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SRPG(Strategy Role Playing Game)를 썩 좋아하지 않아요. 컴퓨터게임은 물론, 체스나 바둑같은 '전략'이 들어간 게임은 못하겠더라고요. 일단 성격 자체가 신중하지 못해 몇 수 앞은 커녕 당장의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느리게 차근차근 진행하는 방식을 답답해 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죠.

뭐...이런 성격에 SRPG는 부모님이 컴퓨터를 처음 사주시면서 같이 주신 '파랜드택틱스'를 비롯, 몇 개 정도밖에 안 해봤어요. 그치만 '파랜드 택틱스'에 대한 추억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난생 처음 해 본 게임이기도 하고, 그땐 머리 써가면서 한 턴 한 턴 옮기는 게 그렇게까지 부담되는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넥슨GT의 '슈퍼판타지워(이하 슈판워)'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흡사 파랜드택틱스를 플레이하던 그 때와 비슷했습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담뿍 쏟을 수 있는 개성넘치는 캐릭터, 약간 오글거리고 유치하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나리오, 엄청난 고민까진 굳이 안해도 되는 적당한 난이도와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비주얼 등...

시스템만 따져 보면 파랜드택틱스와 그렇게 크게 닮은 구석이 없는데도, 감성만큼은 굉장히 닮아 있어요. 굳이 파랜드택틱스가 아니더라도, 파이널판타지택틱스와 같은 간단한 SRPG, 쯔바이나 테일즈위버, 요구르팅 같은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라면 뭐...바로 그때 그 추억이 떠오르실 거에요. 추억 집합소같아요.

이름부터 약간 유치한 슈퍼 판타지 워. 체험한 감상은 1차 CBT때 이현수 기자가 명쾌하게 잘 풀어냈으니 이번에는 조금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해, 2차 CBT에서 느낀 점과 출시 이후의 모습에 대해 예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살짝 진부하지만, 그래도 다시 짚어 본 '슈퍼 판타지 워'의 매력포인트

파랜드택틱스 모바일(피처폰)이 갑자기 생각나는데요. 숫자키 꾹꾹 눌러서 이동해야 하는 피처폰 환경에서도 꽤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때 모바일에서의 SRPG가 가진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그 이후, 전 다양한 택틱스 작품들을 모바일에서 봐 왔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여러 정보와 전략을 작은 모바일 화면에 담아 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슈판워는 더욱 빛납니다. 그 많은 정보를 꽉꽉 눌러 담았지만, 모바일 화면에서도 또렷이 보이는 인터페이스와 폰트, 메뉴 구성 등으로 SRPG의 재미를 잘 살렸거든요. SRPG가 가진 문제 중 하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참 어렵다는 문제도 인터페이스 하나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실제로 조작 방식이나 상황 파악이 매우 쉽습니다. 칸 맞춰 이동하고, 팝업된 스킬 중 하나 선택해 범위에 들어온 적을 타겟하고 바로 공격 쾅쾅! HP 상태 및 버프/디버프 상태도 곧바로 파악 가능합니다.

지형, 상성, 협동, 파티콤보 등 여러 전략요소도 있지만, 굳이 머리까지 굴릴 필요 없이 부합 여부를 한 번에 표시해 줘 모바일의 간편함+전략의 묘미를 더 잘 살렸습니다. 한 판 한 판에 드는 플레이시간 및 조작도 짧고 간단하게 해 모바일에 걸맞는 플레이 패턴을 지닐 수 있고요.

다양하고 예쁘게 그려진 캐릭터 및 각각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전략성, 캐릭터 하나하나를 점차 키워가는 보람까지도 알차게 버무려냈습니다. 각 캐릭터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져서 만들어 진 거대한 세계관도 엄마미소 짓기 딱 좋은 정도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쁩니다. 약간 유치한 감도 있지만, 부담 없이 즐기기 딱 좋은 정도죠.

▲ 스킬 범위, 타겟 대상 표시 등 인터페이스가 간단해 금방 게임에 적응할 수 있어요

▲ 여러 전략 부합 여부를 한 번에 쉽게 표시해줘 어렵지 않게 SRPG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2차 CBT에서 보여준 새로운 것들은?

이번 버전에는 1차 CBT버전에는 없던 몇몇 편의기능과 콘텐츠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원이 차오르는 '연구소' 콘텐츠, 경험치 몬스터를 대량으로 획득할수 있는 '이벤트섬', 스테이지 식 비동기 PvP콘텐츠 '차원돌파'와 이에 맞춘 PvP 수동/자동모드 선택기능이 새롭게 선보여졌죠.

