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2014 B2C관.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 보인다. 바로 유니티 부스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웬만한 연예인 만큼이나 유명해진 이름, 유니티 엔진. 그 엔진의 개발사가 게임 유저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B2C관에 부스를 차린 것이다. 부스 뒤편, '유니티게임즈'라는 이름이 걸린 곳에는 여느 게임사 부스들처럼 시연대가 늘어서있다.

유니티 엔진의 개발사가 게임 퍼블리싱까지 한다? 묻고 싶은 것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지스타2014가 막을 올리자마자 득달같이 유니티 부스를 방문한 이유다. 유니티게임즈에서 퍼블리싱 매니저를 맡고 있는 강범희 차장을 만나 유니티게임즈의 방향성을 들어보았다.

유니티게임즈 강범희 퍼블리싱 매니저

지스타 B2C관에서 유니티를 만나게 되다니 상당히 뜻밖이다.

- 이전에도 B2C에 출전한 적은 있었다. 다만 엔진 개발사가 아닌 게임 퍼블리셔로서 나오는 것이 처음이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모든 것들이 원하는대로 이뤄지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이번에 유니티 게임즈로 퍼블리싱하는 4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선정 이유가 궁금하다.

- 먼저 코덱스는 가장 먼저 퍼블리싱을 결정한 작품이다. '코덱스'는 그래픽이 아주 뛰어난 편이라, 우리의 유니티 엔진으로도 이정도의 고 퀄리티 그래픽의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엔진의 성능을 검증해본다는 의미도 좀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뮤턴트'인데, 코덱스보다는 조금 가벼운 느낌의 3D 모바일 게임이다. 뮤턴트의 가장 큰 특징은 3:1 동기화가 된다는 점이다. 예전에 오락실에서 여러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느낌이랄까. 한 스테이지를 3명이 협력해서 클리어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부스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 유니티 게임즈의 부스. 4종의 게임이 모두 공개됐다.

'미니돔'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게임이고, 이미 한 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이것이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우리와 함께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네모네모'는 캐주얼 게임이다. 예전에 닌텐도 DS로 출시된 '피크로스'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로직이 마치 '지뢰찾기'와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는 3-Match 방식의 퍼즐 게임 말고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니티 엔진으로 고퀄리티의 그래픽을 가진 진중한 게임을 만들 수 있지만, 캐주얼 게임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니티 내에서 유니티게임즈의 위치는 어떻게 되나? 엔진 개발사로서 이름을 알려왔던 유니티의 사업영역 확장이라고 봐도 될까?

- 유니티게임즈라는 브랜드는 독립된 법인명은 아니고, 유니티 내의 팀이다. 사업영역의 확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유니티 개발자들의 성공을 돕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많았지만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니고, 게임을 출시해보지도 못한 경우도 많다. 그런 개발자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유니티가 직접 나서겠다는 취지다.

즉, '유니티 개발자들의 성공'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목표다.


엔진 개발사로서 자사의 엔진을 활용한 타이틀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의미있을 거라고 본다. 실제로 인하우스 개발을 하는 사례도 있고.

- 아직까지 인하우스 개발은 하지 않고 있다.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것에 주력 중이다. 추후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뭐라 언급하기가 어렵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니티 엔진의 위치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훨씬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게임 개발 시장에서 유니티의 입지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향후 이런 부분을 보완해나가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 객관적인 숫자 데이터베이스가 있긴 하다. 개발자의 몇 퍼센트가 사용하고 있고,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몇 퍼센트인지 하는 지표 말이다. 많은 분들이 유니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진 툴이라는 것은 결국 비즈니스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개발자들이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결과물에 관련된 모든 성과는 퍼블리셔를 통해야 하는데, 그러한 생태계가 원활하지 않다고 파악했다. 그렇다면 우리 엔진으로 만든 게임들을 우리가 직접 퍼블리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유니티는 B2C적인 네트워크가 많지 않은 편이다. 반면에 개발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는 폭넓게 갖춰져 있는데, 이것이 우리만의 무기라면 무기인 셈이다. B2C 쪽의 부족한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NHN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고, 삼성전자와도 파트너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번 지스타 역시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쌓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B2C 부스를 차리게 됐다.

궁극적인 방향은 개발자들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살리면서, 그와 함께 유니티 엔진의 사용을 더욱 장려하는 것이다.


최근 게임시장의 트렌드를 논하자면 글로벌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유니티는 전세계 곳곳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전략도 가지고 있을 듯한데.

- 모든 지사는 아니지만, 실제로 많은 지사에 게임 부서가 있다. 주요 국가에 위치한 지사에는 모두 유니티게임즈 관련 인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다만, 해외 지역 런칭에 대한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퍼블리싱하고자 하는 작품들을 다른 지역에도 소개하긴 하지만, 그것을 퍼블리싱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해당 지사에 있는 게임팀이다. 각 지사의 매니저들이 판단하고 수락하면 진행되는 형태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뭘 어떻다 라고 말하는 것은 욕심이자 거짓말이라고 본다.

글로벌 마케팅을 원하는 개발사들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이러이러한 것이 있고, 이런 루트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