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전문가 스택을 쌓아 영웅 혼자 공성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블랙하트 항만 북쪽은 라인 두 개가 인접해 있어 스택을 쌓기가 좋아서 이곳에 자리를 잡고 한참 구슬을 집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성채가 파괴되었다는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아래쪽 라인을 살펴보니 적군 돌격병이 3 웨이브 정도 모여 2차 성채를 향해 전진 중이었다. AI 영웅을 추가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오로지 돌격병끼리의 힘으로 라인을 밀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포탄을 대신 맞아주는 고기방패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바글대며 건물을 순식간에 철거하는 모습은 꽤 위협적이었다.

이때, 기자의 실험 더듬이가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3 웨이브가 아니라 더 많은 돌격병이 한 번에 진격하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그림이 히어로즈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까? 30 웨이브를 모은다면 장관이 아니겠나.


▲ LOL에서는 이런 장면을 종종 볼 수가 있다!




▣ 돌격병을 어떻게 모으지?

돌격병은 30초마다 본진 핵에서 생성되어 각각의 라인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 돌격병 생산이나 이동 위치를 유저가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돌격병을 모으는 방법은 길을 막아 이동을 제한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히어로즈의 돌격병은 영웅을 무시하고 통과하는 것이다. 그래서 길목을 막아 아군 돌격병들을 모으는 것은 시스템상 불가능했다.


▲ 영웅을 유령 취급하며 통과해 버리는 돌격병들


그렇다면?? 적군 돌격병은 어떨까. 적군 돌격병 역시 영웅을 관통하여 지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영웅이 몸을 대주고 공격을 받아내면 그동안은 전진을 막을 수 있다. 돌격병끼리는 위치가 겹치지 않고 소위 '길막'이 가능하기 때문에 좁은 길목에서 영웅으로 버티고 있으면 돌격병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돌격병 대군의 공격을 몸으로 맞아줄 튼튼한 영웅을 찾아내는 것이 1차 목표로 설정되었다.


▲ 이제 죽지 않는 영웅만 있으면 된다




▣ 불사신을 만들어보자

여러 영웅들을 검토해본 끝에, 끝없이 쌓이는 돌격병들을 상대할 영웅으론 첸을 선정했다. 첸은 1레벨의 재생 전문가 특성을 통해 생명력 회복량을 계속 쌓을 수 있을 뿐더러, 4레벨에 회복 증폭 특성을 선택하여 생명력 회복량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가 있다.


▲ 스택이 쌓일 수록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보인다


또한, 고유 능력인 강화주 스킬은 지속 시간과 재사용 시간이 같으므로 단순히 버티고만 있으면 되는 이번 실험에는 최적의 스킬이라고 볼 수 있다.


▲ 지속 시간과 재사용 시간이 같아 길막용으로는 최고!


하지만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강화주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생명력 회복량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래서 재생 전문가 스택 작업을 통해 첸의 초당 생명력 회복량을 280까지 만들어 두었다. (재생 전문가 스택을 쌓는 데만 35분이 걸렸다는 것은 비밀)


▲ 35분 동안 구슬만 먹고 있으면 당신도 하드 캐리를 할 수 있다!




▣ 실험 방법

1. 재생 전문가 특성을 가진 영웅으로 회복력 스택 쌓는 작업을 한다.
2. 스택이 많이 쌓였으면 적 돌격병의 공격을 버티며 길막(길 가로막기)을 시도한다.
3. 돌격병이 많이 쌓이면 한 번에 풀어주어 우리 건물들이 ㅠ_ㅠ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다.



▣ 실험 실시

자, 그럼 이제 실험을 시작해보자! 초당 520의 보호막과 280의 생명력 회복. 초당 약 800에 가까운 체력이 수급되는 셈이다. 불사신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문제는 적이 아니라 아군 돌격병이었다. 적군 돌격병을 길막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30초마다 아군 돌격병이 몰려와 여태 쌓아놓은 적군 돌격병들을 도륙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적군 돌격병들은 첸을 공격하느라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점점 쌓여가는 것은 아군 돌격병이 되기 시작했다.


