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정말 다양한 포지션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야생을 이리저리 누비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상대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여지없이 달려들어 팀원을 돕는 포지션이 있는데요. 네, 맞습니다. 바로 정글러입니다. 이들이 초중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들의 판단 하나에 승패가 어느 정도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죠.

최근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글러들 중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의 '체이서' 이상현 선수가 유독 눈에 띕니다. 마치 고기맛을 아는 듯한 날카로운 갱킹과 과감한 이니시에이팅으로 팬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많은 팬이 이상현 선수가 현장에서 안경을 고쳐 쓸 때 보여주는 매서운 눈빛에 매료됐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사무실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숙소까지 이동하는 긴 시간 동안, 지루함보다는 기대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체이서' 이상현 선수는 매서운 눈빛과는 달리, 친근하고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인터뷰 내내 재미있는 농담과 진지한 면모를 섞어가며 더없는 매력을 발산했죠.

▲ 크큭... 반갑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체이서' 이상현 선수의 매력 속에 빠져 볼까요?


Q. 인벤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정글 포지션을 맡은 '체이서' 이상현이라고 합니다.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Q. 스프링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어요. 정말 바쁠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서 연습 위주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경기 수가 많아지다 보니 정말 바쁜 것 같아요.


Q.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약 3년 전에 친구들과 PC방을 가서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보게 됐어요. 사실 친구가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것을 보고, '저거 정말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그동안 RPG 게임을 주로 즐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AOS 장르는 친구들과 가끔 카오스를 했던 것이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만 했던 것 같아요.



Q. 포지션을 팀의 노예로 불리는 정글러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시작할 때는 미드 라이너나 원거리 딜러를 주로 했어요. 아무래도 대미지가 팍팍 박히는 게 시원시원하더라고요. 트위스티드 페이트나 이즈리얼을 많이 했고요. 그 당시 두 챔피언이 정말 강력했거든요. 개인적으로 당시 메타에서 강력한 챔피언만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편이에요. '꿀챔 마니아'라고 표현해야 하나요(웃음).

그렇게 두 포지션으로 티어를 다이아 5까지 올렸어요. 그러다가 아무무가 최고의 정글 챔피언으로 군림하는 것을 보고, 아무무를 연습하기 시작했죠. 손에 잘 맞았는지, 오로지 아무무만 해서 다이아 1까지 점수를 올렸어요. 그렇게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거죠.


Q. 프로 무대에 데뷔할 때 아이디가 'RealFoxy'였죠. 그 당시 팬들에게 '정글 R가문'과 같은 비난을 많이 들은 것으로 아는데요?

제가 처음 진에어 그린윙스에 입단할 당시에는 경기력이 그 정도로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데뷔전을 치르게 되니까 너무 긴장돼서 자신감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바로 눈앞에 카메라가 서 있고, 그 뒤에는 정말 많은 팬이 지켜보고 계시고. 경기가 진행되는 중에도 제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느끼기에도 제 경기력이 매우 답답했어요.

그때 제가 팬들의 비난을 정말 많이 들었죠. 그래도 거기에 주눅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약간 오기가 있는 성격이거든요. 오히려 하루빨리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서 지금 듣고 있는 비난을 칭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타올랐죠.


Q. 아이디를 'Chaser'로 바꾼 이후에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혹시 'R가문 탈피 효과'를 노린 건가요?

사실 감독님의 권유로 아이디를 바꾸게 됐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아이디를 바꾸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자고 조언해주셨거든요. 저도 거기에 동의해서 바꾸게 됐죠. 그래서 아이디를 무엇으로 바꿀지 고민하다가, '추격자'라는 뜻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체이서'로 아이디를 교체했어요.



Q. 최근에는 물오른 경기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특별히 경기력이 좋아진 계기가 있었나요?

2014년 롤챔스 섬머 시즌부터 연습 경기 때 경기력이 확 올라갔어요.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연습 경기에서는 제가 거의 다 캐리했거든요. 그런데 대회에서는 계속 긴장감을 떨치지 못해서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죠. 그러다가 제가 진에어 스텔스 소속이 되면서 조금씩 방송 경기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아이디를 '체이서'로 바꾼 것도 우연히 그때네요(웃음).



