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PC게임 플랫폼이자 인디게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 파격적인 할인으로 게이머들의 지갑을 가볍게 만드는 그 곳. 그렇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바로 밸브가 만든 PC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이다.

현재 스팀은 전체 PC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숫자도 급증했고, 이용자 수나 판매량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업계 내애서 자주 이슈가 되기도 한다.

외신을 살펴보면 '어떤 게임이 얼마 만에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거뒀다'라는 식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제시되는 수치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영화나 책은 판매량 및 세부적인 매출액을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한 해의 판매량 순위, 타이틀 출하량이나 몇 주만에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식의 추상적인 데이터 만을 공개할 뿐이다. 성공한 게임도 개발사는 세부적인 수익량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2014년 타이틀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자. 1위가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이고 2위가 'GTA5'이다. 구체적인 판매량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나아가 작년 11월에 출시된 타이틀과 9월에 출시된 게임의 판매량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게 형평성에 맞는 분석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카일 올랜드

이런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조사가 '스팀 게이지 프로젝트(Steam Gauge project)'가 되었다. 해외 매체 'Ars Technica'의 시니어 에디터인 '카일 올랜드(Kyle Orland)'는 스팀 이용자 수 및 판매량과 관련된 분석 결과를 소개하고 메타스코어가 게임 판매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팀시장에 대한 분석(Analyzing the Steam Marketplace)'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 '카일 올랜드'는 언론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조이스티크나 가마수트라, 게임스팟 등에 기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또한 '초보를 위한 Wii(Wii for dummies)'의 저자이며, '비디오게임 스타일 가이드 및 참조 매뉴얼(The Video Game Style Guide and Reference Manual)'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개발사와 퍼블리셔 모두 자사의 타이틀 판매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확한 현황에 대한 파악이 어렵지만, 스팀은 예외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 비하면 스팀은 최근 이용자 수부터 하루 최고 접속자 수, 각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한 게임은 무엇이며 총 플레이 타임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꽤나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

게임 데이터 정확성과 관련해 첫 번째 사례로 그는 '스팀 활동 계정 수가 1억 2,500명이 넘는다'는 내용의 외신을 제시했다. 1억이라는 수치는 어떠한 출처에서 나온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그는 '스팀ID파인더'라는 사이트를 활용했다. 스팀 커뮤니티 아이디를 조회한 결과 [76561197960265729]부터 [76561198181650650]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수치 간의 차이를 보면 2억 2,100만 정도이며, 스팀 계정이 2억 개가 넘는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예시는 '데이즈Z 스탠드 얼론'이 17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기사였다. 발표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타이틀 판매량은 176만장 가량이었고, 그들이 조사한 결과의 약 96%에 해당하는 수치만이 기사에 실렸다.


하지만 10%내외의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경미한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스팀에서 비공개(Private) 기능을 통해 자신의 게임관련 정보를 숨기는 유저들이 약 8% 가량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스팀이 가장 큰 플랫폼이긴 하나 전체 PC마켓은 아니라는 것. 스팀 외에도 오리진, 배틀넷, 유플레이 등의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는 발생할 수 있다는게 그의 해석이다.


그래서 '카일 올랜드'는 스팀 내 게임 보유자 현황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했다. 하루에 최대 21만 명의 플레이어에 대해 집계했으며, 총 3일에 걸쳐 50만이 넘는 유저들의 샘플을 기반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다. 다만, 집계함에 있어 스팀API 기반의 시스템 문제상 '도타2'와 '팀포트리스2'는 제외되었다.

그가 제시한 누적 판매량을 보면 상위 15%에 있는 게임들이 스팀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75%가 10%에 달하는 매출을 거두고 있었다.



게임 보유량으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소스'가 1,270만 개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언턴드(Unturned)'와 '하프라이프2:로스트 코스트' 순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을 구매한 뒤에 한번도 플레이를 안하는 경우가 26.1%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1시간에서 10시간 사이가 27.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478시간 이상 플레이 한 유저는 1% 가량 있었다.

게임보유량이 아닌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으로 주제를 바꾸면 순위 역시 달라진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플레이 한 게임 1위는 '카운터 스트라이크:GO'였으며, 2위가 '레프트4데드2', 3위가 '카운터 스트라이크:소스'이다. 이전 순위에는 없던 '포탈'과 '테라리아'도 순위에 모습을 비추었다.



순수하게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한 시간만 따졌을 때는 '카운터스트라이크:GO'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카운터 스트라이크:소스'가 나란히 1,2,3위를 거머쥐었다. 이 결과는 스팀 내 게임 중 9,836개를 대상으로 집계가 이루어졌다. 발표를 진행하면서 그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나머지 4,391개의 게임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게임을 구매하고 나면 1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100시간 이상을 투자하기도 한다. 스팀에서 유저들이 게임 구매 후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임은 어떤 것일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문명5'나 '엘더스크롤5:스카이림'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1위는 '풋볼매니저2014'였다. 평균 152시간을 차지한 '문명5'의 2배 이상인 330시간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메타크리틱 순위와 게임 판매량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했다. 메타스코어는 게임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수치이다. 사실 많은 게이머들이 메타스코어를 보고 게임을 해 보기 전에 타이틀에 대한 평가를 어느 정도 해버리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판매량에 있어서 메타스코어가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았다. 게임 순위가 올라갈 수록 판매량도 그 트렌드를 다소 따라가는 경향은 분명히 있다. 90점 이상을 받은 대부분의 게임이 평균 10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타스코어 82점을 받은 '아웃 오브 더 파크 베이스볼9'은 나쁜 성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20만 장에 못 미쳤다. 반대로 '디노: D-DAY'는 53점이라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판매량은 300만 장 이상을 기록했다.



메타스코어가 판매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구매자들을 흔들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향후 "스팀 세일과 관련해 유저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장르별 판매량 비교 및 얼리엑세스와 관련된 자료 조사, 인디 게임에 대한 이용 현황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