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만나 자사의 비전과 함께 게임업계를 전망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국내 온라인 게이머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파이널판타지14'의 국내 퍼블리셔, '액토즈 소프트' 배성곤 부사장입니다.

그는 2000년 3월 액토즈 소프트에 몸 담은 이후로 쭉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던 10년을 넘긴지는 이미 한참 됐고, 2010년 이후로 급성장한 모바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그 결과, 스퀘어에닉스의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국내에 입성하게 되었고 '매니아 장르'라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인상적인 흥행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한편, 인벤에서 진행한 '지스타 2014 유저투표 어워드'에 후보작으로 오른 '파이널판타지14'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누르고 당당히 1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퍼블리셔인 액토즈 소프트 입장에서는 기쁜 게 당연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무거운 사명감을 짊어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액토즈 소프트의 라인업 중 '파이널판타지14'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했습니다. 배성곤 부사장 스스로 '파이널판타지14'에 애정이 깊은 만큼, 매우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나왔습니다. 아울러 2015년을 준비하는 액토즈 소프트의 비전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액토즈 소프트 배성곤 부사장

"내가 짐 싸서 나가는 건 상관 없지만, 우리 직원들까지 그러면 안 되잖아요."
인터뷰 中


그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둥글둥글한 인상, 크지는 않지만 다부진 체격이 눈에 들어왔다. 안경을 썼음에도 그리 푸근한 인상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그 안경 너머 눈빛을 봤기 때문일거다. 힘이 서린 눈매는 또박또박한 말투와 어우러져 묘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무언가 확신에 찬, 그런 이미지였다.

이야기를 해 보니 첫인상이 실제 성격이라는 걸 느꼈다. 눈빛만큼이나 냉철한 사업가의 대화. 액토즈소프트 부사장으로 있음에도, 자사의 약점을 말할 때는 그야말로 가차없었다. 원래 다른 직종에 있었고, 게임업계에 들어오고 난 후에야 게임에 대한 애정이 붙었다는 배성곤 부사장. 오히려 그런 인물이기에 1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사업적인 냉정함만 갖춘 인물이라 생각했으나,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의외의 따뜻한 면도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표정 변화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무뚝뚝하게 농담이라도 던지니 한 결 밝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 파이널판타지14 - "액토즈 소프트의 절실한 마음이 요시다 PD를 움직였다."


'파이널판타지14'가 이슈가 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걸 액토즈가 들여올 줄은 몰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흐름을 쭉 본 적이 있나. 액토즈소프트가 메인스트림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도 그건 잘 안다. 사실, 어디 가서 이런 말하면 업계 사람들이 "액토즈가 그런 이야기를 하냐"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방향성을 잡고자 내부적으로 수 년 전부터 준비해온 과정에 있었다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리니지 이터널'이나 '로스트아크'같은 작품은 자금력을 비롯한 개발 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져야만 나온다. 액토즈소프트가 메이저급 회사들에 비해 그 부분이 뒤쳐지는 건 사실 아닌가. "우리가 이걸 갖고 있으니 개발 준비합시다"라고 말해봤자 투자 단계에서 분명히 리스크가 따를 거다. 그렇다면 그 이전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고, 그 때 눈에 들어온 게 '파이널판타지14'였다.

다른 건 잘 해왔다. 모바일 트렌드에 따라 '밀리언아서'를 냈고, 한국에서 히트시켰다. 이쪽은 나름대로 방향성을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온라인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록 현재 주류가 모바일이기는 하나,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을 두고 가서는 근본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싶어도 투자나 개발시간 등 여러가지 확인해야 할 게 많지 않나. 퍼블리싱 했을 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고, 회사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게임이 뭘까. 현재로선 '파이널판타지14'가 최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물론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가져올 수 있는 타이틀은 아니다. 얘기 들어보니 이미 많은 회사들이 오퍼를 줬더라.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우리 대표님이 스퀘어에닉스와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모바일 관련해서도 동맹 관계에 있으니 꾸준하게 설명드렸다. 요시다 PD에게 연결만 된다면, '파이널판타지14' 우리가 꼭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렇게 서너달이 흐르고 올해 초 갑자기 연락이 왔다. 1월 5일, 그 날이 일요일었는데 딱 한 시간 잡았다고 하더라. 그 연락을 받은 게 2주 전이었다. 시간이 촉박해 바로 직원들 모아 프리젠테이션 준비 들어갔지. 사전에 직원들에게 '파이널판타지14' 즐겨보고 연구도 많이 하라고 지시했다. 계약이 되든 그렇지 않든, 일단 해보고 이야기하는 게 예의 아닌가.