팬들의 질책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연습에 매진해 '반전'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체이서' 이상현 선수에게서 프로다운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오직 승리로만 평가받는 냉정한 프로 무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존경심이 일어났죠.

하지만 이제 스물한 살밖에 되지 않은 '체이서' 이상현 선수이기에, 문득 학창 시절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원래 진정한 만우절 장난은 학창 시절에 할 수 있는 법! 이렇게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를 펼치면서 이상현 선수의 학창 시절에 대한 질문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Q.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척' 하는 학생이었죠. 교실에서 맨 뒷자리는 아니고, 그것보다 조금 앞자리에 앉는 학생이었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잘 되실 것 같아요(웃음). 친구들이랑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도 자주 하러 다니고, 게임도 같이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Q. 프로 생활이 워낙 바쁠 텐데, 친구들이 자주 못 본다고 뭐라고 하진 않나요?

오히려 제가 방송에 나와서 경기를 하는 장면을 보면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생각해보니 약간 질투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요. PC방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가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됐으니 그럴 만 하죠.


Q. 오늘은 만우절인데요. 혹시 기억나는 만우절 관련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두 개 정도 있어요. 둘 다 학창시절에 선생님께 했던 장난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예의에 살짝 어긋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일단 기억나는 건 조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들어오실 타이밍에 맞춰서 친구와 주먹다짐을 하는 연기를 해서 선생님을 당황하게 했던 장난이에요. 아침부터 학생 두 명이 화끈하게 싸우고 있는 걸 보시더니 많이 당황하시더라고요. 물론,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만우절 기념 장난이었다고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웃으면서 넘어가 주셨어요.

또 하나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쳤던 장난인데요. 쉬는 시간에 1학년 후배들이랑 서로 반을 바꿔서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전부 다 바뀌면 선생님께서 눈치를 채실지도 모르니까, 반 전체 인원의 반 정도만 바꿨었죠. 수업을 정말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절반이 바뀐 걸 눈치 못 채시더라고요.

▲ 추억은 모두를 미소짓게 만든다


Q. 남녀공학을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여자친구도 있었겠네요?

네. 딱 한 번 사귀었어요.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네요…. 프로로 데뷔한 이후로는 숙소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쉬는 시간에도 그냥 숙소 안에서 쉬는 게 좋아요.


Q.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연애도 하는 선수들도 많잖아요?

그 선수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여자친구 만나러 가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더라고요. 사실 프로게이머가 워낙 바빠서 여자친구 만날 시간을 잡기 어려운데, 다른 선수들 여자친구 분들이 그런 점을 이해해주더라고요. 그런 점은 정말 부러워요.


Q.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요?

어렵네요. 연예인 중에 굳이 따지자면, 수지를 제일 좋아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이민호 님이랑 열애설이 났더라고요….



짓궂은 질문에도 '체이서' 이상현 선수는 성심성의껏 답변해줬습니다. 선수 인터뷰에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딱딱한 멘트를 주고받을 때보다는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언제까지 수다를 떨고 있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기자와 선수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의해, 우리는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했죠.


Q. 최근 진에어 그린윙스의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아요. 원동력이 있을까요?

미드 라인에 '갱맘' (이)창석이 형이 팀에 다시 합류했어요. 아무래도 게임을 한동안 쉬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당시 경기력이 좋지 않았어요. 지금도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웃음), 그때는 진짜 엄청 불안했거든요. 그래서 팀원들이 창석이 형의 실력을 약간 못 믿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점점 불안한 경기력이 사라지더니, 엄청나게 잘해지더라고요. 폼이 어느정도 올라온 상태에서 프리시즌에 임했는데, 기대보다 성적이 안나와서 당황했죠. 빠르게 단점에 대한 피드백을 하다보니, 창석이 형의 플레이 스타일이 너무 공격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최근에는 그 점을 보완해서 팀 전체 경기력이 상승한 것 같아요.


Q. 진에어 그린윙스 하면 특이한 챔피언을 자주 선보였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스타일에 변화를 준 이유가 있나요?

'트레이스' (여)창동이 형은 비주류 챔피언을 선택할 때 항상 이 챔피언이 왜 좋은지 하나하나 이론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느 정도 믿음이 가죠. 그런데 (이)창석이 형은 별다른 설명없이 특이한 챔피언을 선택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창석이 형이 선택했던 비주류 챔피언들은 성적이 안 좋았죠. 그래서 코치님이 그냥 대세 챔피언 위주로 연습하라고 말씀하셔서, 제라스나 빅토르 같은 안정적인 챔피언을 주로 선택하게 됐죠.



