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핫'한 게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온라인 게임 순위나 점유율을 보면 리그오브레전드가 압도적이지만 관계자 및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이 화제의 중심에 올라 있다.

가장 먼저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영웅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었고, 게임은 접한 사람들은 기존의 AOS 게임보다 낮은 진입장벽과 색다른 재미에 매료되고 있다. 히어로즈는 유저들뿐만 아니라 해설자들 사이에서도 화제의 게임이다. 각자 다른 종목 리그를 맡아 중계하는 해설자 대부분이 히어로즈에 큰 관심을 갖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히어로즈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가 바로 '기사도' 황영재 해설이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뛰어난 해설 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그는 히어로즈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도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조텍 히어로즈 리그 4강에 진출할 정도로 실력도 뛰어난 편이다. 인벤은 황영재 해설과의 인터뷰에서 히어로즈에 대한 그의 전반적인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 히어로즈, 깊이 알수록 더욱 다양한 요소가 존재



Q. 1년 6개월 만이다. 먼저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인벤 커뮤니티 회원으로서 정보를 얻는 데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정말 영광스럽다. 이번 기회에 보시는 분들께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Q.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GSL이 끝난 뒤 WCS 글로벌 파이널 중계가 있긴 했지만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일정을 계산해 봤더니 약 한 달 가까이 시간이 비더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도 다시 하고, 히어로즈도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 그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같은 취미 생활도 다양하게 즐기고 있다. 요즘 미생이 재밌더라(웃음).


Q. 히어로즈란 게임을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Bring it on'이라는 영화가 있다. 치어리더팀이 경연대회 우승을 위해 팀워크을 다지는 내용인데, 그 영화와 느낌이 비슷했다.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 경합하는, 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이다. 기존의 다른 AOS 게임들과 느낌이 비슷하지만 한편으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장과 비슷하게 속도감이 살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말해도 직접 해 보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Q. 히어로즈가 타 AOS 게임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이 경험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템과 골드가 없고 그에 따라 cs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게임을 해 보기 전에는 이로 인해 생기는 단점이 더 눈에 띄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 보면 장점이 더 크다. 만일 히어로즈에 cs나 아이템 등의 요소가 도입된다면 오히려 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cs가 없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나 라인전이 없지 않느냐'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깊게 알수록 없는 것 같았던 라인전이 있고 오브젝트 싸움이나 한타 등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다. 경험치를 공유하는 것도 사실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스스로가 돋보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고 그걸 활용한 것이 기존 AOS 게임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같이 성장한다는 것의 장점도 있다. 내가 못해도 언젠가 기회는 온다. 인생으로 따지면 처음부터 성공한 사람은 불만이겠지만, 초반에 힘들었던 사람도 후반에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타 게임에서 서포터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데, 히어로즈는 누구나 균등하게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노력한 게임이다.


Q. 반대로 생각하면 경험치 공유 측면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생길 텐데?

흔히 말하는 '트롤러'도 사람이다. 타 게임이라면 트롤 짓을 해서 복구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으나, 히어로즈는 언제나 역전의 기회가 오게 된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서로 탓하고 욕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상황이 비등해지자 다시 말이 없어지고 열심히 게임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 '선수와 해설'을 동시에 해 보는 것이 꿈



Q. 타 AOS 게임들과 라인전을 비교하자면?

처음 히어로즈를 했을 때는 라인전 단계도 없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임이고, 피지컬도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용의 둥지를 예로 들면 보통 1/1/3 라인을 서는데, 거기서 피지컬이 밀려서 라인전을 지면 용기사를 계속 뺏긴다. 블랙하트 항만에서도 라인 설정을 잘못하면 첫 상자 타이밍에 3:4 싸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 로밍을 다니는 영웅들이 많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내가 상대를 압도하는 것보다 버티는 라인전이 중요하다. 또, 오브젝트도 중요하지만 상위권 사람들은 보통 10레벨 이전 초중반 라인전 경험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잠깐 한눈팔거나 무리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라인전과 오브젝트의 비율이 중요하다. 아직 많은 분들이 느끼진 못하고 계시지만 차후 대회중계를 많이 보게 되면 통해 점점 익숙해지면 될 것 같다.


Q. 상위권으로 가면 벌써부터 영웅의 픽이 꽤 제한적이지 않나?

픽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 나오지 않은 영웅도 많고 맵에 따라 활약할 수 있는 영웅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말이 많은 노바도 오히려 아바투르가 역카운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바가 아바투르를 암살하러 다니는 타이밍이 오기 전에 아바투르가 노바의 동선에 지뢰를 계속 깔아두자 노바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임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의외의 상황에서 카운터 영웅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이제 시작인 게임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조합도 많다.


