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한국에 PS4가 정식 출시되면서 국내 콘솔시장도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는데요. 작년 한 해동안 수많은 대작들이 한국어판으로 발매되었고, 다양한 행사는 물론 SCEK가 지스타2014서 B2C 관에 출전하면서 콘솔업계가 더욱 분주해졌죠.

그리고 2015년, 올해도 국내 콘솔 사용자들의 입가 주름을 책임질 흐뭇한 소식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대작은 물론이며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한국어판으로 발매되고 있죠.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국내 게임사들이 PS4 타이틀 개발에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지스타에서 SCEK 부스 이벤트를 통해 6개의 국내 게임사가 PS4 타이틀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 중 '콰트로기어'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기존 게임을 PS4로 이식하거나 다른 게임 및 사업을 운영하다가 PS4 개발에 나선 곳과는 달리, 콰트로기어는 그야말로 PS4 게임 개발을 위해 세워진 곳이니까요.

인터뷰 자리에서 당당하게 '고스로리(고딕+로리타)'를 좋아한다고 선언(?)한 이석호 대표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콘솔이 좋아서 게임업계에 입문하게 된 그는 경력 15년 차 베테랑 개발자로, 콘솔게임 개발에 대한 열망을 이루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차렸습니다.

'블랙위치크래프트(Black Witchcraft)'는 그의 열망과 취향이 어우러진 로망의 집대성이기도 합니다. 2D 고딕 액션 RPG라는 독특한 장르를 채택한 이 게임은 PS4는 물론이며 PS Vita로도 출시됩니다. 물론 PC도 차후 발매될 예정이고요.

고딕 스타일의 비주얼과 각 관절이 나뉘어 있는 모델을 사용하는 '스켈레탈 애니메이션' 방식, 자유자재로 형태가 변하는 무기, 전투를 도와주는 어시스트 소환수가 특징인 '블랙위치크래프트'는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작업이 한창인데요.

이제 개발 8개월에 접어든 '블랙위치크래프트'의 놀라운 점은 2명이서 이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획과 프로그래밍, 사운드 등을 담당하는 이석호 대표와 아트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개발자, 단 두 명이서 PS4 타이틀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월에 열린 GDC2015에 참가해 해외 개발자와 관계자들에게 '블랙위치크래프트'를 선보이기도 한 콰트로기어. 올해 말 출시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어떤 게임인지, 나아가 현재 개발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했죠. 그래서 이석호 대표를 만나 콰트로기어와 GDC 그리고 '블랙위치크래프트'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 콰트로기어(QuattroGear) 이석호 대표]


Q. 게임업계에 경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어떠한 계기로 '콰트로기어'를 설립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98년부터 '게이머즈' 잡지에서 필진으로 일하면서 게임업계에 입문했습니다. 2000년도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작은 회사에서 고생하면서 필자 시절에 벌었던 고료를 까먹으며 생활을 하기도 했는데요.

2004년 들어서면서 '라스트카오스'라는 MMORPG를 만들었고요. 그 뒤에는 웹젠으로 와서 '썬(SUN)'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블레이드&소울 개발팀에 들어갔는데요. 배재현 부사장과 김형태 아트 디렉터 등등이 모여서 시작할 10명 정도 있을 당시 초창기 멤버였습니다.

당시 블소팀에서는 "아무리 길어도 2-3년이고, 팀원이 확충돼도 2-30명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는데요. 이전에 있었던 '썬'에서는 70명가량이었고, 정식 오픈 때는 80명이 넘으면서 국내에서는 빅(Big)3라고 불릴 정도로 큰 규모의 개발팀이었습니다.

