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은 e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린 날이다. 전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자들이 모이는 GDC 역사상 최초로 e스포츠 서밋이 열렸기 때문. 그리고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는 라이엇 게임즈가 장식했다.

'모렐로'라는 아이디로 유저들에게 친숙한 라이엇 게임즈의 '라이언 스캇'과 NYU 게임 센터의 책임자인 '프랭크 란츠'가 함께 GDC 첫 e스포츠 강연을 시작했다. 사실 이 둘도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GDC에 e스포츠 서밋이 생길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적어도 3~4년은 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e스포츠의 성장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해당 강연은 두 사람이 함께 했지만, 프랭크 란츠가 던지는 질문을 모렐로가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보았다.

▲ 좌 - '모렐로' 라이언 스캇, 우 - 프랭크 란츠


■ 아직도 정의하기 힘든 e스포츠

아직도 e스포츠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e스포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프랭크 란츠는 e스포츠를 체스와 농구, 그리고 포켓몬이 섞인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먼저 e스포츠는 전략적이다.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야하고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기 때문에 체스와 비교할 수 있다. 농구와 비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스킬과 팀 플레이다. LoL을 예로 들자면, 개개인의 능력과 동시에 팀 호흡이 중요하다.

가장 재미있는 비유인 포켓몬은 정보 때문이었다. 포켓몬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모든 포켓몬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한다. LoL도 마찬가지다. 챔피언과 아이템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수준급 선수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 라이엇 게임즈의 '수석 디자이너'라는 자리, 그리고 철학

모렐로는 라이엇 게임즈의 수석 디자이너라는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LoL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한 가지 실수를 한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몇만건이나 오기 때문이다. 챔피언 같은 경우, 우리는 팬들이 기대하는 신선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챔피언이 출시되면 반발이 심하다. 요릭이 좋은 예다. 네크로맨서 같은 느낌으로 출시된 요릭은 실제 게임에서는 기존의 네크로맨서와 상당히 달랐고, 많은 질타를 받았다."

또, 라이엇 게임즈의 챔피언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재미와 난이도'임을 강조했다. 모렐로는 이에 대해 가장 좋은 예로 제드와 리 신을 들었다. 이 두 챔피언은 재미와 난이도 모두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보는 것도 말한다. 볼 때 재미있는 챔피언이 할 때도 재미있는 챔피언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이는 챔피언 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에도 해당된다. 모렐로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게임은 배우기는 쉽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어려워야 하며 동시에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난이도를 더 올리기 위해서 도타2의 '디나이'를 LoL에 적용하지 않았을까? 모렐로는 '디나이' 시스템이 게임 전체에 집중하는 데 방해 요소라고 생각했다. 너무 '디나이'에만 집중한다면 게임 전체를 보지 못한다. 다른 재미있는 요소들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줘야한다. 또, 너무 어렵게 만들면 유저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디나이'를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디나이는 게임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 앞으로의 챔피언 밸런스... 모렐로에게 '도타2'란?

사실 모렐로는 눈 앞의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몇 년 단위 계획을 세웠다. 라이엇 게임즈는 LoL이 헤일로, 스타크래프트1,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가장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밸런스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OP 챔피언에 대한 밸런스는 항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챔피언 디자인 팀에 챌린저급 직원들이 합류해 더 많은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대회보다 일반 게임의 데이터를 생각한다. 대회에 등장하지 않는 챔피언이라도 일반 게임에서 종종 등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특별한 밸런스 패치를 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일반 유저들이 핵심이다"

또, 모렐로의 도타2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도타2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듣고 "함정 카드네"라고 운을 띄운 뒤,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의 많은 직원들이 도타2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팀 게임을 즐긴다. 그들은 장르를 넘어 다양한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LoL에 적용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사망 시 무기를 떨어뜨리는 스타일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도타2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스팀 게임을 통해 배운 점을 LoL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것이 라이엇 게임즈 디자인 팀의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모렐로는 "우리가 챔피언을 디자인하는 도중, 사업팀에게 특정 스타일의 챔피언을 요구 받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사업적인 면을 떠나 재미있고 멋진 챔피언을 만들면 알아서 수익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신선한 챔피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다음은 강연이 끝난 뒤, 공개적인 Q&A 섹션에서 청중과 모렐로의 질답이다.




Q. 모바일이나 콘솔 쪽 개발 생각은 없는지?

우리는 PC 기반의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다른 플랫폼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Q. 점멸에 대해 불만이다. 너무 좋기 때문에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 같다.

사실 소환사 주문, 점멸을 아에 없애자는 이야기도 내부적으로 나왔었다. 물론 점멸이 사라지면 다양한 전술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점멸이 있으므로 수준 높은 게임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없앨 계획은 없다.


Q. 밸런스를 패치하기 전에 선수들의 의견도 듣는지?

그렇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팀에 합류한 직원들의 랭크가 다이아1이거나 챌린저다. 이들의 테스트도 거치고, 선수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Q. 짧은 시간에 e스포츠가 엄청난 성장을 했다. 이 점이 라이엇 게임즈 개발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고 있다. 항상 우리 챔피언 디자인 팀은 선수와 일반 유저 모두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


Q. 타 스포츠는 관중이 그 스포츠를 실제로 하지 않더라도 즐겨 본다. 혹시 LCS의 궁극적인 목표도 이와 같은지 궁금하다.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