▲ 계속 충원되는 아군 돌격병 때문에 적군 돌격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군 돌격병이 올 때마다 길막을 풀고 적군이 응전하도록 유도했더니, 길막하고 있던 위치가 조금씩 아군 진영 쪽으로 밀리다가 결국 적군 돌격병들이 충분히 모이기 전에 아군 포탑 라인에서 몰살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방법을 달리했다. 일부러 길막할 라인의 2차 성채까지 내주어 투석기가 추가되도록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투석기가 모이기 시작하면 사거리가 길기 때문에 아군 돌격병이 오더라도 빠르게 처리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 투석기는 효과적이었다! 돌격병 소모 없이 아군 돌격병을 빠르게 정리해줬다


다행히 예상 적중! 투석기는 큰 부피로 다른 돌격병들이 빠져나갈 공간을 막아버림과 동시에, 아군 돌격병이 다가오면 긴 사거리로 저격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드디어 제대로 된 길막을 할 수가 있는 건가!

점점 쌓여가는 돌격병을 보며 흐뭇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상대 진영 쪽으로 미끄러지더니 핵이 폭발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기자가 신이 나게 돌격병을 길막하고 있는 사이, 다른 라인의 아군 돌격병들이 핵을 밀어버린 것이다. 매 맞고 구슬만 먹던 지난 55분 세월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 실험에 집중하느라 적군 핵이 공격받는 건 모르고 있었다





...강력한 내상을 입었지만, 소득은 있었다. 돌격병을 모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알아냈지 않은가? 물론 재생 전문가 스택은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시행착오를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이번 실험에서는 각 라인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특별히 신경 썼다. 하지만 포탑과 성채의 포탄 개수가 한정되어 있어 라인 관리 변수가 상당했다.

어느 한 곳이라도 성채가 파괴되어 투석기가 생성되기 시작하면 핵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에, 길막을 통해 돌격병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은 아군이나 적군 핵이 공격당하기 전까지였다.


▲ 실험 도중 2차 성채를 뚫고 핵을 향해 가는 아군 돌격병들





위 영상은 5회차 실험에서 촬영한 것으로, 약 14 웨이브가 모인 상태다. 핵을 파괴하는 데까지 12초 정도가 소요되었다. 보호막과 체력 재생량 포함 초당 800 정도의 데미지를 받아낼 수 있는 첸으로도 버티는 것이 어려웠다. 사실 더 많은 돌격병을 모으고 싶었지만 다른 라인에서도 지속해서 돌격병이 생산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한쪽이 밀려 핵이 터지게 되어 있어, 최초 구상한 30 웨이브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 초당 800의 체력이 수급되는 상태지만 버티기 어렵다


▲ 핵 파괴까지 12초 소요! 아무튼, 실험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만세!




▣ 하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5시간 동안 스택을 쌓아야 했던 스토리

돌격병이 많이 모이면 어쨌든 세겠거니 하면서 앞뒤 살피지 않고 시작했던 실험이다. 그 이전에 돌격병을 어떻게 모을지부터 생각해야 하는데, 선발상 후실험이다보니 돌격병이 잔뜩 몰려와 핵을 부수는 2분짜리 영상을 하나 찍기 위해 최소 5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하지만 단순히 부질없는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재생 전문가 스택을 쌓을 수 있는 정도를 알게 됐고, 첸의 강화주 능력이나 회복 증폭 특성의 추가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실험을 응용해서 돌격병 vs 돌격병 전투를 연출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해진 룰대로만 플레이하란 법이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 의미부여를 해본다. 내 아까운 시간~~ ㅠ_ㅠ)

다음 실험은 또 어떤 것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더듬이를 비비면서 촉을 기다리고 있다.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여러분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받아보고 있으니, 몹시 궁금한데 내가 하기는 싫은 실험 소재가 있다면 의뢰를 부탁한다. 그럼 다음 실험까지 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