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더 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향은 달랐다. 다음게임은 이제 속도전을 시작했다.

몇 년간 최고의 화제작 리스트에서, '검은사막'은 빠진 적이 없었다. 언제 나올까 목이 빠지게 기다리기만 했던 시간도 흐르고 드디어 '파이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이널테스트를 눈앞에 두고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하며 그들이 남긴 힌트는 하나. '2014년 12월, 즐거운 만남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

'검은사막'의 2015년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해가 될 것이었다. 또 하나의 과제인 해외사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타이밍이었다. B2B에 자리잡은 다음게임 부스를 찾아가 김민성 사업개발팀장을 만났다.

▲ 다음게임 김민성 사업개발팀장


이번 지스타2014는 특히 각별하실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요.

8월 1일자로 게임사업부분이 분사했죠. 기존에는 성장만 고민했다면 이제 생존까지 같이 고민하는 치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포털사업과 분리되면서 독립적인 게임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어요. 게임사업에 집중하고 다음게임이라는 브랜드를 홍보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B2C에서 다음게임 부스를 볼 수 없어 아쉬워 하는 팬도 많습니다.

'검은사막'은, 퍼블리싱 계약 이후 다음게임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서비스가 임박해서 홍보할 필요도 있지만, 유저 피로감도 높을 수 있다 생각해요. 굳이 작년에 비해 새롭지 않은 라인업을 많은 예산을 들여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요. '위닝펏' 역시 내년 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러 번 반복해 소개하면 진부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지스타2014 다음게임 B2B 부스


올해 지스타에서는 특히 해외 여러 업체와 미팅이나 논의가 끊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검은사막' 관련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여러가지로 검토를 했어요. 골프게임이라는 특화된 게임을 서비스하는 노하우는 있지만 대중적 MMORPG 서비스의 노하우를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했죠. 경쟁력 있는 해외 로컬 퍼블리셔와의 협력 방안도 모색했습니다. 해외 서비스는 세 가지 안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자체 서비스, 둘째는 사업 제휴를 위한 서비스, 셋째는 서브 라이센싱. 이것들을 하나하나 분석했어요.

그 결과 우선순위는 자체 서비스였습니다. 장기적 전략 비전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또 검은사막이라는 IP 자체가, 경쟁력이 한국에서의 반응보다 해외가 더 크면 컸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본격적인 마케팅이 없는데도 유럽 쪽에서 충분히 성공할 잠재력을 봤어요.

그런 중에도 메이저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으로 서비스하는 일은 제휴를 열어놓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검은사막의 해외 호평은 어떤 부분에서 많은가요? 유럽 쪽과 아시아 쪽의 차이점도 궁금한데요.

북미와 유럽의 MMORPG 시장이 생각보다 감소하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한국보다 하드코어 성향이 강하고 자유도 큰 게임의 선호도가 높아요. 게임만 보면 한국 유저보다도 서구형 유저 성향에 부합하는 콘텐츠인 건 분명해요. 외국 페이스북이나 웹진 커뮤니티 등을 계속 보고 있는데, 그동안 기다려온 MMORPG라는 반응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사실, 북미 유럽에서 제일 부담스러운 건 마케팅 비용이죠. 하지만 시장 규모도 잠재력을 갖고 있고, 마케팅에서도 게임 콘텐츠 노출만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승산 있는 게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어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다음게임이 아직 게임사업에서 이렇다 할 이정표를 세우진 못했잖아요. 하지만 해외에서 메이저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게 '검은사막'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차이나조이에서 인벤팀이 간단히 조사했을 때, 중국 게임관계자들이 꼽은 한국 최고 기대작으로 검은사막이 뽑혔어요. 쉽고 가벼운 게임이 지배하는 중국 게임시장에서 오히려 신선할 것이라는 이유인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 판권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뛰어들면 투자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잘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중국은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될 것 같은데, 아직 그럴 역량이 확실하진 않습니다.

