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드오브탱크는 제법 파격적인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 내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만 해도 그렇다. 꾸준하게 플레이 하기만 해도 현금 결제를 해야 구매할 수 있는 전차를 덜컥 준다. 일각에서는 '워게이밍 코리아 위기설' 같은 루머마저 불거졌을 정도다. 여기에 지난 6일(목), PC방 혜택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전차와 5~8티어 일반 전차를 포함한 무료 전차까지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11월 한 달간 이벤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PC방 특별 전차 시스템은 캐시 결제가 필요한 프리미엄 전차를 비롯해 게임 내 5~8티어 전차 일부를 PC방에서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결제가 필요한 전차 뿐만 아니라 제법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육성할 수 있는 일반 전차도 PC방에서는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다. 전차의 육성과 수집, 그리고 전투가 주된 콘텐츠인 월드오브탱크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고성능 전차들을 긴 연구 과정이나 결제 없이 탑승해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파격적인 혜택이다.



▲9.4 업데이트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는 PC방 특별 전차


월드오브탱크의 PC방 서비스는 한국 서버 론칭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시작되었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PC방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제법 늦은 출발이다. 워게이밍은 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매력적인 조건들을 약속했었다. 이 약속이 현실화 되면서 한국 서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도 제법 추가되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PC방 서비스로도 월드오브탱크가 풀어야 할 최대의 과제, 초반 진입 장벽을 직접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었다. 1~4티어 구간에서는 전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존 유저들은 자유 경험치로 쉽게 건너뛸 수 있는 구간일 뿐더러, 항상 신규 유저가 끊이질 않는 이상적인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투에 참가할 수 없으니 경험치 보너스도 골드 보상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PC방 특별 전차는 월드오브탱크를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월드오브탱크의 진짜 모습을 체험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연용 전차의 성격이 강하지만 각국을 대표하는 인기 전차 위주로 편성되어 있기에 신규 유저들의 동기 부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은폐 엄폐는 고사하고 기동과 사격조차 숙지하지 못한 신규 유저가 고티어 전투에 다수 참가했을 때에는 정상적인 전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월드오브탱크를 조금이라도 플레이 해 보았던 이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규 가입자 3명이 8티어 PC방 특별 전차를 타고 8탑방에 들어온 상황을 떠올려 보면 누구라도 동요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실제 유저들의 반응도 그렇다. 반가움을 표시하며 기대를 거는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규 유저 유입은 누구나 환영할 일이지만,
당장 아군이 조작법조차 익히지 못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벤은 워게이밍 코리아를 찾아가 PC방 특별 전차 계획을 추진했던 김주완 프로젝트 매니저를 만났다. 그는 이번 PC방 관련 업데이트 뿐만 아니라 워게이밍 본사와 직접적인 소통의 창구 역할을 담당하며 각종 패치나 이벤트 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PC방 3차 혜택 도입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저가 늘어나고, 늘어난 유저들이 PC방에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친구와 함께 PC방을 갔는데, 친구가 8티어 전차를 타는 동안 나는 1티어 전차를 타야만 하는 상황을 메우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워게이밍 코리아 김주완 프로젝트 매니저


PC방 특별 전차는 당초 워게이밍이 약속한 바 있었던 'PC방 프리미엄 전차 전면 공개' 계획의 변형이다. 신규, 기존 유저 구분 없이 PC방에서는 더 많은 전차를 타 볼 수 있게 하고 집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주자는 것이 핵심이었던 만큼, 방향이 크게 엇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프리미엄 전차를 완전 공개 하는 것은 비지니스적 측면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신규 이용자들도 결제만 하면 곧바로 8티어 프리미엄 전차에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를 상쇄시켰다. 오히려 직접 육성하지 않으면 탑승할 수 없는 일반 전차를 공개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경험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전적으로 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랜 시일이 걸리기는 했지만, 본사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줬습니다. 현재 워게이밍 코리아 대표인 레본 그레고리안(Levon Grigoryan) 부임 후 본사에서 한국 서버와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던 덕도 있었겠죠. 본사에서는 한국이 일종의 테스트 베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시도된 PC방 기능 일부가 중국 서버에 도입되어 서비스 되고 있기도 합니다."





월드오브탱크가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러시아나 유럽 등지에서는 PC방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고작 해야 '인터넷이 가능한 카페'인 인터넷 카페가 간혹 보일 뿐이다. 한국처럼 산업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해외 서버에는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스템이지만, 본사나 해외 지사에서의 부정적인 시각은 없다고 한다. 한국 서버에 대한 특별 적용 사안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확대,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기존 유저들이 바라던 Type 59나 2호 전차 J형 같은 희귀 전차를 바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벤트성으로 특정 기간 중에만 사용 가능하게 한다던가 하는 제안은 조금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전차들은 성능 뿐만 아니라 희소성 그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자칫 콘텐츠가 시시해질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PC방 특별 전차를 경험해 본 유저들의 우려와 요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논란은 무작위 전투의 '수질 악화'다. 기초적인 조작법에도 익숙치 않은 신규 유저에게 너무 높은 티어의 전차를 쥐어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한다. 특별 전차를 곧바로 PC방 상시 혜택으로 추가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만 공개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한 달간의 데이터를 종합한 뒤 다시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일정 판 수 이하의 유저들은 5티어 이하의 전차만 탑승할 수 있고, 충분히 게임을 경험한 유저들의 경우는 모든 PC방 특별 전차를 몰아볼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초보자를 위한 멘토링 클랜 운영에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본사에서 한창 개발 중인 PVE 시스템도 같은 맥락이지만,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 모두 스트레스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최근 각종 이벤트로 프리미엄 전차를 지급하고, 골드와 프리미엄 계정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또 다른 프리미엄 전차를 포함한 일반 전차까지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담이 큰 것은 확실하지만, 이를 감수 하더라도 분명히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프리미엄 전차가 포함될 예정이고,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김주완 PM은 PC방 3차 혜택은 현재까지는 순조로운 출발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방의 티어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PC방 점유율의 변화와 체류 시간과 같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검토하는 과정 등이 남아있지만, 게임 내외의 유저 반응을 종합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과 응원도 적지 않다는 데에 감격했다고. 하지만 신규 유저들과 함께 고티어 전투를 치르고 있는 기존 유저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것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제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바도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게임하는 유저이기도 하니까요. 저희의 목표는 어떻게든 더 많은 이들이 월드오브탱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리고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가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1티어 전투가 5초만에 잡히는 한국 서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PC방 게릴라 투어나 간담회 등을 통해 꾸준하게 만나뵐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칭찬과 비판 가리지 않고 많은 의견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