프리젠테이션 끝나니 요시다 PD가 "괜찮네요."라고 짧게 말했다. 그 때는 이 사람이 그냥 인사치레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연락이 오더라. 프리젠테이션이 마음에 드니 문서로 한 번 보내달라고. 그 이후로 일 진행이 빨라졌고,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가져오게 됐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어떤 걸 강조했나. 금액보다는 서비스 방향이 주효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다른 회사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파이널판타지14에 올인할 수 있는가'라는 거였지. '파이널판타지'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스퀘어에닉스 역시 이를 다른 나라에 서비스함에 있어서 그 부분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파이널판타지'에 전력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아닌지.

다른 회사들은 자체적인 포탈도 있고 하니, 아마 유저 수를 경쟁력으로 내세웠을 거다. 우리는 반대로 갔다. 유저가 있더라도 각 게임에 나뉘어 분포되어 있다고 설명했고, 요시다 PD가 오히려 이 부분을 눈여겨 본 것 같다. 다른 곳은 '파이널판타지14'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제2, 제3의 브랜드가 있지만 액토즈는 그렇지 않다. 이거 아니면 직원들이 다 쫄쫄 굶을 수 있다는 절실함이랄까. 이런 게 프리젠테이션에 녹아 있었고, 요시다 PD는 그걸 본 거다.

그리고 또 하나로, 우리가 브랜드를 대하는 전략이 스퀘어에닉스의 방향성과도 일치했다고 생각한다. 프리젠테이션 할 때 '파이널판타지14'를 독립적인 PC 온라인 게임이 아닌, 향후 마케팅을 풀어나가는데도 적극 이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문화적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거다. 노트북 하나를 출시하더라도 '파이널판타지' 에디션이 될 수 있는거고, 휴대폰도 같은 맥락 아닌가. 단순히 게임만 마케팅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 자체를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 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이유는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계약까지 연결한 가장 큰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파이널판타지14'의 어떤 부분이 끌렸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흥행이다. 해외에서 이미 흥행을 하고 있었고, 게임플레이 역시 충분히 검증을 마친 작품이었다. 다만, 이게 한국 유저들에게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 아닌가. 내부에서 검토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 때 직원들에게 확인차 '파이널판타지14'를 좀 해보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일로 시작하던 게임을 나중 가니까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더라. 그거 보고 '이 게임 되겠다'라는 것을 느꼈다.

직원들에게 중국, 미국 게임 테스트를 시키면 정해진 시간에 레포트를 마친 뒤 끝낸다. 이후로는 잘 하지 않는다. '파이널판타지14'를 시키니 '처음에는 좀 지루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스토리텔링이 워낙 많이 들어가 있어 전투 호흡이 느렸던 거다. 어디 가서 몇 마리 잡아라 이런 퀘스트가 아니고 스토리텔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퀘스트라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기도 했고.

하지만 조금만 플레이하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구성이 세계관 속에 녹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테스트 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에 동화되고, 한 명의 유저가 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지루한 초반부는 이벤트를 포함한 운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고.