이렇게 나열하니 많아 보이지만...그렇다고 슈판워가 뭐 막 새롭고 신박한 모습으로 재탄생된 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슈판워는 '혼자 잠깐씩 짬내서 하는 싱글플레이 위주' 게임이기에 그 기틀, 전투시스템과 재미만 확실히 잡고 있으면 됐거든요. 그건 사실 1차 CBT때 검증을 끝냈죠. 굳이 편의성 콘텐츠의 효용과 게임의 재미를 검증할 필요는 없어요.

이번 2차 CBT는 각 콘텐츠간의 연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좀 더 확대된 편의성에 유저들은 어떻게 반응할런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 보입니다. 기존 3일이던 테스트 기간이 일주일로 확 늘어났고, 여러 편의기능을 통해 유저들의 부담도 많이 해소되었기에 좀 더 긴 플레이가 가능했으니까요.

확실히 1차 CBT에 비해 플레이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반격이나 방어와 같은 전투기능 등으로 1차 CBT에서는 어렵던 스테이지도 금방금방 깰 수 있었고, 최고 등급 SSS를 연달아 받아가며 성취감도 높아졌죠. 자금 부족 문제도 연구소라는 편의기능 추가로 해결 완료. 한 판 한 판은 짧게, 하지만 총 플레이시간은 길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새로 추가된 편의 기능 '연구소', 시간에 따라 자원이 쭉쭉 생성됩니다

▲ 1차 CBT에 비해 편의 기능 확대로 한결 쉬워졌어요



그렇다면, 출시 이후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게임은 참 좋아요. 취향 저격 제대로 받았어요.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슬플 정도로 재밌게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했을 땐, 지금 당장 출시하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수작이지만 상반기 중 출시라 하니...이제 다시 멀고도 험한 기다림의 고행길을 걸어야겠죠.

슈판워는 확실히 재미는 보장되었지만, 수익 구조부터 엔드 콘텐츠(소위 만렙 콘텐츠)분량의 한계가 분명한 게임입니다.이 정도 시간이면 몇몇 기능은 추가되거나 보완되겠죠. 수익 모델도 좀 더 구체적으로 잡힐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슈판워의 출시 버전은 과연 어떤 모습이며 개발진은 어떻게 운영할런지 한 번 예측해 보았습니다.

▲ CBT 끝났어...ㅠㅠ아쉬운 마음에 출시 버전을 나름대로 상상해 봤습니다


예측 1. 추가될 콘텐츠는?

요즈음 모바일게임은 업데이트가 생명이에요. 슈판워 역시 당장의 게임성은 좋지만 지금 마련된 콘텐츠만 믿으면 힘듭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면 유저들은 한정된 플레이에 지쳐 떠나게 될 테니까요. 당연히 출시 이후에는 더 많은 분량의 콘텐츠가 추가될 겁니다.

이번 2차 CBT때 확인된 바로는 슈판워의 콘텐츠 소모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3일 만에 6장(72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 한 유저들이 대거 출현했거든요. 출시버전이 시나리오 10장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입니다.

꾸준히 핵심 콘텐츠 업데이트를 해줘야지 유저들도 만족합니다. 슈판워 역시 가장 핵심이 되는 시나리오-스테이지 콘텐츠를 계속 추가해 줘야 합니다. 시나리오가 가진 빠른 소모속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분량의 시나리오를 주기적으로 생산해 내줘야 합니다. 아마 업데이트 준비의 대부분은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싶네요.

시나리오와는 별개로 즐길 거리가 또 있어야 합니다. 계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로요. 저는 그래서 PvP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2차 CBT에서 선보인 비동기식 PvP말고, 실시간 PvP로요. 캐릭터 밸런스에 공을 많이 들인 걸 봐서는 체스처럼 한 턴 한 턴 실시간으로 경쟁하는 콘텐츠도 괜찮다 싶어요.

또한, 무한 콘텐츠도 등장할 거라 예상합니다. 시즌제로 무한 콘텐츠를 열고, 점수를 기반으로 랭킹을 매겨 경쟁을 유도하는 콘텐츠는 기존 스테이지를 활용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있는 형태라 업데이트하기도 쉬울 테고, 보상만 확실하다면 끝이 없기 때문에 유저들도 많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겠죠.

▲ 그 위대한 걸음...게임 수명 증가를 위해서라도 안 끝날 거 같아요...

▲ 지금의 비동기식 PvP 콘텐츠도 발전 가능성은 무한대

▲ 최대 5등급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캐릭터 성장 폭도 더 확대되겠죠?


예측 2. 과금 시스템은?