Q. 영웅들에 대한 밸런스 의견도 듣고 싶다. 또, 본인은 어떤 영웅을 즐겨하시는지?

정말 안 좋다고 많은 상위권 유저들이 동의하는 영웅은 리리, 디아블로, 정예 타우렌 족장이다. 특히 리리는 장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반대로 지나치게 좋은 영웅은 타이커스와 태사다르다. 압도적으로 센 건 아닌데 약점이 없다. 원래는 일리단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탱커 영웅만 하다 보니 첸, 아서스, 아눕아락 위주로 플레이하고 있다.

▲ 일리단은 가슴이 시키는 픽이다.


Q. 현재 조텍 히어로즈 리그에 '빠른별', '레퍼드'와 팀을 이뤄 4강에 진출했다. 팀을 꾸리게 된 배경은?

처음에 히어로즈를 즐기게 됐을 때 지인들과 파티를 이뤄 게임을 하다가 같이 하게 됐다. 파티를 할 때 보통 내가 마지막에 영웅을 고르는 편이라 우리 조합에 제일 필요한 영웅을 선택하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레퍼드' 복한규가 대회를 같이 해 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의를 했다.

나도 마침 팀을 꾸리려던 참이었는데 내가 짜려던 팀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박상현 캐스터, 박대만 해설 등 중계진들과 함께 팀을 구성하려 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얘기했는데 막상 알파 테스트가 시작되니 나만 게임을 하고 있더라(웃음).

그 후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다 알게 된 검투사 친구들과 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팀을 만들자는 제안에 호의적이긴 했는데 적극적이진 않더라. 그러던 찰나에 복한규로부터 제의가 왔다.


Q. 조텍 히어로즈 리그에서 많은 이들이 TNL을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만나면 어떨지?

지금 상태로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호흡을 더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그래도 4강 준비가 먼저다(웃음). TNL과 연습을 해 봤는데 우리가 전체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래도 1~2주 정도 지난 후라 지금은 어느 정도 상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Q. 지난 WCS 글로벌 파이널 중계 때 히어로즈로 '선수와 해설'을 동시에 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는데?

김동준 해설이 예전에 워크래프트3 시절 해설을 하면서 리그 본선에도 진출했는데, 그 당시 정말 충격적이었다. 언행일치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그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꼭 저렇게 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지만, 스타크래프트2를 통해 해설을 시작한 뒤 나이를 이유로 내 꿈은 그저 '이상'일 뿐 '현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월드 오브 탱크 중계를 보니 나보다 훨씬 나이가 있는 분들이 선수로 나오더라. 그걸 보자 내가 그저 핑계를 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와 해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회에서 승리한 선수만이 느낄 수 있는 그 희열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게 가장 큰 이유다.





■ '준비된 인재' 기사도 황영재가 될 것



Q. 일반적인 개인 방송이 아니라 예전 '기사도 연승전'같은 방송 계획이 있나?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내 실력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 스타2의 경우도 연승전 진행을 꽤 오래 했지만 '기사도가 스타2를 잘한다'고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안 계시더라(웃음). 가끔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

잘해야 의미가 있지 많이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때문에 일단 내가 잘하는 것이 먼저다. 그 후에 방송을 시작해도 늦지 않고 순서가 맞다고 생각한다.


Q. 내년 1월 13일부터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e스포츠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어떨까?

북미 알파 시절에 주변에서 같은 질문을 많이 했다. 그 때는 '완전히 망한다'고 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한국에서 알파 테스트가 열리고 내가 게임을 해 본 후 이제는 '무조건 된다'고 한다. 게임에 대한 평가를 아주 냉정하게 내리는 편인데 정말 잘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굳이 '성공할 것이다, LoL을 뛰어넘을 것이다'라는 평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히어로즈를 즐기는 유저들이 많아지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래가 어둡진 않을 것이다.

자주 언급되는 문제로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기 힘들다, 지나치게 오브젝트 싸움만 일어날 것이다 같은 것도 기우라고 본다. LoL도 처음엔 '5명이 하는 게임인데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수는 있겠냐'하는 의견이 많았다. 숙련도가 깊은 영웅도 있고, 맵도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눈에 띄는 사람은 나온다. 당장 히어로즈도 게임이 끝나면 서로 "봤냐? 봤냐?"하면서 자신의 스타성을 어필하지 않나(웃음).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대회를 계속 나갈 수 있을지, 나간다 해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모른다. 다만,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즐기고 열심히 한다고 히어로즈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말했던 것처럼 '준비된 인재' 황영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