인벤 지스타 어워드 유저투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솔직히 말해 3위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나도 3위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웃음) 인벤은 유저 뿐만이 아니라 업계 사람들도 많이 온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 직원이 대략 300명, 엔씨소프트나 넥슨은 수천 명 아닌가. 직원들한테 투표 한 번씩만 하라고 해도 차이가 벌어지니, 순수하게 유저들이 투표한다고 해도 3위 이상은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부산 내려가는 날에 직원들이 연락하더라. 부사장님, 인벤에서 지금 우리가 1등 하고 있다고.

그 말 들으니 갑자기 욕심이 났고 이후로 인벤 어워드에서 눈을 못 뗐다. 마지막날까지 1등 찍는 거 보고 '파이널판타지14'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수 년 간 쌓아온 브랜드는 역시 통한다고 느꼈지. 이거 다 인벤에서 투표 만들어줘서 알게 된 거다.

솔직히 우리는 핵심 유저층을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로 잡고 있었다. 초창기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하고 패미컴에서 감동을 받던 유저들에게 통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유저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최근에는 특강 차 대구에 다녀 왔는데 거기 교수님께서 그러더라. 자기 아들이 '파이널판타지14' 기대 많이 하고 있다고.


'파이널판타지14'는 요즘 MMORPG에 비해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다. 팬이 아니라면 적응하는 데 꽤나 애를 먹을 것 같고. 이 부분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사실 개인적으로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어느 정도 매니아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14'의 진입장벽은 이 쪽 세계에 오랫동안 발을 담근 유저라면 충분히 적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고. 단지, 지금까지 '파이널판타지14'의 구조가 익숙하게 느껴지지 못했던 데는 비한국어화가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한국어화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니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확실한 인터페이스 가이드 라인이라고 본다. 귀찮은 회원가입 절차까지 거치고 온 유저들이 인터페이스의 낯설음 정도에 바로 접어버리진 않을 거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플레이한다면 '파이널판타지14'가 얼마나 편한 게임인지 알게 된다. 패드로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담으로 요즘은 그게 걱정이다. 직원들이 주말에 집도 안 가고 계속 게임만 하니까... 이걸 좋게 말해야 되는데. (웃음) 아무튼, 너무 많이 하면 유저들이 원하는 밸런스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자신을 기준으로 밸런스를 잡게 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를 주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 한국 서비스 버전의 밸런스는 말 그대로 한국 전용이다. 게임의 큰 세계관을 따르기는 하지만, 한국이라는 시장이 매우 특수하다는 것은 요시다 PD도 잘 알고 있었다.


요시다 PD를 자주 만났을텐데, 개인적으로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프로듀서를 만나봤지만, 자신이 만든 게임을 그토록 사랑하고 거리낌없이 유저들과 소통하는 분은 본 적이 없었다. '파이널판타지14'는 글로벌 서버를 운영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별도 서버를 뒀는데, 그래서인지 해당 국가의 특성 연구와 벤치마크에 굉장히 열성적이다. WOW 개발진과도 친분이 깊다고 들었다.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히트작들도 유심히 보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메이저라 불리는 온라인 게임은 다 해보더라. 그 게임들의 장단점을 분석한 후, 자신의 작품에 어떻게 녹일지 연구한다. 그런 모습을 봤으니까 한국에 특화된 좋은 밸런스가 만들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거다.

▲ '파이널판타지14'의 요시다 나오키 PD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풀어야 할 숙제다. 둘 중 한 곳이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안 좋게 끝난 사례도 많다. 일본 게임회사들은 폐쇄적인 편인데다 특유의 고집도 있기에 조금 걱정이 된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은 우리도 우려했던 부분이다.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잠자코 따라와'가 지금까지 일본 게임사들이 보여줬던 스타일이었다. 일본식 RPG가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도 이런 문제가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퍼블리셔 임원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전부 같은 말을 한다. "안해줘요. 아 형, 일본 게임사는 그런거 안해줘요."