소규모 그룹이라는 말에 블소 개발팀에 들어가게 됐는데, 개발기간도 훨씬 오래 걸렸고, 개발팀도 수 백명 가량 됐었죠. 타이틀 개발 초반부터 있었는데, 오래 만들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클로즈 베타 하기 전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짧은 휴식기간을 거치고 아이덴티티로 옮겨서 신규 MMORPG 팀에 들어갔습니다. 김용하 PD와 이상균 디렉터 등 몇몇 분들과 함께 MMORPG를 약 1년 정도 개발했는데, 외적인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해서 그만두게 되었죠.

그래도 뭔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김용하 PD와 함께 스마일게이트로 가서 만든 것이 '큐라레'입니다. 처음에 6개월이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여러 일이 겹치면서 약 1년 반 정도 걸렸죠.

제 자신을 돌아보니 업계 들어오고 약 15년이 흘렀더라고요.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고생했지만, 이후에는 괜찮은 회사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좋은 분들과 많이 했으니까요.

저의 게임업계 첫 일은 콘솔게임 잡지 필진이었잖아요. 15년이 흘렀지만,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큐라레 때 같이 했던 친구와 힘을 합치고 '콰트로기어'를 세우고 콘솔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망이랄까요? 직접 만들지 않으면 한국 내에서는 콘솔게임을 만들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최근 들어서 모바일이 레드오션화 되어서 그런지, 주변 게임사에서도 콘솔 시장 쪽에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더라고요. 조이시티나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콘솔 쪽을 눈여겨보고 있는 상태이고요.


Q. 현재 개발 중인 '블랙위치크래프트'란 어떤 게임인가요?

한마디로 '블랙위치크래프트'는 로망의 집대성입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 '대중성'이라는 요소를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게임이 중세 판타지 배경이라던가 현대 배경의 무협게임 위주이죠. 정말 관대한 경우 SF 장르로 나가고요.

저희는 고딕(Gothic)스타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건축적으로 고딕 복고풍도 좋아하고요. 고스로리(고딕+로리타)도 좋아합니다. 취향이 마니악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만들면 회사도 부담스럽고 개발자 역시 부담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희는 독립했기 때문에 과감 없이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만들 수 있어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블랙위치크래프트' 티저 영상]


Q. 다소 독특한 스타일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 게임의 세계관은 어떻게 구현하게 되었나요?

'에드거 엘런 포'의 소설을 모티브로 삼고 개발을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메이저 한 소설가인데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더라고요. 영미 문화권에서는 빠질 수가 없는 사람이기도 한데, 이 분의 작품을 좋아해서 모티브로 삼고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에는 '리지아'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이를 본떠 '블랙위치크래프트'의 주인공을 검은 머리의 마녀 '리지아'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주 무기이기도 한 가방의 이름은 '윌리엄 윌슨'입니다. 강력한 사역마로 가방이 총이나 검으로 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펼치죠.

몬스터도 '구울 메이드'나 '죽음의 신부'등 고스 스타일이 많습니다. 무기 역시 고스 스타일의 외형을 기반으로 가방이 창이 되거나 총으로 바뀌는 식으로 디자인했고요.

[▲ '블랙위치크래프트' 주인공 리지아']




Q. '블랙위치크래프트' 만의 특징적인 부분이 있을까요?

메인 캐릭터 외에 어시스트 캐릭터가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으로 4~5명의 어시스트 캐릭터를 장착할 수 있으며, 전투 시 플레이어가 원하는 타입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킹오브파이터즈'를 좋아해 예전부터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이번에 '블랙위치크래프트'를 개발하면서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필살기로 현재는 총 형태의 공격만이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만, 이후에는 마법 형태의 필살기도 도입할 생각입니다.





Q. PS4 타이틀 개발을 함에 있어 SCEK와는 어떻게 연락을 하게 되었나요?

함께 하는 친구가 이전에 콘솔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콘솔에 대한 이해도가 높죠. 여기에 독특한 감성이 담긴 아트가 더해졌고, 결과적으로 SCEK 측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죠.