Q. 그에 비해 이상현 선수는 최근 주류 챔피언으로 떠오르고 있는 초식 챔피언을 선택하지 않고 있는데요?

저도 초식 정글러를 좋아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처음 정글 포지션을 할 때도 아무무만 했었으니까요. 5.5 패치가 적용된 이후에 초식 정글러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대회에서는 아직 꺼낼 기회를 못 잡았던 것 같아요. 팀의 밴픽 전략이 정글보다는 라인 챔피언들을 먼저 선택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상대 팀에 정글 챔피언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Q. 정글 챔피언을 먼저 가져오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항상 대회 전에 다양한 챔피언을 연습하는 편인데, 대회 경기에서는 자르반 4세나 렉사이만 고르게 돼요. 솔직히 말하면 약간 서운하죠. 저도 챔피언 폭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이니까요. 하지만 불만은 없어요. 팀이 이기는 게 최우선이죠!


Q. 연습 때 어떤 챔피언을 주로 연습하는지 궁금한데요?

니달리 정글이 유행할 때도 니달리 정글을 많이 했었어요. 최근에는 세주아니도 정말 많이 연습해요. 그런데 니달리 정글이나 세주아니를 저보다 먼저 선택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이미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 챔피언은 나도 진짜 잘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진에어 그린윙스의 에이스는 '체이서' 이상현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아요. 본인 생각은 어떤가요?

저도 팬들이 저를 에이스라고 평가해주신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기분이 정말 좋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담감도 상당히 느껴요. 팬들의 좋은 평가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죠.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제 생각에 팀의 에이스는 따로 있어요. (여)창동이형이 정말 잘해요. 항상 탑 라인이 든든해서 경기를 풀어가기 편하거든요. 그리고 (이)창석이 형도 진짜 잘하는데... 아직은 불안하네요(웃음). 예전에 점화를 들고 미드 이즈리얼을 했던 경기가 있었어요. 사실 그때 저희가 하도 많이 져서, 창석이 형이 "나 이걸로 2레벨 솔로 킬 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상대가 그걸 보고 대처를 잘했죠.

▲ 어쩐지 목이 마른가보다


Q. 육식형 정글러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어요. 만약, 초식 정글 챔피언을 선택해도 스타일 유지가 가능할까요?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초식 정글 챔피언이라고 해서 초중반에 갱킹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저는 초식 정글러를 선택해도 지금처럼 초중반에 갱킹 위주의 플레이를 할 것 같아요. 초식 정글러가 역갱킹에 약한 건 사실이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예측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죠.


Q. 과거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출신인 천정희 코치가 합류했죠. 어떤 부분을 주로 담당하고 있나요?

천정희 코치님이 솔로랭크 티어도 높고, 프로게이머 생활도 해봤기 때문에 센스가 엄청난 것 같아요. 팀에서는 주로 라인전에서 챔피언 간의 상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예를 들어 상대가 어떤 챔피언을 선택하면, 그걸 상대하기 편한 챔피언은 무엇인지 바로바로 말해줘요. 그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도 말해주고요.


Q.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는데요. 이번 시즌 목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데요?

우리 팀이 운영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충분히 우승이나 준우승을 차지할 것 같아요. 초중반에 이득을 자주 봤는데도 그 스노우볼을 잘 굴리지 못해서 역전패를 많이 당했거든요. 다들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점점 좋아질 거로 생각해요.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됐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를 말해주세요.

포스트 시즌 전에 남은 두 경기를 무조건 승리로 장식하고 싶어요. 정규 시즌 2위를 자력으로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꼭 3위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는 팀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해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힘내겠습니다!

▲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다정한(?) 한 컷! 서로 좀 닮았나요?



※ 눈치 채셨나요? 인터뷰 중간중간에 들어간 '체이서' 이상현 선수의 사진들 중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나 발견 못하는 분들은 스크롤을 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모두들 즐거운 만우절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