중국 쪽이 아직 컴퓨터 사양의 문제가 있지만, 콘텐츠 신뢰도는 높다고 생각이 들어요. 글로벌 게임인 WoW나 LoL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걸 보면 그곳의 유저 취향도 점점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되고 있습니다. 검은사막이 서양에 부합하는 성격이지만, 중화권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게임이 퍼블리싱하는 대작으로 작년 지스타에서 발표한 검은사막-플래닛사이드2-위닝펏이 있었죠. 그후 1년 동안 추가 퍼블리싱 타이틀을 발표하지 않은 모습인데요.

'플래닛사이드2'는 제가 적극적으로 가져온 타이틀이었어요. 다음게임이 그걸 통해 배운 게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웹게임 중심 서비스를 하던 우리가, 갑자기 '검은사막'을 준비하게 되면서 아직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할 단계는 아니었거든요. 이걸 계기로 운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죠.

실패가 좋은 교훈도 줬지만 우리한테는 부담스럽기도 하거든요. 국내 개발사들은 대부분 모바일에 관여하면서 대작 타이틀이 줄다 보니 해외에 눈을 돌렸죠. 해외도 모바일로 많이 전향하는 과정에서 많지는 않지만 몇개를 선정하긴 했습니다.

SOE와 협력해보니 해외 업체와의 제휴는 생각보다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어요. 고려할 요소가 하나 늘어난 거죠. 그러다 보니 고민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건, 해외도 온라인이 많지 않아요. 그걸 해결하는게 시급합니다.

자체적인 연속성 타이틀은 모바일에서 많이 이뤄질 것 같고요. PC온라인은 검은사막을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을 가져오는 타이틀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모바일 플랫폼에 적극적이고, 온라인게임은 좀 시간이 걸립니다.

▲ 올해 상반기 국내 퍼블리싱한 '플래닛사이드2'


올해 역시 모바일게임이 쏟아지고 있는데, 협력 상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건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장르의 영향을 분명히 받는데, 지금 트렌드는 RPG라서 우선 그쪽을 보는 건 맞아요. 자체 IP도 확보해 해외 시장도 진출하고 성과를 공유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검은사막과 위닝펏의 경우, 해외에도 같은 장르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하는데요. 어떤 점에 맞춰 해외진출에 접근할 생각인가요?

북미보다는 유럽이 자체 서비스 순위가 높을 것 같아요. 검토 중이지만 말이죠. 유럽의 게임 유저들은 이 게임을 자기 생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게임을 심각하고 진중하게 접근하는 타입이거든요. 자신의 월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그렇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플레이에 녹이려고 한다는 걸 많이 알게 됐습니다.

'검은사막'은 스토리라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콘텐츠가 독보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투 역시 기본적으로 뛰어나고, 또 어렵죠. 생활형 콘텐츠도 다양하게 존재하고요.

검은사막이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유럽 유저들이 원하는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초기 MMORPG처럼 말이죠. 개발사 펄어비스가 그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줬고 그게 통했어요.

올해 게임스컴에 가서 보니 유저들도 그렇게 해석을 하고 있더라고요. PvP라거나 2차에서 논의됐던 공성전 등은 테스트가 덜 된 부분인데, 그런 건 이야기가 좀 있긴 했죠. 하지만 실제 게임과 관련된 아이템 파밍과 생활 콘텐츠는 불만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 반응이 훨씬 우호적이었죠. 아직 마케팅 포인트를 굳이 안 찾는 이유도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지스타에서 눈여겨보는 게임은 있나요?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보고 있어요. 온라인게임은 검토한 게 몇 있지만 구체적 논의를 할 단계는 아니라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은사막'과 '플래닛사이드2'를 퍼블리싱하면서 유저에게 좋은 게임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검은사막' 오픈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합니다.

'검은사막'은 실망시켜드릴 콘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게임의 그간 노하우를 총집결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검은사막'을 기반으로 앞으로 다음게임이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