소니도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지만 계약을 해서 개발킷을 받으려면 법인이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바로 법인 회사를 설립하고 게임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Q. 3월에 열린 'GDC2015'에 참가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GDC는 말 그대로 글로벌 행사입니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잘 뵙기 어려운 분들을 볼 수도 있고, 직접 만나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강연을 들을 수도 있고 사인도 받을 수 있지요(웃음). GDC에서는 글로벌로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요.

개발자로서는 자극도 많이 받기 때문에 좋은 행사라고 생각해요. 엔씨소프트나 넥슨에서는 직원들을 GDC에 보내기도 하는데요. 개발자들이 사무실에서 게임 개발만 하다 보면 지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GDC를 다녀오면 충전도 되고 자극도 되죠. NDC도 이러한 측면에서 참 좋은 행사라고 생각해요.

개발자 출신이라 사실 영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요. 그래도 GDC에 직접 와서 다양한 해외 게임사 및 퍼블리셔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재밌더라고요. 물론 개발비 확보를 위해서도 열심히 해야죠(웃음).



Q. GDC에서 많은 업체와 미팅을 했을 듯한데요. 좋은 반응을 보인 곳이 있었나요?

꽤 많은 분과 미팅을 했어요. 주로 미국과 일본 관계자들 위주로 접촉이 많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OUYA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 콘솔 기기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그 중 3~4군데 업체가 자사 기기에서 연동되는 타이틀로 만들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당장은 PS4 타이틀 개발에 전념할 생각이에요. PS4용 타이틀 개발이 우선이에요. 이후에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Q. PS Vita로도 게임을 출시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분위기를 보면 비타 기기에 대한 수요가 다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비치는데요. 이에 대해 걱정은 되지 않는지, 어떻게 비타 플랫폼 개발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비타 개발킷은 이미 나온 상태입니다. 다만, 비타는 PS4와 비교하면 사양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고민 중입니다. 비타 기기에 맞추려면 전체 게임 스펙을 낮춰야 하는데, 개인적인 욕심상 그러고 싶지는 않거든요. 두 버전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인데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당장 목표는 풀HD 60프레임으로 만드는 것이죠.

저는 집에 비타TV도 있어요. 그래서 꼭 비타로도 내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도 있지요. 그런데 개발한 비타판이 PS4판 타이틀과 비교가 될 수준이면 출시하기 망설여지잖아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면 괜찮은데, 그 정도로 게임을 만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선 PS4 타이틀부터 출시합니다. 다만 'PS4 타이틀부터 만들고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되면 발매일 자체가 너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좀 걸리네요.


Q. PC판 '블랙위치크래프트' 개발은 고려하고 있나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마 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스팀(Steam) 통해서 출시할 생각이에요.

일반적으로 인디게임의 경우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먼저 출시되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이면 이후 콘솔판으로 발매되죠. 하지만 저희는 운이 좋아서 콘솔로 먼저 출시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후 스팀 출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개발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현재 3~40% 개발됐습니다. 기획은 빠르게 마무리해서 개발 초반에 이미 다 된 상태였고요. 프로그래밍 쪽도 큰 이슈가 없습니다. 문제는 리소스이죠. 그래픽은 하나하나가 다 시간이고 돈이니까요.

당장 목표는 올해 말에 타이틀을 정식으로 출시하는 것입니다. 한국시장이 최우선이긴 한데요. 한국부터 출시하고 아시아 지역 발매를 할지, 동시에 출시할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로컬라이징과 관련해 현재 SCEK와 논의하고 있는데요. 만약 해외로 진출한다면 중국어와 일본어 등 6개 언어에 대해 대응할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콘솔게임을 사랑하는 한국 유저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콘솔이 좋아서 게임업계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도 맡고 모바일 게임도 담당하면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콘솔게임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어 회사를 관두고 개발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한 명의 콘솔 유저로서 한국 콘솔게임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유저들 저마다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구매해달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보고서 괜찮다 싶으시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주시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웃음) 고딕 취향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블랙위치크래프트' 인게임 스크린샷