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한국 서버에 5.4 패치가 적용되었다. 많은 챔피언들이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렸고, 이름을 올린 챔피언들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문제는 5.4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린 챔피언들의 대부분이 너프 되었다는 것이다. 너프를 예고한 챔피언은 당연히 너프되었고, 죽음불꽃 손아귀 보상 패치로 변경된 챔피언들도 너프되었다. 연쇄적인 너프로 인해,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선 라이엇의 챔피언 밸런스 조정 방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들이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야말로 라이엇이 외친 '너프의 진혼곡'! 많은 챔피언들의 입에서 곡소리를 나오게 했던 5.4 패치는, 소환사의 협곡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 소환사의 협곡에 울려퍼진 너프의 진혼곡! 5.4패치의 결과는?



■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 카사딘과 베이가, 심해속으로 빠지다.

많은 챔피언들이 5.4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역시 카사딘의 너프다.

카사딘은 'OP의 대명사'같은 느낌을 가진 챔피언이었다. 실제로 카사딘은 솔로 랭크게임은 물론, 롤챔스를 비롯한 프로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팬들의 머릿속엔 은연중에 '카사딘은 OP'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 였고, 그러한 인식을 방증하듯 자주 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챔피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카사딘은 지속적으로 너프되어 왔던 챔피언이다. 카사딘은 균열 이동의 높은 기동력을 활용해, 자신의 단점을 모두 장점으로 승화시켜왔다. 따라서 카사딘의 Q스킬, '무의 구체'에 침묵이 없어질 때도, 대미지가 줄어들 때도 카사딘은 버틸 수 있었다. 균열 이동의 뛰어난 성능이, 모든 단점을 무마시켜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균열 이동하나만 너프하면 카사딘은 재기 불능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5.4 패치엔 카사딘 OP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균열 이동이 너프된다. 기존의 균열 이동은 700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5.4 패치로 인해, 균열 이동은 소환사 주문 '점멸'보다 약간 긴 450으로 조정되었다.


▲ 이 패치는 그야말로 라이엇 게임즈의 마무리 일격!


이 패치의 효과는 굉장했다. 50%에 살짝 못 미치는 승률을 유지하며, 자신의 슬로건처럼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카사딘은, 이 패치로 인해 심해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번 너프로 카사딘은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집행자라기보단,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약한 챔피언이 되고 말았다.


▲ 5.4 패치 이후 급락한 카사딘의 승률
(통계 출처: fow.kr)


라이엇 역시 이러한 카사딘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지, 최근 북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균열 이동의 사거리를 약간 증가시키고, 게임 초반 균열 이동의 쿨타임을 낮추는 버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패치는 과연 등 돌린 카사딘 유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 라이엇 '메들러'의 카사딘 버프안 (원문 출처: LoL 공식 홈페이지)



사실 카사딘 너프는 어느 정도 팬들이 감지하고 있었던 부분이기에, 너프의 정도가 충격적이었지 너프 여부가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너프가 진행된 베이가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베이가는 라이엇 게임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에 따른 보상 버프를 받을 예정인 챔피언이었다. 베이가보다 먼저 변경된 아리의 경우, 챔피언의 콘셉트를 살리는 동시에 엄청나게 강해졌기에 베이가 유저들도 이 보상 버프에 대한 기대가 컸다.


▲ 보상 버프로 승률이 천장을 뚫은 아리. 베이가 유저도 기대가 컸다.
(통계 출처: fow.kr)


5.3패치로 적용 예정이었던 베이가의 보상 버프는, 한 차례 연기되어 5.4 패치에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베이가 유저 뿐 아니라, 많은 LoL 유저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버프가 아니라 오히려 너프되었기 때문이다.

베이가는 라이엇 게임즈가 '보상 버프'라고 말한 패치로, 10%에 가까운 승률 하락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5% 승률이 하락해도 엄청난 대미지였다고 표현하는데, 10% 정도면 챔피언 자체의 근간을 흔든 패치였다고 할 수 있다. 베이가 유저들은 패치 노트를 보고 당황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황스러움이 분노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 라이엇이 말한 베이가 버프는, 최악의 너프로 적용되었다.
(통계 출처: fow.kr)


베이가는 이번 패치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베이가는 미드 누커로 애용되던 챔피언이다. 하지만 최근 게임의 흐름에 베이가는 적합하지 않았고, 서포터로 재발견되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5.4 패치는 미드, 서포터 베이가 모두 암울하게 만들었다.

분명 상향으로 보이는 부분은 있었다. Q스킬 같은 경우엔, 활용에 따라 상향으로 볼 수도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E스킬, '사건의 지평선'의 발동 전 0.75초의 지연 시간과 궤적 표시는, 베이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E스킬 활용이 시작이자 끝인 서포터 베이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E스킬 너프로 미드 베이가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베이가의 핵심 대미지원인 W스킬, '암흑 물질'은 즉시 발동 스킬이 아니기에 E스킬을 맞추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적중시킬 수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E스킬의 너프로 인해, W스킬을 적중시키기 힘들어졌다. W스킬 뿐만 아니라 Q스킬도 논타겟으로 변해 예전보다 더 맞추기 힘들어졌는데, E스킬이 너프되어 더더욱 적중률이 낮아졌다. 한마디로, 현재 베이가의 상태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 이 너프로 치명상을 입은 베이가. 탈출구는 존재하는가?



■ OP 라인에서 이탈하나? 자르반 4세와 칼리스타의 동반 너프

현재 솔로 랭크와 롤챔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챔피언들이 5.4패치로 너프되었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자르반 4세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칼리스타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 자르반 4세와 칼리스타, OP라는 평가를 받는 챔피언들이 너프된다.