슈판워는 그 흔한 캐릭터 뽑기도 없고, 있어 봤자 강화를 통해 최상급까지 만들 수 있는 무기나 뽑는 정도죠. 그렇다고 꾸준히 과금할 콘텐츠라 해봤자 에너지 구매밖에 없고, 기껏해야 지름의 한계가 딱 설정된 부가적 콘텐츠 정도에만 과금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과금이 게임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는 절대 아니에요. 그게 참 맘에 들었습니다. 그냥 시간만 투자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출시 이후 슈판워가 2차 CBT에서 보여줬던 착한 과금구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인가를 상당히 중요시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기자이기 이전에, 지갑 사정을 고려하면서 게임을 즐겨야 할 소상공인이기 때문이죠.

게임도 사업.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게임 콘텐츠 추가 등 서비스의 유지와 보수도 꾸준한 수익이 받춰줘야 가능하거든요. 지금 이 상태로 출시하는 건 아주 약간의 초반 수익 빼고는 꾸준히 이어가기 힘들 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결국 어느 정도의 과금 시스템이 추가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그 과금이 슈판워 특유의 게임성인 '전략'을 해치는 정도로 힘을 갖게 된다면 게임의 전반적인 기틀 자체가 흔들려 버리겠지요. 머리싸움이 아니라 자본싸움이 된 전략게임을 누가 전략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캐릭터 뽑기 같은 뻔한 과금 요소는 없을 겁니다. 행할 수 있는 방도 내에 최대한 머리를 써야 하는 SRPG의 특성상, 과금으로 살 수 있는 짱짱 캐릭터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죠. 특히 슈판워는 캐릭터마다 개성도 확실하고, 전체 세계관과도 잘 연결된 고유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추가하단 세계관 전체가 뭉개질 우려도 있습니다.

아마도 슈판워는 전략성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과금아이템이 추가될 겁니다, 약간 높은 난이도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상태이상 지속시간 감소'나 '공격력 보너스' 같은 버프 등을 과금 아이템으로 설정해 선택의 여지를 주던가, 캐릭터 성장에 드는 재료 등을 판매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전략의 쫄깃한 맛을 반감시킬 수 있는 캐릭터 유료 판매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현존하는 유일한 뽑기 시스템, '장비 뽑기'


예측 3. 운영 방식은?

제가 이렇게 슈판워의 과금성에 안심(?)하는 이유는 넥슨의 선 사례, '영웅의군단' 때문입니다. 영웅의군단은 슈판워보단 강하지만(같은 영웅 카드 합성해 진화시키는 시스템이 있었어요)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는 과금이 비중이 많이 적은 게임이었죠. 덕분에 영웅의군단은 소위 말하는 대박 라인, 1~10위권에는 못 들더라도 꾸준한 수익이 보장되는 20~30위권에 안전하게 자리잡으며 넥슨 모바일사업의 효자게임으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슈판워 역시 영웅의군단의 길을 걷지 않을까 싶습니다. 확실히 10위권 이상은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긴 힘드니, 20~30위 권의 '수익 보장 라인'을 노리는 게 맞는 거죠. 대신 이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데이트와 이벤트 등 지속적인 유저대응이 필요하겠죠.

다행히도 슈판워는 앞서 말한 것 처럼, 다양한 전략을 행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 및 캐릭터 추가, 캐릭터 성장한계의 해금 등 꾸준히 업데이트할 거리가 매우 많습니다. 또한, CBT때 선보였던 접속 보상 및 특정시간대 경품 지급 같은, 유저 접속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고요. 넥슨이 보유한 IP를 활용해 콜라보레이션 아이템 등 특별 이벤트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영웅의군단, 그리고 CBT기간 동안 보여 준 운영방식이라면 분명 슈판워는 넥슨의 2대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당장의 수익만을 고려해 무리한 과금정책을 밀어붙인다면 CBT에서 보여 주었던 게임성과 개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건 확실히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가기만 한다면 꾸준히 제 몫을 할 수 있을 참한 게임이니까요.

글로벌 원빌드 전략 하에 전세계 동시 출시가 목표인 만큼, 곧 해외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테스트도 진행되겠죠. 깔끔한 그래픽과 특유의 게임성으로 북미나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글로벌 테스트로 출시가 좀 밀리겠지만, 기다릴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천천히,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나본 것 같아 참 뿌듯합니다.

▲ 지속적인 보상, 깜짝 이벤트로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음 좋겠어요

▲ 일일 퀘스트 및 기타 여러 퀘스트 등으로 보상을 꾸준히 지급해 주는 것도 포인트!

▲ 곧 글로벌 테스트, 어서 빨리 출시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