우리도 계약 후 몇 가지 안건을 제출했는데 예상대로 쉽게 받아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시다 PD 개인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자료를 빼곡하게 수집한 후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이렇게 요청한 것'이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잘 들어준다. 당초 요시다 PD는 한국의 PC방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PC방 유저들에게 버프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었지. 그러면 우리는 PC방에서 흥행한 수많은 온라인 게임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보내준다. PC방에 자리잡은 MMORPG가 한국 MMORPG를 선도하는 그룹이라고 얘기해주면, "이해했다. 연구해보겠다."라고 답변이 온다. 그리고 우리가 제출한 안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본 후, 이건 이렇게 해주겠다고 답해준다.

요시다 PD는 일반적인 일본 게임 개발자와 비교하면 오픈마인드를 지닌 사람이다. 한 예로 게임 내 '초코보 레이싱' 경주 콘텐츠를 들어보자. 이거 한국법에 저촉되서 심의 안 떨어질수도 있다고 말해주면 다른 개발자들은 "상관없어. 난 그냥 그대로 할거야"라고 대답한다. 반면, 요시다 PD는 "그래? 그럼 바꿔야겠네. 게임의 핵심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바꾸면 어때?"라고 라고 되물어온다.

시대가 바뀐 것, 그리고 요시다 PD의 개인적인 성격도 배경이겠지만, 어쨌든 한국은 온라인 MMORPG의 종주국 아닌가. 옛날에는 일본 PD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별 관심도 없었지만, 20년 정도 지나니 우리의 운영 노하우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 같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현지화하는게 편하다.

'확산성 밀리언아서' 때도 춘향 카드 개발한다니까 개발 소스코드를 통째로 보내주더라. 옛날 같았으면 절대 안 그랬을텐데. 일본도 참 많이 바뀌고 있다.


'파이널판타지'는 세계관 특유의 고유 명사가 무척 많은데, 현지화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

일본 스퀘어에닉스 안에 한국인 팀이 있다. 메일 주고받는 사람 중 한국어 가능자 2명을 확인했고, 실제 인원수는 그 이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퀘어에닉스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현지화 가이드라인' 책이 있기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또, 한국어화를 하려면 번역 업체가 필요하지 않나. 우리도 가선정을 한 후, 시험볼 자격이 있는 두 업체의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거기서 나온 결과물을 다시 일본 본사에 넘겨 최종 심사를 맡겼고, 가장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 회사 안에도 별도의 현지화 팀이 있다. 세 단계를 거쳐 현지화가 진행되는 만큼, 완성도 있는 한국어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요시다 PD는 캐시아이템 랜덤박스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액토즈 소프트 측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다.

그건 이미 우리와 협의가 끝난 부분이다. '파이널판타지14' 한국 서비스 발표기사 나가고 댓글을 쭉 봤다. '액토즈가 망칠거다', '부분유료화 돌리고 좀 운영하다가 서비스 접을 거다'라는 이야기가 제일 많더라. 여기서 밝히는 거지만, 처음 계약할 때부터 우리는 부분유료화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MMORPG 역사를 보면, 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대부분 월정액을 고수했다. 그게 유저도 편하고 회사도 편한 가장 이상적인 요금제니까. 다만,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분유료를 먼저 선택하는 시점이 있었고, 그 때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돈 안 쓰고 싶어하는 유저들도 분명 있으니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부분유료화를 하게 되면 소수의 유저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더 많이 볼 것 같다. '파이널판타지14'의 느낌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했다. 또, 요시다 PD가 글로벌 서버를 부분유료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한국도 부분유료화 가능성은 없다.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부분유료화가 욕심나는 게 사실 아닌가.

그게 필요한 게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액토즈소프트 역시 메이저로 올라가본 적이 없는 만큼, 부분유료화 욕망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우리도 내부적으로 게임 수준을 사전에 체크하기는 한다. '파이널판타지14'는 부분유료화를 하면 안 된다. 이 게임은 월 정액을 지불하는 유저들이 자기 노력에 따라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 핵심이다. MMORPG가 출발점에 있었을 때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니까.




■ 액토즈 소프트 - "언제나 모바일과 온라인을 함께 생각했다."