자르반 4세는 롤챔스에서 프로 선수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글러다. 안정적인 정글링, 뛰어난 기동성, 강력한 대인전 능력과 이니시에이팅까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약점이 없는 정글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롤챔스 1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챔피언이었고, 솔로 랭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져 가장 인기 있는 챔피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패치로 자르반 4세의 방어적인 측면이 너프되었다. E스킬의 스킬 효과로 방어력이 오르던 것이 완전히 삭제된다. 이 너프로 인해 자르반 4세의 초반 정글링과 대인전 능력이 약화되었고, 그것은 승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 방어력 감소로 안정감이 떨어진 자르반 4세
(통계 출처: fow.kr)



롤챔스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칼리스타도 5.4 패치로 너프되었다.

칼리스타의 가장 큰 장점은, 흔히 '개구리 점프'로 불리는 패시브 스킬을 이용한 현란한 무빙이었다. 칼리스타의 패시브는 평타 및 Q스킬 사용 후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었기에, 공격 속도 향상은 칼리스타에게 이동 속도 향상이나 다름없었다.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 모두 AD 캐리에게 중요한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칼리스타는 공격 속도만 올려도 이동 속도까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기에, 많은 유저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칼리스타의 너프 내용은 기본 공격 준비 동작 시간이 길어진 것. 즉, 이번 패치로 평타의 선 딜레이가 길어졌다고 할 수 있다. 칼리스타는 특이한 딜링 메커니즘으로 인해, 이 패치가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평타의 선 딜레이가 길어진 것은, 칼리스타의 '개구리 점프'를 약화시켰고, 곧바로 전투력 약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칼리스타의 승률 하락으로 직결되었다.

하지만 칼리스타 역시 승률이 하락했다고 해도 50%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다. 분명 타격은 있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카사딘과 베이가처럼 아예 못쓸 정도의 챔피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 이 패치로 칼리스타의 승률도 50%에 수렴하게 되었다. (통계 출처: fow.kr)


승률만 따지면 OP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할 수 있는 자르반 4세와 칼리스타. 지금의 LoL은, 한 방의 너프로 승률 10% 가량이 깎이며, OP 자리에서 바로 고통받는 라인으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너프가 이 정도로 그친 것은, 이 둘에게 있어 호재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게 이 바닥이기도 한만큼, 이 둘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차례의 역풍을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넘겼다고 할 수 있는 자르반 4세와 칼리스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 이건 서포터로도 영... 질리언의 미래는 여전히 어둠 속!

라이엇의 연쇄 너프는 고승률 챔피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50%에 한참 못 미치는 승률을 가진 질리언 역시 너프를 맞이했다. 패치 전 약 44%를 유지하던 승률은, 5.4 패치 이후 40%대로 떨어진다. 안그래도 저조한 승률의 챔피언을,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 안그래도 힘든 질리언을 더 힘들게 만든 5.4 패치 (통계 출처: fow.kr)


사실, 5.4 패치의 질리언 변경점은 너프로 기획되지 않았다. 기존의 질리언 플레이는 단조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미드 질리언은 상대방에게 Q콤보를 넣는 것이 딜링의 전부였고, 서포터 질리언은 이동 속도를 제어하거나 아군을 부활시키는 것이 전부인 챔피언이었다.

5.4 패치는 Q스킬의 사용난이도를 높이는 대신, 강력한 군중제어 효과를 부여했다. Q스킬을 연속해서 적중시키면 기절 효과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Q스킬의 사용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에 있다. Q스킬은 기존의 타겟팅 즉발 스킬에서, 논 타겟팅 투사체 스킬로 변경되었다. 한 마디로 가장 사용 편의가 높은 스킬에서, 가장 사용 편의가 불편한 스킬로 바뀐 것이다. 실제, 변경된 질리언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변경된 Q스킬을 두 번 연속을 적중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 새로운 Q스킬은, 제대로 사용하기 정말 어려워졌다.
(영상 캡쳐: surrenderat 20)


5.4 패치엔 Q스킬 사용이 까다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질리언의 평타 사거리마저 감소되었다. 이 두 가지 너프로 인해, 질리언은 미드 라이너로도, 서포터로도 사용하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E스킬의 변경은 둔화 효과가 강화되었지만 , 지속 시간 감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덧붙여 궁극기 쿨타임 너프도, 질리언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사실 질리언은 너프가 필요한 챔피언이 아니었다. 너프는 커녕, 누구보다 버프가 간절한 챔피언이었다. 이번 5.4 패치는, 결론적으로 질리언 장인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패치가 되었다.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질리언에게, 더욱더 깊은 어둠을 선사한 격이다. 과연 질리언이 빛 볼날은 언제가 될까? 지금으로서는 어두워 보인다.


▲ 질리언 유저들은 5.4 패치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을 것이다.



이번 5.4 패치는 유저들에게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LoL이 PvP가 주가 되고, 많은 챔피언들이 등장하는 만큼, 완벽한 밸런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유저들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너프 한 방으로 챔피언의 근간을 뒤흔들고, 이러한 패치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에 대해선 유저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에 적용된 5.4 패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세 챔피언인, 질리언 카사딘, 베이가는 나란히 승률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챔피언 밸런스에 대한 논란에 계속되고 있는 지금. 라이엇 게임즈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 5.4 패치로 사이좋게 최하위권에 위치하게된 3인방 (통계 출처: fo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