 하나씩 진행해나가고 있다. 킥스타터도 그중 하나다. 현재 개발 속도로 보면 12월 정도가 되면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을 출시할 때까지 열심히 할거다. 당장은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다이스티니'를 보드게임으로도 만들어보고 싶다. 개발하면서 즐겼던 것처럼 말이다.


[▲ 현재 구상 중인 '다이스티니'의 월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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