액토즈소프트는 한국에 밀리언아서를 들여와 크게 흥행시킨 바 있고,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파이널판타지14'를 서비스한다고 해서 솔직히 좀 놀랐다.

꼭 그렇게 볼 건 없다. 우리회사 조직도를 보면 답이 나오는데, 온라인 사업본부, 모바일 사업본부가 따로 있다. 두 개의 디바이스 특성에 맞춰 동시에 운영한다는 거다. 최근에는 '파이널판타지14'가 조명을 받으면서 온라인 비중을 키우는 것 같다는 시선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밀리언아서가 한창 흥행할 때도 액토즈소프트 내부에서는 '모바일이 잠재력을 갖고 있는 반면, 약점도 틀림없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 해 구글스토어 매출 10위권을 제외하면 장기집권하는 작품이 거의 없고, 수익 내기 힘든 구조인 것이 사실이다.

나도 비즈니스하는 사람이다보니 게임 나올 때마다 원가율을 따진다. 이 게임은 이정도 퀄리티로 몇 명이서 만들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까 서비스 몇 개월하면 얼마 들어가겠네 이런 거다. 마케팅 얼마 썼다고 하면 조금씩 깎아 낸다. 그러면 대충 각이 나온다. 구글 순위 몇 등을 얼마나 유지했고, 얼마나 벌었는지.

온라인 게임이 기반이 되어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실제로 액토즈 소프트가 여러 사업위기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미르의 전설'이 아직도 수익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개발 리스크가 크기는 하지만, 한 번 성공하면 정말 오래 간다. 그렇게 되면 개발사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반면, 모바일 게임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복구가 쉽지 않다.

사업부를 두 파트로 나눈 것은 각 분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시대에 따라 주목받는 플랫폼이 다르지 않나. 지금까지는 모바일이 주목받던 때였고, 앞으로는 온라인과 모바일이 밸런스있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0년 이후 게임업계 성장 그래프를 보면, 온라인은 20%정도 깎였고, 모바일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이나 정체 중이다. 이 상태에서는 주목받는 게 쉽지 않다. 국산보다는 해외에서 성과를 낸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에서 매출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모바일로 폭발적인 수입을 툭툭 올리는게 회사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그림이다. 다만, 그 시기가 분산되다보니 액토즈소프트가 어느 한 쪽 이미지로 굳어져 버린게 아닐까. 솔직히 밀리언아서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성공했다. 우리가 방심했지. (웃음)

추가로 말하자면, 액토즈소프트는 다작이 답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 초창기에나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퀄리티를 보는게 먼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나가 강력한 IP다. 우리도 '드래곤네스트 라비린스'라던가 '그랜드체이스 RPG'라는 식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흥행한 작품을 모바일로 출시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는 10개에서 12개 정도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일 생각이다.

내년이 승부처다. 온라인에서 '파이널판타지14'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모바일에서도 우리가 생각한게 통하는지 아닌지 결과가 나올 거다.


그 말대로 '파이널판타지14' 꺼낼 때 '액토즈가 드디어 승부를 걸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옛날에는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장수 목만 베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이 많은 직원들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거 아니면 다 죽자'라는 생각은 아니지 않나. 물론, 임원이라면 그런 결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걸 직원들한테까지 강요할 수는 없지. 게임 사라질 경우, 나는 그냥 짐 싸서 집에 가면 되지만, 우리 직원들은 그러면 안 된다.

임원진은 그래야할 것 같다. 최선을 바라보고 있더라도 언제나 최악의 수를 대비해야 된다. 임원진은 항상 직원을 생각해야지.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액토즈소프트의 퍼블리셔 능력은 어느정도 검증받았지만, 자체 개발작 소식이 너무 드문 것 같다.

