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갱을 다니던 '카카오' 이병권 선수는 중국 iG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예인급 외모에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플레임' 이호종의 얼굴도 해외 방송을 시청해야만 찾아볼 수 있다. 알파카 인형을 마스코트 마냥 들고 다니던 '데프트' 김혁규도, 말썽꾸러기 '임프' 구승빈도 한국 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국 LoL 판은 어쩌면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스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할 스타는 누가 있을까? '갱맘' 이창석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차세대 스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아이디에서부터 풍겨오는 그의 유머감각. 상징인 나비넥타이와 '갱맘이 벽을 넘었다면'이라는 두고두고 회자할 이야깃거리를 만든 선수. 그가 보인 행동은 항상 화제가 되었다.

"저는 히비스커스요" 이창석은 카페에서 커피 대신 특이한 음료를 주문했다. 처음 보는 이름에 끌려 시도해보는 차라고 했다. 그에게 맛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카페에서도 남다른 걸 추구하는 남자.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존야를 2개나 구매하는 남자. 비록 벽은 넘지 못했지만, 확실한 캐릭터와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차세대 스타. '갱맘' 이창석과 나눈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본다.



Q. 먼저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그리고 혹시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본인 아이디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부탁한다.

추운 겨울, 다들 몸 건강히 지내기를 기도한다(웃음). 진에어 그린윙스의 미드 라이너 '갱맘' 이창석이다. 원래 아이디를 풀어쓰면 'Ganked by Mom'이다. LoL 용어인 '갱킹하다'라는 뜻의 단어 Gank를 수동태로 바꿔 'Ganked by Mom'. 즉, '엄마에게 갱을 당하다'라는 뜻으로 아이디를 만들었다.


Q. 아이디가 굉장히 독특해서 한번에 기억된다. 아이디를 보면 부모님께서 게임을 하는 것을 많이 싫어하신 것 같다.

자식이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님이 어디 있겠나? 게임을 하더라도 적당히 해야 하지만 부모님이 생각하는 '적당히'와 자식들이 생각하는 '적당히'가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도 게임을 하던 중간에 아버지가 키보드를 빼앗아 간 적이 있다. 그래서 키보드 없이 마우스로 끝까지 게임했다. 'Ganked by Dad' 라고나 할까?



Q. 지금은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게임에 대한 부모님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을 듯한데?

아버지는 '그때 왜 게임을 하는 걸 말렸을까? 좀 더 일찍 하라고 할걸 그랬다'고 종종 말씀하신다(웃음). 부모님이 모두 예술 쪽에 종사하셔서 다른 가정과 비교해 많이 개방적인 것 같다.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도 반대하시지 않으셨다.


Q. 혹시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서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말리지 못한 건 아닐까?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전형적으로 하고 싶은 과목의 성적만 잘 나오는 유형의 학생이었다. 하기 싫은 과목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수학은 항상 1등급을 맞았다. 머리만 굴리면 답이 나오는 과목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반면, 암기 과목은 전부 싫어했다. 단순히 외우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생각하고 풀어서 답을 알아내는 것이 좋았다.


Q. 수학이 쉬웠다니. 혹시 천재 아닌가?

천재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수학학원에 다닐 때도 선생님께 항상 칭찬을 들었다. 무엇을 하던 습득력이 빨라 친구들도 머리가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중학생 때는 발명에 관심이 많아 공책에 직접 설계도를 그려보기도 했다.



Q. 혹시 그런 머리를 게임을 할 때도 사용하는가?

당연하다. 주로 심리전에 사용한다. 예를 들면 라인전 단계에서 CS를 수급하기 위해 평타 모션을 취할 때마다 상대의 견제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래서 일부러 모션을 취하자마자 이동해서 상대방 스킬을 피한 다음 다시 CS를 수급한다. 이 방법은 '페이커' 이상혁이 즐겨 쓰는데, 그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배웠다.


Q. 같은 프로게이머에게 배운다고 말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 모방을 잘했다. 피아노를 배울 때도 악보를 안 보고 선생님의 손을 보고 외워서 쳤다. 체육 활동을 할 때도 잘하는 사람의 행동을 기억하고 그대로 흉내 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그래서 어떤 게임을 하던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따라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LoL을 처음 하면서 실버, 골드티어에 있을 때는 이즈리얼과 오리아나를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를 모방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다이아티어에 간 이후 만난 사람이 당시 '고전파'(이상혁)다.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부터는 이상혁의 플레이만 줄곧 연구하고 모방하려 노력했다.


Q. 그때가 벌써 2년 전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이상혁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나?

그동안 연구를 많이 해서 그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내가 더 나은 점을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즘 내가 욕심을 버리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런 마인드가 팀 차원에서는 더 높게 평가하지 않을까?


Q. 나중에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꼭 그러고 싶다.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가 되고 싶은 생각은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있는 것 같다.

▲ '갱맘'이 '화분'을 어루만지고 있다.


Q. CJ 프로스트 시절을 질문하고 싶다.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표현하고 싶나?

음.. '정'이 아닐까? 원래 기억은 다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CJ 프로스트에 소속한 당시에는 힘든 기억이 많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많이 챙겨줬다. CJ 엔투스는 확실히 다른 팀에 비해 의기투합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한다. 진에어 그린윙스가 친구이자 동반자 같은 관계라면 CJ는 가족 같은 관계다.

Q. '벽'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갱맘이 벽을 넘었다면'. 당시 팀원 모두 하나씩 실수를 했지만, 모든 포커스는 벽을 넘지 못한 사실에만 맞춰있다. 이에 대해 억울하진 않은가?

억울하다고 보면 억울한 거지만, 내가 벽을 넘었다면 바론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팀원들이 모두 실수를 하나씩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의 실수를 시작으로 팀원들의 실수가 이어졌다. 내가 실수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듯하다.

▲ '갱맘'이 여전히 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Q.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삼성 갤럭시와의 경기에 '존야의 모래시계'를 두 개나 구매하는 실수를 했다. 상황이 어땠나?

경기를 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넥서스 파괴를 코앞에 두고 억제기가 되살아났다. 다 이긴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내 모든 기억이 그 사건이 있기 5분 전으로 리셋됐다(웃음). 그래서 '존야의 모래시계'를 구매해 놓고도 '아! 존야의 모래시계 사야지' 라고 생각했다. 정말 충격적인 패배였다.


Q. 최근 이창석 선수의 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진에어 그린윙스에 처음 입단했을 때, 한상용 감독님께 누구나 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일 년의 시간을 준다면 그동안 성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돌이켜보면 진에어 그린윙스에 입단하고 내 실력은 계속 상승 곡선이었다. 챔피언 풀도 늘었고, 실력도 늘었다. 내가 캐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팀원들을 신뢰하면서 이런 결과를 얻은 듯하다.


Q. 올 시즌 진에어 그린윙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진에어 비행기를 타고 롤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최근 팀의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가능할 것 같다. 한국 LoL 리그의 대표로 롤드컵에 나간다면 가장 행복한 일일 듯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올해 열심히 노력해서 팬들에 기대에 부응하는 이창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올 한해 이창석의 뛰어난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