14년 간 온라인 게임업계에 몸담으면서 '액토즈소프트 이름으로 대작 게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소원은 항상 품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가 자체 개발해 이름을 알린 것은 '라테일' 정도인 것 같다. 많이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중국에서 나름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이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항상 이야기 소재다. 멀티 디바이스로 게임 한 번 만들어보자고도 했는데 결국 체력 문제로 미뤄졌고... 지금은 '파이널판타지14' 서비스 준비로 더 밀린 상태다. 회사 방향성이 늘 그랬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중간에 위치했지, 어느 한 쪽으로 쏠려있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기 액토즈소프트는 개발사였지만 중간에 체력이 부족해 퍼블리셔도 겸하게 되었고 이 쪽 노하우도 계속 쌓인 결과, 여기까지 온 거다.

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버릴 생각은 없다. PC 온라인 게임보다는 인터넷 기반의 게임을 추구할 계획이다. PC에서도 플레이하고, 디바이스를 변경해서 어디 이동하면서도 조금씩 더 하는 그런 게임을 최종 목표로 잡고 있다.

모바일 쪽에서도 아쉬운 건 많다. 모바일 게임 자체 개발작이 실패한 이유를 곰곰히 분석해보니, 대부분 개발자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자 출신이더라. 그들한테 모바일 게임 개발하라고 발령한 게 잘못이었다. 도화지에 그림 그리던 사람하고 포스트잇에 그리던 사람은 서로 방식이 다를 것 아닌가. 도화지에 그리던 사람한테 포스트잇 주고 제대로 그려 보라고 말한 꼴이다. 실패가 당연했지.



모바일 게임은 국내에서 성공하더라도 해외 시장까지 보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액토즈소프트는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있나.

원래 우리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우선 아시아와 동남아를 1차 목표 시장으로 잡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좀 늦춰지기는 했지만, 목표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모회사인 샨다가 동남아 쪽에 갖고 있는 지사들이 꽤 된다. 각 그룹 내 지사들과 액토즈소프트가 협력하는 모델을 내년에도 가져갈 계획이다.

컴투스나 게임빌도 어느 날 갑자기 '글로벌 비즈니스 합시다' 외치면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피쳐폰 시대에서부터 수많은 실패를 겪었고, 그 속에서 북미, 중국을 아우르는 지사들이 꾸준히 비즈니스를 하며 네트워크를 다졌기에 지금 그 자리까지 오른 거다. 온라인 DNA만 갖고 있던 회사가 1~2년 안에 따라붙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물론, 우리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메이저로 성장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최대한 다양한 전략으로 꾸준하게 다가갈 생각이다.


꾸준함은 곧 체력인데,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그 체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한 두번 실패하고 '이거 안되는 거 아냐?'라고 의심하면 내부에서 자꾸 안 좋은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지. 하는 일에 있어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심지가 굳어야 하고, 그 심지조차도 체력이라고 생각한다.

심지가 약해지면 사소한 부분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경영진은 체력 부족하면 하기 어렵다. 담대해야 한다.

나도 우리 주주님들의 글과 인벤 유저들의 댓글 열심히 본다. 하지만 그것에 흔들리지는 않는다. 세상에 순조로운 일이 어디 있나. 모바일 쪽에서 '밀리언아서 잘 되더니 그 이후로 또 헤매네'라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우리는 원래 그렇게 계속 갔다.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거다. 내년에 멋진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거고, 그렇게 체력이 쌓이는 것이 곧 액토즈소프트의 레벨업이 아닐까.


종합하는 의미로, 올해의 액토즈소프트를 돌아보면서 내년 계획도 들어보고 싶다.

올해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다만, 전 직원이 열심히 노력해서 모바일 쪽으로 내년에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본다. 온라인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좋은 타이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올해 그 부분이 해결되었던 게 핵심인 것 같다.

세계적인 대작 타이틀을 가져온 만큼, 내년에는 액토즈의 신 성장동력을 제대로 만들고 싶고, 모바일 플랫폼 역시 앞서 말했듯 키운 체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해가 되도록 준비해 보겠다. 액토즈에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업계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 "액토즈의 신 성장동력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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